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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90화 (190/203)

190. 전쟁 (3).

“그래서, 스타 마트에서는 영업방해로 우릴 고소하고 계약 불이행했다고 계약을 끊을 겁니까?”

심재일도 이렇게 납품 실력행사를 하게 되면 계약 불이행이나 영업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을 끊을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LT음료의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소주, 맥주의 주류는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낵류의 경우에도 50%가 넘는 점유율을 LT 그룹이 가지고 있었으니 계약서상으로는 을이라도 갑의 위치나 다름없었다.

이런 LT그룹의 납품 거부가 실제로 닥쳐오고 납품 계약이 해지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LT그룹이 아니라 스타 마트였기 때문에 이런 실력행사를 이겨낼 곳은 없었다.

심재일도 이 사실을 알기에 납품 거부를 빌미로 우윳값을 본래 가격으로 올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설마, 우유 하나 때문에 다른 제품들을 다 날릴까 하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었다.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은 유지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업방해로 고소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뭐 하자는 겁니까? 물건 다 빼도 우윳값 안 올리겠다는 겁니까? 사업 안 하시고, 접으실 거예요?”

“사업은 계속되어야지요. 그래서 이번에 꼬여 있는 우유 유통을 뜯어고쳐 보려고 하는 겁니다. IMF 때 만들어진 법령으로 보호받고 있다 보니 수출 경쟁력은커녕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유가공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바꿔야 합니다.”

“아니, 그 이유가 있다고 해도 왜 당신이 고치겠다고 하는 건데? 당신이 대통령이야 국무총리야? 뭐길래 이걸 바꾸겠다는 건데?”

심재일은 우유 유통을 고쳐 보겠다고 하는 임건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업인.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라면 그 물건에 대한 수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데, 왜 수익을 줄이게 되는 유통과정을 고치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대의 이익을 위해서 잘 굴러가고 있는 멀쩡한 유통을 바꾼다고 하니 무슨 바보짓인가 싶었다.

“그 유통과정 뜯어고쳐서 우리에게 손해가 나면 어떻게 할 건데? 그 손해난 부분 네가 책임질 수 있어?”

“악법으로 유지되는 수익입니다. 그게 정당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당하고 안 하고 그 판단을 왜 당신이 하는 거냐고?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그 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거냐고?”

“그 판단은 저희가 팔고 있는 가격파괴 우유가 해 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1590원에 팔아도 적정 이윤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LT 유업이나 다른 유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이윤을 챙겨왔는지를 아셔야 합니다. 인제 그만 내려놓을 때입니다.”

“아니, 왜 그걸 내려놔야 하는 거냐고?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는데, 왜 이렇게 설치고 나대는 거냐고? 그 우유 법 때문에 스낵이랑 주류 다 빠져도 괜찮다는 거야? 사업 망하게 해줘?”

“유업체에서 나오는 이윤 때문에 스타 마트에서 다른 상품 건으로 벌어들이는 이득을 포기하셔도 된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LT 쪽에서 손해가 날 텐데요.”

“잘되었네. 그럼, 고집과 고집의 싸움이네. 그쪽이 우윳값 안 올리는 거랑 내가 스타 마트 이윤 다 포기하고 물건 빼는 거랑 해서 서로 누가 고집이 더 센지 알 수 있겠네.”

“아, 그런데, 어쩌죠? LT에서 물건을 다 뺀다고 해도 우린 뉴세계랑 이미 이야기를 해서 그쪽에서 물건들을 다 들여오기로 했는데요. 뉴세계의 중간이윤이 붙다 보니 이윤이 좀 줄겠지만, 가격파괴 우유에서 만회할 수 있을 거로 봅니다. 심 상무님도 그런 대응 방안이 있으시죠?”

심재일은 머릿속에서 이성을 지켜주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났다.

