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화제의 인물.
“아시아의 공유서비스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이 되었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상장을 위해 소프트 뱅크에 지분을 넘기고 손 마사요시 CEO가 경영을 했는데, 이후 CEO 교체가 있는가요? 추후로도 소프트 뱅크와 함께 나아갑니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고젝을 지분인수 형태로 통합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상장 후 인터뷰에서 꽤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는데, 고젝 인수나 경영자 관련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기에 지켜봐 달라고만 했다.
“오늘 그랩의 상장으로 인해 한국의 30대 부자에 들게 되었는데, 부자가 된 것이 실감 가시는가요?”
한국말로 질문을 하기에 누구인가 보니 한마음 일보의 김길재 기자였다.
예전에 한번 만나서 인터뷰까지 했었던 아는 사람이 미국까지 와서 취재를 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제가 한국 30대 부자가 된 것이 확실합니까?”
“그랩의 주식 2500만 주를 가진 것으로 아는데, 지금 주당…45달러이니 11억2500만 달러입니다. 한화로 대략 1조3천억 원 정도입니다. 거기에 기존 자산들까지 하면 거의 2조 원대 아니겠습니까?”
“부자 순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체감이 잘 가지 않네요. 그리고 2조는 안 될 겁니다. 그런데, 카메라까지 매고 계시는데, 혼자 취재 오신 겁니까?”
“우리 한마음 일보가 그렇게 부자 신문이 아니다 보니 취재비가 1명분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찍고, 쓰고 다하는 거죠.”
“하하하. 그럼, 저희 뒤풀이 장에 같이 가시죠.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한국에서 이렇게 오신 거니 식사라도 대접해야죠.”
김길재 기자로 인해 내 자산이 한국 30대 부자에 들 정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일로 언론에 오르락거리게 된다면 언론계에 친한 사람을 미리 만들어 둬야 했다.
그리고 같이 부자가 된 데닐리 탄이나 그랩 주식을 몇만 주씩 가지고 있는 지사장들의 행동도 관리해야 했다.
주식으로 자산가치는 올랐지만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것은 더 늘어나 버린 것 같았다.
***
상장기념 파티에 초대된 김길재 기자는 파티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뉴욕 증권거래소를 취재해 보기로 했다.
사실 상장식 취재를 위해 들어오지 않았다면 뉴욕 증권 거래소에 들어올 수도 없기에, 은근슬쩍 트레이너들이나 직원들의 말을 주워듣고 다녔다.
“그랩이 첫날 주당 48달러를 넘겼는데. 50달러 넘을까?”
“넘을 거야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말에는 100달러까지도 가능할 것 같아.”
“그 정도야? 유버의 아류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아류긴 아류인데, 유버와 달라. 일단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야. 그리고, 택시 회사와 바이크를 이용한 딜리버리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어서 차별성이 있어.”
“그래도 그 정도까지 오를까? 유버는 드라이버들의 문제가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리잖아.”
“드라이버 문제는 어디든 있지만, 그랩은 또 좀 달라. 여긴 드라이버들 전용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있고, 직원처럼 대출이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든.”
“와우. 그런 혜택이 있으면 드라이버들의 사고율이 줄어들겠는데.”
“몇몇 나라에서는 기숙사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동양 특유의 충성까지도 드라이버들이 한다고 하더군. 유버와는 확실히 달라.”
“대단하군. 그런데, 그런 직원 복지를 하고서도 흑자가 나온다고? 그거 이상한데.”
“차량공유보다는 그랩 푸드와 그랩 바이크에서 나오는 수익이지. 그리고 동남아 7개국에서 서비스가 되면서 자체 핸드폰 가입자 수를 받아서 돈을 버는 것도 있고.”
“그래서 빌리 넌 베팅할 거야?”
“난 이미 했어, 너도 붙으려면 붙어.”
김길재는 트레이너들의 대화를 주워들은 것을 그대로 기사에 쓰기로 했다.
다만, 망설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오늘 그랩 상장 기념식에도 참여했던 ‘레일리 바스턴’에 대한 것이었다.
쇼퍼백의 창업자이자 아시안 걸스 라는 브랜드로 10대 걸스 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었는데, 대표인 임건호와 보통 사이가 아닌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사에 염문설도 쓸까 말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레일리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고 기사를 송고했다.
