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61화 (161/203)

161. 합종연횡(合從連衡).

동남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다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실제 인구와 명목 GDP를 따져보면 태국이 동남아에서 가장 부유한 강대국이었다.

물론, 태국도 북동 아시아에 가져다 두면 비교가 안 되겠지만, 동남아에 있기 때문에 태국의 국력으로도 동남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런 태국이었기에 미국의 유버나 고젝이 먼저 들어와서 영업을 하고 있었고,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전체를 동시에 공략했던 그랩이 한발 늦게 태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 폰으로 드라이버를 늘려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물량전을 데닐리 탄이 들고 온 것이었다.

“물량으로 스마트 폰을 뿌리겠다는 건 반대. 이건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유버나 고젝에게 이득이 되는 거라고. 말레이시아나 캄보디아, 필리핀 같은 경우라면 이 물량전이 성공할 수 있어. 하지만, 태국은 아니야.”

아직 스마트 폰 보급률이 낮은 나라라면 이 물량전의 방법이 맞았다.

하지만, 태국은 나름 스마트 폰 보급률이 60%나 되는 빠른 나라였다.

그래서 유버나 고젝이 먼저 시장에 진출을 한 것이었고, 스마트 폰 보급이 좋으니 시장도 빨리 형성이 된 것이었다.

“지금 스마트 폰을 뿌리면 결국 그 폰으로 기사들은 점유율 높은 유버나 고젝을 사용하게 될 거라고. 지금 태국 상황에는 이게 안 맞아. 다른 장점으로 승부를 해야 해.”

“유버에 대항해서 현금을 받는 부분이나 바이크를 통한 운송도 이미 고젝이 먼저 시작해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고젝(Gojek)은 인도네시아에서 2009년에 시작한 업체인데, 그 창업자도 데닐리 탄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었다.

원래 인도네시아에서는 동네 근처 가까운 거리를 태워주던 영업용 오토바이를 오젝이라고 불렀는데, 그런 오젝을 모바일 서비스로 개발한 것이 바로 고젝이었다.

작년까진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었지만, 투자를 받으면서 태국에 진출을 한 것이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는 택시와 차량공유가 우선이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바이크 부분에서는 인도네시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강자였다.

그러다 보니 유버에 비해서 시장대처가 유연했고 우리와 같이 현금을 받는 방식을 도입해서 태국에서 선방하고 있는 중이었다.

“고젝은 지금 바이크 위주로 하고 있으니 우린 인도네시아처럼 현지의 택시 업체를 그랩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는 방식인 것 같아. 그리고 고젝이 물류배송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마트와 가게의 물품 배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그게 스마트 폰 물량 치기보다 더 나은 방법일 거야.”

유버는 아직도 미국 방식인 개인의 차량공유에 신경을 쓰며 개인 간 공유에 집중하고 있었다.

고젝은 바이크를 통한 O2O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기존에 존재하는 오프라인 택시와 연계해서 시장을 장악하는 방법이 가장 맞는 방법이었다.

“스마트 폰 구매 비용으로 택시 업계를 공략해. 그리고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우선 오프라인 업체를 잡고, 점유율을 올려 바이크는 푸드 서비스를 적용하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야.”

“네. 그렇게 한번 김신현 지사장과 공략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유버나 고젝이 신경 쓰지 못할 때 미얀마, 대만도 바로 들어가야 해. 홍콩은 답이 안 나오는 거 같고.”

미얀마는 캄보디아 비슷한 경제 사정이라 직접 택시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며 그랩을 까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서 노하우가 있는 캄보디아 쪽 그랩이 맡기로 했다.

대만은 이미 유버가 들어와 있기도 했고, 스마트 폰 보급률도 높아서 초반 마케팅으로 핸드폰도 주는 방식으로는 시장 진입이 힘들 터였다.

해서 김신현이 베트남을 도우면서 대만까지 같이 하되 시장 1위보다는 시장 2위를 목표로 하라고 했다.

사실 미얀마와 대만은 인구가 작기에 유버나 고젝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였기에 크게 돈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동남아 8개국 1위라는 그런 타이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타이틀이 될 수 있기에 미리 선점해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했다.

***

“인도네시아 국부펀드와 정부의 인프라 사업 예산이 1300억 달러라고 합니다.”

“1300억 달러? 160조가 넘는다고?”

4대강 사업 8번을 할 돈이 인도네시아에서 흐르고 있었다.

확실히 자원 부국이자 인구 빨은 무시할 수 없었다.

160조 원이 넘는 인프라 사업 예산 집행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건설 붐이 터지자 일본 건설 회사들도 들어왔고, 중국 본토의 건설 회사들도 줄을 지어 인도네시아로 들어오는 게 체감되었다.

화교들도 말레이시아나 홍콩의 건설 회사랑 연합해서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도 이전 사업까지 있으니 관련 공사 한두 개만 따내어도 한국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들 3~4곳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우린 우리 일 하자고. 그다음에 인프라 건설 쪽에 눈을 돌리자고.”

건설 붐에 편승하고 싶어 하는 공당호 부사장을 진정시켜서는 수카르노 국제공항 인근에 땅을 사서 보틀링 공장을 스타건설이 짓기 시작했다.

인프라 건설을 따내는 거 만큼이나 스타 콜라를 팔아 2억 인구 빨을 보려는 거였다.

공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블루버드와 함께 물류망을 만들기 위해 프로세서를 정리하고 있는데 중년의 한국인들이 찾아왔다.

