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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42화 (142/203)

142. 눈먼 돈이 많구만.

“건호야. 이거 법원 판결문하고 살펴봤는데, 쉽지 않겠는데.”

“왜? 어떻게 어려운 건데?”

내가 한국으로 오는 며칠 동안 정진이가 알아본 것인지 쉽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어대었다.

“이 골든타워42 건은 단순하게 보면 그냥 건설 투자사인 대한토지신탁이 큰 손해를 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니깐 또 다른 것이 얽혀있더라고. 그래서 네 생각처럼 쉽게 변제금액을 줄이고 하는 게 힘들 거야.”

“들여다보니깐 뭐가 있었는데?”

“너도 알겠지만, 대한토지신탁은 2001년에 군인공제회가 인수해서 100% 출자한 회사야. 그 말은 대한토지신탁이 골든타워42에 영우건설과 같이 펀드를 만들어서 돈을 넣었다고 하는 그 펀드 돈도 다 군인공제회의 돈이라는 말이지.”

“그럼, 군인 아저씨들 돈 천억이 녹아들어 간 사업이라 법원 판결문 그대로 토지신탁에선 받으려고 할 거라는 말이지?”

“맞아. 이미 600억 이상 손해를 봤는데 다시 400억에 대한 법원 배상 판결 금액을 줄여 달라고 하면 과연 해 줄까? 그리고, 이미 작년에 골든타워42를 가져가고 싶어 하던 중국 쪽 건설사 2곳이 왔었더라고, 물론, 돈을 안 줄여주니 2곳 모두 사업을 안 가져갔고.”

“중국 애들이야 원래 싸게 먹으려고 했던 거고. 내가 보기엔 무조건 해 줄 것 같은데. 일단, 우리가 컨택해야 하는 포인트는 법원 판결문을 가지고 있는 대한토지신탁이 아니야. 군인공제회 쪽이야. 거기랑 붙어야 해.”

“흠. 그럼, 군인공제회에서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 관리하는 부서가 있을 테니깐 거기부터 만나 봐야 되겠네. 내일 바로 가보지.”

“그래. 그리고, 공제회에 가서 이 골든타워42 투자 건을 주도한 사람이 아직 있는지 확인만 해줘. 아니면 그 부서에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 줘. 그 사람들만 피할 수 있으면 이 건은 잘 풀릴 거야.”

“담당했던 자들을 피해야 한다고? 오히려 그 반대 아니냐?”

“아니야. 철밥통한테는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깐 그 당시 그 일을 맡았던 담당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줘.”

정진이는 생뚱맞은 요구에 미심쩍어했지만 당시 담당자들 근황을 가장 먼저 확인해 줄 터였다.

보통 군인공제회라는 이름을 들으면 국가에서 만든 것 같지만, 사실 그냥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계’ 모임과 같은 곳이었다.

군인 연금과는 다른 적금을 모아서 관리하는 형태인데, 한국 직업군인 대부분이 가입하다 보니 그 운용자금이 12조 원에 이르렀다.

그래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신탁회사를 군인공제회는 늘 가지고 싶어 했는데, 특히 군부대 인근의 보유부동산 개발과 군 숙소 관련 개발에 이권을 가질 수 있었기에 대한토지신탁을 인수한 것이었다.

이후로 부동산으로 잔잔하게 재미를 보았지만, 그 몇백억에 이르는 수익을 골든타워 42에서 한 방에 다 까먹어 버린 것이었다.

부동산 쪽이 이렇다고 다른 투자에서 이익을 본 것도 아니었다.

12조에 달하는 운용자금이 있음에도 그 수익률은 신통찮았다.

8년간 순손실만 9천억에 이를 정도였으니 제대로 투자 운용을 하는지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아마, 일반 투자회사가 12조 원을 운용했다면 못해도 20% 내외의 수익률은 만들어 냈을 터였다.

