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2화 (132/203)

132. 갈라진 사람들. (1)

마윈의 말에 화가 났지만, 마윈이 내게 저렇게 충고(?)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내인 장잉(张瑛)의 내조가 아니었다면 알리바바는 물론이고, 제대로 창업도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윈의 첫 창업에 들어가는 돈을 친척들에게 빌려온 것도 마누라였고, 첫 사업이 망한 이후 알리바바를 창업했을 때도 자신의 아내가 첫 직원이 되어 주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업이 기반에 오르자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알아서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으니 마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조강지처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아내 자랑을 이혼남에게 충고처럼 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사업가는 물론이고 아니 그 누구든 내조 혹은 외조를 해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새끼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파토를 치네.”

같이 식사했던 호텔을 벗어날 때에는 마윈이 일부러 일을 깨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는가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분 인수입니까? 얼마 정도에 인수하고 싶답니까? 제안 금액은요?”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카이가 바로 질문을 쏟아냈다.

“51%.”

“51%요? 그럼, 인수합병을 원하는 겁니까? 혹시, 경영권까지 다 넘기는 조건을 제시한 겁니까?”

“그래. 그냥 돈 받고 우리 나가란다.”

“...”

스카이도 지분 인수까지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경영권을 다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 건지 입을 다물었다.

“마윈이 돈은 얼마를 제안했습니까? 그리고 대표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스카이 네가 여기 오기 전에 지분 1%에 100억 정도면 괜찮다고 했었지?”

“네.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헌데, 경영권까지 가져간다면 프리미엄이 더 붙어야 합니다. 다른 배달 대행 어플에 비해 젊은 고객이 많고 한류를 즐길 정도의 여유 있는 세대가 주축이기에 한국 돈으로 1조 원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윈은 그 이하를 제안했어. 일단 내 마음은 No야. 바로 북경으로 올라가지.”

북경으로 돌아와 이튿날 사무실에 출근하니 스카이가 입을 털었는지 직원들이 일할 생각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알리바바 인수 건으로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런데, 회사에 자본이 풍족한 건 아니라며? 그래서 화룬 유한공사랑 LT 그룹에 지분 18%를 판 거라고 하던데.”

“매출이나 순익은 확실히 이득이긴 한데, 계속 확장을 해야 하다 보니 흑자 전환이 안 되는 거지. 일단 회사에는 문제가 없어.”

“그리고, 한국에서 ‘푸드 딜리버리’가 계속 1위이기에 자본이 부족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알리바바의 ‘어러마’에 인수되는 게 더 좋지 않아? 알리바바에서 P5, P6(4~6년 차) 직원의 경우에는 연봉이 30만 위안(약 5천만 원)이라고 하던데. 우리도 어러마에 인수되면 그만큼은 안되어도 월급이 오르지 않을까?”

“오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우리는 어러마에 인수되는 것이 이득이었네.”

“그런데, 어제 얼마를 제안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는데, 스카이 부사장의 말로는 임 대표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대.”

성조가 있는 중국어 특성상 직원들이 모여서 작게(?) 하는 말도 멀리 떨어져 있는 네게 잘 들려왔다.

다들 일은 안 하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윈의 말대로 금액적인 부분을 스카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

“오오! 스카이 부사장. 그래서, 진짜 판다요원이 ‘어러마’아니 알리바바에 인수되는 거야?”

LT 그룹의 김안일 부장은 이미 이야길 들었다며 스카이에게 물었다.

“대표님은 아직 확신이 없으신 건지 아니면 금액이 마음에 안 드신 건지 고민을 해보신다고 하시네요.”

“그쪽에서 얼마를 제시했는데? 그건 얼마인지 몰라?”

“금액은 저에게도 오픈을 안 하셨는데, 솔직히 기업공개(IPO) 전에는 행사 못 하지만, 제가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에게도 공개를 안 하시니 조금 서운한 것도 있네요.”

“그렇네. 최대지분을 가진 사람에게도 금액을 오픈하지 않다니. 그래도 어바웃이라는 게 있을 거 아냐? 그리고 스카이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하는 거야?”

“아마도 1조보다는 적은 금액을 제안받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전 반반이죠. 솔직히 얼마에 팔리든 전 천만장자이니까요.”

본인은 반반이라고 이야길 했지만, 이미 천만장자를 언급하고 있는 걸 보니 스카이도 어러마에 팔리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제한이 있는 지분이라도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스카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김안일 부장은 판다요원이 어러마에 팔리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김안일 부장은 스카이 외에도 다른 한국 직원이나 관리들과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아차, 이걸 보고해야 하는구나.’

김안일 부장은 급히 지사장인 박종일과 심재일에게 보고를 올렸다.

***

“이거 큰일인데요. 어러마에 팔리고 나서도 어플 내의 LT 마트 픽업 메뉴가 그대로 존치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종일 지사장은 인수합병 이야기에 LT마트의 픽업 서비스가 날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했다.

부랴부랴 투자 협정식에서 받은 지분 관련 서류들을 뒤적거리며 권리를 확인했다.

“그래서 인수 가격은 얼마를 제시했다고 하지?”

“이사님 그건 정확히 오픈되지 않아 모르고 있었지만, 다른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1조 원 언저리라고 합니다.”

“1조 원?”

“네. 스카이 부사장과 이야기를 했는데, 1조 원에서 약간 적은 금액을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판다요원에게 9% 인수할 때 1%당 30억에 샀는데,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볼 수도 있겠는데. 하하하.”

심재일은 의자를 뒤로 젖혀 기대며 웃었다.

자신이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진행한 일이 판다 요원의 지분 9%를 인수한 것이었다.

