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이름이 알려지다.
“메가트럭 구매 건으로 보자는 거야? 1차로 50대 구매하기로 했는데, 납품이 늦는데?”
“그 건이 아니라, 다른 건인데요. 투자 건으로 보고 싶다고 합니다.”
“투자 건? 어디에 대한 투자인데?”
“명확한 이야기 없이 대현자동차 윤원호 사장이 투자 건으로 미팅을 요청해 왔습니다. 무슨 투자 건인지 물어볼까요?”
메가트럭 구매 건과는 다른 건이라고 하니 무슨 투자 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만나봐야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만나서 물어보기에는 모양이 좀 빠질 것 같았다.
혹시 몰라 재계에 오래 있었던 비빌 언덕 김독수 전무에게 연락을 넣어봤다.
“윤원호 사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쪽을 담당하고 있는데, 너네 스타 코퍼레이션이랑 뭔가 엮이는 게 하나도 없어.”
“그렇지요? 그런데, 투자건이라고 보자고 하니 뭣 때문인지 알 수가 없네요.”
“대현자동차가 너네한테 투자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결국은 너네한테 투자하겠다는 건데 그럼 그랩밖에 더 있겠냐? 그건 차 굴리는 거잖아.”
“아, 그럼, 혹시 그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를 우리 그랩과 연계해서 뭘 하려는 거 아닐까요?”
“오 그렇겠다. 그러고 보니 올 초에 소이오닉이라는 전기 하이브리드 차가 나왔을 거야. 판매는 좀 신통찮다고 하더라.”
“아, 그럼 그거 관련이 맞겠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준비해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독수 전무가 급하게 알아봐 준 덕분에 투자 건을 대충이나마 추정을 할 수 있었다.
투자 건이니 혹시 몰라 손정의에게 연락을 했다.
“대현자동차라. 안타깝게도 거부하셔야 할 겁니다.”
“IPO에 상장하는 상장 주식 수를 1억 5천만 주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여유가 있지 않은가요?”
“토미 수하르토가 그랩에 투자를 한 이후 다른 쪽으로도 투자제안이 너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 잘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그랩이 흑자 전환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대를 하십시오. 뉴욕에서는 한두 개의 나라가 아닌 6개국 1위에 오른 것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아세안 전체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에 다들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좋군요. 내년 하반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대현자동차와는 투자 건이 잘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랩이 잘 풀려나가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
대현자동차 본사에 도착해서 회의실로 올라가니 대회의장에 10여 명의 임원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회의실에 잘못 들어왔나 했지만, 현대 직원이 실수할 리는 없었다.
회의실로 들어서니 임원들이 다들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는데, 비서인 정윤이와 달랑 두 명이 온 것이 뭔가 뻘쭘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대현자동차가 나를 너무 환대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 하이브리드 부분 사장인 윤원호입니다.”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입니다.”
명함을 교환하며 다른 임원들과도 명함을 교환했는데, 전무, 상무, 본부장 등등 임원들이 다 온 것 같았다.
“요즘 가장 핫하신 분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네요.”
“제가 핫하다고요?”
윤원호 사장의 말에 뭔가 싶었다.
“아. 인도네시아에 계속 계셔서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서는 제2의 이우중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대운 그룹의 이우중 회장 말입니까?”
“네. 예전 90년대 초에 이우중 회장이 유럽과 중동에서 개척 영업하고 하던 때와 임 대표님의 행보가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말이 도는 겁니다.”
“이거 그럼 나중에 망하는 겁니까?”
“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그만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해지고 있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솔직히 이우중 회장 이후로 한국 건설 업체들을 연합해서 해외 공사 받아오는 일이 없습니다. 헌데, 인도네시아에서 그렇게 수주를 받았다고 재계에서는 화제입니다.”
“아, 그런가요. 하지만, 그 건도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라.”
“저희 정보망에서는 거의 확정이라고 하더군요. 1년 내로 공사발주가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헌데, 투자 건으로 저를 보자고 하셨다는데, 어떤 건이십니까? 정보가 없다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습니다.”
“그랩 투자건 때문입니다.”
그랩이라는 단어가 윤원호 사장의 입에서 나오자 김독수 전무와 머리를 맞댄 것이 잘한 것 같았다.
“그랩 건 때문이라면 안타깝게도 투자를 더 이상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투자를 받아서 더는 받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저런. 늦어 버렸군요.”
윤원호 사장은 안타깝다고 이야길 했지만, 전혀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아 기다렸다.
“헌데, 저희가 그랩 투자 건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랩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간접적인 투자가 그랩에 할 것이 있던가요?”
그랩은 차량 공유 서비스일 뿐이었다.
음식 배달이나 바이크도 있었으나 그것은 부가적인 것이기도 하고 투자를 받고 할 것도 없었다.
“네.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대외비로 보안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죠. 어떤 간접적인 투자를 그랩에 하고 싶으시다는 겁니까?”
“우선 이 ‘소이오닉’이라는 전기 하이브리드 차를 타보셨습니까?”
“안타깝게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럼 오늘 가실 때 한번 시승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단, 저희 소이오닉은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 달릴 수 있고,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3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오 좋네요.”
입으로는 좋다고 했지만,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가 싶었다.
“저희가 그랩에 대해서 조사를 하다 보니 그랩의 드라이버들은 하루 평균 200~300km를 운행한다고 하더군요.”