“개새끼야! 네가 뭘 원한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스타 마트 망하게 물건 다 빼줄 테니깐 어떻게 될지 기대해. 유통이 그렇게 만만한지 알아? 이제까지 한국에서 유통으로 돈 번 우리를 거스르고 사업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심재일은 뒷생각 없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야 이렇게 해서 네가 무슨 이득을 보는 건데? 그냥 같이 벌면 되잖아, 왜 혼자서 이 지랄 하는 건데? 혼자서 착하게 보이고 싶은 거야? 그럼 기부를 하면 되잖아. 왜 이 지랄이냐고 개새끼야!”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럽니다. 우유가 과잉 생산 되어도 가공해서 외국에 팔 수 있는데, 그걸 쿼터로 막고, 자생력을 기르지 못하게 막고 있잖습니까. 전 그걸 그냥 방치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그게 기업이 돈 버는 방법이지. 왜 너 혼자만 착한 사람 흉내를 내려고 하는 건데? 그러려면 시민단체 운동을 하던지. 왜 멀쩡한 우유 판에 와서 개 지랄병이야!”

“멀쩡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나선 겁니다. 계속 욕하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그럼 끊어 씹새끼야!”

심재일이 원하는 대로 전화를 끊어줬다.

“휴우. 오케이! 성격 한번 시원하네.”

임건호는 통화종료 후 제대로 녹음이 되었는지를 확인했다.

다들 애플 폰으로 넘어갈 때도 갤럭시 폰을 쓰는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다.

아직 알 순 없지만, 이 통화 녹음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지 몰랐다.

파일을 확인하고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나니 박종일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대표님 어떻게 잘 되었습니까?”

“네. 전략이 맞아떨어졌습니다. 힘 있는 LT 쪽에서 나설 거라던지, 박 사장님 생각해서 심재일이 먼저 연락할 거라는 것까지 아귀가 맞아떨어졌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박 사장님이 이야기한 거처럼 심재일이라는 친구는 진짜 단순하네요.”

“하하하. 원래 곱게 자란 도련님들이 그렇지요. 방금의 통화가 자기 목을 조르게 될 거라는 걸 아직 모를 겁니다.”

“그런데, 재고는 쌓아 두고 있는데, 배는 언제 도착을 하는 겁니까?”

“배가 방금 막 출발했습니다. 다음 주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잘 버티십시오.”

“물건 빼고 나서도 보름은 충분히 버틸 겁니다.”

“그러면 시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승전보가 인도네시아에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잘 돼야 할 텐데요. 하하하.”

승전보가 전해지니 이기니 말은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불안했다.

며칠 후 LT그룹에서 모든 제품 납품을 중지한다는 연락이 김민욱에게 전해 지면 그때부터가 본 게임이었다.

***

화가 난 심재일은 책상 위의 기물들을 몇 개 때려 부수고 난 이후 진정이 좀 되었다.

그리고, 왜 임건호가 그렇게 배 째라고 나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실로 악법이 지키고 있는 우유의 유통을 뜯어고치기 위해서인 건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유통을 바꾸고 싶어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다.

그냥, 정해져 있는 유통 경로를 그대로 따르기만 해도 지점이 50개 넘는 스타 마트는 이득을 볼 터였다.

그런 쉬운 이윤을 버리고, 유통을 바꾸겠다고 회사의 명운을 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그룹의 힘을 보여줘. 스타 마트에 납품하는 우리 제품 다 회수해. 그리고, 관계사들에게 스타 마트에 납품하지 못하게 공문 보내.”

“네에? 상무님. 진짜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바로 해!”

비서는 회장님이나 스낵, 주류 사장들에게 이야길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방금 다 때려 부수면서 설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대로 명령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

“미리 우유 출시 전에 재고를 많이 당겨 놓으라고 하셔서 당분간은 스낵이나 다른 물건이 매대에서 빠지는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 달이 한계입니다.”

김민욱은 LT그룹을 비롯해서 이미 몇 곳에서 납품 중단을 통보해 왔기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한 달만 버텨주세요. 물론, 그 전에 끝낼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할 겁니다. 우선 뉴세계와 계약해서 좀 더 비싸더라도 부족한 재고는 사 오는 걸로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아, 이서 씨랑 무영 씨 왔네요.”

“그럼, 우리는 작당 모의할 테니깐 민욱이는 고생 좀 해줘.”

“네. 노력하겠습니다.”