뒤풀이 장으로 향하면서 보니 그랩의 주가가 50달러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
[제2의 이우중이 나타나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승승장구 중인 스타 그룹. 한국에서보다 동남아에서 더 유명해!]
-동남아를 휩쓴 차량 공유서비스 그랩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장중 55달러를 기록하기도.
그랩 상장으로 인하여 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 대표는 처음으로 한국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명세보단 실적으로 그룹을 증명하겠다는 대표 임건호.
김길재 기자가 뉴욕에서 취재한 내용이 한마음 일보에 보도되자 재벌이나 부자 순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기사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제계 관련 사람들은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스타 그룹이 알짜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니, 스타 마트와 스타 음료가 계열사인 건 이름에서 알겠는데, 푸드 딜리버리가 스타 그룹 거였어? 그럼, 푸드 딜리버리도 조만간에 상장하는 거 아냐?”
“기사 봐봐. 국내에서는 상장 계획이 아예 없고,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기에 해외 상장을 하는 게 이득이라고 했잖아.”
“그렇네. 쇼퍼백이란 쇼핑몰 사이트가 1300만 명 회원으로 동남아시아를 장악하고 있다고? 인도네시아의 물류, 택배사도 가지고 있고, 고속도로도 건설하고 뭘 많이 하네.”
“캄보디아의 캄코시티도 스타 건설에서 마무리했다고 나와 있네. 계열사에 호텔과 차량 렌트업체도 있다고 하는데.”
동남아의 차량공유 서비스인 그랩이 상장되며 돈을 벌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그 외에는 관계자들도 스타 코퍼레이션을 잘 몰랐다.
“아니 신성전자가 신경 쓰는 신성스타페이에도 30% 지분을 가지고 있네. 왜 여태까지 우리가 모르고 있었지? 이거 엄청나잖아.”
“스타 해운 물류사도 있고, 건설도 있고 이거 부자 순위뿐만 아니라 재벌 순위도 변경해야 할 것 같은데?”
“상장만 되면 바로 재벌 순위 10위안으로 들어가겠는데. 그러고 보니 이거 상장을 일부러 하지 않는 느낌인데.”
“그러게. 푸드 딜리버리랑 스타 음료만 상장시켜도 엄청날 것 같은데. 왜 안 하는 거지?”
다들 경제계 관련자들이기에 배송 대행 서비스 국내 1위인 푸드 딜리버리와 스타 콜라로 인해 매출이 급성장한 스타 음료는 언제든 한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회원 수 1300만 명의 쇼퍼백은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 불리고 있다는 걸 알자, 그랩처럼 뉴욕에서 상장을 노리는 건가 싶었다.
“뭐해? 어서 취재하러 나가! 새로운 재벌그룹이 탄생한 거라고!”
돈이 된다는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손정의가 그랩과 다른 사업에도 투자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신성스타페이가 상장할 때의 지분가치도 분석되어 기사들이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
[너네 이번에 스타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 보고 뭔가 이상한 거 못 느꼈음?]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진짜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함.
-아는 사람이라고? 돈 많으니까 치킨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줬음?
└아니, 그런 게 아님, 예전에 ‘6시 우리 고향’에 내가 살던 동네가 나와서 정말 몇 번이고 방송을 봤었거든. 거기에 저 스타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일꾼으로 나오는 거 같아서.
└무슨 개솔. 시골에서 삽질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순위권 부자가 되는 게 말이 됨?
└그래서 아닌지 맞는지 긴가민가 한다고. http://web.kbc……같은 사람 맞는지 확인해 보셈.
[와! 밑에 글 보고 확인했는데, 같은 사람 맞는 듯. 지린다.]
산청에서 무청 생산하고 하던 시골 아재 맞음.
얼굴 턱 밑에 작은 점이 동일함!
-시부레 그럼, 이거 다 사기라는 거야? 그랩 상장도 사기인 거야? 뉴욕에 전화해서 확인해 볼까? 양놈들도 당한 거야?
└병진아. 양놈들이 당한 게 아니야. 신문기사 보고 각 회사 홈페이지 보니깐 저 산청에서 삽질하던 아재가 대박을 친 거야.
