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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59화 (159/203)

159. 자선사업 하러 온 거야?

“햐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이거 휴게소가 될까? 아니 할 수나 있을까?”

김독수 전무는 수도 프놈펜에서 캄폿까지 가는 길을 둘러보고,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보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너무 다른 현실에 고개를 저었다.

판잣집보다 못한 집에 아이들이 기본 4~5명씩 있었고, 덥다 보니 다들 헐벗은 채로 배만 볼록하게 나와 있는 모습은 한국의 전후 60~70년대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가장인 남자들도 날이 더워서 늘어져 있었으니 김독수 전무의 눈에는 이런 사람들이 과연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휴게소에 들러 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태국이랑 베트남을 가봐서 거기랑 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날줄은 몰랐네. 고속도로가 아예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한국과 태국, 베트남이 10~15년 차이가 있다고 하면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 간에도 10~15년 차이가 있다고들 합니다.”

“햐. 이러면 고속도로 휴게소 영업권 받아서 편하게 은퇴하겠다는 내 계획은 날아가네.”

“에이 여기서도 사업하시려고 하신 거 아닙니까? 은퇴하시면 그냥 MRG(최소 운영 수입 보장제도) 옵션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챙기십시오.”

“그래야지. 그런데, 훈센 총리 측에서 이 MRG 옵션에 대해서 아무 말 안 하디? 변호사들도 있던데, 이거 문제 있다고 알아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그렇게 짚어내기 전에 미리 이야길 했습니다. 착공 후에도 제대로 차가 다니고, 인프라로서 기능을 하려면 3년 이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MRG 옵션 5년을 넣자고 하니 그쪽에서 바로 인정해 줬습니다.”

“뭐, 자기들이 90% 먹으니깐 바로 해 줬는가 보네.”

“그렇진 않고, 우리 몫으로 떨어지는 10%에 대한 예상 수익에 대해서만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해 주기로 했습니다. 자기들 수익에서는 MRG를 뺐습니다.”

“오. 독재자의 자식들이라 셋 다 욕심이 많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닌가 보네.”

“제가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를 다 다녀보고, 수하르토의 자식들이랑 비교해보니 훈센의 자식들이 조금 더 나은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나 자원은 인도네시아가 더 많다는 거겠지.”

“네. 대신에 인도네시아에서 뭘 해 먹으려면 화교 애들과 머리 터지게 싸워야 하는데, 캄보디아는 우리가 좀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잡은 고기부터 제대로 요리를 해야지요.”

“그래 화교 놈들이 가지고 있는 거 욕심내어 봤자 힘만 빠지지. 이 고속도로 건이 잘 되면 다른 인프라 건설 쪽을 또 받을 수 있으니 여기에 집중하자고. 헌데, 아직 이 동네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안 일어난 거야?”

“음. 그건 또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야망이 있는 젊은이들이나 사람들은 프놈펜이나 씨앱립으로 가고 싶어들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못 가게 막고 있습니다.”

“부모가 막는다고? 보통은 큰물에서 놀라고 큰 도시나 수도로 보내지 않나? 농사에 들어가는 노동력 때문에 못 가게 막는 건가.”

“그것도 있지만, 킬링필드(Killing Fields) 때문에 농촌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킬링필드는 1970년대 이야기 아니었어? 그게 왜 40년이나 지난 지금도 영향인 거야?”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지금의 부모 세대이니깐요. 당시에는 도시 사람들을 강제로 이런 시골에 보내서 농사를 시켰는데,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운 지식인들이나 도시에서 전문직을 가지고 있던 이들을 다 죽였었습니다.”

“흠. 뭔가 일이 터지면 도시 사람들이 죽는다고 생각을 하는 거군.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도시에서 많이 배우면 죽을 수도 있으니 부모들이 막는다라…어릴 때 본 트라우마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아이러니하네.”

“그래서 제가 이 건설에서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게 토지 수용 문제입니다. 땅을 팔게 되면 농사를 못 짓게 되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그러면 도시로 가야 하는데, 도시로 가지 못한다고 땅을 안 팔겠다고 하는 이들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럴 수 있겠네. 그럼 대책은 있어?”

“수도 프놈펜에 살 수 있는 집을 주고 직업도 주겠다고 제안을 할 예정입니다.”

“집? 아, 기숙사 팜플렛 만든 게 그랩 드라이버 모집용이 아니었어?”

그랩을 서비스하며 드라이버 모집의 일환으로 한캄 택시를 만들고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을 위한 기숙사도 건설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4층짜리 연립주택 비슷한 형태였는데, 이게 전문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 팜플렛으로 만들다 보니 사진상으로는 나름 고급 맨션으로 보였다.

“도로가 놓일 농토를 가진 이들에게 땅을 팔면 이 맨션을 준다고 해서 프놈펜으로 보낼 겁니다. 인구 집중의 후유증이 좀 있더라도 한국이 발전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겁니다. 프놈펜으로의 이주에 대한 것도 훈 마니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수도 프놈펜에 인프라와 인력을 집중해서 선도시키겠다는 거군.”

김독수 전무는 고갤 끄덕였다.

인력, 노동력이 저렴하다 못해 똥값이 될 정도로 싸게 몰려 있다면 자본이라는 이름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프놈펜 일대만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캄보디아의 미래도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터였다.

***

“다행히 생각보다는 토지 수용에 호의적입니다. 도로공사에 인부로 우선순위로 고용해 준다는 것과 그랩 드라이버로 일할 수 있게 운전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는 것이 제대로 먹힌 것 같습니다.”

