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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9화 (139/203)

139. 이상한 나라에서 사업을. (2)

“안타깝게도 콘세도 저축은행은 자본금 300만 불의 단점은행입니다. 대출을 시원하게 해드리고 싶어도 돈이 없습니다.”

김조일은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은행 자본금 자체가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콘세도 저축은행은 돈이 없지만, 다른 은행은 돈이 있지 않습니까? 은행 간의 대출은 저율 이자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거보다는 콘세도 저축은행에서 빌려서 우리에게 대출해 주는 게 이자 부분에서 훨씬 이득일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흐흠. 그건 맞긴 하지만, 이제 생긴 지 1년도 안 된 저축은행에 그렇게 대출을 해주겠습니까?”

“그건, 김 행장님의 능력 아니겠습니까? 캄보디아 통신부의 차관을 끼고 은행을 만들었다면, 재무부의 사람을 끼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콘세도에서 최대한 빌려주십시오. 그래야 골든타워42를 우리가 인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을 잘못하면 자신의 은행에서 몇백억씩 대출을 해 줘야 하는 일이다 보니 김조일은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까지 확답을 해주시면 저희도 골든타워42 관련으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일부러 피곤하다고 김조일과 김신현을 돌려보냈다.

“한국계 은행 자본이 생긴 것은 좋은데, 공금 유용을 이렇게 넘어가도 되는 겁니까? 좀 더 강하게 처벌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1~2억도 아니고 30억이 넘는 금액이니 법적으로 처리해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종민은 김신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했다.

“아직 돈이 들어오는 중이니깐. 세금이나 환 손실 막으려고 쪼개서 한국에서 돈이 들어오는데, 법적으로 책임을 묻게 되면 그 돈 들여오는 걸 중지할 수도 있어. 저쪽에서 돈 들여오는 걸 중지하고 배 째라고 해버리면 더 골치 아파져.”

이종민은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에서 돈을 들여오지 않게 되면 그 유용된 공금을 법적으로 받아내는 데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은 훌쩍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캄보디아에서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인데, 은행과 법적 문제가 있다고 알려지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콘세도 저축은행을 통해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아. 대출받은 돈으로 골든타워 42를 처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헌데, 2000년대 후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캄코시티나 골든타워42 관련 이야기를 해봐.”

한참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고 병원을 알아보고 한다고 2008년에서 2011년까지는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건호는 그 당시 시끄러웠던 사건을 알지 못했다.

“이게 언론에도 엄청나게 나온 일인데, 두 전직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는 말도 있고, 한국 사기꾼들이 훈센 총리와 크게 한탕 해먹은 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면 캄보디아가 아니라 우리나라?”

“네. 노 대통령이 캄보디아에 국빈으로 방문했을 때, 한국 건설 업체들의 임원들도 캄보디아에 방문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이었던 이 대통령은 시장이던 시절에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요청으로 경제 자문역도 맡았었습니다.”

“이야, 이거 대통령에 총리에 스케일이 큰 거구만.”

“네. 그런 배경들이 서포터하기로 해서 한국의 건설 업체들이 캄보디아에 진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캄코시티라는 캄보디아 최초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 사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게 캄코시티입니다. 총 사업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5천억)짜리인 캄보디아의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이게 성공했다면 엄청났겠는데.”

“네. 제대로만 되었다면 캄보디아가 지금의 캄보디아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 위기가 모든 것을 망쳐났습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전 세계 부동산시장이 박살이 나면서 캄보디아도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건호가 보기에는 캄코시티가 제대로 건설되었더라도 성공했을 것 같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에 불과한데, 1채에 20만 달러씩 하는 비싼 부동산 17만 채의 수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당시 캄코시티 개발에 부산저축은행이 5천억을 시행사인 ‘랜드마크 월드와이드(LMW)’에 대출해 줬는데, 그중 4천억이 그냥 사라져 버렸습니다. 공사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증발하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훈센 총리 일가가 먹었든지 시행사가 먹었든지 했겠군. 아니면 중간에 사기꾼이 하나 더 있던지.”

“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건설 쪽의 가치가 추락하며 자금줄이 다 막혔고, 대출을 받았던 5천억 중 4천억이 사라져 버렸으니 제대로 건설이 될 리가 없었지요. 결국 캄코시티는 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일로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거군.”

“네. 그 타격이 커서 GS 건설도 당시 가지고 있던 땅을 다 팔고 캄보디아에서 철수를 해버렸습니다. 그때 GS건설에서 팔았던 땅을 산 곳이 일본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일본의 ‘이온 몰’이 들어선 겁니다.”

“허허. 서브 프라임 사태나 부산저축은행 돈 횡령 문제가 없었다면, 캄보디아의 알짜 상업구를 우리나라가 다 먹을 수 있었던 거였네.”

“그래서, 김조일 은행장도 아쉬워하는 걸 겁니다. 그리고, 그때 캄코시티의 시공을 맡았던 곳이 하닐건설인데, 골든타워42도 같이 맡아서 짓다가 캄코시티가 자빠지며 같이 자빠져 버렸습니다.”

