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분열?
“할머니 핸드폰도 줘!”
“할아버지 핸드폰에도 판다요원을 설치하라고!”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이거로 주문하라고!”
소황제라고 불리는 아이들이다 보니 부모나 조부모가 뭐라고 막을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생이나 일반인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는데, 우호 콘서트를 위해 가족들의 핸드폰이나 친구들의 핸드폰으로 판다요원을 설치하고 주문을 했다.
애초에 부자인 사람은 티켓을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었고, 그럴 수 있는 돈이 없는 이들은 지인의 핸드폰을 빌려 판다요원을 설치해서 랜덤 뽑기에 응모하는 것을 노렸다.
이런 이상 열기로 인해 북경에서 열리는 우호 콘서트 날짜까지 하루에 3만 명 가까이 신규회원을 유치할 수 있었고, 2달 동안 190만 명이 가입을 했다.
회원 수가 늘어난 만큼 주문 건수와 매출도 10배 이상 늘어났기에 스카이는 매일이 즐거웠다.
매일 매일 우상향하는 수치를 보며 스카이와 클래이는 물론, 다들 성장하는 판다요원의 기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임건호 대표의 혜안에 놀라고 있었다.
“VIP 좌석에 안 가시겠다고요?”
“그래. 스카이 네가 가서 중국 정·재계 사람들에게 네 이름을 알려. 결국, 이 판다 요원의 얼굴은 내가 아니라 너라고.”
임건호의 이 말에 스카이는 감동했다.
단순한 한류 콘서트가 아니라 한중수교를 기념하는 우호 콘서트인 만큼 한국과 중국의 기업인들과 정치계의 인물들이 VIP 좌석에 오게 되는데, 그런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자리에 자신을 대표로 보낸다는 것이었으니 감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임건호는 그런 정치쪽 사람들과 얽히고 하는 게 귀찮아서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VIP석이 아닌 무대 옆에서 공연을 보고 한국과 중국의 공동 진행자가 하는 멘트들을 챙겼다.
우호 콘서트인 만큼 한국 아이돌이 나온 후에는 중국의 가수가 나오고 다시 한국이 나오는 지그재그 출연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콘서트 시간이 무려 4시간이 넘다 보니 한국 방송에서는 중국 가수들이 다 편집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성황리에 중한, 한중수교 22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니 두 나라가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닮은 점이 참 많은데요. 바로 오토바이 기사를 통한 음식 배달이더라고요. 대기를 하면서 음식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은 김치찌개보다 더 맛이 있었어요.]
[맞습니다. 두 나라가 닮아 있는 만큼 음식도 교류가 되고, 손님과 주인의 관계를 판다요원들이 줄여준 것처럼 중국과 한국의 거리도 한중 합작 회사인 판다요원이 줄여준 것 같습니다.]
누가 써준 멘트인지는 몰라도, 주최하며 30억 이상 쏟아부은 우리를 엄청나게 띄어주는 멘트였다.
낯간지러웠지만, 정은채 실장에게 이야기해서 절대 저 멘트는 한국에서 편집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출연자들이 나와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을 부르며 마무리가 되었는데, 이것도 웃겼다.
가수 등려군의 국적은 대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인들이 대부분 다 아는 중국 노래이기에 이걸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대만에 대한 야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고의로 이 곡을 선정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북경에서 열린 한중 중한 우호 콘서트는 마무리가 잘 되었다.
***
“우린 사실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지금 하는 요리사란 직업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프랑스인 페리앙은 물론이고, 다른 3명도 지금의 중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좁은 가게의 업장에서 하루 7시간 동안 요리를 했다면 요리사란 직업에 만족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틀에 한 번 정도 요리쇼를 진행하는 쇼 쉐프이기에 요리사란 직업에 만족하는 것일 터였다.
“그 요리사란 직업으로 중국에서 더 활동하기 위해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추천하는 거야. 지금은 우리 요리쇼에만 나오지만, 한국의 쇼 쉐프의 경우에는 여러 방송에 나가고, 콘서트도 하거든.”
매제인 최도협이 하는 호텔 요리쇼를 네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요리를 이제 겨우 배운 이들이 보기에는 일식과 한식, 양식은 물론이고 분자요리까지 하며 마술쇼 같이 요리를 하는 모습에 다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한국의 탑 쉐프는 저렇게 하는 거예요?”
4명 중에서 가장 요리 실력이 좋은 타미야는 최도협의 요리쇼를 보고 고민을 해보았지만, 자신으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실력으로 보였다.
“지금은 판다요원의 직원으로 있지만,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게 되면 전문적으로 다시 요리 교육을 할 겁니다. 그리고, 요리쇼 뿐만 아니라 중국 방송에 나가서 요리쇼를 보여주게 될 거구요.”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 그냥 지금 이대로 해도 저희는 만족하는데요.”
스페인에서 온 페르시는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꼭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고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지금은 월급만 받게 되겠지만, 그 월급을 하루 만에 벌 수 있다면? 중국은 다들 알다시피 중국요리를 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아 특히나 백인이라면 더 화제가 되지. 타미야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을거야.”