“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일 거리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아, 소이오닉을 저희 그랩에 납품하고 싶으시다는 겁니까? 하지만, 저희는 택시 업체처럼 따로 차를 드라이버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캄보디아와 미얀마에는 그랩 보급을 위해 택시 회사를 차려 운행하고 있긴 하지만, 거기에도 중고 차량을 이용해서 하고 있었다.
“네. 그랩은 차를 드라이버들에게 제공하지 않지요. 그래서 저희 대현 차에서는 간접투자를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랩 렌탈’이란 이름으로 차가 없는 드라이버들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부가 사업을 저희는 제안 드리는 바입니다.”
“렌탈 사업요?”
뒤에서 준비하고 있었는지 직원이 관련 서류를 주었다.
서류를 읽어보니 한마디로 대현자동차가 소이오닉 전기차를 그랩의 드라이버들에게 렌트해 주는 사업을 제안한다는 것이었다.
“저희 임직원들이 미국에서 유버도 이용을 해봤고, 동남아에서도 업무상 그랩을 이용했는데, 북미의 유버 드라이버들에 비해 동남아의 그랩 드라이버들의 차량은 년식이 오래된 차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당연했다.
북미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각축장이기도 하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여 있다 보니 중고를 손봐서 새것처럼 만들어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정말 극소수였고, 대부분이 일본과 한국의 중고 차량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으니 차가 오래되고 후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 일반 렌터카를 빌려서 그랩 영업하는 드라이버를 보았답니다. 거기서 우리 직원이 사내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아예 그랩이나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차량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자고요.”
그럴듯했다.
아니, 그럴듯한 걸 넘어서 사업성이 보였다.
그랩 드라이버들이 하루에 몇 킬로를 운행하고 하는 것을 알 정도라면 이미 동남아시아 렌터카 업체의 렌트비도 다 알 것 같았다.
“렌트 비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하셨습니다? 수지타산이 맞던가요?”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하루에 80싱가포르달러 약 6만6000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일반 가솔린 승용차의 렌트비와 거의 같은 가격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유류비가 적게 드는 소이오닉을 드라이버들은 선택하겠군요.”
“그렇습니다. 해서 싱가포르부터 해서 동남아시아 대도시에 그랩 공식으로 차량을 드라이버들에게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원호 사장이 이야기했듯이 그랩에 대한 간접투자가 맞았다.
“그 가격으로 사업성이 맞으니 제안을 하시는 거겠지요?”
“그렇습니다.”
머릴 굴려보니 그랩에게 손해가 나는 사업은 아니었다.
오히려 차가 없어 그랩 드라이버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드라이버를 더 그랩으로 이끄는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랩은 직접 투자가 안 되니. 아마도, 제 개인으로 법인을 차려 그랩과 거래를 하는 형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 조건을 제시해 주십시오.”
이미 다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서류가 나왔는데, 지금 경영을 맡은 손정의도 한 몫 끼게 해준다면 그냥 바로 좋다고 할 정도의 조건들이 많았다.
일단, 우리는 현지에서 그랩에 등록된 기사들만 관리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차량의 공급이나 정비 등등은 다 대현자동차 측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니 투자를 할 필요도 없었다.
대현 측에서도 판매가 부진한 전기차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자 전기차의 운행 테스트와 충전시설 노하우 등등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확실히 이득이 가는 투자제안이었다.
“바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합작 법인 설립하고 세부 계획은 변호사 대동해서 협약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역시 유명하신 분이다 보니 시원하게 결정하시네요.”
앉은 자리에서 바로 가부를 결정해 버리자 윤원호 사장은 놀랐다.
“대신에 저희가 메가 트럭 1차분으로 50대를 구매하는데, DC 좀 시원하게 해주십시오.”
“하하하. 이젠 협력사이니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
400t 급의 페리 선들이 인도네시아의 큰 섬을 순회하게 되자 기존의 택배사이던 JNW와 J&T는 우리 KAD를 이길 수 없다고 여겼는지 아예 큰 섬으로 들어가는 물량을 우리에게 넘겨 버렸다.
덕분에 여러 섬에도 무료배송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런 화제성 때문인지 9개월 만에 회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아직도 700만 명의 회원에 머무르는 라자다를 젖히고 동남아시아 1위 쇼핑사이트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쇼퍼백 회원 800만 명 돌파 기념과 아시안 걸스 매장 10호점 개장 축하를 겸해서 축하 파티를 싱가포르에서 열었다.
이제는 협력사이자 합작사가 되어 버린 대현 차에서 윤원호 사장과 몇몇 임원이 왔고, 뉴욕에 있던 손정의와 거산의 김독수 전무도 다 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그랩에는 직접 투자를 하지 못했는데, 쇼퍼백에는 직접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투자를 받습니까?”
“하하하. 자동차 관련 인테리어 용품이나 소모품은 거래가 되는데, 대현차에서 뭔가 팔 수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뉴욕에 그랩이 상장되면 주식이나 사야겠군요.”
손정의는 윤원호 사장과 이야길 나누고 그랩 이야기를 했는데, 흑자 전환을 들은 여러 펀드나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헌데, 쇼퍼백이 너무 한꺼번에 확 커버리는 바람에 쇼퍼백 상장을 물어보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이건 상장하지 않을 거야? 쇼퍼백은 이미 창업 4년이 넘은 사이트라서 IPO 조건은 이미 충족되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