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71화 (171/203)

171. 복잡해진 인도네시아.

“으음. 그런 아이돌 스타일의 SPA를 원하시는 거군요.”

자라(ZARA)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 레일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라가 20대를 위한 SPA 브랜드라면 우린 그보다 연령대를 좀 더 낮춘 10대와 20대 초반을 노려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스타일로 싸울 필요는 없으니깐요.”

“그게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스타일이 맞다고 보세요?”

레일리는 175cm가 넘는 자신의 몸매를 보라며 자세를 잡아줬다.

“아이돌 걸그룹이 입는 테니스 스커트라던지 스쿨룩을 제가 입으면 동생 옷을 뺏어 입었다고 할걸요. 걸스 스타일이라면 제 이름을 거는 거보다는 따로 아시안 걸스 같은 이름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아시안 걸스!? 그 이름 좋은데요. 아시아의 모든 소녀를 위한 패션! 아시안 걸스! 괜찮은데요.”

레일리는 그냥 쉽게 이야기했는데 거기에 바로 꽂힌 임건호에게 당황했다.

“아시아 소녀들을 위한 정체성이 그대로 들어 있는 이름이네요. 이거 검색해 봐도 따로 나오는 브랜드도 없고 좋은데요.”

“하지만, 말이 아시아이지 북동아시아부터 동남아시아까지 그 전체를 커버하기 힘들어요.”

“한국식 스쿨룩으로 가야죠. 한류에 묻어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예 아시아의 대도시를 돌면서 패션쇼를 진행하죠. 직접 그런 한국식 아이돌 스쿨룩이 지금 유행이라고 보여 주는 겁니다.”

아이돌들이 입어서 유행하게 된 속바지 있는 테니스 스커트가 대표적인 예였다.

“아시안 걸스 이름에 맞게 아시아의 대도시를 돌면서 패션쇼를 합시다. 각 나라의 10대나 20대 유명인을 모델로 세우는 거죠.”

임건호의 말에 레일리의 머리에는 런웨이가 그려졌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아이돌과 각 나라의 연예인들이 입고 무대에 서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서울,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도쿄, 태국의 방콕 등에서 아시안 걸스 패션쇼를 하는 겁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시안 스타일을 만듭시다.”

정통 패션사업에서 진행하는 패션쇼와는 다르겠지만, 아시아에는 아시아만의 패션 기준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아시아만의 패션 기준을 보여줄 수 있는 패션쇼에 한류 스타들과 각 나라의 여자 연예인들이 나선다면 패션쇼는 금세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쇼를 지원해 줄 스폰서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레일리는 성공이 점쳐졌다.

“이용한다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같이 식사하면서 아시안 걸스 브랜드에 대해 이야길 해보죠.”

레일리는 서슴없이 임건호의 팔을 잡아끌었다.

***

KAD 택배회사가 만들어지고, 레일리의 아시안 걸스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건설사와 금융사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컨소시엄 사람들을 데리고 수도 이전 위원회에 방문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원회의 야니 뚜레일 씨를 찾습니다만 자리에 안 계시는가요?”

“아, 야니 뚜레일 씨는 이제 위원회에 계시지 않습니다. 우선 회의실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우리에게 수주금액까지 나와 있던 문서를 넘겨줬던 야니 뚜레일이 없다는 소리에 당황했는데, 우리를 안내해 주는 직원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회의실에 기다리니 다른 사람이 와서 시간을 끌었고, 1시간이 넘어서야 야니 뚜레일이 회의실로 왔다.

“다른 곳에 있다 보니 연락을 받고 급히 왔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수도 이전 위원회가 추진하던 일이 전면 중지가 되었습니다.”

“네? 그럼, 수도 이전 자체가 중지된 겁니까?”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임 대표님께 이야길 드렸다시피 우리 위원회는 새로운 수도에서 화인들의 영향력을 견제할 방법으로 다섯 개의 축을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그랬지요.”

“그렇게 자신들의 힘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게 화인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보르네오섬 누산타라로 내부 결정했던 것을 번복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쳐내려고 하는 게 뻔해 보였으니 화교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 방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그들이 원하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수마트라섬의 팔렘방입니다.”

