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짭짤한 탄산.
뉴세계는 백화점과 소매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음료 생산은 하지 않았기에 유통을 받아준 것이 이해된다고 하지만, 코카콜라의 정식 보틀링 회사인 SG가 유통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 심재일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
중국에서 ‘판다요원’ 어플의 지분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임건호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었다.
그저 어플의 지분을 청산하고 중국을 뜬 운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콜라와 사이다를 만들어 탄산음료의 점유율을 뺏어 먹고 있으니 마치 임건호가 일부러 자신을 훼방 놓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스타 코퍼레이션과 임건호에 대해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예전처럼 작업하게 SG쪽에 연락을 넣어. 실무자끼리 만나서 작업을 하자고 해.”
“저 실장님. 그것이…이미 실무자끼리 만나서 대책 회의를 했는데, SG에서는 그냥 자기들 유통망에 온전히 받아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뭐? 그놈들 미친 거 아냐? 이제까지 미친 짓 해서 말려 죽인 콜라가 몇 개인데, 갑자기 이걸 받아 준다고? 이건 왜 받아준다는 건데? 뭣 때문인데?”
“그것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SG 유통사업부 사장 라인에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스타 콜라 만든 놈이 SG그룹 사생아라도 되는 거야? 제 살 깎아 먹는 건데 왜 그냥 놔두겠다는 건데?”
새로운 콜라를 막지 않고 놔두겠다는 SG 측의 이유를 알 수 없어 심재일은 미칠 지경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LT 혼자서는 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SG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알아보고. 요식업에 스타 콜라, 사이다가 못 들어가게 주류 파트 쪽을 쪼아.”
“네.”
담당 직원들은 고갤 숙였지만, 심재일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스타 콜라 동향 보고서가 더 화를 돋우고 있었다.
“명량대첩이 천만 명을 넘길 수 있대?”
“네. 천만 명 돌파가 거의 확정이라 광화문 광장에 무대 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PPL로 협찬한 816 콜라가 더 노출될 것 같습니다.”
PPL 조건이었는지 배우들 인터뷰 자리마다 콜라 캔이 놓여 있는 것을 심재일도 직접 봤다.
“제길. 왜 우린 이런 PPL을 미리 못 잡은 거야?”
“스타 코퍼레이션 대표의 여동생이 연예기획사를 하다 보니 이쪽으로 발이 넓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적을 쌓아 3세 후계구도를 굳히려고 했던 중국 쪽 사업은 사드와 한한령으로 인해 개 박살이 났다.
3조나 되는 돈을 쏟아부어 마트 250곳과 백화점 30여 곳을 개척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다 터져 나갔고, 매장을 마트 50곳과 백화점 10곳으로 줄여 버티려고 했던 계획도 취소되었다.
사드 문제가 예상보다도 긴 문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트 10곳과 백화점 1곳만을 상징적으로 남겨 두기로 결정을 했지만, 그 규모로는 손해만 계속 쌓일 것이 뻔했다.
마트와 백화점 그리고 어플에 들어갔던 비용만 3조 5천이 넘었었다.
그게 다 날아가는 것이니 중국 진출은 이제 그룹의 자랑에서 치부가 되어 버렸다.
그룹에서도 얼른 심재일을 중국에서 빼서 가장 안정적이고 고정 수익이 있는 한국 음료 사업팀으로 보내었는데, 또 사달이 나고 있으니 심재일은 미칠 것 같았다.
“제길,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건데.”
***
“배우들 PPL과 광화문 특설 무대에 지출된 무대 비용, 무료 시음용 콜라에 들어간 돈이 15억에 넘었습니다. 그래도 이 마케팅의 영향인지 스타 마트에서 콜라 판매율이 올랐고, SG23시 편의점에서 콜라 판매 점유율이 7%까지 올랐습니다.”
점유율이 오르다 보니 이일찬 부사장은 신이 나서 보고를 했다.