***

[와 미친. 사촌 동생이 스타 마트에서 일하는데, 가격파괴 우유가 단종될 수도 있데.]

다른 우유 업체보다 천원 싸게 팔았는데, 가격 안 올린다고 압박이 와서 가격파괴 우유가 없어질 수도 있데.

-미친 거 아님? 가격파괴 우유도 적자보고 파는 건 아니잖아.

└그래, 그렇게 15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하더라고.

└와 시발 그럼, 다른 우유 업체에서는 천 원씩 더 남기고 팔아 먹었다는 거잖아. 양아치들이네.

└우유 목장이랑 유업체 둘 다 남겨 먹는 거 아니야?

└아니래. 소 키우는 목장은 우유 가격이 올라도 납품하는 원유가격은 같데.

└시발, 그럼 우유 회사들만 그렇게 돈을 뻥튀기해서 남겨 먹었다는 거야? 개새끼들이네.

└가격파괴 우유 단종 되기 전에 가서 사 먹어야 되겠다.

└나도 나도. 지금 간다.

여러 커뮤니티에 가격파괴 우유가 단종될 수 있다는 말이 돌자 이제까지 잘 사 먹던 가정주부들도 미리 사 두기 위해 마트에 들렸고, 마트에서 다른 물건들도 사 갔다.

그렇게 창고와 매대에 미리 쌓아 두었던 물건들이 팔려나가게 되자 매대에서 비게 되는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민욱은 뉴세계와 SG 유통에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

“우리도 스타 마트에 그렇게 도매로 물건 넘기면 좋은데 LT 쪽에서 그렇게 팔지 말라고 사장단이 찾아왔어요.”

“네? LT에서 사장단이 왔다고요?”

“네. 저도 스타 마트 민욱 사장님 참 좋아하는데, 저도 뉴세계의 일게 봉급쟁이이지 않습니까. 위에서 물건 그렇게 넘기지 말라고 명이 내려오니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김민욱은 비어가는 매대를 채우기 위해 뉴세계에 찾아왔으나 스낵류를 들여놓을 방법이 날아가 버렸다.

발걸음을 SG 유통 쪽으로 옮겼다.

“우리 SG 유통 편의점 사정도 있고, LT그룹 사정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스타 쪽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합니다. 탄산음료도 LT에서 다 빼라고 하는 거 그건 지켜 줬습니다.”

“그건 감사합니다.”

“일단 우리는 중립으로 계속 팔고 할 수는 있는데, 물건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한국에서 수십 년간 유통업을 해온 기업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 이럴 때 발휘되는 것이었다.

이젠 탄산음료를 빼 주지만 않아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어떻게 비어버린 매대를 채울지 고민하는데, 스타 물류에서 연락이 왔다.

박종일 사장이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배가 도착했는데, 과자들로 가득 하다는 연락이었다.

[세계 과자 박람회가 스타 마트에서 열려!]

평상시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전 세계 과자가 한국을 찾아왔다.

벨기에의 초콜릿은 물론, 인도네시아의 뉴잼, 호주의 캥거루 육포까지 세계의 다양한 주전부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마음 일보 김길재 기자.

비어 나가던 매대가 박종일 사장이 미리 모아서 보낸 세계 과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8천 톤급 배 한가득 실어 온 물량이었기에 몇 개월을 팔아도 될 만한 물량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들 때인데, 지금 쇼퍼백의 한국 런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진 없이 쇼퍼백으로 다 조지는 겁니까?”

“그래. 쇼퍼백 오픈을 하면서 폴란드 멸균우유 6팩에 6천 원 무료 배송으로 다 날려.”

마진 없이 오히려 배송료를 생각하면 손해를 보고 우유를 팔겠다는 거였다.

“40만 톤 남은 거 다 판다는 생각으로 다 돌려. 손해 봐도 괜찮아.”

한국인들은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지금 너무 싼 가격이라 사두면 된다는 기분파 쇼핑러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멸균우유 6팩에 6천 원 무료 배송으로 판매가 보이니 일단 클릭해서 구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푸드 딜리버리에서도 무료로 배송을 해준다고 판매가 되자 다른 유업체의 우유 재고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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