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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45화 (145/203)

145. 건설회사는 양날의 검이다. (1)

“이건 능력 문제가 아니라고 임 대표. 아무리 은행이라고 해도 돈을 원하는 조건으로 빌려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그렇죠. 돈을 원하는 조건으로 마음대로 빌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저희 그랩 캄보디아 지사의 자금은 쉽게 빌려 가셨지 않습니까? 이제 그 이자를 좀 받겠다는 겁니다.”

“아니, 임 대표 그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지만, 당시 상황이 급박했고, 지금 결과가 좋았지 않은가. 이해를 좀 해줘야지. 그리고, 정말 돈을 빌려오는 것이 쉽지가 않아. 올해 만들어진 저축은행에 누가 몇백억을 빌려주겠어.”

“그럼 제가 그 조건으로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오게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니, 그렇게 쉽게 돈을 빌려올 수 있으면 직접 하면 되지 않은가.”

“좋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나서서 콘세도 저축은행 이름으로 돈을 빌려오겠습니다. 5% 이하로 돈을 빌려와서 그 이자 그대로 다 대출해 가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임건호의 말에 김조일은 짜증이 나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돈을 빌려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돈을 빌려오는 명의는 콘세도 저축은행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타 은행 대출이라도 돈이 저축은행을 거쳐 간다면 이득인 부분도 있었다.

거래액과 대출금이 크다는 것만으로도 은행의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임건호가 대출해간 후 배 째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몇백억으로 그렇게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김조일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휴우. 내가 어떻게 해 주길 원하는 건가?”

“연대보증과 비슷한 일을 해주십시오.”

“연대보증과 비슷한 일? 콘세도 저축은행으로는 연대보증을 선다고 해도 큰 도움이 안 될 텐데.”

“한국의 콘세도 홀딩스가 있잖습니까?”

사실, 이렇게 김조일을 몰아세운 것도 한국에 있는 콘세도 홀딩스를 움직이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콘세도 홀딩스가 캄보디아 컨벤션 센터 건축에 100억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해주십시오. 물론, 그 투자 된 100억은 그대로 콘세도 저축은행에 넣어 두겠습니다.”

“은행에 넣어두고 쓰지 않을 돈을 투자받는 이유는 뭔가?”

“한국에 있는 은행과 캄보디아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기 위해서입니다. 웃기게도 건축은 자기 돈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작은 집이든 100층짜리 빌딩이든, 은행 돈으로 짓는 것이 맞고, 자기 돈으로 지으면 바보 취급을 한다고 하더군요.”

한국 콘세도 홀딩스가 100억대 투자 발표를 하면 그 발표 자료로 한국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대출을 해줬으니 캄보디아에 있는 다른 은행들도 쉽게 추가 대출을 해줄 것이었다.

물론, 이자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자기 돈을 들여 짓는 것보다 자금 융통이 안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출금의 변제는 분양 후 들어오는 돈으로 갚아 나가거나, 추가로 들어오는 수익으로 장기간 갚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사업을 키우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이런 장점 때문에 다른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눈에 불을 켜고 건설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투자되고 대출받은 돈은 콘세도 저축은행에 다 넣어두겠습니다. 프로젝트가 끝이 난 이후에도 은행에는 이익만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콘세도 홀딩스에서 100억 투자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한국에서 대출 관련 일을 맡은 정진이에게 연락해서 관련 일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캄보디아 현지 업체에 깔려있던 채무도 재시공을 맡기는 조건으로 30% 이상 채무를 깎아 정리를 했으니 ‘골든타워42’를 220억으로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재공사가 시작되었고, 바로 옆의 컨벤션 센터 공사도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콘세도 홀딩스의 100억 투자 발표와 한국은행에서의 150억 대출, 캄보디아 로열뱅크에서의 50억 대출까지 300억 넘게 자금이 들어왔다.

이제는 만들어 올리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우선은 골든타워가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작은 마트를 하나 만들어 현지 물류 업체들과 컨텍을 해 보겠습니다. 작은 마트이니만큼 캄보디아 사람들의 선호 제품이나 소비 성향을 파악하기에는 좋을 겁니다.”

한국에서 스타마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욱 총괄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여 전체적인 사업 구상을 의논했다.

“현재 동남아에 퍼져있는 한국 K마트는 중소규모의 마트로 직접 물류를 처리하지 않고, 중간 무역상들이 물건을 가져다주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용선(傭船) 시기에 따라 상품 가격이 바뀌기도 합니다.”

“결국, 중간 무역상을 낄 수밖에 없다는 거군.”

“네. K마트는 물론이고 동남아 마트 시장은 그 특징상 상품의 4~50%가 중국산 저가 제품입니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선이 들어와야 물건이 풀립니다. 한국처럼 소비재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의외로 몇 없습니다. 컨테이너 선에 따라 물류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배가 한 척 있으면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서 상품을 매입하고, 동남아 나라를 돌면서 상품을 팔 수 있을까?”

“음. 대표님. 그런 개념의 무역은 대항해시대의 무역 개념입니다. 요즘 그렇게 무역을 하면 거의 100%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래? 난 컨테이너 선을 한 척 사서 그런 식으로 움직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옛날 방식으로 그렇게 여러 국가를 다니는 무역선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이 듭니다. 우선 입출항에 날짜가 빨라도 2~3일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화물 컨테이너를 싣는데도 며칠이 걸리게 되는데, 여러 나라를 돌게 되면 일정을 맞출 수가 없을 겁니다.”

