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66화 (166/203)

166. 그가 오다 (2).

“손정의가 찾아왔다고?”

“한국에선 손정의라고 부르는군요. 그가 찾아왔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함께하고 싶다고? 뭐를 함께하고 싶다는 거지?”

“뉴욕증시 상장을 함께 하자고 하더군요.”

“뉴욕 상장을? 난 그게 더 이해가 되지 않는데. 지금 유버도 상장을 못하고 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상장을 같이 하자고?”

손정의의 말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근래 가장 크게 투자한 유버도 아직 뉴욕증시에 상장하지 못했는데, 미투 서비스라고 이야길 하는 우릴 상장하겠다니.

“지금 당장 상장시키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미래를 같이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건가.”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투자 모험가’, ‘투자 승부사’로 불리기도 했고, 기업인들의 스타라고까지 불리는 사람이니 실제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일단 한번 보자고 하지. 저쪽 조건을 알아야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깐.”

편하게 한번 보자고 이야길 했는데, 데닐리 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저는 우리 그랩의 지분을 최소 20% 최대 30%까지 손 마사요시에게 넘겼으면 합니다.”

20% 이상 지분을 넘기자는 데닐리의 말에 놀랐다.

대주주로 받아들이자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왜 그렇게 많이 넘기고 싶은 건데? 이유가 있어?”

“홍룡뱅크에서 홍콩증시 상장에 대해서 제안받았을 때 재무 쪽으로 확인을 했었습니다. 지금 그랩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확장되고 유지가 되는 데는 대표님의 개인 자산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 돈은 상장을 하게 된다면 다 받을 거야. 따로 회계사가 정리를 하고 있으니깐 그건 걱정하지 마.”

“창업주 개인의 돈이 회사로 들어와야 운영이 된다는 거기서 한계를 봐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내 돈을 걱정해주는 거야?”

그랩에 들어가는 돈을 걱정하는 데닐리 탄에게 탄산음료나 건설 쪽에서 버는 돈을 투자금으로 넣는다면 몇천억은 여유가 있다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다.

“그게, 대표님의 재산을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제가 과연 언제 배당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되어서 그렇습니다.”

“배당이라.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부족하다는 거겠지? 큰돈을 써야 할 곳이 있는 거야?”

“당장 큰돈을 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랩을 창립할 때 제 지분이 40%였습니다. 이후 각국의 지사가 하부로 들어오고, 투자를 받았기에 지분 구조가 달라지긴 했지만, 지금 제 손에 쥐어지는 것은 주급으로 1500달러뿐입니다. 언제 상장을 해서 제 몫을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주급 1500달러면 월 7,500달러로 환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억대 연봉이었다.

그리고, 회사의 법인카드도 쓸 수 있었기에 금전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유버가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해서 벌써 연수로 7년임에도 아직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장을 언제 할지도 알 수 없고요. 후발 주자인 우리 그랩이 과연 상장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며 무거운 말을 하는 데닐리 탄을 보니 왜 그가 큰돈을 필요로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일에 매몰되어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해진 것이었다.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보니 흑자 전환이 힘들어 보였고, 일확천금이라고 할 수 있는 IPO 통과 후의 상장도 언제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데닐리 탄은 그 상황에 잡아 먹힌 거였다.

이렇게 일에 잡아먹히게 만든 것은 아마도 홍콩증시에 상장하자고 꼬드겼던 홍룡뱅크일 터였다.

나를 포함하여 다른 한국 직원들은 그랩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스타페이 일도 하고, 골든타워42, 탄산 음료 일도 같이 하고 있었다.

넓게는 한류 콘서트 관련이나 블루버드와의 유통일까지.

싫든 좋든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에 회사가 계속 발전되고 있으며 그 미래가 밝아 보인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데닐리 탄은 그랩 하나에만 몰입해서 일을 하다 보니 적자와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주식 상장이란 무게에 짓눌려져 버린 것이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라 심리적인 리플레시는 알아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었던 듯했다.

그래서 그 불안한 감정을 돈으로 채워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손정의에게 지분을 대량으로 팔고, 그 투자금을 가져가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안정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확신이라….”

데닐리 탄에게 확신을 쥐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데닐리 탄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밑 빠진 독에 내 개인 자산을 계속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버의 7년이 넘는 적자와 비상장.

이제 2년 차인 그랩.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상장.

워낙에 투자 금액이 작고 택시와 그랩 푸드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다 보니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작게나마 흑자 전환이 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베트남과 태국 등에는 개척 확장을 해야 했기에 투자금이 더 들어가야 했고, 대만이나 홍콩까지 시장을 넓히려면 투자는 계속되어야 했다.

데닐리 탄의 말마따나 흑자를 언제 기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데닐리 탄의 이야기 덕분에 내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넣고 있었다는걸 그제야 깨달았다.

IT 기술주들은 그 혁신성과 미래가 기대 되기에 가치를 평가 받지만, 실제 그런 기술주들이 성공한 사례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애플, 오라클 같은 오피스 관련 기술주 밖에 없었다.

오피스 기술주와 상관 없는 엔터 쪽과 SNS쪽의 IT기술 업체들은 그 서비스 특징에서 광고를 넣을 수 있기에 흑자 전환을 이루고 상장을 했었다.

하지만, 유버나 우리 그랩 같은 공유서비스는 그런 서비스 외적인 부분에서 수익을 보기가 힘든 구조였다.

물론, 음식 배달과 결제에 쓰이는 페이(PAY)류에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부족했다.

결국 우리 같은 공유서비스는 IPO 통과 후 상장을 해야지 만이 돈을 만져볼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 그랩을 만들었을 때 회사의 장기적 목표로 삼았던 것이 떠올랐다.

상장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것.