“순수 콜라와 사이다의 매출 예상은 어느 정도 됩니까?”
“탄산음료 시장이 작년 기준으로 1조 2천억의 시장인데, 지금의 추세라면 5%의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점유율이라면 600억 매출이었다.
그리고 탄산음료의 마진은 30%가 넘는 상품이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 200억을 기록하는 것이라 이보다 노다지 사업도 없을 터였다.
말 그대로 탄산음료이기에 재료가 물과 탄산, 설탕이 대부분이고, 착색제나 감미료 같은 원료도 크게 비싼 원료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다른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LT그룹과 SG그룹이 기를 쓰고 막을 만했다.
하지만, 이 꿀통에 안정적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으니 점유율 20%를 달성하기만 하면 그냥 노가 나는 것이었다.
“탄산 쪽은 괜찮습니까? 수급에 문제는 없구요?”
“네. LT화학과 SG화학이 탄산 원재료를 50% 넘게 공급하기에 혹시나 탄산가스로 압박이 올지도 몰라 체크를 했었습니다. 다행히 조선업계가 어려워서 가스 회사들도 어려운지 탄산을 서로 공급해 주겠다고 난리입니다.”
“다행이네요.”
원재료를 통한 압박도 없었기에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LT그룹의 유통망에서는 스타 콜라를 팔지 못했지만, 다른 대부분의 유통망에는 스타 콜라가 유통되고 있으니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다 보면 LT 그룹에서도 유통이 되게 될 터였다.
“내년 6월 호국 보훈의 달에는 특별 에디션으로 각 독립의사들 이미지를 넣고, 그 판매 금액으로 독립의사 후손들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합시다. 8월에는 독립 기념으로 태극기 패키지 디자인으로 가구요. 기본적으로 이 2개 이벤트는 매년 고정으로 가는 것으로 합시다.”
“네. 내년에는 아예 보훈처와 함께 진행을 하는 행사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런 마케팅에는 돈이 들어가게 될 테지만, 국뽕 마케팅으로 국산 애용 트랜드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면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
한국의 SG 유통사업부에서 우리 콜라 사이다를 유통해 주는 만큼 인도네시아의 일도 진행이 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와 지방 대도시에 SG23시 편의점이 20곳이 만들어졌는데, 블루버드에서 운영하는 블루 트럭과 블루 버스를 통해 물건들이 유통이 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자체가 소비재의 60%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보니 중국이나 한국에서 생산된 물건에 대해서 반발이 없었고 저렴하게 중국 LT마트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편의점의 절반을 채우며 팔려 나갔다.
스타 마트의 총괄인 김민욱과 실무진들이 이런 SG23시의 오픈과 물류를 도왔는데, 여기서 얻은 노하우가 자연스레 우리 스타24시 편의점을 만드는데 뼈와 살이 될 터였다.
“일본계인 세븐일레븐이 확실히 고급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깔끔하고 스마트한 느낌으로 SG23시 편의점도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몇 년간은 고전할 것 같습니다.”
“개척에 선공했으니 선점 효과가 확실히 있지. 우리도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선점해 보자고.”
“그쪽에 편의점을 열기 전에 물류망부터 인도차이나에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도로상황도 좋지 않고, 정규화된 화물이나 버스도 없는 상황입니다.”
아시아 총괄인 이종민은 인도네시아에서 블루버드의 육상 물류 쪽을 벤치했는데, ‘교통회사’의 설립을 요청했다.
“캄보디아나 라오스도 정부나 사업체가 운영하는 버스 터미널이 있고 버스회사가 있습니다만, 제대로 운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고 트럭과 버스를 들여와 여객 운송도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한국이 발전하던 70~80년대에는 승용차가 없다 보니 이런 고속버스를 운행하던 교통회사들이 돈을 벌었었다.
훗날에는 항공회사나 해운사를 거느릴 정도로 종잣돈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었다.
