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77화 (177/203)

177. 강 건너 불구경. (1)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은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쇼퍼백은 당분간 절대 흑자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테슬라 이후 적자임에도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적자로 상장했을 때 들어가는 제반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

손정의가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사이트를 인수 개편한 지 1년 만에 회원수가 80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은 확실히 보통이 아니었다.

축하 파티가 끝이 나서도 손정의가 따라붙어서는 쇼퍼백에 투자를 하고 싶어 했는데, 800만 명 돌파를 축하하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투자를 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투자자들에게 들리는 소문으로는 신성 측에서 쇼퍼백 인수를 제의했다고 하던데. 맞는 소문입니까?”

“뉴욕까지 그 소문이 난 겁니까?”

“신성에서 쇼핑몰을 인수제의 했으니 이례적인 일이라 소문이 날 수밖에요. 신성스타페이 그거 때문인 겁니까?”

“맞습니다. 하루에 2천 건 넘는 신성스타페이 결제가 쇼퍼백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랩 덕분에 스타페이가 동남아시아에 어느 정도 알려졌고, 은행 계좌가 없는 10대와 20대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신성에서 주목하는 거 같습니다.”

하루 2천 건이면 1년에 70~80만 건의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랩에서 일어나는 결제 건까지 합치면 100만 건 이상이었고, 결제수수료만으로도 이제는 몇억씩 수익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럼 인수는 거부하더라도 투자를 받는 걸 추천해 드리지요. 라자다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거기도 알리바바가 인수했으니 끝까지 갈 겁니다.”

그러고 보니 손정의는 알리바바의 주주이기도 했다.

진짜 어디 잘나간다는 소리만 들리면 어떻게든 끼어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신성의 투자를 받아서 등에 업고 가라는 말입니까?”

“신성을 등에 업고, 투자받은 돈으로 쇼퍼백의 밑으로 금융사를 만드는걸 추천드립니다.”

“금융사를 두라고요?”

“파티에선 사람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흑자가 나올 수 없다고 한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금융사를 쇼퍼백 밑에 두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금융사를 일반 기업이 가지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아직 많은 것이 허술한 동남아에서는 은행을 기업이 가지는 게 가능했다.

“쇼퍼백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그 밑에 은행을 만들어서 1년 동안 쇼퍼백에서 거래되는 금액을 그냥 놔두기만 해도 이익이 생기게 될 겁니다.”

손정의는 뭔가 내가 모르는 금융적 기법으로 작업하는 법을 알려 주려는 것 같았지만, 사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수익이 엄청나게 나오는 방법이었다.

쇼퍼백을 거치는 거래 금액만 몇억 달러가 있을 것이고, 그 금액은 계속 입출금이 되며 순환되어 움직이기에 계좌에는 늘 돈이 쌓여 있을 터였다.

그 계좌에 쌓여 있을 돈으로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 아주 쉬웠다.

더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신성스타페이의 지분이 있으니 신성과 협의만 하면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거래 금액 전체가 내 은행을 거쳐 가게 만들 수도 있었다.

선진국에서 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거기까지는 시기상조(時機尙早)인 거 같습니다. 우선 그랩이 상장되고 나면 그때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우선 나와 신성의 투자는 받는 것이 좋을 겁니다.”

“후후 그렇게 하지요.”

***

[동남아시아의 전자 결제 페이 부분 1위에 신성스타페이가 등극!]

중국의 PAY가 득세하는 가운데 만들어 낸 성과라서 의미 깊어…

“이야, 동남아에서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승승장구해서 다 잡아먹을 거라고 하더니 의외로 중국 애들이 힘을 못 쓰네.”

정치 파트 기자에서 경제 파트로 자리를 옮긴 한마음 일보의 김길재 기자는 신성스타페이가 중국 페이들을 어떻게 물리치고 동남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기사를 찾아보니 꽤 흥미로운 기사들이 보였다.

[신성스타페이 동남아 1위 패션 쇼핑몰 쇼퍼백에 5천만 달러 투자 결정!]

[손정의의 비전펀드 쇼퍼백과 KAD 택배에 4천만 달러 투자 결정!]

기사를 읽어보니 쇼퍼백이란 쇼핑몰에서 신성스타페이로 100만 건 이상의 결제 건이 나오고 있었고, 그런 쇼퍼백에 신성과 손정의가 투자를 한다고 되어 있었기에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쇼퍼백이란 쇼핑몰이 뭐가 특별하길래 신성이랑 손정의가 투자를 하는 거지?”

기사를 더 찾아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나온 기사는 이게 전부였다.

영어신문을 검색하니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많은 기사들이 나왔다.

[900만 명의 회원들 대부분이 10대와 20대 초반인 미래 장점을 가진 쇼퍼백과 아시안 걸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인도네시아 물류 시장을 장악한 스타 코퍼레이션과 블루버드 그룹.]

[한국식 빠름빠름 문화로 인도네시아의 택배 문화를 바꿔 가는 KAD택배!]

한참을 살펴보다 보니 쇼퍼백의 CEO가 한국과 네덜란드 혼혈의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쇼퍼백은 한국의 스타 코퍼레이션의 자회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에? 그럼, 이거 푸드 딜리버리랑 같은 오너라는 거야?”

김길재 기자는 좀 더 살펴봤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니깐 푸드 딜리버리의 임건호 대표가 동남아시아에 가서 그랩을 만들었고, 쇼퍼백도 만들었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이거 보통이 아닌데….”

