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84화 (184/203)

184. 제안들.

“플랫폼의 힘은 연계된 생태계의 힘입니다. 그런 연계된 힘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까?”

마치 스타워즈에서 다크 포스의 힘을 가지고 싶지 않냐고 속삭이는 어둠의 목소리 같았다.

제프 베이조스의 말처럼 플랫폼 사업의 힘은 연계된 생태계가 핵심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플랫폼 생태계에 고객들을 안주시켜 살게 하면 모든 것이 끝 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제프 베이조스가 가진 아마존이란 힘은 고객들을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만 살게 하는 것이 가능했고, 지금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의 말이 손정의를 제치고 자기에게 붙으라는 말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 대상인 손정의가 바로 앞에 있고, 자신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는데도 대놓고 붙으라고 이야길 하고 있으니, 괜히 손정의의 눈치가 보였다.

눈앞에서 바로 이야기하는 이런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쉽게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을 지배하는…아니 지배는 좀 그렇군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물류에서 나오는 겁니다. 아마존과 쇼퍼백이 연계된다면 지구의 절반을 가지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미의 아마존. 동남아시아의 쇼퍼백.

그리고 중국의 알리바바가 연합한다면 저 말도 거짓은 아니었다.

“거기에 유버와 그랩까지 뭉쳐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입니다.”

왜 손정의가 우릴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제프의 아마존과 손정의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

그리고 우리의 쇼퍼백이 뭉치고, 유버와 그랩의 차량공유·운송이 합쳐진다면 제국이 건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래는 손정의와의 연합만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생태계로는 부족하더군요. 유버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유버를 대놓고 내려치기 하는 제프 베이조스의 말에 손정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손정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와인 잔을 들고 있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게 보였다.

“유버는 혁신적이었습니다. 차량을 공유한다는 서비스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플랫폼의 힘을 몰랐고, 지금도 그 힘을 기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것입니다.”

“그랩이 우리보다 먼저 들어간 것도 있지만, 유버가 지역에 연착륙하기 위한 대처나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건 나도 인정.”

손정의도 아시아에서의 실패를 인정한다며 와인을 마셨다.

“이제 투자자들 사이에서의 유버는 대처가 느리고 고지식한 플랫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음식 배달과 마트까지 한 번에 연계되는 종합 서비스가 돼야 했었는데, 유버는 늦은 거죠, 유버가 아시아에서 지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말에 손정의는 힘이 빠진 듯 뒤에 있는 의자에 철퍼덕 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아예 와인 병을 들곤 연거푸 마셔댔다.

“어느 가게든 그랩 푸드에 가입할 수 있고, 바이크도 쉽게 등록하여 개인영업이 가능하다는 건 엄청난 장점입니다. 특히나 쇼퍼백과 그랩의 결제 부분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은행 계좌가 엮여있으니 고객은 만들어진 생태계에서 도망을 치기 더 어렵게 되는 거지요.”

제프 베이조스의 칭찬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어떻습니까?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제프 베이조스의 말이 합병인지, 투자인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연계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데, 손정의가 술에 취한 것처럼 혼잣말을 해댔다.

“내가 살았던 일본에서는 전자화폐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있다고 해도 잘 안 쓴다고. 그래서 페이가 나왔을 때 아주 충격이었어.”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혼잣말로 했는데, 그런 혼잣말에 제프 베이조스도 동의를 했다.

“미국도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애플페이는 우리의 생태계 밖에 존재하는 애플의 생태계인 겁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쓰고 있는 신성스타페이를 우리 생태계에서 주력으로 쓰고 싶은 겁니다.”

“흠. 이 제안은 추후에 신성전자 측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독단으로는 확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문제가 쉽게 결론 내기 어렵지만, 오늘 제프 베이조스가 내게 이야기 한 것들은 더 어려웠다.

“이해 합니다. 그랩이 상장 된 이후 쇼퍼백과 남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제 뉴욕에 자주 오게 될 겁니다. 이 근방으로 집을 알아보시는걸 추천드리죠. 제가 추천서를 써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집을 구할 때 부탁할 일이 있으면 그때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건물을 나서는데, 와인을 연거푸 마신 손정의는 취한 것처럼 몸을 비틀거렸다.

하지만, 차에 올라 탄 이후로는 다시 멀쩡해 졌다.

제프 베이조스와 손정의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봤다는 생각에 재미있었다.

“자네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제프가 저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있어. 뉴욕의 투자자들 만큼 정보가 빠른 동네가 없는데, 다들 쇼퍼백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그랩이 아니라 쇼퍼백 이야기를요? 상장 계획도 없는 회사인데 그렇게 화제가 될 정도 입니까?”

“뉴욕의 투자자들은 다들 알리바바가 중국의 내수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을 점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거든.”

“그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군요.”

“북동 아시아는 다 같다고 보니깐. 그래서 알리바바가 라자다를 인수 했을 때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거래를 알리바바가 잡을 거라고 봤어.”

“알리바바를 잡은 쇼퍼백이기에 크게 본다는 거군요.”

