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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51화 (151/203)

151. 해운사를 만들다. (1)

이직에 대한 박종일 지사장의 확답이 오기도 전에,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먼저 움직였다.

아시아 총괄로 있는 이종민에게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항구 근처에 물류 창고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사흘 후 박종일 지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저와 제 밑에 있는 29명이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직원들부터 스타 코퍼레이션 쪽으로 이직하게 하겠습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스타물류해운’으로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 텐데 거기에 다 소속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 드린 재고를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제안 드린 재고 인수 물량은 손해를 보더라도 중국에서 팔 수 있는 것을 다 처리한 재고 물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득이 되는 처리 방법이 있으니 그것까지 다 인수해서 동남아에 풀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재고 물량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단순 금액으로는 120억 가량 될 겁니다. 20피트 컨테이너로 치면 1100개 이상 되는 물량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다 처분해서 이익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컨테이너 1100개 이상이라고 하니 물량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230곳의 LT마트에 나온 물건들이라 생각하니 이렇게 물량이 많은 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자신이 책임지고 다 처리할 수 있다고 하니 믿어줘야 했다.

“그렇게 합시다. 중국 LT마트 재고 다 받죠. 헌데, 그렇게 한곳에 다 처분을 해버리면 본사에서 뭔가 이득 취한 게 있는 거냐고 준법 감시팀에서 나오지 않겠습니까?”

박종일은 이왕 처리해야 하는 재고라면 자신이 옮겨갈 스타 측에 넘기고 동남아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거래는 감사팀이나 준법 감시팀에게 적발되는 사항이 맞았다.

“평상시였다면 그렇게 한곳에 다 넘기는 게 문제라고 보고 본사에서 사람이 나왔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재고 물량을 다 처리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유통기한이 넘어가 버리면 폐기에도 돈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깐요. 그리고 이제 걸리면 어떻습니까? 배 째라고 퇴사할 건데요. 책임지고 죽으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저도 제 살길 찾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중국에서 봤던 박종일 지사장은 치밀한 경영인의 느낌과 LT 마트를 중국 내 제일가는 마트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사드로 치인 게 많은지 그런 생각은 다 잊은 것 같았다.

회사에서 버림받을 것이 확실하니 이젠 그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겠다는 마음가짐이 확실히 보였다.

“일단 마닐라 항과 자카르타 항으로 출발하는 LT 해운사 배가 있어서 그쪽으로 1차분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남아 있고, 직원들이 스타 쪽으로 가 있으니 물건을 받아서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재고 인수건 계약을 위해 한번 중국으로 오셔야 합니다.”

“그러지요. 그런데, 혹시 LT 해운에서도 직원들을 빼 올 수 있습니까?”

“흠. 아는 후배가 LT 해운에 있긴 한데, 이직하려고 할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중국으로 오시면 자리는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박종일 지사장은 LT 마트의 재고 상품 중 돈이 될만한 것은 다 우리 스타 물류에 넘겼고, 먼저 이직시킨 직원들은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물류 창고에서 마트와 도매상들에게 물건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

“이쪽은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 대표님. 그리고 이쪽은 제가 LT 해운에 있었을 때 부사수로 고생했던 정경배 본부장입니다.”

재고물량 계약을 하고 상하이에서 LT 해운 사람을 만났는데, 정경배 본부장은 모르는 이가 같이 나와서 그런지 나를 경계했다.

하지만,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고 박종일과 내 사이를 추론하게 되자 정경배 본부장도 속마음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드 사태로 한국상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곤 하지만, 본사가 너무한 겁니다. 선배님에게 이렇게 다 떠 넘기고 책임을 전가하는 거에 진짜 많이 실망했습니다.”

“허허허. 어쩌겠어. 그게 조직 생활이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

“20년 넘게 근무했고, 성과도 많이 냈는데, 본사에서 처리한 일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습니까? 이걸 선배님에게 다 덤터기 씌워서 처리하는 게 진짜 억울한 거죠. 지점이 200개 넘게 늘어났다고 했을 때의 공(功)은 심재일이 그 새끼가 다 가져가고 과(過)만 선배님이 다 뒤집어쓰게 되니 사정을 아는 제가 다 억울한 거죠.”

“하하하. 너무 화내지 말라고. 그래서 이달 말까지 정리해 주고 퇴사하기로 했어. 오늘 이렇게 스타 코퍼레이션 대표님을 모시고 온 것도 그것 때문이야.”

정경배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 마트가 나름대로 지점이 50개 정도 되고 하니 괜찮겠지요. 선배님의 새 출발을 축하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축하는 고마운데 한국 쪽이 아니야. 동남아에 스타 마트 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고 동남아 전체에 스타 마트가 진출하기로 했어. 그쪽에서 일을 할 것 같다.”

“아, 그런가요. 개척 일은 선배님이 잘하시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겸사겸사 너를 보자고 한 거야. 동남아 물류 유통을 하려면 결국 해운사를 껴야 해. 스타 코퍼레이션에서도 해운사를 차리면서 컨테이너선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그 운영관리를 네가 해줬으면 해.”

“선배님 이거 이직 제안인 거지요? 따로 배 관리 맡기는 게 아니라?”

“그래. LT 해운에 배를 맡기는 게 아니라 ‘스타물류해운’을 차리기 위해 마음 맞는 너를 스카우트하려고 하는 거다.”

“아, 이거 너무 뜻밖인데요. 선배님이 보자고 했을 때는 중국 이제 뜨신다고 그래서 석별의 잔을 나누자고 보자는 건 줄 알았는데….”