스타건설의 이재형 과장은 순조롭게 토지 수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를 올렸다.

“프놈펜으로 이주해서 기숙사를 준다는 건 별로던가요?”

“네. 킬링필드의 영향이 아직 남았는지 수도로 가는 것을 그렇게 장점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토지 수용만 제대로 된다면 큰 문제는 없으니 괜찮겠지. 마트도 잘 돌아가고 있고,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 공사도 문제없고. 그럼 회의 마치자고.”

“저…저기 대표님. 저희 쪽에서 문제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신현이 인도네시아로 떠나고, 캄보디아 그랩을 맡은 양민수 팀장이었다.

“그랩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는 거지?”

캄보디아는 핸드폰부터 후불 요금제가 없었기에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한캄택시를 만들어 그랩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긴 건가 싶었다.

“그게, 차량이 문제입니다.”

“차량?”

“네. 한캄 택시가 출범할 때, 급하다 보니 상태도 보지 않고 캄보디아와 주변 나라의 중고차를 다 끌어모아서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 있던 차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거의 3할이 넘어갑니다.”

“3할? 수리는? 아예 수리가 안 되는 거야?”

“네. 그 문제입니다. 일본 차의 공식 정비소가 들어와 있긴 하지만, 차량 부품 수급도 안 되고, 자기들이 판매한 차량 이외 중고차로 수입된 차량에는 두 배 이상의 견적을 먹입니다.”

“허허. 사설 공업사는 없고?”

“알아보고는 있는데 제대로 된 기술을 가진 정비사나 정비소가 거의 없습니다. 차 고장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데 수리가 안 되니 택시 회사도 힘들고 그랩 서비스도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애초에 차량 상태와는 상관없이 다 끌어모은 차들이었기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정기적으로 정비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공업사가 필요했다.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나면 늘어나는 물동량에 따라 차량 정비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터이니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게 맞았다.

문제는 어딘가에서 데려올 수 있는 기술자도 없었고, 그런 기술자가 일할 정비소도 없으니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게 짜증 나는 거였다.

“한국에서 전문 정비사 아니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정비 기술을 알려줄 수 있는 정비사 겸 강사를 데리고 오도록 하지. 이참에 그랩 카 정비로 해서 정비소도 만들고, 거기서 정비 기술도 가르치는 학원도 운영을 해보자고. 그게 맞는 방향 같구만.”

양민수 팀장은 몇 달 동안 고민했던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정비소도 만들고 강사를 불러들여 학원처럼 운영하게 되면, 앞으로는 정비 문제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을 터였다.

“양 팀장은 캄보디아에 와서 학원을 맡아줄 사람을 알아봐. 학원을 열고 하는 부분은 내가 캄보디아 정부에 직접 알아볼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건설 현장에서도 목수나 숙련공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일일이 일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이 많았다.

앞으로의 인프라 공사를 위해서라도 그런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

“자동차 정비 학원과 건축 학원을 운영하고 싶다고요?”

훈센 총리의 막내아들인 훈 마니는 내가 제안한 서류를 보곤 되물었다.

“골든타워 42를 건설하면서 건설 회사들이 힘들어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숙련공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대부분이 그냥 간단한 힘쓰는 일만 하는 비 숙련공이라 일의 진척 자체가 느려진답니다. 해서 기본적인 건축 토목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흥미롭군요. 이제까지 캄보디아에서 건설을 하고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학원을 만들어 건설 인부를 숙련공으로 만들어 쓰겠다는 제안은 처음 받아 봅니다. 더구나 도로공사 이후 늘어날 차량에 대비해 미리 정비공을 키우겠다니.”

훈 마니는 이제까지 본 기업인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임건호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여러 다국적 기업들도 캄보디아에 들어올 때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런 지원책의 대부분은 단발성 지원이었고, 물고기를 잡는 법이 아닌 물고기를 먹는 법만을 알려주는 그런 지원책들이었다.

눈앞에 있는 임건호는 노동 집약 형태의 섬유 사업이 아닌, 캄보디아에 가장 필요한 건축과 기계·자동차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을 열고 싶다고 하는 게 훈 마니의 마음을 건드렸다.

캄보디아의 재계 1위인 로열그룹도 이렇게 교육적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캄보디아를 생각해 주니 믿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되는군요. 캄보디아에서 기업을 일구어 정착하려고 하는 겁니까?”

“기업을 일구는 것은 맞지만, 정착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좋습니다. 칸달주(州)의 타크마우 남쪽에 100에이커(12만 평)의 부지를 드리겠습니다. 여기에 학원을 짓거나 학교를 만들 수 있게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학교요?”

그냥 실용적인 기술만 알려주는 직업학원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학교까지 나오니 이게 뭔가 싶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프놈펜 왕립대학교에는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가 6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중 공학계열의 박사는 단 1명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공학 박사들을 초빙해 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입니다.”

훈 마니의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한국은 지방 잡대라고 불리는 시골 대학교만 가도 박사학위자가 수십 명은 될 터인데, 수도에 있는 왕립대학교에 이공계 박사가 1명밖이라니.

이것도 킬링필드 때문인 건가 싶었다.

1970년대 당시 국민의 25%에 해당하는 200만 명을 죽일 때 지식인과 기술자 대부분이 죽으면서 아예 기술 전문직의 명맥이 끊겨 버린 것이었다.

“스타 코퍼레이션에 세제 혜택을 포함해서 여러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공과대학을 만들어 캄보디아의 인재들을 키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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