IT 기술 창업을 하는 모든 창업자들의 목표였다.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고, 그 이용자를 바탕으로 상장하거나 매각으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상장과 매각으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미 들어간 몇천억의 내 돈을 위해서라도.

“좋아. 네 의견을 받아들이지. 손정의와 한번 만나서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데닐리 네가 원하는 조건의 돈을 준다면 그걸 받고 배당을 하면 너도 큰돈을 만지게 될 거야. 그러면 되겠지?”

내 말에 만족한 듯한 데닐리를 보다 보니 한국 증시에 푸드 딜리버리나 스타 음료를 별도로 상장시키거나 우회 상장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했다.

***

“중국 쪽 일에 집중하고 정리가 끝나고 보니 이미 동남아시아에는 그랩 택시와 그랩 카가 시장을 잡고 있더군요. 생각지도 않은 젊은 경쟁자의 등장에 한 방 제대로 먹었습니다.”

손정의는 알려진 평가보다 말이 많고 유한 사람이었는데, 시종일관 자신이 중국 디디추싱에 집중해 있는 동안 동남아를 잡아 먹은 우리의 발빠른 행보를 칭찬했다.

“특히, IT 기기의 보급이 낮은 동남아에 스마트 폰을 드라이버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한 것이 키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덕분에 빠르게 드라이버들을 확보했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 드라이버들을 위한 식당이나 지역의 특성에 맞게 현금결제와 바이크를 통한 택시 영업 등등 유버가 하지 않았던 방법들로 확장을 금방 이루어 낸 것을 높게 평가해 주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방법으로 확장을 이루어 낸 것은 놀랄 만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까? 그랩의 10년 후 말입니다.”

손정의의 말에 매각이나 상장 후 돈을 챙기는데 까지만 생각해 봤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투자를 받아 여유가 생긴다면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인도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와 같은 새로운 물류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좋군요, 동남아시아와 인도까지 이어지는 물류망. 괜찮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우리 유버가 먼저 선점을 하고 확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손 사장님이 우리에게 투자를 하고자 하시니 중국의 디디추싱에서 동남아의 그랩을 거쳐 인도의 유버까지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 지겠군요. 북미보다 더 큰 규모의 시장을 장악하실 수 있겠습니다.”

“신 실크로드겠군요. 하하하.”

보통의 투자자나 기업가들은 자신의 분야에 투자를 한번 하면 이후로는 비슷한 다른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이니 비슷한 다른 곳도 잘 알기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투자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명언이 그런 투자방법에 대한 경고의 말이었다.

자신이 잘 안다고 비슷하거나 같은 계통의 회사에 투자를 계속한다면 한번 시장이 무너졌을 때 같은 계열 전체가 박살이 나기 때문이었다.

해서, 투자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한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투자 모험가, 승부의 모험가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손정의는 같은 분야임에도 투자를 결정한 것이었다.

유버에 이어 디디추싱.

그리고 그랩까지. 모두 다 차량공유 서비스였다.

어쩌면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아 그걸 뭉쳐 보려는 건지도 몰랐다.

“하하하. 그럼 그 신 실크로드를 위해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는 투자를 통한 그랩의 경영에 참여를 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손 사장님의 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계신지 먼저 조건을 알려주십시오.”

“데닐리 사장에게 받은 정보를 보면 그랩 법인 하부에 각 나라별 그랩 법인이 있는 지배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이 구조는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각국의 은행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분도 복잡했지만, 취합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투자를 받는 것에 적극적이었던 데닐리 탄이 정보를 다 넘겨준 것 같았다.

“그랩 법인의 지분 30%를 3억 달러에 인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주의 자격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를 할 생각입니다.”

3300억.

그랩의 가치를 10억 달러로 봐줬다는 게 일단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데닐리 탄이 말한 것들이 있기에 예상하던 범위 내의 지분과 금액이었다.

“반응이 크지 않은 것을 보니 놀랠 만큼은 아니었군요. 30%라고 나름 크게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하하하. 대신에 제가 이건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2년 이내 뉴욕에 상장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손정의에게 상장을 위한 브로커 비용을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버도 아직인데, 우리 그랩이 2년 내 상장을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유버와 그랩은 다릅니다. 유버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곳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드라이버 없이 무인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니깐요. 하지만, 그랩은 다릅니다.”

데닐리 탄이 줬을 것 같은 서류를 손정의가 가리켰다.

“말레이시아는 2년 차에 캄보디아는 1년 차에 바로 흑자 전환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랩은 번 돈을 자율주행이나 그런 곳에 투자하지 않고, 공유 딜리버리 사업에 올인하고 있기에 흑자 전환이 빠를 것입니다.”

매출 규모가 80억 달러에 이르는 유버는 적자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했지만, 그랩은 매출이 6억 달러이지만 적자 규모가 2천만 불 규모로 확실히 차이가 났다.

“1년 동안 매출 조정을 하고 투자를 줄여 단기적으로 흑자로 보이게 하면 내 후년 2017년에는 뉴욕증시 상장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상장 전 주식은 1억 주로 주식 정리를 하게 될 겁니다.”

미래가치나 그런 장기적 안목 보다는 상장 요건만을 갖추어서 어떻게든 상장 시키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말이었다.

결산 지분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데닐리와 나는 2천만 주에서 3천만 주를 가지게 될 것이고, 주가가 30달러만 되어도 6천억, 9천억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지분 투자 부분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그랩 경영방침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상의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요. 제가 한국에 사흘 동안 머물 예정입니다. 그전에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손정의를 돌려보내자 데닐리 탄은 참아왔다는 듯이 바로 이야길 했다.

“저거 그대로 다 받아 들이면 안됩니까?”

데닐리 탄은 상장해서 큰돈을 만지겠다는 욕심이란 녀석에게 먹혀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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