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87화 (187/203)

187. 최대가 아닌 최선의 이익.

“푸드 딜리버리를 인수하게 되는 손정의는 현금이든 주식이든 5조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인수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돈을 들였는데, 그냥 그대로 푸드 딜리버리를 운영할까요?”

레일리의 말에 다들 아차 싶었다.

“아마도 들인 돈만큼 뽑기 위해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거예요. 그럼 가장 먼저 서비스 이용료부터 올리고, 유휴인력을 솎아내려고 할 거예요. 임직원들에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을 거예요.”

수익 개선에는 인력구조조정이 기본이긴 했다.

그리고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노동 강도도 올라갈 터였다.

“그리고,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게 되면 경쟁업체들도 가격을 올리게 될 거고, 플랫폼이 물가를 올린다는 보고서처럼 될 거예요. 이미지도 나빠질 거예요.”

단순하게 회사를 매각하는 결과로 전체적인 물가 상승이 따라올 수 있다는 레일리의 말에 너무 크게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배송 대행 3사를 이용하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이었다.

서비스 이용료에 의해 2500만 명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매각한 이후이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가격이 오를 것을 뻔히 아는데 매각하고 모른 척하는 건 양심에 찔렸다.

우유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올리고 한다고 욕했던 유업체들과 같은 수준의 경영자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구글의 창업자들이 창업 초반 모토로 여겼던 괴물이 되지 말자는 말도 떠올랐다.

내 개인의 이득을 위해 대다수의 손실을 모른 척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학교에서 경영학 수업을 들었다면 아실 거예요. 기업의 경영 방향이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는 없지만, 최대 다수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매각을 반대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이제는 생각해야 할 때예요.”

레일리가 이야기한 경영학 수업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최대 다수의 이익과 내가 손해 보지 않는 방향은 매각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물론, 5조라는 돈이 큰돈이라 욕심이 생기긴 했지만, 당장 그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저도 이유는 좀 다르지만, 매각을 반대합니다.”

스타 음료의 이일찬 부사장이었다.

“현재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는 콜라, 사이다가 점유율 10%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10병 팔릴 때 1병이 우리 탄산음료라는 말입니다. 이 10%의 점유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10%의 점유율이지만, 양강구도의 콜라 시장에서 이뤄낸 것이라 다들 이것을 크게 평가하고 있었다.

“헌데, 지금 푸드 딜리버리는 6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코카콜라보다 더 점유율이 높은 겁니다. 물론, 시장이 다르긴 하지만, 6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굳이 팔아야 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맞습니다. 돈이 급해서 파는 거라면 모를까 굳이 팔 필요가 없습니다. 푸드 딜리버리는 우리 유통 소매 분야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실제 물건을 파는 김민욱도 자신이 맡은 분야를 위해서 매각을 반대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유와 카페인 음료, 이온 음료까지 줄줄이 출시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판을 흔드실 거라면 푸드 딜리버리가 있어야 합니다. 신규 판매를 알리기에는 푸드 딜리버리가 좋습니다.”

“맞습니다. 매각을 한 이후에는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손정의가 양팡과 연계해서 전자상거래나 기존의 유통망에 뛰어들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유율의 야만성이 나오게 될 겁니다. 스타 마트가 적자로 전환될지도 모릅니다.”

과감한 손정의는 65%의 점유율과 양팡을 믿고 전면적으로 영업을 펼칠 터였다.

초반에는 저가로 운영될 테지만, 한국 증시 상장을 통해 인수에 들어간 5조 원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양팡과 푸드 딜리버리를 굴릴 터였다.

그렇게 다른 작은 곳들이 사라지고, 한국 시장 특유의 대기업간 담합을 하게 된다면 한국인들은 그들이 만든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섬이나 마찬가지의 제한된 시장을 가진 한국이기에 가두리 양식장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힘들어질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돈만 보고 따라갈 뻔했습니다. 연계된 스타 마트를 생각해서 매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온 동남아 개척 건에 대해서는 그랩의 주식을 팔아 1조 원 대의 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재를 투자해서 미래 먹거리도 잡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초창기부터 푸드 딜리버리와 함께 해온 임직원들에게 이익을 주고, 주인 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푸드 딜리버리의 상장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소프트 뱅크에 매각되면 자사주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하는 직원들을 위한 당근도 준비를 했다.

***

“5조 원이라는 제안은 감사하지만, 임원회의 결과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

손정의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전화를 의외로 무덤덤하게 받았다.

“양팡을 전면에 내세우고 투자를 하시는 것에는 저희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흠. 일단 한국에서 한번 보지.”

손정의가 구상하는 연계 생태계 한 축이 될 푸드 딜리버리가 축이 되길 거부했으니 손정의는 다른 구상을 짜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온 양팡의 전략은 24시간 배송이라는 카드였다.

***

“아마도 손정의는 낮 시간에는 우리 푸드 딜리버리에서 배송을 하고, 밤 9시가 넘으면 양팡으로 배송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김민욱은 자신의 스타마트와 경쟁하는 양팡이었기에 주시하고 있었다.