“그랩 버스와 그랩 트럭으로 해서 정규 운행시간을 지키는 고속여객 사업을 해 봅시다. 그리고, 이 건은 각 나라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캄보디아에 짓고 있는 컨벤션 센터 옆으로 버스 터미널을 만들게 되면 자연스레 유동 인구도 많아질 터이니 전체적인 지역이 융성하게 될 터였다.
이런 터미널 상권을 노려야 했다.
베트남에서 출발해서 캄보디아, 라오스를 거치고 태국, 미얀마까지 가는 인도차이나반도를 관통하는 버스와 트럭을 운영하게 되면 자연스레 터미널 상권과 물류망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먼저 각 나라 정부에 문의해서 지원금이나 터미널 부지 같은 것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알아보십시오.”
***
“이종민 총괄에게 듣기로는 인도차이나반도를 관통하는 고속여객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더군요.”
이종민이 추진하는 일이 블루버드 그룹의 부사장인 노니 푸르노모의 귀에도 들어간 것 같았다.
“고속여객 사업 기획서를 보니 각 나라에 정비를 하는 정비소와 정비학원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이 되어 있더군요.”
“네. 캄보디아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해보니 중고차이기도 하고, 도로 사정도 열악해서 고장이 잦더군요. 그래서 운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아예 정비소와 정비학원도 같이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좋은 판단이에요. 우리는 그런 정비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 일본 차로 다 구매를 했으니깐요. 하지만, 우리도 트럭과 버스는 중고로 구매해 올 수밖에 없는데, 이게 문제에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에도 정비소와 정비학원을 만들어 줄 수는 없나요?”
“인도네시아는 우리 고속여객 사업에 들어가지 않으니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블루버드에서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역량이 되시지 않습니까?”
“그게, 일본 회사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다 보니 우리가 정비소를 차리거나 할 수가 없어요.”
블루버드는 창업 때부터 토요타 차량만을 택시로 썼고, 정비 자체를 일본 토요타 지사에 다 맡기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정비소를 차리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흠. 그랩 드라이버들의 복지 차원에서라도 해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괜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본 애들은 우리가 정비소를 차려서 블루버드 차량을 정비해주면 자기들 체면이 손상 입었다고 우릴 적으로 여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노니 푸르노모는 자신들과 토요타의 관계는 유지하면서 우리를 방패로 내세우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 회사 차들을 위한 정비소를 만들더라도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좀 웃겼다.
인도네시아는 태국과 더불어 동남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인데, 회사가 제대로 의뢰해서 수리를 맡길 일반 정비소가 없다는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일본 완성차 업계들과의 관계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았지만, 이런 문제는 정부든 어디든 중재를 해 주어야 했다.
그래야 발전이 되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는 독재자는 몰아내었지만, 그 자식들이 여전히 유료 도로나 철도를 가지고 있고, 화교 재벌들이 금융계를 잡고 있었고, 글로벌 기업들이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이런 작은 부분으로 외국계 기업들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가 있었다.
42개 주의 왕들이 있고, 다민족에 다종교로 인한 폭탄 테러 문제도 있는 곳이 인도네시아였다.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많은데, 정부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었다.
자동차뿐만 아니었다.
글로벌기업들이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팜유나 고무 등을 수확하며 법을 어기고 하지만, 그런 것을 관리 감독할 정부가 없었다.
정부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 땅이 넓고, 자원도 많고, 인구가 많음에도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알게 모르게 화교들과 글로벌기업들을 통해 국부는 유출되고 있었다.
식민지로 네덜란드와 일본을 겪으며 독립을 한 것 같지만, 경제가 화교들과 글로벌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니 어떻게 보면 아직도 빨대가 꽂혀 있는 식민지와 같았다.
우리나라는 저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기분 좋은 연락이 왔다.
타국에서 물과 탄산을 섞기만 하면 되는 콜라, 사이다의 원액이 완성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