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6화 (136/203)

136. 이상한 나라에 오다. (1)

“요리 관련된 전자제품이나 주방용품은 이미 요리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붙여서 아예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구요. 이런 방식의 방송이라면 쇼 쉐프들은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자체 브랜드면. 아, 김만재 도깨비방망이는 알겠다.”

“네. 그런 식으로 해서 조리기구 브랜드를 아예 만들어서 런칭합니다. 중국에서 했던 요리쇼가 인기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국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타미야의 웨이보 팔로워가 70만 명이 넘더라고.”

“그 정도 유명세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그 친구들을 그대로 저 라이브 방송에 내보내면서 주방용품 쪽으로 판매부터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바로 돌려보자고. 매제가 중국에서 팔 한국 주방 전자제품이랑 요리법을 좀 만들어봐봐.”

“네. 그쪽은 제가 아는 지인도 있으니깐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짐캐리가 주연했던 트루먼 쇼처럼 요리 하는 중간마다 제품을 설명하는 그런 방식으로 한번 구성해 보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건희는 엔터 쪽에 의상 협찬 받고 한다고 의류 관련 사람들을 많이 알거니깐 중국 출신 연습생으로 해서 패션 쇼 호스트를 한번 키워봐.”

“오빠. 근데, 난 그렇게 쇼호스트를 만드는 거보다는 이 라이브 채널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 한국 상품을 연결해 주는 게 더 사업성이 있을 것 같은데.”

“중계업체를 하자는 말이야?”

“응. 여기서 물건 파는 사람들은 다 중국 사람이잖아. 그럼 이 사람들은 한국 제품과의 컨텍이 쉽지 않을 거잖아. 우리도 중국 엔터 쪽에 인맥 만드는 게 힘들었듯이 저쪽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그러니 우리가 한국 업체와 중국의 이 쇼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거지.”

“물건을 대어주고, 물건이 팔리면 한국에서 배송해주는 그런 업무까지?”

“맞아. 오빠도 생각해봐. 한국 물건을 중국에서 발송한다고 하면 중국인들도 짝퉁이라고 의심할 걸. 한국물건이니깐 한국에서 해외 배송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가 올라가는 거지.”

“그것도 맞겠네. 그럼, 일단 그 한국 중계업체랑 쇼호스트 키우는걸 둘이 좀 맡아줘.”

“알았어. 중국에 만든 인맥을 그럭저럭 써먹을 수는 있겠네.”

***

“오빠. 아니, 대표님. 어제 그분 데려다주고 연락은 왔어요?”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KTX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서 만난 정윤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어줄 수밖에 없었다.

“치. 어제 보니깐 두 사람 분위기가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던데. 뭐 연락 없으면 자기 복을 자기가 차버리는 거지. 근데, 오빠 정도면 재혼이라도 여자들이 줄 선다고.”

“됐다. 중국에서 복귀한 직원들이 다 내일까지 휴가지?”

“오빠 그럼, 내 친구를 소개해 줄까?”

정윤이는 업무 이야기는 접어둔 채 딴소리를 했다.

“야, 네 친구면 23살 아냐?”

“뭐, 10살 넘게 차이가 나도 연예인들 그렇게 다들 결혼하고 하잖아. 애가 진짜 착하고 좋은데 가정환경이 좀 안 좋은 애가 있거든. 그래서 소개해 주고 싶은 거야. 진짜 착하고 예쁜 앤데.”

“됐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환경이면 그냥 우리 회사에 취업을 시켜줘. 그게 더 나은 거야.”

“그럼, 비서실에 꽂아도 되는 거야?”

“에휴. 그래라. 석건이도 말레이시아에 있으니 사람을 더 충원하긴 해야 해. 대신 서류는 제대로 접수 시키고.”