“건호야. 알아보니 당시 말단이던 평사원, 대리들만 아직 공제회에 있고, 그 위로 과장급들은 이미 퇴사를 했던데. 책임자였던 예비역 소장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장성이라서 그냥 이름을 올려둔 거라고 하더라고.”

“그럼 되었네. 걱정하지 말고, 미팅 자리나 만들어 줘. 그럼 내가 해결할 테니깐.”

***

“법원의 배상 판결문은 대한토지신탁이 받았는데, 우리 공제회 쪽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고민을 했습니다.”

투자운용부 부장으로 소개받은 김동철 부장은 공무원의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이었는데, 중령으로 제대를 했다고 했다.

“혹시, 그 고민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사람을 불러와야 하는지 하는 고민이셨습니까?”

“맞습니다. 그때 당시 투자 건을 담당했던 담당자들이 한 명도 안 남아 있어서 이걸 확인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2, 3년 전 일임에도 이렇게 담당자 물갈이가 된 경우는 잘 없는데, 알아보면 볼수록 이해가 가더군요. 천억대의 손실을 봤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게 맞겠지요.”

김동철 부장은 책임을 지고 다 나갔다고 했지만, 다들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없이 이직하거나 퇴직을 했으니 과연 책임을 진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임(?)을 지는 방식이 이 조직의 방식이었기에 돌파구가 보여 찾아온 것이었다.

“대한토지신탁에서 받은 그 채권을 인수해서 골든타워42를 완공하고 싶으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시공사였던 하닐건설은 결국 상장폐지가 되었고, 법원 판결문으로 받았던 389억에 대한 추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스타 코퍼레이션이 그 389억 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당시에 이 건과 무관했던 김동철 부장은 손실처리가 확실한 채권을 인수해 준다는 말에 공돈이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미 작년 말에도 중국 업체에서 오퍼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건을 인수하기 위해 작년에 중국에서도 오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건설사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후려쳤기에 신탁회사 쪽에서 거부를 했었습니다. 스타 코퍼레이션도 그렇게 싸게 먹을 요량으로 우리 쪽으로 온 겁니까?”

“중국 업체들처럼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닙니다. 저희는 150억에 법원 판결 채권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흠. 중국 측 건설 회사들도 비슷한 금액으로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럼, 또 인수를 거부하실 겁니까? 아마도 우리가 드리는 제안이 골든타워42에 대한 마지막 제안일 겁니다. 저도 건설 쪽은 문외한이지만, 겨우 올린 30층가량의 골조도 1년이 더 지나게 되면 쓸 수가 없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은 이후로는 채권을 인수해서 사업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철근 골조가 아무리 단단하고 오래 간다고 해도 마감이 안 되어 있다면 비, 바람에 녹이 슬고, 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기껏 지어 놓은 골조를 허물어야 할 수도 있기에 더는 인수를 타진해올 업체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상장폐지로 더는 돈 나올 구멍이 없는 하닐건설에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저는 우리에게 이득이 가는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제회에 이득이 가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겁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었으니 이제는 결정을 압박해야 할 때였다.

“하닐건설에게 받을 종이로 된 판결문 389억을 그대로 들고 있으실 겁니까? 아니면 손실되었던 천억에서 150억을 회수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손을 터시겠습니까?”

“흐음.”

김동철 부장도 알고 있었다.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고는 해도 상장폐지 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하닐건설에서 돈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닐건설의 오너가 가진 재산이라도 많으면 추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만큼 하닐건설의 오너가 부자도 아니었다.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한토지신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찾아온 것이었으니 칼자루를 저쪽이 잡고 있는 것은 분명 맞았다.

하지만, 그 칼자루를 맞잡고 있는 것은 김동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당시의 담당자들이 싸질러 놓은 천억짜리 똥에서 150억이라도 찾아오게 되는 것이니 자신의 공적으로 쌓을 수 있는 건이었다.

하지만, 그냥 바로 OK를 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조금만 더 씁시다. 첫 제안가에 바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건 그렇지요.”