자와섬에 있는 자카르타에 비해 싱가포르 쪽으로 더 움직인 것이었다.

“해서 내부적으로 확정되었던 수도 이전은 무기한 연기가 되었고, 화인들의 지원을 받은 의원들을 주축으로 팔렘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물밑작업 중입니다.”

“그럼, 관련된 사업은 이제 그냥 종잇조각이 되어 버린 겁니까?”

“그건 또 아닙니다. 우리가 승리하여 다시 누산타라로 확정을 하게 되면 유효한 서류가 될 것입니다.”

야니 뚜레일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올 연말에는 다시 누산타라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이야길 했지만, 그게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어떻게 되었든 아직 인도네시아의 경제계를 잡고 있는 것은 다 화인들이었으니 정부와의 주도권 싸움이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빌어줄 뿐이었다.

***

“그럼, 이제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이라고 은행을 설득하고 인도네시아로 온 것인데.”

사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우리 회사와 은행은 수도 이전 건이 취소되더라도 큰 손해는 없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달랐다.

저들은 오늘내일하는 회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흠. 그럼 이렇게 합시다. 규모는 다르겠지만, 화교들이 수도로 원하는 팔렘방에 마트 건물을 짓는 것으로 급한 불은 끕시다. 그리고,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필리핀 마닐라, 태국 방콕에도 4층 규모의 대형 마트를 발주하겠습니다.”

계획했던 마트 진출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물류창고까지 하면 대략 1000억 규모의 일은 될 겁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버티십시오.”

계획보다 빨리 대형 스타마트를 오픈하게 되었지만, 유통망이 구축되고 있으니 물류 문제는 없을 터였다.

컨소시엄이 대충 정리되자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가 거산 그룹의 본사를 찾았다.

***

“그래서 저 아가씨를 위해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거야? 예쁘긴 한데…미인계에 넘어가 공사 당하는 건 아니지?”

김독수 전무는 회의실 너머 앉아있는 레일리를 보곤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공사 당하더라도 브랜드나 쇼핑몰이 대박 난다면 좋겠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저런 길쭉한 모델 스타일이 취향이었구먼.”

“흠흠. 일 이야기 하죠. 일! 거산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우리 브랜드 옷 위탁생산이 가능합니까?”

거산그룹의 섬유사업부는 한국에도 공장이 있었지만, 정말 고품질이 아닌 이상 대부분을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단가랑 수량만 맞으면 가능하지. 그런데, 이제 중국 공장을 철수할 생각이야. 사드 문제도 그렇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어.”

“그럼 동남아시아로 생산 공장을 옮기는 겁니까?”

“일단, 기존 인도네시아 공장을 확장할 생각이긴 한데, 미얀마에 새로 짓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 미얀마가 중국 공임의 30% 정도거든.”

“미얀마도 중국처럼 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일단 중국처럼 빠르게 20년 만에 10배로 오르지는 않겠지. 그래서, 우리한테 생산 맡기려고 저 아가씨랑 같이 온 거야?”

“생산도 맡기는데, 작은 공장도 하나 세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SPA이니 빠르게 생산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은 있어야 하겠더군요.”

“자체 공장을 만든다는 건 섬유사업팀에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재고 떨이로 해서 옷을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하는데, 판매 안 된 처리 곤란한 것들 싸게 좀 주십시오. 텍은 우리 브랜드로 해서 팔도록 하겠습니다.”

“흠. 우리 상품으로 기본 가짓수 구성을 맞추겠다는 거네.”

“네. 여자애들이 입는 스타일의 SPA 쪽을 생각하고 있다 보니 초반 깔 게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SPA 쪽으로 덤핑으로 줄 만큼 재고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회의실 가서 제대로 이야길 해 보자고.”

회의실에는 섬유사업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영창 상무도 왔다.

“인도네시아 스마랑에 있는 우리 공장에서 주문 주신 KAD 택배 유니폼과 조끼 1만 장씩을 생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나오는 오더를 받는 것도 바로 처리할 수 있게 핫라인을 지정해 드리겠습니다.”