“차량이 많아서 막히는 시간을 피해서 야간에 물건을 배송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는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쇼퍼백을 한국에서 런칭하고, 생필품 위주의 배송 업무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쇼퍼백을 한국에서 런칭하려는 것은 이미 그랩 상장 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랩 상장으로 여윳돈이 있는 만큼 쇼퍼백을 오픈하고 전국에 물류 지점을 늘려가는 계획이었다.

“양팡이 밤샘 배송을 내놓자, 갈리마켓이나 LT마트에서도 24시간 배송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4시간 야간 배송이라….”

말도 쉬웠고, 개념도 쉬웠다.

도심지에서도 차가 막히지 않는 밤 9시 넘어 새벽 5시까지 택배를 배송해 주겠다는 것은 차 막힘으로 새어 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 있기에 효율이 좋을 터였다.

하지만, 배송기사들만 밤샘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류창고의 직원들과 사무직원들도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낮조와 밤조 2개 조를 돌려야 하는데, 사람이란 존재는 밤에만 활동하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낮조와 밤조가 2교대로 돌아가거나 3개 조로 나누어 로테이션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고, 심야 시간에 대한 인건비는 추가 지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과연 그렇게 인력을 2배수 혹은 3배수로 늘려낸 만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판단이 되지 않았다.

“김 총괄. 이걸 먼저 따져보자고. 24시간 배송을 돌렸을 때 2, 3배수로 늘어난 인력만큼 물건 배송에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쇼퍼백을 런칭 준비하면서 용역 의뢰해 보겠습니다.”

***

양팡이 불을 당긴 야간 배송은 갈리마켓과 같은 신규 유통업뿐만 아니라 LT마트 같은 기존의 유통업체에서도 24시간 심야 배송을 도입하게 만들었다.

[신개념 물류로 대성공! 양팡 한국에 연착륙하다!]

[아마존에도 없던 심야 배송!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 낸 트랜드!]

[양팡이 연 반나절 택배 시대! 오후 4시에 주문하면 밤 9시에 배송받을 수 있어.]

[모두가 잠든 시간, 심야 배송 전성시대 오나?]

성격 급한 한국인들은 이제 하루도 못 기다리는 시대가 되었다며 심야 24시간 배송의 긍정적인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게 양팡이나 다른 배송 업체에서 돈을 주고 기사를 낸 것인지 아니면 기자들이 진짜 빠른 배송 속도에 놀라서 쓴 기사인지는 구분이 안 되었지만, 기사들이 말하는 것은 한 줄로 정리가 되었다.

이젠 한나절이면 주문한 물건을 받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한나절 배송을 위해 들어가는 인력에 대한 이야기나 인건비에 대한 것은 기사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용역 의뢰했던 보고를 받아들고 보니 그런 이야기가 기사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게 엄청난 적자를 볼 것 같은데 김 총괄이 보기에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힘들 겁니다. 지금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기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전국으로 이 심야 배송망이 깔린다고 해도 수익을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도, 치킨 게임으로 다 장악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거겠지?”

“네. 손정의는 자본 여유가 있으니 다른 업체들이 다 죽을 때까지 버틸 겁니다. 그리고 경쟁자가 없어지고, 사람들을 생태계에 정착시킨 것 같으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려서 회수하려고 할 겁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도 초반에 양팡이 심야 배송을 할 때 무조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서울만 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시장을 넓혀 지방으로 벌여나갈수록 적자 폭은 더 커질 겁니다.”

김민욱은 아무리 인구 밀집도가 외국에 비해 높은 한국이라도 심야 24시간 배송은 적자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2교대 3교대 밤샘 근무는 기사들의 몸을 축냅니다. 단기 아르바이트라면 몰라도 우리처럼 직고용이 많다면 심야 밤샘으로 인한 산업재해도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노동법이 강한 미국의 아마존이 인력을 추가하기보다는 AI 로봇에 계속 투자해서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김이서 대표와도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빠른 녀석들과 같은 라이더들을 더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점심, 저녁 바쁜 시간을 빼면 한가하니 그때 오토바이 배송하는 걸로 대응을 하자는 거지?”

“네. 음식은 30분에서 1시간의 기다림이 한계지만, 주문한 물건 배송은 하루를 기다려 주기에 무조건 야간 새벽 배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유통 총괄인 김민욱이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힘을 실어주면 될 것 같았다.

“진짜 급해서 반나절 만에 받아야 하는 고객은 적자까지 봐가며 우리가 맡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린 그냥 빠른 녀석들로 당일 오토바이 배송하는 걸로만 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좋아. 동남아시아의 스타 마트처럼 대형마트로 전국에 20곳을 만들고 물류창고도 10곳을 만들도록 해. 기사로 아무리 떠들어 대도 우린 우리 방법으로 가자고.”

***

“대표님. 농림축산부에서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는데, 직접 가시겠습니까?”

“농림부에서? 우유 때문이야?”

“네. 이제 낙협에 모인 쿼터가 80톤을 넘어가다 보니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폴란드 수입유 때문일 수도 있겠고?”

“네. 여기 기사도 났더라고요.”

[외국산 멸균우유로 고통받는 낙농가 해결책은?]

정윤이가 내미는 신문 기사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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