돈을 조금 더 쓰라는 김동철의 말에 이미 일은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협의를 전제로 가격을 따져보는 것이었으니 8부 능선을 넘은 것이었다.

인수 금액을 170억까지 올려주는 조건과 150억 이외의 추가 영업권을 주는 것, 수익에 대한 분배금을 주는 조건 등 몇 가지 조건을 더 협의하고 이날 회의는 끝이 났다.

김동철도 윗선에서 조건 비교할 시간을 달라고 했기에 일주일 후 다시 보기로 했다.

***

“그런데,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지 알고 있었던 거야? 법원 판결문의 5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쉽게 되다니.”

정진이는 꽤 힘든 협의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인수 합의까지 진행되어 버리자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하면 그게 맞는데, 공적 조직이 아닌데도 공적 조직처럼 행동하는 곳의 생리를 알면 이게 쉽게 될 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거야.”

“그런가? 이건 내가 안 겪어 보니 잘 모르겠다.”

“쉽게 생각해. 공제회는 말 그대로 공제회야 주인 없는 회사야. 장군이든 장교든 퇴역 후 잠시 거쳐서 좀 얻어먹다가 나가는 곳이야. 천억의 손실을 내었어도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아. 그냥 퇴사나 이직으로 끝이 나는 거야. 오늘 만났던 김동철 부장도 우리에게 채권을 넘기는 일로 사고가 터져도 ‘아, 시발 퇴사할게요.’ 하고 회사를 나가면 이걸로 끝이야. 아무도 진짜 책임을 안 지는 거야.”

“큰 책임을 지지 않으니 이런 건을 쉽게 판단, 결정해버린다는 말이네.”

“맞아. 아마 김동철 부장은 150억이라도 회수했다는 것이 대단하다며 승진하게 될걸.”

대한토지신탁에 가지 않고 바로 군인공제회로 온 것이 이 일의 포인트였다.

중국 애들은 이런 공제회와 투자신탁 간의 관계를 단순하게 출자 관계로만 파악했기에 이 연결고리를 몰랐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만난 자리에서는 골든타워42에 만들어질 스타 호텔의 5년간 수익금의 분배 조건이 마음에 든다며 협의를 했다.

미팅에 함께 들어온 공제회의 임원들은 대부분이 호텔 운영 이익을 받는 것에 찬성을 했다.

“캄보디아에 골프장은 안 하나? 호텔이 있으면 골프장이 있어야지.”

“네. 그렇지 않아도 골프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좋아. 좋아. 공제회 회원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우대만 해줘도 우리 회원들이 스타 호텔이나 골프장을 많이들 이용할 거야.”

전직 장성들이었던 임원들은 손실에 대한 부분은 별로 관심도 없었다.

세금이 아니라 군인들의 월급에서 내는 돈이었기에 세금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만, 군인월급에서 모아 나온 돈이 줄줄 새고 있다고 생각되자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이런 허술함을 가진 곳일수록 협업하며 뽑아 먹을 것은 많아 보였다.

“그럼 최종 협의안은 변호사들끼리 이야기하도록 하고, 공제회에 저희가 의뢰할 것이 있습니다.”

“의뢰?”

“네. 저희 스타 코퍼레이션은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K마트를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서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떨칠 용감한 직원들을 구하고 있습니다.”

“오! 일자리 사업을 같이 하고 싶다는 건가?”

“네. 이왕 공제회와 연관되는 일이 생겼으니 그와 관련된 다른 일에도 함께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단기로 근무하고 나온 부사관이나 장교들의 재취업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해서 현지 마트에서 인력 관리를 하는 일에 그런 군 간부 출신들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대략 500명 정도의 인력을 채용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인력 관리라면 군 간부 출신들이 잘하지.”

“이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겠구만.”

스타 코퍼레이션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중견기업이었고, 해외에서 근무를 한다는 장점이 있는 일자리였기에 공제회에서 전역 군인들에게 추천해주기 좋은 일자리였다.

“임 대표와 우리 공제회는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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