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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41화 (141/203)

141. 불심으로 대동단결!

머리도 짧고, 절과 같은 저택에서 방석에 앉는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캄보디아가 불교의 나라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극과 극으로 차이 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캄보디아의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스님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한국은 병사가 되고, 캄보디아는 스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스님이 된 캄보디아의 남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불교 사찰에서 봉사와 자신을 수련하게 되어 있었는데, 짧으면 1년 길면 5년까지도 스님이 되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대부분이 1년만 하고 말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3년 가까이 스님이 되어 수행을 한다고 하니 이런 문화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훈 마니에게 부탁을 하러 온 처지였기에 이 스님이라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지갑을 꺼내어 아주 오래전 군대에서 받았던 종이를 꺼내어 훈 마니에게 보여주었다.

너무나 오래되어 빛깔이 바랜 명함 크기의 종이 한 장이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 한쪽에 그려져 있었다.

바로 여래 불이 버들가지를 들고 있는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뒷면에는 임건호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밑으로는 호국불교를 상징하는 불교 만(卍)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받은 승적(僧籍)입니다.”

부모님은 불교였지만 임건호는 거의 무교에 가까웠다.

하지만, 군대에서 절에 가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 절에 가서 불 향으로 팔뚝에 한번 불 빵을 맞고 이 명함 크기의 종이를 받았었다.

이후 그냥 지갑에 넣어두면 운이 좋겠지 싶어서 지갑을 바꿀 때도 버리지 않고 들고 다녔었는데, 이걸 여기서 써먹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대자대비한 부처님이 은혜를 내려준 것 같았다.

“오! 심혜(深慧)라는 법명이군요. 슬기로운 승려가 되라는 좋은 뜻이군요.”

훈 마니는 한자도 제대로 아는지 법명에 들어있는 뜻도 알았다.

다음에 훈 마니를 보러 올 때는 생활 개량 한복에 시계 대신 손목 염주를 차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지되었던 골든타워42를 인수하여 완공할 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다행이군요. 공사가 중단된 이후 그 모습이 흉물스러워 어찌해야 할지 아버지도 고민을 하셨습니다.”

“저희가 골든타워42를 완공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1억 달러(약 1천억)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해서 저희는 지상 1층부터 5층까지는 마트와 쇼핑몰을 유치할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흠. 저를 왜 찾아왔는지 알겠군요.”

“저희는 한국에 스타 마트라는 마트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서 골든타워에도 마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만, 사업을 알아보다 보니 물류 문제가 있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처남에게 바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타 마트라는 마트에 들어가는 물품에 대해서는 바로 통관이 되게 될 겁니다.”

“네에? 아, 아니 감사합니다.”

훈 마니가 다른 말도 없이 바로 처남에게 이야길 해서 수출입을 풀어준다고 하자 어이가 없었다.

재계 1위, 2위 하는 그룹도 안 된다고 해서 몇 번이고 찾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매달리는 것도 없이 그냥 바로 해 준다고 하니 뭐지 싶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훈 마니의 조건이 있다는 말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와 백화점에는 캄보디아인 2천 명 이상을 고용해 준다는 약속을 해주십시오.”

훈 마니가 내건 조건을 듣고는 이 훈센 총리의 막내아들이 단순한 권력자의 아들로 보이지 않았다.

훈 마니는 생불(生佛)이었다. 생불.

뒷돈이나 사업으로 생기는 이익의 얼마를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 없이 오로지 캄보디아 사람 2천 명을 고용해 달라는 약속만 해달라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약속해 달라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중국기업들은 외국에서 사업을 따내면, 현지인들을 쓰지 않고, 본국에서 중국인들을 데려와 일을 시킨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왜 재계 1위인 로열그룹이나 LYP 그룹에 수출입 제한을 걸어두고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훈 마니는 중국과 화교 세력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골든타워42를 지을 때도 캄보디아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해서 고용하겠습니다. 이후 마트와 호텔에서도 캄보디아인을 우선 채용하겠습니다.”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네.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은 캄보디아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일부러 부처님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옆에 있던 이종민이나 김조일 부자도 합장해서 인사하기 바빴다.

***

“우리가 그렇게 알아내려고 했던 이온 몰의 물류 허용 원인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니. 허탈한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물류를 풀어주는 조건이 캄보디아인 고용이라니.”

이종민도 일이 너무 쉽게 풀려 버리자 총리의 아들을 본다고 긴장했던 것이 한 번에 풀려 버렸다.

“헌데, 이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의 실세도 걱정을 할 만큼 캄보디아가 중국과 화교들에게 장악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았던 분위기가 김조일의 말에 의해 착 가라앉았다.

“은행만 해도 중국계 은행이 캄보디아 금융시장을 다 잡고 있습니다. 자본 시장은 이미 중국에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로열뱅크, 그리고 거기서 만든 전자 지급 지갑의 기능을 가진 ‘윙(Wing)’이란 서비스.

