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그가 오다. (1)
“수도 자카르타에는 천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도시권역 인구까지 합치면 3천만 명이 자카르타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빅 메가 도시라는 서울과 도쿄를 넘어가는 인구수였다.
“자카르타에 인구가 많다 보니 마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가 무분별하게 개발되었고, 지원금으로 올린 고층 건물이 급증하자 지반이 침하되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평균 7.5cm씩 가라앉고 있지요.”
야니 뚜레일의 말처럼 보틀링 공장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서 한 것이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것이었다.
자카르타는 지반이 매년 가라앉고 있다 보니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상태였기에 지하수를 끌어 올려도 소금기가 섞인 지하수만 나왔었다.
결국 지금 공장에서 4km 정도 떨어진 산에서 지하수를 가져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수도를 이전해서 자카르타에 사는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 수도 이전에 100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라는 말처럼 새로운 수도를 만드는데 그렇게 돈을 쓰면 사람들이 몰려갈 게 당연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잡고 있는 화인들은 물론이고 중국 본토의 건설회사와 일본의 건설회사들도 이 수도 이전 건에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운 수도에서도 경제권을 잡을 수 있게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왜 이렇게 따로 불러서 이권을 나눠 주는지 알 것 같았다.
기존 자카르타에 만들어져 있던 경제 주도권을 새로운 수도에서는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화인이나 중국인, 일본인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권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에서는 수도 이전을 하면서 그 주도권을 정부가 잡길 원합니다. 수도를 옮기며 화인들에게 집중된 경제권을 본토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나눠줄 것입니다.”
“쳐낼 수 없으니 다른 축을 만들어 서로 견제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이해가 빠르시군요. 화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그리고 프리부미(pribumi 자국민이란 뜻)가 다섯 축을 이루어 서로 견제해 주기를 우리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합니다.”
“그 오각형 축에 저희 스타 코퍼레이션이 선정되어서 다행이군요.”
“노니 푸르노모가 강력하게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알아보니 노니 푸르노모 부사장의 말처럼 스타 코퍼레이션이 우리 인도네시아에 필요한 회사라고 생각이 됩니다.”
야니 뚜레일은 두 사업에 대한 입찰 가이드라인을 담은 서류를 내주었다.
서류를 받아 검토하는데, 그런 임건호의 모습을 야니 뚜레일은 찬찬히 살폈다.
가문의 힘이나 도움 없이 샐러리맨에서 지금의 회사를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미국의 그 유버를 젖히고 아시아 전역에 그랩을 보급했고, 유통업과 건축업까지 소유한 미래의 글로벌 대기업을 이끌 사람으로 보였다.
야니 뚜레일이 임건호를 살피는 동안 임건호는 서류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가이드라인 서류라고 했지만, 그냥 최종 입찰 가격까지 다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상하는 오각형의 한 축 중에서 한국이 가장 세가 약하니 우리에게 이렇게 정보를 주는 건가 싶었다.
가장 세가 강한 화교와 금융계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견제를 해 드리는 것만으로 이런 공사를 받으니 미안할 정도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나중에 인도네시아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주시면 됩니다. 아마도, 보르네오섬에 생길 새로운 고속도로에는 정비소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하하하 그렇지요. 노니 푸르노모 부사장님이 요청하신 정비소와 정비학원을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는 노니 푸르노모와 야니 뚜레일에게 사회 환원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하며 자리를 물러났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새 수도의 위치를 알았으니 어떻게 유통망을 깔아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수도로 들어가는 보르네오섬 항만 공사는 어느 축에서 맡아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항만은 일본의 미쓰비시에서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항만에서 브루나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맡게 될 겁니다.”
대충 지도와 비교해서 보니 물류 창고를 어디에 지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항만의 대형차량 수리도 필요하니 그쪽으로 정비소와 정비학원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기숙사도 있어야 하겠군요.”
캄보디아에서처럼 학원을 짓는다는 핑계로 부지를 확보할 요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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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자존감이 강하거나 화인들처럼 까탈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수수한 사람이군요.”
야니 뚜레일은 임건호가 나간 문을 보며 생각과는 다른 이미지라고 이야길 했다.
“화인들과 다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세련된 비즈니스 매너를 보여주는 화인들은 겉으로는 젠틀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자기들의 이익으로 끌고 갑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노니 부사장이 저 사람을 신뢰하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그럼, 블루버드가 어디를 맡아주실지 이야길 하죠. 우리 프리부미 축의 핵심은 블루버드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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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와는 재 수교한 지 18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뭔가 콘서트에 가져다 붙이기에는 애매한 연차인데요.”
“18년? 기념하기에는 안 맞는 숫자네. 공산정권 때 단교했다가 다시 수교를 한 거라 기념 콘서트도 안되고, 뭔가 가져다 붙여서 콘서트할 게 없네.”
건희는 스타 콜라 홍보를 위한 동남아 한류콘서트를 준비해 달라는 말에 각 나라별로 가져다 붙일 꺼리를 찾고 있었다.
단순한 콘서트보다는 한국 외교부나 문화관광부와 협력해서 콘서트를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크게 행사를 할 수 있었고, 준비 사항도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어떻습니까? 한캄 우정의 다리를 메콩강에 건설한다고 합니다.”
“우정의 다리?”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요청하여 메콩강에 천억이 넘는 다리를 한국이 놔주기로 했다는 거였다.
양허성 유상차관(EDCF)으로 한국이 80% 이상의 금액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었다.
“이거 좋네. 아직 다리는 착공도 하지 않았지만, 기념하기 좋잖아. 이거로 가자.”