└뭐? 와 시발, 그게 가능한 거야? 시골에서 땅 파먹고 살던 사람이 재벌이 되는 게?
└당장 나도 귀촌한다! 기다려라!!
[라면으로 대박 나고, 푸드 딜리버리로 대박치고 그랩 대박친 거네. 3연벙도 아니고 3성공으로 인생 역전 스토리! 지린다.]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깐 산청 삽질 영상 말고, 산청 약초축제 행사에서는 자기가 파는 라면도 직접 홍보하면서 팔았더라.
-와! 이거 스르륵에서 대장금 같다고 사진 올라온 거 봤었네. 그때 그 사람이었다니 뒈박!
└배우 최지인이랑 같이 한복입고 모델한 거네. ㅎㄷㄷ.
└진짜네. 해외에서 먼저 성공해서 제2의 이우중이라고 하던데, 그 이상이구만.
└이우중 누군지 모른다고.
-교통사고 난 거 목격자 인터뷰한 거도 있네. 미친 이 아재 시트콤 인생인데.
└와 대박! 교통사고도 그냥 사고가 아니라 여배우 교통사고잖아.
[시골에서 라면 만들어 팔다가 푸드 딜리버리 성공시키고, 동남아에서 그랩이랑 쇼퍼백 성공시킨 거 이게 다 진짜냐?]
-그런데 제일 부러운 거는 저 모델 같은 여자랑 사귀는 거 같다는 거지.
└모델 포스 장난 아니네. 골반 봐!
└저 여자가 아시안 걸스 메이커 대표임.
└쇼퍼백 밑에 아시안 걸스가 있을 것임.
└미친, 아시안 걸스도 매장 엄청 늘고 있던데, 개 부럽네.
인터넷에서 퍼진 임건호의 과거 행적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자, 자연스레 기자들이 정식 기사로 올리기 시작했다.
봉급쟁이에서 재벌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회사의 오너가 되는 샐러리맨 신화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기사에 사람들은 호의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스타 코퍼레이션이 그룹이라고까지 불리며 재계 순위를 따질 정도가 된 것이었다.
임건호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도 생겼다.
“아 대표님과의 별도 인터뷰 시간을 빼는 것은 좀 힘이 듭니다.”
“방송 출연은 안 되실 거 같습니다.”
본래 정윤이와 두 명이던 비서실로 유명세처럼 전화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내 개인 핸드폰 번호도 어디선가 유출이 되었는지 전화가 끊임없이 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여자 만나볼 생각 없냐는 연락이 엄청나게 오자 번호를 바꿔 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빠. 이거 어떻게 해야 하겠어. 엄마 집으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잖아.”
가장 힘든 건 내가 아닌 가족에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외가나 미국의 고모 집이야 별문제 없었지만, 오래전의 작은 인연이 있다고 찾아오는 먼 친인척이나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니 그게 문제였다.
이모들이 늘 집에서 모시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프라이빗한 맨션이나 출입 통제가 가능한 독립 빌라로 모실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부산에 사는 이모들이 올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부산 해운대에 몇몇 프라이빗한 아파트들이 있었지만, 관광지이다 보니 불편한 것이 많았다.
결국, 어머니가 편히 산책할 수 있게 마당이 있고, 공기 좋은 곳에 넓게 집을 짓기로 결정을 했다.
여러 건축가를 만나 전통가옥 형태의 퓨전 건물로 결정을 했고, 시민공원 인근의 주택 6채를 사서 허물고 짓기 시작했다.
전통가옥 형태의 기와가 올라가는 집이었는데, CCTV를 관리하는 방재실까지 넣다 보니 집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기와도 엄청나게 올리다 보니 멀리서 보면 도심 속 절로 보일 정도 퓨전 한옥이 되어 갔다.
조경까지 건설비가 100억대로 나왔지만, 지방이라 나름 저렴한 축에 드는 예산이었고, 잔디밭에서 여유 있게 삶을 즐기게 될 어머니를 생각하니 왜 진작 더 빨리 해 드리지 못했나 싶었다.
이제는 행복만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회적인 인정과 금전적인 부유함을 가지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손정의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푸드 딜리버리 매각 건에 대해서 결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