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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52화 (152/203)

152. 해운사를 만들다. (2)

“MOL 컴바인(MOL Combine)호? 이거 혹시 재작년에 사고 난 그 배 아닌가요? 다시 팔 수가 있는 건가요?”

“그 배가 아닙니다. 사고가 났던 배는 MOL 컴포트호이고 이건 그 자매함입니다. 그래서 아주 저렴합니다.”

MOL 컴포트호는 재작년 인도양을 항해하던 중 배 선체 균열로 인해 배가 두 동강 나며 침몰했던 배였다.

그때 4300개의 컨테이너가 유실되며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잃은 사고라고 뉴스에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한마디로 안 좋은 쪽으로 아주 유명한 배의 자매함이라는 말이었다.

“그 사고 이후 같은 설계도로 건조된 자매함 6척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다섯 척이 선체 하단 중앙부에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였지요.”

“그럼 이걸 사는 게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매함 6척은 모두 다 선체 하단 중앙부를 수리하고 선체를 보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문제가 되던 부분을 다 고친 거지요. 물론, 두 동강이 난 배와 같은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아주 저렴하게 매물로 나와 있는 겁니다.”

“이 배를 사도 안전 문제는 확실히 없는 겁니까?”

문제가 있는 배를 사라고 하니 괜히 찝찝했다.

“솔직히 그 부분은 누구도 확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걸 사서 다시 한번 한국 조선소에서 수리 보강을 한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86,600톤에 8,110TEU(1TEU=20피트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6년 차 배가 60억밖에 안 한다는 가격 메리트가 가장 큽니다.”

건조된 지 5년이 지난 파나맥스(4000TEU~5300TEU)급 컨테이너선의 중고선가가 현재 1200만 달러 약 130억 수준이었다.

헌데, 그 2배 용량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반값 수준이니 확실히 가격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었다.

“참고로 사고 이후 보강 작업을 했던 곳이 중국조선소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더 저평가되었습니다.”

“그럼 구매한 이후 한국 조선소에서 제대로 점검하고 보강 작업을 하는 게 맞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수리 비용으로 50억을 더 잡는다고 해도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일본과 한국, 중국으로 오가는 짧은 항로에만 투입하면 될 겁니다.”

정경배 본부장의 말대로 한국 조선소에서 보강하고 짧은 항로로만 다닌다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그럼, 지금 이 배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일본에 있습니다. 이 MOL이 미쓰이 해양개발의 브랜드입니다.”

“아, 그 미쓰이 그룹.”

“네. 구매하게 된다면 바로 부산으로 가져와서 보강 작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일단 이걸로 한 척 사고, 다른 건 어떻습니까?”

“4500 TEU급 2대를 같이 내놓은 선사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선사인데, 지금 배는 EUM 항로(아시아-중동-남유럽)를 돌기에 인도에 정박해 있습니다.”

“이 배는 건조된 지 8년이네요. 보통 선박의 수명은 얼마입니까? 그리고, 왜 이렇게 운행 중인 선박을 매물로 내놓는 겁니까?”

“배는 보통 25년까지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유럽의 선사들은 대부분 20년이면 배를 내놓습니다. 지금처럼 5~6년 차에 내놓는 경우는 이미 뱃값을 다 뽑았기 때문입니다. 감가상각을 계산해서 처분하는 게 이득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그렇게 내놓은 배들은 제3국에서 대부분 사 가게 되니 새 배를 건조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럼, 오래된 중고선은 대부분 아프리카나 남미 쪽에서 가져가겠군요. 그런데, 사고가 안 나는 가요?”

“사고는 많이 납니다. 다만, MOL 컴포트호처럼 두 동강이 나고 배가 가라앉아야 뉴스에 나옵니다. 배 사고는 침몰하지 않는 이상 화재나 선원 실종 같은 거로는 거의 뉴스에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2007년 MSC 나폴리호 사고가 있었는데 혹시 아십니까?”

“MSC 나폴리호요? 처음 들어 보는군요.”