“오빠 고마워! 그리고, 개발팀 강민호 팀장이 퇴사를 해서 석건이 오빠나 이종민 실장에게 물어 보고 했는데, 그냥 정산 회계 개발의 채학인 팀장을 개발팀 총괄로 올리기로 하자던데. 그리고 정식 후임은 내년쯤에 개발팀에서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래. 그렇게 하지. 채 팀장에게 개발진 충원 하라고 하고. 네 친구는 비서실 말고, 건희가 하는 중국 쪽 일이 있는데, 거기 일을 도우라고 전해줘. 중국어 배우라고 하고.”

“건희 언니 일이면 엔터 쪽이야?”

“그래. 엔터 쪽랑 중국과의 중계무역 쪽 일이야.”

그렇게 업무 이야기를 하며 서울에서 정리를 하고 있으니 그랩 쪽 사업이 지지부진 한 것이 바로 눈에 들어 왔다.

그렇지 않아도 김신현이 맡은 캄보디아 쪽의 진행 상황이 너무 느려 캄보디아로 갈려 했는데, 데닐리가 맡은 쪽도 쉽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태국은 유버가 진출을 해서 그랩이 밀리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야?”

“네. 유버도 태국과 여러 곳에 진출을 시작했는데, 그쪽도 고전 중입니다.”

데닐리 탄과 김신현의 보고서를 보니 역시나 인프라 문제와 낮은 교육률로 인한 드라이버 문제가 있었다.

“캄보디아는 국왕과 권력층이 문제라고 김신현이 보고했는데 이권 문제가 있다는 거야?”

“네. 캄보디아는 통신부 장관과 차관이 같이 끼고 싶어 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의 왕가와 정치권 인사들이 엮여있다 보니 일 진행이 더 느린 것 같았다.

최대한 인력을 많이 투입해서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중국에서 복귀한 직원들을 모두 다 불렀다.

“캄보디아 말입니까? 거긴 얼마 정도 파견입니까?”

“캄보디아에서 일을 처리하고 바로 인도네시아로 넘어갈 수가 있어. 1년 정도 잡으면 될 거야.”

“그럼, 전 지원하겠습니다. 분기별로 집에 오니 오히려 부부관계도 그렇고 더 좋더라고요.”

이종민 실장의 말에 다들 동의를 했다.

떨어져 있으면 가족 간의 정이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2~3달에 한 번씩 집에 가서 일주일씩 있다 보니 그게 더 가족에게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했다.

나와 정윤이를 포함해 9명이 캄보디아로 향했다.

***

“흠. 캄보디아는 이런 냄새네요.”

정윤이가 코를 벌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나도 냄새를 크게 맡아 보니 음습한 습기와 나무 진액이 뿜어내는 특유의 냄새가 났는데, 수도였음에도 높은 건물이 몇 보이지 않았다.

김신현과 현지에서 채용한 교민이 마중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인 사람이 마중 나와 있었다.

“신현씨 아버님이 여기에 어떻게 계시는 겁니까?”

콘세도 홀딩스의 대표인 김조일이 우리 직원인 것처럼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하하하. 그렇게 되었습니다. 일단 숙소로 쓸 빌라로 가시죠.”

이게 무슨 일이냐고 김신현에게 눈으로 물었으나 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게 말입니다. 처음에 그랩의 캄보디아 지사장이 되었다고 들었을 때, 솔직히 믿음직스럽지 못해 제가 한번 와봤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고 하다 보니 제가 할 일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도 캄보디아에 와 있습니다.”

“그랩과 연계되는 일을 하시기로 하신 겁니까?”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 김신현을 째려볼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화를 내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닙니다. 그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콘세도 저축은행을 열었습니다.”

“네? 저축은행요?”

한국에서 2천억 대의 돈을 굴리는 투자회사인 것은 알았지만, 뜬금없이 캄보디아에서 저축은행을 한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캄보디아에는 한국계 은행이 4곳이 들어와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 콘세도 저축은행까지 하면 한국 자본의 은행이 5곳 있는 겁니다.”

‘한국 자본’이라는 말에 화를 내려던 것을 그대로 가라앉혔다.