정경배 본부장은 갑작스러운 이직 제안이라 마셨던 술이 다 깨는 거 같았다.

“그럼 스타 해운에는 배가 몇 척이나 있는 겁니까?”

“이제 배를 구매하기 위해 런던으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조언도 얻을 겸 해서 이렇게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경배 본부장님을 스타 물류 해운의 부사장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럼 사장은 박 선배님인 겁니까?”

“그래. 우리 옛날처럼 같이 일해 보자.”

“햐. 이거 선배님이랑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진짜 생각도 해보지 않은 제안이라서리.”

“지금 계획하고 있는 건 인천에서 파타야, 붕따우, 자카르타, 마닐라 고정 노선이야.”

“흠. 그럼 최소 4척 이상의 배는 구매하시겠다는 거네요.”

정경배의 머릿속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2007년과 2008년은 해운사들의 초호황기였다.

그런 호황기가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인해 박살이 나며 벌크선이든 특수 목적 선이든 경기 하락과 더불어 배 가격이 폭락했었다.

벌크선의 경우에는 90%까지 뱃값이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며 다시 뱃값이 오르고 있었다.

경기가 좋아지면 원자재 교역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벌크선 수요가 늘면서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가 뱃값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벌크선 가격 상승은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되는 것이었고, 정경배도 이런 경기 흐름을 읽고 있었다.

그런 흐름에 따라 새로운 곳으로 가서 개척하듯이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지금의 자리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경배는 잠시 생각해 보고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그냥 그대로 있는다는 것이었다.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도 충분한 급여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었기에 이직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

물론, 선배인 박종일이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뒤집어쓰고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면 회사에 짜증이 나긴 했지만, 이건 어느 회사든 다 같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 문제로 이직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새롭게 개척하고 하는 일이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안정적인 지금 일을 그만두고 가기에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에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건 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래. 너는 나처럼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이직을 하기가 좀 그렇지. 오케이. 술이나 마시자.”

그렇게 이직에 대한 이야기는 흐지부지 끝이 나버렸다.

다만, 컨테이너선 위주로 하는 것도 좋지만, 동남아시아에 고정 항로를 둔다면 벌크선으로 실어 가는 물류도 생각해야 한다고 동남아시아의 교역 특성에 대해 충고를 해주었다.

***

“뭐? 상하이 사업소 규모를 줄인다고?”

“네. 본부장님. LT 마트가 규모를 줄인 만큼 교역 물량이 줄었다고 상하이로 오는 배들을 다른 쪽으로 돌릴 예정이라고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미친.”

정경배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트 지점 수를 줄이는 것은 알았지만, 상하이와 일본, 한국으로 가는 물동량 자체는 늘고 있었기에 상하이 사업소는 건재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본사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LT 마트가 사드의 여파로 줄어들며 해운사에까지 그 영향이 온 것이었다.

“어느 정도로 규모를 줄인다는데? 마트 물량 제외하면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였잖아.”

“절반 이상 줄인다고 합니다. 아마 본부장님이나 저나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지금 LT 해운 상하이 사업소는 3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중 30%는 중국인들이었다.

절반의 규모를 줄인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터였고, 한국 사업소에서 더부살이 하다 잘리는 직원도 있을 수 있었다.

‘니미, 이직하는 게 맞는 거였어?’

이미 본부장의 자리에 자신이 핸들링할 수 있는 고정 거래처도 많으니 잘리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애들이 문제였다.

상하이 영업소로 발령받으며 애 둘을 상하이 국제학교에 입학시켰었다.

그러면서 상하이에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했다.

아는 인맥을 다 돌려서 상하이 사업소에 누가 남는지를 확인하니 상하이에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애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갑갑했지만, 홀로 한국 인천에 남아 기러기 생활을 하게 되는 것도 갑갑했다.

결국, 고민 끝에 선배 박종일에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니깐 정경배 본부장님은 영국 런던의 클락슨이나 발틱 연합 쪽에서 배를 사지 말고, 그리스 선박거래연합에서 구매를 하라는 말입니까?”

“네. 영국 쪽에서 주로 거래되는 선박들은 ‘케이프사이즈’나 ‘수에즈맥스’ 같은 대형 배들이 주로 거래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정 항로로 잡게 될 동남아 항로는 그런 대형사이즈 배들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배는 ‘아프라맥스급’이나 ‘파나맥스급’이 필요한 겁니다.”

케이프사이즈는 아프리카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돌아가야 하는 사이즈의 배를 말하는데, 배가 커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없는 배를 말하는 거였다.

그리고 수에즈맥스나 파나맥스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사이즈의 선박을 뜻했다.

그리고, 아프라맥스는 앞의 예처럼 아프리카를 다니는 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Average Freignt Rate Assessment’ 의 약어로 가장 경제성 높게 운항 가능한 선박을 의미하는 사이즈였다.

컨테이너선으로 치면 4500개에서 6500개를 실을 수 있는 사이즈인데, 이 크기가 대략 10만 톤 내외였다.

“중 소사이즈의 배는 영국보다는 그리스 선박거래 연합에서 구하시는 게 이득입니다. 특히, 그리스의 경제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나오는 물량이 많습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배는 제외해야 합니다.”

“여기 이 배는 어떻습니까?”

“이 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거군요.”

*

[작가의 말]

배 사이즈는 케이프사이즈 > 수에즈맥스 > 아프라맥스 > 파나맥스 로 배 크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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