“이 나폴리호 사고도 MOL 컴포트호와 같은 사고였습니다. 영국 해역에서 배의 바닥에 금이 가며 침몰할 뻔했지요. 다행히 두 동강까진 나지 않았고 배를 겨우 예인해서 스크랩(폐선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배가 두 동강 날 뻔했다고 영국 뉴스에 보도가 되었지만, 한국인들은 거의 모릅니다. 물론, 이 배가 한국 신성 조선소에서 건조된 배였기에 보도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신성이니 보도가 안 될 만했네요. 하하하.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네. 어쩔 수 없지요. 그러니 사고로 불이 나고 부두에 접안하다가 배에 구멍이 나고, 어디에 끼어서 선원이 죽고, 실종되어도 그런 사고가 부지기수이기에 보도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휴. 이야길 듣고 보니 그냥 용선료 내고 배를 빌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임 대표님. 요즘 파나맥스급 컨테이너선을 하루 빌리는 데는 하루에 1만 달러가 들어갑니다. 한 달이면 30만 달러, 1년이면 365만 달러입니다.”

“지금 파나맥스급 한 척을 구매하는 데 1200만 불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4년이면 뱃값을 다 뽑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물론, 인건비와 수리비 등의 별도의 지출이 있겠지만, 단순히 배를 용선해 주는 것만 해도 5년이면 뱃값을 뽑습니다. 선료가 더 올라가게 되면 뱃값을 뽑는 시기가 더 줄어들 거고요.”

“그럼 지금의 뱃값이 저평가되어 있는 겁니까?”

“호황기였던 2007년에는 파나맥스급을 하루 빌리는 데 8만 달러까지도 가격이 올라갔었습니다. 시기에 따라 물량만 받을 수 있으면 노가 나는 사업입니다.”

호황기 기준 단순 계산으로 하루 8만 달러라면 1년이면 뱃값의 두 배를 벌 수도 있는 것이었다.

박종일은 호황기가 아니라도 수요가 많은 정기항로인 LP1(아시아-북유럽)이나 CEC 항로(아시아–중동–미주)에 배를 넣게 되면 더 이득이 클 거라고 했다.

“해양 사고가 있고 한데도 해운사를 차리는 이유가 있군요.”

“네. 그리고 해양사고는 또 보험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배를 구매한 이후 수리 보강을 하고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에 의뢰해 보험만 제대로 들어 둔다면 사고가 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난 MOL 컴포트호도 보험으로 그 손망실을 다 커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도 보험이란 안전판이 있으니 해운사를 운영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이득인 것이었다.

“배를 더 삽시다!”

결국, 문제 있지만 저렴한 MOL 컴바인호와 스페인 선사의 4500 TEU선 두 척, 홍콩 선사의 3600 TEU급 두 척까지 다섯 척을 구매하기로 했다.

컨테이너선 다섯 척에 500억을 쓴 것인데, 정경배 본부장 덕에 저렴하게 구매한 것 같았다.

물론, 중고 선박이다 보니 부산으로 가져와 수리 보강하게 되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었다.

그 수리와 보강에는 3~5개월이 걸릴 터이니 실제 배가 투입되는 건 6개월은 걸릴 터였다.

정경배 본부장은 자신과 함께 이직할 박조철 과장을 먼저 퇴사시켜 배의 수리 보강과 보험 문제, 선장과 승조원들 문제를 맡게 하겠다고 했다.

배를 들여오고 하는 일은 LT 해운에 있으면서 처리해주고, 박종일이 작업하는 재고 물량 운송도 마무리를 다 한 이후에 퇴사를 하기로 했다.

박조철 과장 외에도 밑에 있던 4명을 더 데리고 온다고 했으니 그들이 들고 있을 거래처만 잘 당겨 와도 스타 물류 해운은 돌아갈 터였다.

해운사 쪽은 박종일 사장과 정경배 부사장에게 맡겨 두면 될 것 같았다.