겉으로는 캄보디아 자국의 은행과 기업이지만, 결국 화교가 그룹의 총수였고, 일하는 방식에는 캄보디아인을 고위직으로 쓰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몇십 년이 흘러가게 된다면 캄보디아는 그대로 중국의 속국처럼 식민지화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게 기회 아니겠습니까? 권력자의 아들이 중국 쪽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의 ‘이온 몰’과 우리를 밀어준다면 손쉽게 확장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김신현의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랩을 확장하고 이득을 얻기 위해 화교인 끗맹이나 이용팟과 연계를 해야 했고, 훈 마니와의 연계를 위해서는 또 중국 쪽과는 거리를 둬야 했다.

“이거 처신 잘못하면 양쪽에서 두들겨 맞고 버림당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버림당하지 않게 일본 애들과 연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종민의 말에 고갤 흔들었다.

“일본 애들도 중국 애들처럼 믿기 힘들다고. 지금은 결정을 내리지 말자고. 일단, 골든타워42 완공과 마트, 호텔, 분양 일에만 신경 쓰자고. 이후 돌아가는 것을 보고 누구와 붙어먹을지 결정하지.”

***

“로열 그룹과 LYP 그룹에서 각각 10%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60억이 입금되었습니다.”

이종민이 협상에 나서 그랩 캄보디아의 지분 10%의 가치는 30억으로 결정이 났다.

형편없는 금액 같지만, 캄보디아의 사정을 보면 이 정도의 투자금을 받은 것이 어디인가 싶었다.

“그리고 LYP의 이용팟 회장이 따로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랩 태국의 지분 때문인가? 그럼 데닐리 탄을 불러와야 하는데, 일정 조정해줘.”

“네. 그랩 태국 건 말고 꼬꽁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우리를 통해 한국에 수출하고 싶어 합니다.”

“농산물 수출?”

우리가 훈센 총리의 막내아들인 훈 마니를 만나 물류 허락을 받아내자 끗맹이나 이용팟은 그 비결을 물었는데,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그저 한국의 전자 제품을 최대한 싸게 캄보디아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수출입 물류가 우리에겐 풀렸으니 이용팟은 우릴 통해 수출을 해보려는 것이었다.

일단 만나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재배하는 사탕수수 결정 당과 후추와 땅콩, 캐슈넛을 스타 마트를 통해 한국에 판매하고 싶은데 그쪽에서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팟은 실무진 3명을 데리고 왔는데, 자신이 ‘왕’이라고 지칭 받는 꼬꽁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한국에 수출하고 싶어 했다.

“이게, 우리가 물류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나, 우리가 운영하는 스타마트는 한국 자국 내에서 유통을 하는 조직이지 이렇게 해외의 물건을 직접 들여 가서 유통을 한 적은 없습니다.”

사실, 지금 캄보디아에 와 있는 인원 중에서 후추나 땅콩 같은 농식물에 대한 검역이나 세율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캄보디아에서 마트를 하겠다고 물류를 허락받지 않았소?”

“그건 골든타워42가 완공된 이후 들어가는 것이라 준비할 시간이 있으니깐요. 그래서 그 사이에 준비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좀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다면 골든타워부터 끝을 내야 하는 거군. 시공은 어디서 맡아서 하기로 했습니까? 우리 LYP 건설도 골든타워 공사에 끼워줬으면 하는데, 그 공사를 맡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시오.”

“골든타워42 공사도 법적으로 엮인 문제가 많아 그걸 풀기 위해 한국으로 먼저 가야 합니다. 그게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흠. 한국인들도 일본인들처럼 너무 재고 하는군.”

이용팟은 아직 결정 난 게 하나도 없고, 혜택을 받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자 그대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랩에 30억 지분 투자를 했으니 뭔가를 얻어 내려고 온 것 같습니다.”

“저런 중국인들의 방식 마음에 안 드는군. 골든타워든, 스타마트든 그랩과 완전히 분리를 해야 하겠어. 그리고, 법적으로 묶인 것도 풀어야 하고.”

“그런데, 아는 건설사가 있습니까?”

“여우가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죽으면 그 머리 방향을 고향 방향으로 한다고 하잖아. 나도 그 수구초심(首丘初心)을 그대로 써야지.”

“그럼, 거산 건설입니까?”

“그렇지.”

미우나, 고우나, 싫으나 김독수 전무와 이창모 부장이 있는 비빌 수 있는 언덕이 거산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바로 군인공제회의 산하 법인체인 대한토지신탁이었다.

대한토지신탁은 골든타워42 프로젝트의 매니지먼트사(PM)이면서 투자자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공사가 중지되자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PM사이기에 시행사인 영우건설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공사비를 대었는데, 그 돈이 1600억이 넘었다.

하지만, 하닐건설이 캄코시티 여파로 자빠지자 그대로 골든타워의 공사도 중지되었고, 대한토지신탁은 그 공사액을 다 날릴 수밖에 없었다.

시행사인 영우건설과 함께 시공사인 하닐건설에게 1000억에 달하는 소송을 내어 400억가량을 배상받으라고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하닐건설이 상장폐지를 하니 마니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배상받을 돈이 없었다.

돈을 받으라는 법원의 판결문 한 장만 남았고, 십원 한 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토지신탁의 현 상황이었다.

그 400억에 대한 판결문 자체가 채권화되어 있으니 시공사인 하닐건설에서 골든타워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기 전에 정리를 해야 했다.

이런 법적인 문제에 쓰라고 회사 변호사가 있는 것이라 정진이를 닦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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