“SG 유통 개척 사업단의 변민규라고 합니다.”

“부단장 고종호입니다.”

“유통 개척 사업단이라고 하면, 인도네시아에서 물류 사업을 하신다는 말입니까?”

“네. 물류 사업보다는 편의점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온 겁니다.”

“그럼 SG23시 편의점이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을 하겠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2년 전부터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아마도 일본의 세븐일레븐이나 로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판단을 하셨겠군요.”

“하하하. 그렇지요. 사실 동남아에서 단가가 비싼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갈까 하는 것에 판단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일본계 편의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이제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일본계 편의점들이 다들 괜찮은 상황이라는 말이겠군요.”

“네. 구매력이 있는 인구가 10%만 있다고 해도 2500만 명이 되니 일본계 편의점들이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했습니다. 본사에서도 인도네시아의 가치를 깨닫고, 이제 본격적으로 개척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 작업을 하는데, 스타 코퍼레이션이 보이더군요. 엄청나게 유통되는 물건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 아.”

아마도 SG23 사업단 사람들은 중국에서 덤핑가격보다 싸게 들여온 LT마트의 엄청난 재고를 보고 우리를 찾아온 것 같았다.

“예전 아르헨티나처럼 자원 부국의 함정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가 10년 후 동남아를 좌지우지할 것 같기에 스타 코퍼레이션과 협업해서 시장 선점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기업의 눈에 띌 정도로 성장을 한 거 같아 기쁘네요. 그럼, 어떤 걸 저희에게 기대하시는 겁니까?”

“우리 SG23시 편의점이 오픈하게 되면 그랩 푸드에서 물품 배송하는 지점으로 우리 SG23시를 등록시켜주셨으면 합니다.”

“어플 입점 등록이야 수수료만 내시면 되는 부분이니 그냥 가능합니다. 가장 첫 페이지에 나오게 하는 것은 가격만 맞춰 주시면 되구요.”

“그리고, 그랩과 블루버드 그룹이 함께 운영한다는 유통망을 저희가 같이 사용했으면 합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 전국에 뿌려지고 있는 물량이 엄청나더군요. 그 물량을 저희도 받고 싶습니다.”

“그거 때문에 기존에 중국에서 물건을 사 오던 중 도매상들이 죽겠다고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개척 사업단장인 변민규의 유통망 사용요청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그저 그런 요구사항이었다.

블루버드와 만든 유통망에 물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요청사항을 듣고선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SG23 편의점에 자체 물류망을 쓰지 않고, 저희에게 맡긴다는 것은 초기 유통망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이유이겠지요?”

“그렇지요. 직접 만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물류망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나중에야 편의점이 몇백 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자체 물류망을 쓰는 게 이득이겠지만, 기준점 이하일 때는 기존에 있는 물류망을 쓰는 게 맞는 방법이었다.

“저희도 SG23시가 인도네시아에 들어오게 된다면 이득은 생길 겁니다. 헌데, 저희는 이 유통망 사용에 대해서 조건을 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건이라고요? 어느 물류량 이상을 위탁해야 한다는 그런 최소 물량 조건입니까?”

“물량 조건이 아닙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사실 인도네시아에서의 조건이 아니라 한국에서 SG23시 편의점에 요구하는 조건입니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에 대한 요구 조건이라고요?”

개척 단장인 변민규는 뜬금없이 한국 내 편의점에 대한 조건을 거론하자 뭔가 싶었다.

“저희에게 한국 편의점 조건을 이야기하셔도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만. 사업부가 완전히 다릅니다.”

“사업부가 완전히 틀리단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업체가 걸어왔다고 본사에 송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 조건을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는 본사의 판단이겠지요.”

“흠. 아마도 조건 여부에 따라 유통망 사용료가 달라지겠군요. 어떤 조건인지나 한번 들어 보지요.”

“그렇게 어려운 조건은 아닙니다. 두 분도 저희에게 제안하러 오시기 전에 저희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셨을 겁니다.”

두 사람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자회사 중에 스타 음료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용진 음료였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룹이 조각나면서 인수를 스타 코퍼레이션에서 했다고 신문에서 본 거 같습니다.”

“네. 그 스타 음료에서 816 스타 콜라라는 콜라와 매실 사이다가 나오고 있습니다.”

“흠. 무슨 조건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네요. 한국 내 SG23시 편의점에 스타 콜라와 사이다를 유통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인 겁니까?”

“네. 맞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저희 유통망을 쓰는 만큼 저희도 상호호혜에 입각하여 한국에 있는 SG23시 편의점에 우리 콜라와 사이다를 입점시키고 싶습니다.”

변민규 단장은 SG23시에 뼈가 굵어져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콜라, 사이다에 대한 LT그룹과의 담합을 알고 있었고, 예전에 816 콜라나 곰비 콜라 같은 국내 콜라가 출시되었을 때 가격과 주류로 납품을 받지 못하게 말려 죽였던 일도 잘 알고 있었다.

“임 대표님이 어떤 의미에서 이런 조건을 거신 건지 알 것 같지만, 솔직하게 이건 개척 사업단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유통망을 만들어서 개척했을 때와 우리 스타 물류의 유통망을 통해 유통했을 때의 비용 분석 보고서는 올려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 비용 차이를 보고 판단하는 건 본사에서 하겠지요. 그 판단 여부와는 상관없이 저희 물류망은 쓰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단가가 달라지겠지요. 어떻게 보고서 한번 만들어서 올리고 이득을 보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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