“하긴 입항료도 있고, 그런 날짜를 계산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겠군.”

“네. 지금은 상품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 보다는 언제 가져다줄 수 있냐가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컨테이너 무역선 들은 고정 노선으로만 다니고 있습니다.”

김민욱은 부산항에서 말레이시아, 부산항에서 인도네시아식으로 고정 노선으로 무역선들이 움직인다고 알려주며, 한국과 동남아는 거의 매일 배들이 출발한다고 알려주었다.

“매일 출발하는 정기 고정 노선이 있다면 물류 본부나 창고가 있어야 할까?”

“네.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한 곳만 있으면 안 됩니다. 동남아 전체에 스타마트를 만들어 상품을 유통한다면, 특히 섬나라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완전 별도의 물류창고가 있어야 합니다.”

김민욱은 준비해온 지도까지 꺼내서 보여줬다.

“필리핀만 해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과 아래쪽의 민다나오섬으로 나뉘고, 인도네시아도 자카르타가 있는 곳과 보르네오섬 등 여러 섬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런 섬나라에는 수도에만 한곳 진출을 하고, 다른 섬의 K마트에 물건을 대어주는 준 도매상으로 영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흠. 일리 있군. 그럼 대륙과 붙어 있는 인도차이나반도에는 어디에 물류 본부를 놔두어야 하지?”

“여긴 두 곳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한국과 해산물 관련으로 무역량이 폭증하고 있는 베트남 남부의 붕따우 항구입니다.”

호치민의 아래에 있는 항구였다.

“여기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태국 파타야 옆에 있는 람차방 항구입니다. 여기서는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로 물류를 뿌릴 수 있습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까지 해서 총 4곳의 물류창고군. 일단 부지와 추정예산을 한번 뽑아봐.”

“네. 그리고 먼저 소규모 마트를 만들어 소비 성향을 파악하겠습니다. 이후 쌓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물류 본부를 세우는 검토를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마트 체인이 돌아가는 건 2~4년은 되어야 하겠네.”

날짜 여유가 있으니 동남아 마트 사업을 바닥부터 다져야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물건을 들고 와 판매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중국 LT그룹의 박종일 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떠올랐다.

“민욱아 만약에 말이지 아예 우리가 컨테이너 선을 운용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 부산이나 인천에서 정기선을 운영하는 거야.”

“해운사를 차리겠다는 겁니까? 배를 빌려서 물건을 들여오는 거보다는 확실히 편하고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정기선이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레 물동량도 모여들어 해운 이익도 늘어날 테고요.”

“역시 배를 가지는 게 이득이겠어. 이거도 금방 되는 게 아니니 미리 배를 알아보고 해 보지.”

나름대로 민욱이와 계획을 짜며 정기선의 항로와 물품을 짜보았는데, 이 일에도 중국이 빠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소득 수준 자체가 동남아는 낮기에 중국산 저가 물품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물건들을 들여오고, 그걸 한국산 물건과 같이 물류 본부로 보내는 것이었다.

나름의 계획이 짜지자 컨테이너 선을 알아보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할 준비를 했다.

갑자기 뜬금없이 영국으로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중고 선박을 중개해 주는 신뢰성 있는 회사들이 다 영국이나 유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규 선박의 경우에는 조건에 맞는 설계도면을 구매하여 조선사에 맡기면 되었지만, 신규 선박이 만들어져 인도되는 데는 2~3년이 걸렸고, 가격도 비쌌다.

만들어진 지 10년 미만의 중고 컨테이너 선을 구매해서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중개해 주는 영국의 클락슨(Clarkson PLC)에 가는 것이었다.

클락슨의 지사가 홍콩과 상하이에도 있었지만, 중국이 국가적으로 선가지수를 도입하고 상하이 선박 중개 운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클락슨의 지사를 압박하고 있었기에 그냥 본사가 있는 런던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일정 부분만 공개되어 있는 클락슨 중고선가지수를 보며 판매 선주들의 정보를 우선 파악했다.

여러 대를 팔고 있는 선주가 있다면 한 번에 사고 할인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4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 선이 1500만 불이니 대충 150억 잡고. 수리 비용까지 친다고 해도 한 척에 200억이면 될 것 같은데.”

물론, 만들어 진지 6년 8년 된 중고 선박이었기에 수리비가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가 비싸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기에 의외로 저렴한 중고 가격에 4척이 아니라 5~6척을 사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일단, 중국에서 만들어진 배는 구매 목록에서 뺐고, 한국과 일본,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배를 위주로 살펴보는데, 김독수 전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임 대표. 이번에 캄보디아 골든타워 건으로 돈 많이 썼어?”

“뭐 적당하게 썼습니다. 거산건설에서 정보를 안 주던가요?”

“그런 건축 관련으로 궁금한 게 아니야. 지금 여윳돈이 있는지가 난 궁금할 뿐이야. 일단 한국으로 빨리 들어와 봐.”

“여윳돈이야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좋은 일이 있습니까? 런던 갔다가 인도네시아로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바로 한국으로 가기는 힘이 듭니다.”

“일단 그 일정 다 취소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자네에게 좋은 일이 될 것 같아서 연락을 준 거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게 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아, 이거 통신보안이 필요한 건데.”

김독수 전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비밀스레 이야길 했다.

“곡동건설이 내일 1차 부도 날 거라고 하거든. 빨리 한국으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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