“그래. 라자다는 600만 명의 회원 수에서 주춤 거리는데, 개편한 지 1년도 안된 쇼퍼백이 1300만 명 넘는 회원을 모았으니 동남아시아의 알리바바로 쇼퍼백을 보는 거야.”

“그리고 그 쇼퍼백의 주인이 그랩의 창립자로 뉴욕에 상장한다고 하니 화제가 더 되는 것이겠군요.”

“맞아. 그랩 이후 다음은 쇼퍼백이라는 거지. 제프가 저렇게 꼬드기는 이유가 있는거야.”

“저도 모르게 화제의 인물이 되었군요. 하하하.”

“KAD 택배도 주시하는 사람이 많아. 제프 베이조스는 KAD를 더 크게 생각하고 있어.”

“제프와 대화를 하는 중에는 KAD 택배 이야기는 전혀 없었지 않았습니까?”

“패를 다 꺼내서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깐. 동남아의 물류가 좀더 깔리게 된다면 아마존에서는 이득인거지.”

말과 대화에 욕심과 탐욕을 숨겨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스트레스가 쌓였다.

늘 다음 수 까지 생각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제프 베이조스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대단한 기업가를 만나서 멋진데’ 하는 감정이 컸지만, 지금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만든 사업체를 자기 일과 연관 지어 이득을 보려는 흔한 사업가로만 보였다.

물론, 그 단순한 사업가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긴 했지만.

호텔에서 방으로 올라와 레일리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옷을 벗으려는데, 손정의에게 전화가 왔다.

데닐리 탄 없이 따로 둘만 보자고 했다.

***

“제프에게 이야길 들었지만, 유버는 확장성에 한계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지금의 CEO는 자율주행에 힘을 쏟고 있지.”

“제프가 이야기한 연계된 생태계 구축이 아니라 무인 시스템의 혁신으로 방향을 잡은 거군요.”

“그래. 문제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혁신이 될 수 있냐 없냐의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거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니깐.”

지금 유버의 CEO는 자율주행으로 차를 움직이는 무인화를 노리고 있지만, 지금도 차량공유는 각국의 법에 따라 서비스가 불가한 지역이 많았다.

무인화가 된다면 그게 혁신일지라도 실 생활에 들어와 쓰이기 까지는 충돌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실제로 쓰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에게 먹혔지.”

제프 베이조스의 말이 없었다면 지금 손정의의 말을 듣고는 배부른 소리라고 했을 터였다.

하지만, 손정의는 투자자로서 성공해서 이득은 챙겼지만, 자신만의 생태계 형성은 못하고 있었다.

생태계 형성을 위해 투자했던 유버나 알리바바는 작은 왕국은 가능해도 제국은 만들 수 없는 태생인 것이었다.

“나름 철옹성 같은 일본의 라쿠텐도 아마존에 밀려서 지금은 업계 2위가 되었어. 이젠 한 분야만 잘해서는 자기의 영역도 지키기 힘든 시대가 된 거야.”

1997년 창업 이후 줄곧 승승장구하던 라쿠텐도 아마존이 일본에 진출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의 양팡에 투자를 한거야.”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양팡은 한국에서 물류지를 엄청나게 조성하고 있었는데,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것이었다.

“그런데, 쇼퍼백은 동남아에서만 하고 있고, 한국에는 정식 런칭을 아직 안 하고 있던데, 이유가 있는거야?”

“아직 투자 여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랩이 상장되면 그 돈으로 한국에 쇼퍼백을 정식 오픈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그거 딜레이를 해줬으면 하는데. 아니, 그걸 멈춰 줬으면 해.”

“왜 그래야 합니까? 이유가 있습니까?”

보통의 손정의라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반길 사람이지 말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양팡에서 딜리버리 서비스를 할 예정이야.”

“에? 이미 한국은 3개 업체가 딜리버리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런칭했을 때 가능할까요?”

손정의 특유의 투자법.

같은 카테고리의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업체에 투자를 하는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시장 포화상태인 한국에서 가능할까 싶었다.

“추가 런칭이 아니야.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푸드 딜리버리’를 내게 팔게.”

“허허허.”

푸드 딜리버리를 인수하고 싶다는 손정의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농담이 아니야.”

“투자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하지만, 매각은 이제까지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푸드 딜리버리는 저에게 있어서 모기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양팡과 푸드 딜리버리의 연계로 한국에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 그러기에 꼭 필요해. 이제까지 푸드 딜리버리는 지분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더군. 얼마나 자네가 애지중지 한 건지 알겠어.”

모기업이나 마찬가지였었기에 애지중지 했는데, 그걸 인수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손정의가 연계 생태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5조에 사겠네.”

“…일단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5조 원이란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매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팔고 싶지가 않았다.

이건 나 혼자 판단하기 보다는 같이 푸드 딜리버리를 만들어온 임직원들과 이야길 해봐야 할 것 같았다.

편한 침대에 옆에는 레일리까지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

“쓰리, 투, 원!”

퍼펑!

축포가 발사되며 그랩이 상장되었다.

전광판에서 그랩의 지수가 붉은색으로 삼각형이 만들어 졌다.

뿌려지는 꽃가루에 다들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고, 실시간으로 주식이 거래되는 모습에 뉴욕의 거대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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