처음 진행한 일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900억으로 가치가 오를 수도 있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심재일은 메이투안이 디엔핑에게 인수된 이후로 음식 배달 대행 앱 회사들의 몸값이 엄청 뛰었다는 게 체감이 되었다.

“그래서 임건호 대표는 어러마에 넘기기로 했대?”

“아직 생각 중이라고 합니다. 헌데, IPO 전에는 지분 행사를 하지 못하는 스카이 부사장이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는 인수가 되길 원하고 있으니 아마도 회사를 넘기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흠...”

사실 심재일은 중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배달 대행 앱에 대한 판단이 부정적이었다.

전통적인 유통업도 아니었고, 단순히 가게와 손님에게 물류를 대행해주는 것이었기에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었다.

특히나, 자신이 주로 거주하는 일본의 경우에는 음식 배달 대행이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었고, 자신이 그런 주문배달을 시켜서 먹을 일도 없었기에 중국이나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음식 배달 대행업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 와서 본 음식 배달 대행업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었고, 조금만 커져도 유니콘이라고 불리며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산업이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기업이 팔려 갈 때처럼 몇조씩 기업가치가 매겨지는 것으로 보곤 생각을 달리 먹었다.

거기다 배달을 해주고 바로 수수료를 챙겨올 수 있는 정산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짧으면 보름 길면 한 달 동안 대금결제를 기다려야 하는 유통업에 비해 바로바로 당일 정산이 되는 전자화폐 시스템은 혁신 그 자체였다.

심재일은 생각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서투르게 판단할 필요는 없었다.

판다 요원이 1조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을 한번 다시 확인해야 했다.

“김안일 부장. 판다요원의 스카이 부사장이 1% 지분이 10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한 그 근거를 알아 와봐. 마윈이 제안한 금액을 알아 오면 더 좋고. 그리고 박종일 지사장은 판다요원의 성장 가능성과 우리가 인수했을 시, 필요한 실사자료를 검토해줘.”

“네? 우리가 인수한다고요?”

박종일 지사장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자, 심재일의 말이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니 지분을 좀 더 인수해서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

“먼저 스카이 부사장이 판다요원의 지분 1%를 100억이라고 책정한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김안일 부장은 심재일의 명이 떨어지자 하루 내내 판다요원에 살면서 스카이와 여러 관리직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며 정보를 모아왔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공동구매 사이트 쥐화싼(聚劃算)을 통해 메이투안의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이투안이 디엔핑에게 인수되며 이 8%의 지분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8%의 메이투안 지분을 매각할 거라고 합니다.”

“메이투안의 지분 25%가 4조였으니 8%면 1조 3천억 원쯤 되겠군.”

“네. 단순 계산상으로는 그렇지만, 알리바바는 2조 원에 메이투안에게 매각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뒤통수 때린 것에 대한 보상비를 7천억으로 부른 것이지요.”

“뭐, 조금 과하긴 하지만, 이해는 되는 금액이군. 그래서 그 8% 지분 매각된 것으로 판다요원을 인수하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알리바바 측은 그 2조 원으로 3%의 점유율을 가진 판다요원과 커우베이(Koubei·口碑)를 인수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각 1조 원이 회사의 가치라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카이 부사장에게 직접 이야길 들었을 때 1조 원의 약간 아래 금액이라고 했으니 금액이 맞아떨어집니다.”

“알리바바에 선 메이투안 지분의 4% 정도가 판다요원의 가치라고 판단을 하는 거군.”

필요 없는 메이투안의 지분을 팔고 그 돈으로 중소규모 업체들을 인수해서 점유율을 올린다는 전략을 알 것 같았다.

이어서 박종일 지사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판다요원의 회원 수가 1100만 명을 넘었고, 일 주문 건수는 40만 건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단가가 일본과 한국에 비해서 작지만, 확실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니 재투자에 수익이 다 쓰이고 있었지만, 확실히 매출과 수익이 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직 미확정이지만, 한국에서 유명한 ‘ECO’란 남자 아이돌 그룹을 데리고 와서 중국 전국투어 콘서트를 6회 추진하고 있답니다.”

“한중, 중한 우호 콘서트 이후 대박이 났다고 했지?”

“네. 그 콘서트 2건 이후 회원 수가 700만 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한류 콘서트의 효과가 확실했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자 중국인 멤버가 많은 ECO 그룹은 심재일도 알고 있었다.

그런 아이돌 그룹이 중국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였다.

“더불어 ‘요리쇼’란 식당체인도 성장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스타 쉐프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지 몰랐는데, 오픈 예정인 가게가 20곳이 넘습니다.”

“확실히 우상향 성장세를 만들고 있구만.”

“네. 다만, 문제가 되는 게 있는데 스카이 부사장과는 다르게 임건호 대표는 매각을 망설이고 있다고 합니다.”

“왜 매각을 망설이고 있는 거지? 40%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최대 4천억 아닌가? 더 비싸게 팔기 위해 버티는 건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임 대표는 매각에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흠. 그럼 우리가 임건호 대표의 40% 지분을 인수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만 해도 판다요원은 우리 것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나?”

“네?”

이미 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니 임건호의 40%를 인수하면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스카이처럼 지분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임건호 대표가 가진 40%를 웃돈을 주더라도 우리가 인수해서 알리바바에 1조 원에 매각하자고. 이게 당장에는 손해로 보이겠지만, 난 엄청나게 남기는 장사라고 보거든.”

박종일 지사장은 심재일의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현 회장의 아들이지만, 4천억을 써서 지분을 인수하자는 말이 너무 쉽게 나왔기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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