“골든타워42 사업 규모는?”

“사업 규모는 2억 5천만 불이니 한화로 2500억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30층까지 짓고 중단이 되었습니다.”

“70% 정도의 공정률이면 이걸 인수해서 공사 마무리를 지어 이득을 보려는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없는 거지?”

“골치가 아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게 캄보디아 현지 기업에 100억 대의 채무가 있고, 한국에는 대한토지신탁이 320억가량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겁니다.

“그 대상은 누구인데? 하닐건설?”

“네 시공사인 하닐건설이 배상해야 하는 돈이 420억가량이고, 추가 12층을 짓고, 내부 인테리어까지 한다면 500억가량이 더 추가되어 들어갈 겁니다. 거의 천억.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보니 임자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흠...”

랜드마크라고는 하지만, 결국 저층은 상가였고, 고층은 오피스텔과 같은 거주용 건물이니 그 분양에도 돈이 들어갈 터였다.

아직 부동산 쪽은 서브 프라임사태의 영향이 남아있는 상황이니 1억 달러를 들여서 골치 아픈 건을 사갈 곳이 없는 것이었다.

이종민이 가져온 골든타워42 조감도를 보니 금색의 멋들어진 건물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캄보디아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여러 꼼수를 쓴다면 인수 금액을 줄일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일본 애들이 오픈했다는 이온 몰을 한번 가보지.”

***

“와, 여긴 캄보디아 같지가 않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기 LT버거도 입점해 있네요. 햄버거나 먹을까요?”

이온 몰의 1층에는 식음료 관련 외식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여러 입점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한국이나 일본의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0불인데, 250불짜리 리바이스 청바지가 팔리는구만.”

까르띠에 같은 최고급 명품매장은 없었지만, 피에르 가르뎅과 발렌티노 같은 명품 매장도 들어와 팔리고 있었다.

“역시 구매자는 다들 중국계로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화교들과 외국계 기업의 체류 인원들이 주 타깃인 것 같습니다.”

“골든 타워의 저층에 마트와 백화점을 넣게 되면 여기와 손님을 나눠 먹게 되는 거겠지? 수익이 날까?”

“마트와 식당가를 만들고, 두 축으로 올라간 타워의 한쪽은 호텔로 전환한다면 수익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텔?”

“네. 동남아의 화교들이 대부분 호텔이나 리조트를 운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서구 유럽이나 다른 대륙에서 가장 많이 관광을 오는 곳입니다. 아직 캄보디아에는 대형 호텔이 몇 없으니 호텔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호텔업이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단점으로 생각했던 것이 의외의 장점으로 와 닿는 것도 있었다.

캄보디아로 들어오는 수출입 물량을 훈센 총리 일가의 회사가 잡고 있다면 이게 또 장점이 될 수 있었다.

골든타워42를 우리가 떠맡아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마트에 들어가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수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면 충분히 협상해볼 수 있는 조건이었다.

우리 마트와 이온 몰 외에 대형 마트가 없다면 유통수익으로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을 터였다.

“골든타워42 우리가 하자.”

***

“우선 캄보디아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콘세도 저축은행의 김조일 행장은 골든타워42를 우리가 인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하자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알려줬다.

“태국이나 다른 나라와 같군. 자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면 부동산 거래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좀 도입을 했으면 좋겠는데, 검은 머리 외국인이 많다 보니 힘들려나.”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이중 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게 잘 안될 겁니다. 우선 ‘그랩 캄보디아’ 사업자에 부동산 분야도 추가를 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 이 골든타워42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제부 쪽 사람과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좋네요. 그런데, 대출은 알아보시고 있습니까? 이 골든타워42를 인수하게 되면 몇백억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콘세도 저축은행에서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크흠. 그렇지 않아도 로열그룹의 로열뱅크와 이야기를 좀 해보았습니다. 그러다 그랩의 모기업인 스타 코퍼레이션의 CEO가 캄보디아에 와 있다는 소릴 듣고는 그쪽에서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로열 뱅크의 은행장이 보자고 하는 겁니까? 대출을 제대로 해준다면야 안 볼 이유는 없지요.”

“로열뱅크의 행장이 아니라 그룹 총수인 끗맹 회장이 만나봤으면 한답니다.”

“끗맹 회장이요? 좋죠. 직접 만나서 그런 대출 건이나 그런 부분을 바로 해결하면 되죠. 날짜 잡아 주십시오.”

끗맹회장은 캄보디아의 재계 순위 1위 기업인 로열그룹의 총수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유명했다.

우선,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지만, 사실혼 관계의 여배우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있다는 것이 유명했다.

물론, 방송국과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기에 그러한 개인의 가십은 크게 보도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재계 1위의 그룹임에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KTV와 같은 유흥업과 술 유통까지 직접하고 있다는 것이 그룹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흥업 특성상 당연히 조직 폭력배와 같은 음지의 세력들이 꼬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음지의 세력들도 돈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로열그룹의 끗맹 회장이 캄보디아 밤 세상의 황제라는 말도 돌았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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