김길재의 머릿속으로 스타 콜라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몇십 년간 이어져 온 콜라의 양대 시장에 스타 콜라가 나타나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봤었다.

“스타마트에 콜라까지 있잖아. 이건 중견기업 이상인데.”

그리고, 임건호에 대해서 알아보다 보니 캄보디아의 골든타워42를 완공시켰고,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 콜라 공장을 만들어 해외 개척을 하고 있었다.

“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거지?”

푸드 딜리버리의 성공으로 임건호란 이름이 잠시 알려진 이후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했기에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건가 싶었다.

그리고, 그의 여동생이 비치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고, 유명 쉐프인 최도협이 매제인 것도 기사가 있었다.

“스토리 텔링이 나름 있는데, 광고 집행을 한국에서 하지 않았으니 띄어주는 기사도 없었구나. 그랩이 뉴욕 상장 IPO를 하고 있다고 하니 특집기사를 써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랩이 상장되기만 하면 한국 재계 순위가 달라질 것 같았기에 김길재는 임건호를 취재하고자 스타 코퍼레이션으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대표님은 한국에 거의 있지 않는다는 말에 인터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자를 대하는 회사의 대응에 확신을 가졌다.

보통 회사는 기자가 CEO와 대담하거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면 돈 봉투를 챙겨주면서까지 일정을 잡아주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스타 코퍼레이션은 일절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발로 뛰어 한국 내 사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

“스타 음료에서 이온 음료와 카페인 음료가 나올 예정이라고요?”

충남 공주시에 있는 스타 음료 2공장에 취재를 와서 견학을 하고 있으니 부사장이란 사람이 신제품에 대해서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네. 스타 콜라가 선방을 하고 있으니 다른 방향의 음료도 한번 시도를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타 음료의 이일찬 부사장은 카페인 음료에도 탄산이 들어간다며 샘플 음료를 건네었고, 카페인 함량에 따라 ‘연습생’, ‘젊은이’, ‘노동자’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음료를 김길재에게 부어 주었다.

“밤샘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노동자 카페인이 맞고, 술과 섞어 마시거나 할 때는 연습생이 딱 맞을 겁니다.”

“이야, 한국에서 카페인 음료가 몇 개 나온 적은 있었지만, 카페인 함량에 따라 라인업을 내는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희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도 노리고 있기에 카페인을 세분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온 음료의 경우에는 컬러에 대해서 고민하다 불투명 회색으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일찬 부사장은 신제품 이온 음료도 내보여줬고, 샘플과 신제품을 꺼내면서 비밀스레 준비하고 있던 초록색 병과 짙은 갈색 병도 꺼내었다.

“아차차, 이것들은 대외비인데 하하하. 기자님. 이 병은 못 보신 걸로 해주십시오.”

“스타 음료에서 소주, 맥주 시장도 준비를 하고 계신 겁니까?”

“하하하. 아직 준비만 하고 있는 겁니다. 준비만.”

이일찬 부사장은 정보를 충분하게 흘렸다고 생각했기에 이후로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롭게 나올 음료와 주류를 준비하고 있다는 떡밥을 뿌렸으니 소문이 알아서 퍼질 거라 여겼다.

하지만, 김길재 기자는 스타 음료에 대한 것은 짧게 인터뷰를 하고, 이후로는 대표인 임건호에 대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흠흠. 이런 부분은 제가 답을 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다음에 대표님이 한국에 오시면 그때 직접 물어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스타 콜라에 대한 것은 안 궁금하신가요?”

“콜라는 이미 저도 가끔 먹기에 충분한 거 같습니다.”

“그럼, 신제품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억하시는 거 맞지요? 이후로는 또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스타 제로 콜라도 만들 예정입니다.”

“오, 제로 콜라까지 하실 예정인 거군요.”

김길재는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고, 오너인 임건호에 대한 이야기도 더 나오지 않을 것 같자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헌데, 갑자기 뛰어온 직원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을 못 하고 있자 기자의 촉이 왔다.

“뭐가 중요한 일이 터진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일이 터진 게 아니라. 대표님이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타 음료에서 혹시 우유 팩 관련해서 가진 기술이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우유 팩? 그건 유업 쪽인데.”

이일찬 부사장은 기억을 더듬어 서류를 뒤적였다.

“아, 혹시 그 일(?) 때문에 한국에 오시는 거 아닙니까?”

김길재 기자는 임건호의 귀국 소식에 왜 귀국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내일 따라가서 대표님 인터뷰를 할 수 있겠습니까?”

***

건호는 신성전자와 손정의에게 9천만 불의 투자를 받게 되자 이 돈으로 손정의 말처럼 금융사를 인수해서 단기간에 쇼퍼백을 상장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랩에 이어 쇼퍼백이 상장하게 되면, 더는 일에 치이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화려한 패션 업계의 모델답게 시원시원한 외모를 가진 레일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둘이 따로 놀러 가서 재미를 좀 보고 싶었다.

그래서 패션쇼를 견학한다는 핑계로 유럽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움은 스타 해운물류의 정경배 사장이 들이닥치며 깨어졌다.

“대표님. 한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조직을 다 움직여야 합니다.”

“물류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중국에 남아 있던 직원이 확인한 내용인데, 2차 멜라민 파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멜라민요?”

멜라민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중국에 분유 사고가 터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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