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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1화 (131/203)

131. 제안을 받다.

“임 선생께서는 왜 중국에서 판다요원을 운영 하시고 계신 겁니까?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뜬금없는 마윈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실, 일이란 게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닌가.

있어 보이기 좋게 판매자와 소비자를 엮어주는 B2C 사업의 긍정적인 이유를 들며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한다고 입을 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윈이 원하는 답은 그런 답이 아닐 터였다.

고민 끝에 내가 쭉 살아온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어떻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가 그가 원하는 답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로 살다 어머니의 병으로 힘들 때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와 복권에 걸려 창업을 했다는 이야기. 해운대 라면을 만들고, 요리사인 매제를 통한 요리쇼로 한국에서 배달 대행업체 1위를 차지하며, 해외 진출까지 하게 되었다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군요.”

마윈은 꽤 인상 깊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내 삶에 대해서 이야길 했으니 이제 마윈이 속마음을 이야기 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판단이 틀렸다.

“이야길 들어보니 임 선생에게 판다요원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사업이라고 들리는 군요. 제가 이 질문을 한 이유가 뭐냐면, 알리바바에 투자를 해줬던 손 마사요시, 아니 한국에선 손정의란 이름이 더 편하겠군요. 그와 이야길 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기업에 대한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기업의 의미요?”

“네. 중국인이나 미국인도 자신이 만든 회사에 애착을 가지지만, 손정의가 이야길 하길, 한국인과 일본인은 회사라는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 의미를 둔다고 하더군요.”

마윈의 말을 들으니 대충 손정의가 이야기한 기업에 대한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기업인 아니 작은 가게의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로 가지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이 만들고 세운 회사를 단순한 서류상의 회사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이루어 놓은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사고방식이었다.

그래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회사가 인수합병되더라도 그 이름을 지키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고, 장사를 하다 건물을 넘길 때도 그 간판을 그대로 유지해 줬으면 하는 요청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즉, 회사 오너가 회사를 가족과 같은 인격체로 여긴다는 그런 의미였다.

마윈은 혹시라도 내가 판다요원이란 회사에 그런 감정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에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그런 깊은 감정은 없으신 것 같으니 이야기 하기가 편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길 하는 마윈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

내 딴에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 기업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운영 원칙에 대한 그런 질문이라 생각해서 살아온 이야길 해주며 마음을 보여준 것이었는데, 마윈은 그런 감정의 교류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윈에 대한 평가는 사람하고 이야길 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서 영어학원이나 기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도 시끌벅적하게 사람을 모아서 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고 했었다.

그런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들었다고 직접 이야길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가 성공한 뒤에 마윈의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이 여러 개 올라왔었는데,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마윈은 사람들과 토론하길 즐기고 진취적인 이야길 하길 즐기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화법은 없다는 평가였다.

즉, 대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마윈이 보여주는 모습이 딱 그 이야기들의 전형이었다.

“임선생님의 판다요원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아, 그 요리쇼란 식당 체인점까지 다 포함해서 입니다.”

“흠. 단순한 지분 인수가 아니라, 경영권을 포함한 합병을 원하는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꼭 경영권을 ‘어러마’에서 다 가져가야 하는 겁니까? ‘메이투안-디엔핑’의 합병에 대항하기 위한 인수라면 20% 내외의 지분 인수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속칭 어깨보증처럼 서로의 지분을 들고 있는 연합체를 구성하자는 것을 제안했다.

회사를 다 넘기는 것은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윈은 그런 형태의 지분 인수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지분 관계로는 불안정하다 생각합니다. 아시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쥐화싼(聚劃算)을 통해 메이투안의 지분 8%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메이투안-디엔핑의 합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의결권 없는 지분이었기에 이 합병 건에 대해서 지분을 행사하지도 못했지요.”

지분 관계로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메이투안에게 이번에 뒤통수를 맞았으니 지분 관계 보다는 합병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은 것 같았다.

사실, 마윈에게 전화를 받고, 그 의도를 알아볼 때 혹시라도 인수 제안이라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금액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생각을 했었지만,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판다 요원을 매각하고 난 이후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은 14억의 인구가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1선 도시에 집중되어 있기에 B2C나 C2C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업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많은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었고, 정말 특이한 분야가 아니라면 신규 런칭해서 성장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의 판다요원 이후 다른 어떤 서비스를 가지고 중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니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즉, 판다요원을 매각하고 나면 이후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판다요원은 한국의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를 중국에 맞게 적용해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 외에 내가 가지고 있고, 중국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물론, ‘그랩’이 있긴 있었지만, 이미 중국은 디디추싱이라던지 다른 승차 서비스가 많이 있다는 것이었고, 후발 주자로 뛰어들기에는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것이었다.