“거산의 SPA 브랜드 이월 재고 물량도 부탁드립니다. 텍은 제거해서 주시면 우리 것으로 교체해서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다만, 재고가 한국에 다 있다 보니 가져가는 물류비는 그쪽에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요.”

“헌데, 인도네시아에 계속 계셨던데, 수도 이전 관련해서 뭔가 들으신 거 있습니까? 한쪽에서는 보르네오섬 누산타라로 이전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팔렘방으로 이전한다고 하고 어느 쪽으로 따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영창 상무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수도 이전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저희도 건설까지 하다 보니 누산타라 쪽에 줄을 섰는데, 따로 팔렘방 쪽으로도 줄을 서두긴 했습니다.”

“알 수 없다는 거군요.”

“네. 그러다 보니 다른 기업들도 어떻게 할지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도와주시면 저희도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수도 이전 사업이 천억 달러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보니 다들 관심이 있었고, 어떻게든 이득을 보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거산의 섬유사업팀과 이야기를 마무리한 이후로는 동생의 소개로 아이돌 의상을 협찬 중계하는 업체들을 만나 협찬조건이나 스타일 샘플을 받았다.

“정윤이를 통해서 이야기는 들었는데, 저분 괜찮은 거 같은데. 성격도 밝고, 눈에 띄는 외모고.”

“그러니 혼자 힘으로 동남아에서 쇼핑몰을 해서 나름의 성공을 한 것이지. 데뷔 못 한 연습생 중에서 패션 센스가 있어 보이는 애들 좀 구해줘.”

“브랜드가 아시안 걸스라고 했으니 165cm 이하의 친구들이 필요한 거지? 한번 알아볼게.”

“그리고, 도메스틱 브랜드들 중에서 괜찮은 곳 있으면 체크를 해줘.”

“아예 동대문 브랜드를 모아서 편집 멀티샵을 하나 만들어 볼게. 그러면 입점하고 싶은 친구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

중국에서 키웠던 연습생 출신들이 왕홍으로 성장했기에 비치 엔터에는 이미 코디네이터나 패션 전공자가 10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제트핑크 스케줄은 최대한 빨리 당겼는데도 다음 달 말이야. 공연이 아니라 지면 광고와 전속 행사이다 보니 20억이나 줬어. 물론,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3번 더 스케줄 빼 주는 거로 했고, 미니 공연으로 노래 3곡까지 포함하긴 했어.”

“잘했네. 그 정도 가치는 하겠지. 그리고 우리 3번 스케줄 빼주는 건 최대한 늦출 거니깐 그렇게 알아둬.”

한국에서의 일이 잘 처리되자 다시 인도네시아로 왔는데, KAD의 박종일 사장이 문제가 있다며 찾아왔다.

“배송 단가가 안 나옵니다.”

“무료배송 단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네. 말은 무료배송이지만, 유료배송되는 물건을 보낼 때 같이 보내면서 그 비용을 감쇄 처리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헌데이게 아무리 단가 계산을 해도 1:3 이상은 나오지 가 않습니다.”

“1:3이라면 유료 배송 한 개에 무료배송 3개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추정 계산으로 했을 때 1:9까지는 나와야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데, 그 이상 줄여지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뭔가요?”

기존 인도네시아의 택배회사인 JNW와 J&T의 데이터가 있다면 좋았겠지만, 무료배송을 유료배송에 끼워 보내는 데이터가 있을 리 만무했다.

“트럭을 움직일 때 들어가는 고정 비용 때문입니다.”

박종일 사장이 자료를 보여주는데, 문제가 있었다.

“유료도로를 이용하면 톨게이트 비용 때문에 안 되고, 유료도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연료 비용 때문에 1:3 이상이 나오지 않는 거군요.”

“네. 일반 도로로 가면 교통체증과 비포장도로가 많고, 직선거리로 가지 않아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립니다.”

“그래서 유료도로를 이용하면 기름값 이상 운임이 늘어나 버리게 되는군요.”

이건 답이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물류 지점이 표시된 도로 지도를 살펴보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있었다.

“물류망에 가장 중요한 유료도로 6개가 다 훔푸스(Humpuss) 그룹 소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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