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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64화 (164/203)

164. 오각형을 그리는 곳.

패스트푸드점이나 뷔페, 음식점에 비치되어 있는 탄산음료 기계 속을 보면 탄산이 들어가는 가스통과 물이 나오는 호스, 그리고 원액이 들어간 팩이 들어있는 게 기본이었다.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그 3곳에서 탄산가스와 물, 원액이 섞이며 탄산음료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병입(甁入)이라 불리는 보틀링 과정도 이 탄산음료 기계를 좀 더 크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콜라, 사이다 원액과 물, 탄산 주입기, 병·캔 밀봉기가 자동으로 세팅이 되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탄산음료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일찬 부사장과 기술진들이 비행기로 원액을 옮겨왔고, 인도네시아의 스타 콜라 보틀링 공장에서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오는 배에 실어 온다면 생산 단가가 더 떨어질 겁니다. 여기서 제조되는 캔과 페트병을 쓴다면 캔 음료는 200원대 페트 음료는 500원대로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맛은 한국에서 생산된 것과 같은 거 맞습니까?”

“일단 물맛과 탄산 함유량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물은 한국에서 쓰는 삼투압 정수기를 통과한 정수만 쓰기에 거의 같을 겁니다. 탄산도 최대한 함유량을 같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름 콜라 맛을 잘 안다는 직원들과 보틀링 공장에서 근무할 현지인 직원들에게 시음을 시키고, 국내 생산 콜라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40여 명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어디서 생산된 콜라인지 대부분이 구분하지를 못했다.

추가로 코카콜라와 펩시와 섞어서 시음을 시켰을 때도 입맛이 민감한 몇 명을 빼곤 다들 콜라와 펩시도 구분하지 못했다.

사이다의 경우에는 스포라이트와 세븐업보다 매실 사이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맛으로는 빠지지 않는다는 거네.”

포장 디자인도 태극기의 태극 문양을 기준으로 만들다 보니 붉은색만 보면 코카콜라 같기도 했고, 푸른색은 펩시 같아 보이기도 해서 틈새 공략에 딱이었다.

이름도 ‘K스타 콜라’라고 달았으니 한류 버프까지 생각을 한 작명이었다.

“일주일 정도 생산제품 확인해 보고 바로 캄보디아 공장으로 가서 시범 생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몇몇 나라를 빼곤 코카콜라와 펩시가 탄산음료를 80% 이상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20%를 각국의 탄산음료가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어야 했다.

콜라·펩시와 각국의 탄산음료 사이 갭(gap)에 끼어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기 위해서는 한류의 힘이 필요했다.

“한국 드라마에 PPL로 노출을 시킵시다. 그 드라마가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에서 방영되는 일정을 잡으면 본격 마케팅을 시작합시다.”

“그러면 너무 시간 차가 크지 않겠습니까? PPL은 드라마가 방송되기 3~4개월 전에 협의해서 잡아야 하고, 그 드라마가 방송 종료되고 외국에 방송이 되려면 짧아도 6개월 이상 걸리게 됩니다.”

동남아 총괄인 이종민은 이런 드라마 일정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

“짧아도 6개월 이상 걸린다면 길긴 기네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한국 가수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콘서트한다고 하면 관중 수에 맞게 무조건 협찬을 합시다. 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콘서트를 한다면 K스타 콜라를 콘서트장에서 뿌립시다.”

콘서트장에서 뿌린다고 했지만, 실제 동남아에서 유료 수익을 노리고 콘서트가 열리는 나라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치 엔터를 통해서 음악방송과 연계된 한류 콘서트를 진행할 때 메인스폰서로 홍보를 하도록 합시다.”

중국에서 한류 콘서트로 재미를 봤으니 동남아에서도 한류 덕을 보려는 것이었다.

“동남아에서 유통 말고 생산해서 판매하는 첫 제품이니 다들 힘들 내어 봅시다!”

콜라와 사이다가 생산되자, 블루버드와 연계된 물류망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탄산음료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자카르타와 가까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까지 소매 유통되며 음료 냉장고의 한쪽을 차지하게 되었다.

***

“푸르노모 가문에서는 이 스타 코퍼레이션이라는 한국 기업을 미는 겁니까? 이 회사에 뭔가 특이한 게 있었습니까?”

인도네시아의 부통령인 ‘아레 칼라’는 생각지도 않은 한국 기업의 이름을 보고 노니 푸르노모에게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화인이나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추천을 드리는 겁니다.”

노니 푸르노모는 얼마 전 자동차 정비소 건으로 요청을 했을 때 거부당한 일이 떠올랐다.

사실 자동차 정비 건이 운송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블루버드 그룹의 골치 아픈 문제이긴 했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건으로 지금 인도네시아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회사는 스타 코퍼레이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 코퍼레이션이 일본인들과는 아직 사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화인이나 중국인들과는 사업을 해 봤기에 그들을 잘 압니다. 서로 견제시키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을 한국인들에게 떼줘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견제가 될 겁니다.”