판다요원을 팔고 나면 자연스레 중국과의 인연도 끝이 날 것 같았기에 완전 매각은 망설여 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가까운 자원이 풍부한 앞마당 멀티와 같은 곳이 중국이었는데, 그런 앞마당 멀티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고, 그런 아쉬움을 달랠 정도의 금액이 아니라면 판다요원을 매각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그럼, 전체 인수 금액을 제안해 주십시오. 금액을 보고, 서로의 조건을 맞춰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51%의 지분과 경영권을 25억 위안에 인수하고 싶습니다.”

25억 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4700억 정도였다.

가입회원 수 1100만 명에 하루 주문건수 40만 건 정도의 어플.

더해서 15곳의 ‘요리쇼’ 가게까지 포함 된 금액이라 생각하니 뭔가 애매하면서도 적당한 금액 같은 그런 제안이었다.

우선, 51% 지분이라는 수치였다.

나와 스카이가 가진 지분을 모아 51%를 넘긴다고 하면 내 손에는 2300억 정도가 떨어질 터였다.

메이투안과 비교하는 것이 좀 그랬지만, 디엔핑은 메이투안의 지분 25%를 4조 원에 인수했었다.

회원 수와 주문건수 그리고 지분에 따른 비율로 계산해 보면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조건이었다.

알리바바의 전문가들이 계산해서 제안한 회사의 가치이니 어떻게 보면 이 금액이 우리 판다요원의 적당한 몸값일 수도 있었다.

“바로 확답을 드려야 하는 겁니까? 지분과 금액에 대한 조정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들고 있는 82%의 지분을 다 넘기는 가격이라던지 조율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조율은 가능하나, 그 근사치를 벗어난 협의는 생각이 없습니다. 10일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같은 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커우베이(Koubei·口碑)에도 10일을 줄 것입니다. 빨리 판단해서 조건을 협의하는 쪽이 확실히 이득이 될 것이구요.”

“커우베이에도 같은 금액과 조건을 제시한 겁니까?”

“같은 점유율이니 같은 금액과 조건이어야 하겠지만, ‘요리쇼’ 식당체인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으니 조금 다르게 제시했습니다. 물론, 커우베이도 식재료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기에 제안 금액에 반영되기는 했습니다.”

마윈은 10일간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는 했지만, 커우베이와 경쟁을 붙였으니 10일이 아니었다.

그전에 연락을 먼저 달라는 것이었다.

“이 제안 금액을 오픈해도 되는 겁니까?”

협의 조건에 대해 더 물어올지 알았는데, 제안 금액의 오픈을 물어오자 마윈의 머리가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인수 제안을 했을 때와 인수 금액을 알려줬을 때 표정 변화가 없었지.’

마윈은 임건호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인수제안이나 인수 금액을 듣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인수 제안을 받고선 ‘아, 그 금액이었어?’ 하는 듯한 표정을 임건호가 지었기에 제안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마윈도 알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기억하자 왠지 판다요원의 임건호 대표가 디엔핑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바바에게 들은 제안 금액을 텐센트에게 오픈하게 된다면 텐센트가 좀 더 높은 가격으로 낚아챌 수도 있었다.

지금의 점유율에 3%를 더 추가 하는 것이었으니 가능성 있는 가정이었다.

더구나, 텐센트 라면 인수 금액을 더 낮추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보장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 제안 금액의 오픈은 막아야 할 것 같았다.

“불가합니다. 괜히 금액이 밝혀지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성사가 되지 않았을 때도 상호 간에 의가 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이 제안을 한 커우베이쪽에도 제안 금액 오픈은 불가합니다.”

“흠. 그렇게 하죠.”

마윈은 근사치의 협의를 위한 담당자를 알려주며 자리를 일어서려 했다.

“아, 그리고, 제가 충고를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기 직전에 충고를 하겠다는 마윈의 말에 건호는 다시 자세를 잡고 앉았다.

“어머니는 내가 어떻게 하든 영원한 나의 어머니 이지만, 아내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남의 아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내가 백 살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어머니는 나의 25% 인생을 책임져 주지만, 좋은 아내는 나의 인생 75%를 책임져 줍니다.”

뜬금없이 어머니와 아내 이야기를 하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다.

“그리고 아내는 나의 남은 인생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의 남은 인생도 보살펴주니 남편은 응당 아내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많은 사업가를 만나보니 이혼한 사람이 많더군요. 그리고 이혼한 사업가들의 생활은 그리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 선생. 남은 인생을 책임져 줄 현모양처를 찾아서 재혼 하십시오. 그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마윈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서 갔는데, 어이가 없었다.

본래 마윈의 말투 자체가 은근히 거만한 말투이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빴다.

물론, 본인은 그런 의도로 충고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좋은 아내를 가졌으니 너도 가지는 게 좋을 거야’ 하는 그런 의미로 와 닿았다.

이혼남에게 난 조강지처가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이 들려서 기분이 더러웠다.

“이 씹새끼 너한테는 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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