한국과 캄보디아의 거래 규모가 1년에 10억 달러도 안 되는 상황에서 1억 달러에 달하는 다리를 놔주는 것이니 과도한 지원으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외교 관계와 한캄 FTA를 위해서라도 먼저 베풀어 두는 것이 맞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런 정부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자기 돈으로 한캄 우호 콘서트를 열어주겠다고 하니 외교부와 문광부에서는 현지 외교공관에 적극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현지 대사관이 나서니 캄보디아 정부에서도 한류콘서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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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국립 방송에서 중계해주는 캄한, 한캄 우호의 다리 착공기념 콘서트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원길대학교 의과대학 자원봉사자분들이 의료 봉사를 나와주셨고요. 한영대학교 기계과 학생들과 영한대학교 건축과 학생들의 자원봉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 MC가 바원봉사단체를 이야기를 하자 화면에는 TV화면에는 한국에서 온 단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캄보디아가 아시아에서 최빈국에 해당하기에 한국에서 봉사단체 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이런 우호 행사가 있다는 말에 다들 콘서트장에 온 것이었다.
이런 모습이 TV에 나가니 캄보디아 국민들도 한국 정부에서 캄보디아에 다리를 놔주고, 의료 봉사 및 우물 파주기 같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행사는 캄보디아에서 직접 콜라를 생산하고 있는 K스타 콜라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다들 뭐해. 어서 콜라 한 잔씩 들 해! CF 노려야지!”
개그맨 진행자의 한마디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이돌들은 웃으며 콜라를 마시는 시늉을 했다.
캄보디아는 주로 한류콘서트가 열리는 태국, 싱가폴, 인도네시아에 비해서 경제 규모가 작았기에 한국 가수들의 현지 콘서트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었다.
덕분에 첫 한류콘서트가 열린다는 소리에 옆 나라인 라오스에서도 사람들이 올 정도였고,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메콩강 하구를 가득 채웠다.
현장에서의 인파와 캄보디아 전역에 송출된 한류콘서트 덕분인지 한국 콜라가 캄보디아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가격까지도 코카콜라나 펩시에 비해 저렴하니 스타 콜라가 탄산음료 3위에 바로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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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는 엮을 수 있는 정부의 기념사업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미 몇 번의 한류콘서트가 있었기에 한류 공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냥 스타 콜라 출시 기념으로 콘서트를 열었고,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 보니 수월하게 행사도 마무리되었다.
“콘서트 티켓을 무료로 배부했던 SG편의점의 인지도도 올라갔지만, K스타 콜라가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세븐일레븐과 로손 편의점에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세븐일레븐과 로손은 인도네시아에서 천 개가 넘는 편의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매출이 바로 2배로 상승했다.
“캄보디아에서 과잉 생산되는 것은 인접국인 태국과 라오스로 물류 확장을 하기로 했고, 인도네시아에서 과잉 생산된 것은 중국으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중국으로? 단가가 나오던가요?”
중국으로 스타 콜라를 가져가겠다는 박종일 해운물류 총괄의 말에 단가가 맞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마트를 하며 알았던 기존 중국 유통망에 넘길 정도는 됩니다. 배가 정기적으로 오가기에 중국으로 갈 때 남는 공간에 채워간다면 이익이 나옵니다.”
“확실히 생산 단가가 싸다 보니 탄산음료는 돈이 되는군요.”
“한류 덕분이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미 인도네시아나 태국에는 자국의 탄산음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류 브랜드 파워가 있다 보니 한국 콜라라는 이유만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한류 관련 행사나 자국 출신 한류 아이돌을 최우선으로 해서 CF도 한번 해봅시다. 한류에 어떻게든 묻어가야 합니다.”
***
콜라 생산과 유통이 안정적으로 풀려가자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건에 대한 컨소시엄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여러 건설업체와 금융사를 만나고 있었다.
헌데, 갑자기 데닐리 탄이 한국으로 온다고 연락이 왔다.
“확실히 한국의 인프라는 무시할 수가 없네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도 다 갖춰져 있잖아.”
“눈에 보이는 인프라가 다는 아니더군요. 인적 구성이 가지고 있는 내적 인프라는 아직도 20년은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인프라가 있다고 해도 그 인프라를 다루는 사람들이 차이가 나면 그 결과가 다르기도 하지. 근데, 한국도 70~80년대에는 다 그랬어. 그런데 한국 찬양하러 온 거야?”
“하하하. 찬양도 좀 할 수 있지요. 그저 다른 나라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그런 내적 인프라가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온 건 홍콩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안? 홍콩에서 그랩 관련으로 인수제안을 받은 거야?”
“홍콩의 홍룡뱅크에서 자신들이 주관사로 해서 홍콩증시에 상장시키고 싶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상장?”
그러고 보니 그랩이 창립된 지 2년이 넘었으니 IPO 추진 조건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아직도 그랩은 적자였다.
“테슬라가 안 좋은 선례를 남겼구만. 우리도 테슬라처럼 상장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적자상황에서는 상장을 하게 되더라도 크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거야.”
“홍룡뱅크에서도 적자이지만, 홍콩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법인 작업으로 홍콩 지사에 매출을 집중해 주면 상장을 어떻게든 시켜주겠다고 합니다.”
“작업을 치자는 거네.”
우선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장하자는 것이 아니었기에 걸렸다.
“그렇게 작업을 해서 상장하게 되면 홍룡뱅크에게 약점이 잡히게 되어서 좋지 않아. 자기들도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설치면 막을 방법도 없을 거야.”
“네. 저도 그걸 알고 있기에 거부를 했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종결된 거잖아. 왜 이야길 하는 거지?”
“홍룡뱅크와는 그렇게 이야기를 끝냈는데, 상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손 마사요시가 찾아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