동남아에서 중국 화교 자본의 은행들이 발휘하는 파워를 알고 있었기에 한국 자본의 은행이 5곳이나 있고, 그중 저축은행이지만, 김신현의 아버지가 한다는 말에 머릿속으로는 계산하기 바빴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캄보디아는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리엘(Riel)이라는 자국 화폐가 있지만, 리엘은 소액을 쓸 때에만 쓰이고 미국 달러를 그대로 다 통용해서 쓰는 나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외국에 오면 기본이 환전부터 하는 것인데, 환전 관련 안내나 환율에 대한 것을 비행기에서 보거나 듣지를 못했다.

“캄보디아 전체 은행에 예금되어 있는 예금액의 90%가 달러이고, 자국 화폐인 리엘로 예금되어 있는 예금액은 8%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말은 화폐 주권이 없다는 말입니까?”

“자국 화폐가 있으나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공과금이나 세금에 대해서는 자국 화폐를 받으려고 강제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달러를 더 신봉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아주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음. 환율 변동 위험이 없어서 투자하기 좋다는 말인가요?”

“맞습니다. 달러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그 가치를 그대로 가집니다. 덕분에 캄보디아는 우리가 IMF로 고생을 할 때 달러를 쓰고 있었기에 환 위험이 없었습니다.”

환 위기로 캄보디아의 리엘 화가 폭락 한다고 해도 은행 예금액의 90%가 달러 예금이라면 실질적으로 캄보디아가 받는 환 차익 손해는 거의 없을 터였다.

“그럼 저축은행을 설립한 것도 그런 안정을 위한 겁니까?”

“그런 환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것도 있지만, 재미있게도 캄보디아에서 은행을 세우는 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입니다. 자본금 기준만 충족되면 신고 후에 바로 은행을 설립해서 운영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바로 설립을 해두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숙소로 가는 번화가에 씨티은행이라든지 HSBC라던지 외국계 은행의 간판이 많이 보였다.

물론, 중국 자본의 아는 은행들도 있었다.

나라의 규모에 비해서 너무 많은 숫자였다.

“자본 시장이 외국에 넘어가게 되면 나라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니, 다들 달러로만 거래를 하고 있으면, 이미 넘어 가 있는 건가요? 아니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가장 안전한 금융시장일 수도 있는 거군요.”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자국 화폐가 있지만, 제대로 된 화폐 주권 없이 달러에 의지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캄보디아의 자본 시장은 안전한 것이었다.

“그럼 달러를 입금했을 때 이자라던지 그런 부분도 좋은 겁니까?”

“달러의 1년 예금 이자가 4~5%가 됩니다.”

“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1에서 1.5%의 금리인데, 이러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1%의 차이만 해도 환차익을 노리는 세력이 들어올 수도 있을 터인데, 2% 이상 차이라니 이상했다.

“신용등급이 그걸 막아주고 있습니다.”

“은행의 신용등급 말입니까?”

“아닙니다. 나라의 신용등급이 그런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세력들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신용등급은 B+입니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S&P 기준으로 AA-에서 AA0으로 나오지요.”

기억을 떠올려 투자적격등급을 떠올려보니 AAA에서 BBB- 까지가 투자 적격등급이었고, BB+ 부터는 투자부적격 등급이었다.

캄보디아의 신용등급이 B+ 이니 나라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축에 해당했다.

“한마디로, 예금 이자가 높아도 모라토리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어 돈을 다 날릴 수 있으니 그 1~2%의 리스크를 떠안고 캄보디아 은행에 예금하지 않는 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서는 은행의 설립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해서 외국계 자본을 어떻게든 유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인 그랩이 먼저 들어와서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별의별 사람들이 다 달라붙었습니다.”

김신현의 아버지이자 콘세도 홀딩스의 대표인 김조일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캄보디아의 그랩 개척을 말레이시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김신현에게 맡겼는데, 캄보디아의 특징으로 인해 말레이시아보다 더 복잡하고 힘든 나라였다.

이런 곳에 아직 능력이 부족한 김신현을 보내두었으니 일이 진행이 안 되었던 게 당연했다.

“저기입니다. 이 빌리지에서 가장 큰 빌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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