“한국인들에게 한 축을 맡기더라도 대기업인 신성이나 대현이 아니라 스타 코퍼레이션이어야 하는 겁니까? 신성그룹과 대현그룹은 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옮겨간 이후 3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도네시아가 투자가 없어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Nusantara)로 옮기게 되면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겁니다. 그러니 투자도 하겠다는 신성그룹이나 대현그룹을 내세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투자를 하기로 한 기업들은 결국 우리의 천연자원을 그 이상으로 뽑아 갈 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그들이 자선 사업을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부통령 아레 칼라는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하는 이유가 결국 그 투자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 이상으로 뽑아 간다는 기업들의 행태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스타 코퍼레이션이란 기업은 좀 다르더군요.”

“다르다고요?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추구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속임수입니다. 노니 푸르노모 부사장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타 코퍼레이션은 그 이익 추구의 방법이 다른 기업들과 달랐습니다. 우선은 ‘그랩 어플’을 보급시키기 위해 스마트 폰을 무료로 나눠줬다는 건 다들 언론을 통해 아실 겁니다.”

“그랩이 그런 IT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에 미래를 보고 그렇게 한 것이겠지요.”

“네. 맞습니다. IT기기가 많이 풀리고 스마트화되어야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같은 서비스를 하는 유버가 그렇게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화를 위해 돈을 지출하던가요?”

유버는 물론이고, 자국에서 시작한 고젝도 그렇게 무료로 스마트 폰을 뿌리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캄보디아의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학원과 공업 대학교를 세운다고 하더군요. 지금 우리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사업을 하는 글로벌기업 중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겠다고 하는 곳이 있었습니까?”

부통령 아레 칼라는 미국에서 공부했기에 미국의 재벌들이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네슬레 같은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세운다거나 하는 사회 환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타 코퍼레이션은 제대로 된 사회 환원을 하는 기업이기에 선정하고 싶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글로벌기업을 떠나,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여러 기업체들도 반성을 해야 합니다. 수익을 얻은 후 사회 환원에 너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본사의 이전도 가능한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본사의 이전이요?”

“글로벌 대기업들은 본사가 자국에 있기에 인도네시아에는 대부분이 지사를 설립해서 운영을 합니다. 하지만, 스타 코퍼레이션은 한국의 본사보다도 캄보디아의 지사가 훨씬 더 크고 잔류인력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사업을 선정해 주고, 밀어준다면 새로운 수도인 ‘누산타라’에 스타 코퍼레이션의 본사가 이전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스타 코퍼레이션 같은 기업은 그렇게 사업 기반을 옮겨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성그룹이나 대현그룹은 그 주력을 이끌고 우리 인도네시아 누산타라로 이전해 줄까요?”

아레 칼라는 노니 푸르노모가 강력하게 스타 코퍼레이션을 밀어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국에서 굳건한 기반이 있는 글로벌기업들은 인도네이사에 투자를 하겠다고 하지만, 절대 자신들의 본사를 옮겨오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 중견기업에 본국인 한국보다 캄보디아에 사업체가 더 많다면 본사를 아예 옮겨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돈을 투자해서 수익을 얻어 가겠다는 기업들보다는 인도네시아에 본사가 있는 자국의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에 더 이득인 것이었다.

“좋습니다.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 인프라 사업에 블루버드 그룹과 스타 코퍼레이션이 참여해 주십시오. 주택단지 사업과 유료 고속도로 사업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화인들과 본토 중국인들이 붙지 않게 잘 배정하셔야 하실 겁니다.”

아레 칼라 부통령도 화인과 본토 중국인들이 싸우게 만들어야지 같이 붙어먹게 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일본과 한국, 화인과 본토 중국인,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들이 서로를 견제해서 치우치지 않는 ‘오각형’을 만들어 주길 원했다.

그래야 정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가칭 수도이전 위원회의 야니 뚜레일입니다.”

블루버드 그룹의 노니 푸르노모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는 말에 따라나서니 인도네시아 정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임건호입니다. 헌데, 수도 이전 위원회라면. 수도 이전 지역이 발표가 난 것입니까? 아직 의논만 되고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해야 혼란이 덜하니까요. 정리가 되고 맡을 분야가 다 확정이 되면 그때 정식으로 발표가 될 겁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길 하는 야니 뚜레일의 모습에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수도 이전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도 난리가 났었던 적이 있었다.

국회 비준과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이들의 소송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소송이야 대법원의 판결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였으니 넘어가더라도 국회의 비준이 제대로 되는지가 궁금했다.

국회에서 수도 이전법이 통과되어야 수도 이전이 확정될 터인데, 그런 국회의 동의 같은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이야길 했다.

“블루버드 그룹과 스타 코퍼레이션에게 주택단지 건설과 총 길이 340km에 달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맡길 예정입니다. 한국 건설회사와 은행을 묶어 컨소시엄을 만들어 주십시오.”

야니 뚜레일이 내미는 서류를 보니 국회나 다른 곳을 신경 쓰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권.

서로 나눠 먹을 수 있게 골고루 배분해 준다면, 수도 이전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이권을 못 먹은 곳에서 난리를 칠 수 있겠지만, 이권을 주지 않아도 될 정도의 세력이라면 무시해도 괜찮은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걸 왜 저희에게 주시는 겁니까?”

합쳐서 30억 달러나 되는 사업을 그냥 불러서 준다고 하니 뭔가 뒤에 숨겨진 내용이 있을 것 같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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