LT 마트의 재고가 상하이로 모이자 LT 해운에서 운용하는 배에 실려 움직이기 시작했고, 일본에 있던 MOL 컴바인호는 영도의 조선소에서 수리와 보강 작업에 들어갔다.

인도와 홍콩에 있던 배들도 부산에 속속 도착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는 4500 TEU급을 투입하고 베트남, 필리핀에는 3600 TEU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중·일을 도는 데는 8000 TEU를 넣을 생각인데, 배들이 수리되어 나오게 되면 본격적으로 동남아 물류 공략이 시작될 터였다.

***

캄보디아에서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탄 김신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해서 내쉬는 한숨이 아니라, 해방되어서 다행이라고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우선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생긴 공금유용 사건 이후 사고 치지 않게 이종민 아시아 총괄이 늘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성과를 냈으니 스타 코퍼레이션에서 빨리 자리를 잡으라고 성화였다.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오르며 그런 것들에게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관문인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 내리자 김신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캄보디아의 프놈펜에 비하면 자카르타는 선진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눈가리개를 하고 공항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높이 솟아 있는 빌딩과 현대화된 도로시설들로 인해 동남아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더해서,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벤츠 택시를 보니 캄보디아에서만 있다가 와서 그런지 더 비교가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호텔로 가기 위해 일단 벤츠 택시를 탔다.

호텔에 도착하니 가격이 3만 원대였는데, 바가지가 없었다.

택시비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인도네시아 물가에 비교하자면 비싼 금액이었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김신현은 인도네시아 신성전자 사업부에 들러 인도네시아의 스마트 폰 시장에 대해 알아보고, 통신사를 소개받고 업무를 볼 때도 일부러 택시만을 이용해 봤다.

그리고, 나름대로 택시 인프라가 깔려있었지만, 그랩 서비스가 끼어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었다.

“인도네시아도 인천공항 철도 같은 공항철도가 있습니다만, 대부분이 이용하지 않습니다. 일단 배차 간격이 40분에 1대라는 것도 있고, 가격도 77,000루피아(약 7천 원)로 인천공항 철도보다 비쌉니다. 인도네시아 대졸 평균 월급이 300달러 정도이니 이용객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에서 고용한 11년 차 이민자인 김봉학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대중교통에 대해 알려주었다.

“미국 뉴욕의 엘로우 캡이 유명한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는 파란색 블루버드 택시가 대표적인 택시입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25,000대를 운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 2억 5천만 명에 비하면 부족한 거 아닌가요?”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같은 도시와 관광지만 커버를 하면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 블루버드 택시가 대단한 게 한국이 IMF로 힘들어할 때 인도네시아도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도 흑자를 기록하고 살아 남았다는 겁니다.”

김신현은 그게 뭐가 대단하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김봉학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다.

“당시에 독재자였던 수하르토의 딸도 택시 회사를 운영했는데, 그들이 운영하던 택시 회사가 망해버릴 정도의 불경기였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신성전자가 운영하던 택시 회사가 파산해 버린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시절에 흑자를 보았다는 말입니다.”

신성전자로 비교를 하니 그제야 블루버드 택시가 대단한 업체라는 게 체감되었다.

“와 닿는 설명이네요. 하면 그때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일가가 몰락을 했습니까?”

“그건 또 아닙니다. 이게 또 웃긴 건데, 포브스라던지 경제지에서 인도네시아 부자를 선정할 때는 ‘하르토노 형제’를 최고 부자로 선정합니다. 350억 달러(약 40조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국의 신성전자 오너보다 더 돈이 많은 겁니다.”

한국과 경제 차이나 물가 차이가 있는데, 신성전자의 오너보다 더 재산이 많다고 하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헌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하르토노 형제를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인도네시아의 최고 부자입니까?”

“바로 얼마 전 죽은 독재자 수하르토 일가가 가장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김신현은 이게 또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가장 부자 일가인데, 왜 그 가문에서 운영하던 택시 회사를 파산하게 놔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부자인데 왜 부도가 나게 놔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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