“네. 맞아요. 모 호텔에서 수 쉐프로 스카우트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하지만, 그런데 가서 뭘 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죠.”
“쇼 쉐프는 결국 업장이 아니라 방송 앞에서 요리를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방송 한 번에 한 달 월급을 벌 수 있어. 다들 중국에서 평생 살 거야?”
다들 중국 생활에 만족하고는 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사는 것을 더 원했다.
“인기가 있을 때 벌어야 해. 그리고, 난 한국식 쇼 쉐프 관리 방식을 너희에게 추천해. 너희가 티비에 나올 때 마다 판다요원 소속의 요리사라고 소개 되는 것이 우리에겐 이득이니깐.”
“전 찬성할게요. 진짜 제대로 된 요리가 배워보고 싶어요.”
타미야가 요리 실력 향상을 위해 매니지먼트 계약에 찬성한다고 하자 다른 세명도 눈치를 보다 찬성을 했다.
옆에 있던 정은채 실장은 이들에게 한국식 매니지먼트에 대해 설명했고, 전속의 개념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매니지먼트와 한국의 매니지먼트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미 한국의 쇼쉐프들이 다 한국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네 명 모두 한국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오빠 저 친구들 전속 계약금은 1년 연봉으로 주면 되겠지?”
“그렇게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중국이 넓은 만큼 쇼 쉐프를 내가 더 발굴할 거야. 그러면 중국 전역으로 비치엔터가 활동할 수 있을 거야. 방송국이 1300개가 넘어.”
“어떻게 보면 블루오션이고 어떻게 보면 레드오션이네.”
“그리고 아예 중국 애들 중에서 싹수 보이는 애들 한국으로 보내서 데뷔 시키는 것도 생각해봐. 이번에 남자 아이돌 ECO 봤지? 중국 애들이 4명 있으니깐 팬클럽이 천만 명이라고 하잖아. 돈을 아주 끌어간단다.”
“뜨면 확실히 노가 나는 곳이긴 한데. 일단 발만 살짝 담가볼게. 아직 잘 모르겠어.”
***
“콘서트 이후로 줄어들던 회원 가입이 확! 늘었습니다.”
스카이는 다시 주목할 만큼의 데이터 변화가 있다고 회의 때 알려왔다.
“뭣 때문에?”
“우호 콘서트가 방송되었기 때문입니다.”
“응? 그거 콘서트 이후 6일 있다가 북경 텔레비전에서 방송을 했잖아.”
“네. 북경 텔레비전 BTV에선 그때 방송을 했지만, 다른 성의 방송국에서 송출을 하고 있습니다.”
스카이는 엄청나게 긴 종이 뭉치를 보여주었는데, 동방 티비부터 윈난성 티비 등등 수십 개의 방송국 명이 나와 있었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를 끼고 우호 콘서트를 한 것이 컸습니다.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였기에 북경 텔레비전에서 지역 방송국 간의 교환 프로그램으로 우호 콘서트를 다른 지역방송의 컨텐츠들과 교환을 했습니다. 덕분에 58개 방송국 220개 채널에서 방송이 되었습니다.”
“220개 채널?”
한국도 지역 민방끼리는 서로 자체 제작한 콘텐츠들을 교환해서 방송하는 게 흔했으니 중국도 자체 제작 방송 콘텐츠를 늘리기 힘드니 서로 제작한 오리지날 방송을 교환하는 듯했다.
“네. 220개 외에 앞으로 20여 개 방송국 50여 채널에서 더 방송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따져서 합쳐보면 시청률 4~5% 정도로 사람들에게 보였을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시청률 4~5%라면 거의 4~6천만 명에게 보여진 것이었다.
“중국에선 또 편집해서 방송하지 않고 풀 버전 4시간짜리를 그대로 다 방영하고 있으니 우리 판다요원의 노출 시간도 더 깁니다. 방송 송출 시간에 따른 회원 유치 변화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스카이는 한 번의 콘서트로 이런 연쇄 방송이 일어날지를 모르고 있다가 지역방송에서 방송되고 있다는 정보에 흥이 났다.
“다음 달 상해 콘서트도 우호 콘서트이고 상해에선 동방 방송에서 송출을 해주기로 했기에 또 이만큼의 효과가 기대 됩니다.”
그리고 아직 우호 콘서트가 한 번 더 남아 있으니 뭔가 중국 정부에서 도와준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상해에서 열리는 콘서트 당일까지 한 달 보름 동안 270만 명이 가입을 하며 총 회원 수가 천만 명을 넘겼다.
기념비 적인 일이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배달 어플이 천만 명 회원을 유치한 것이었으니 근래 시작한 IT 신생 기업 중에서 발군의 성과를 낸 것이었다.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런 기사를 내기위해 돈을 썼으니 그냥 듣고 흘렸다.
이러한 성과가 여러 매체에 보도가 되었고, 한중 우호를 상징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 당국에서도 특별한 태클을 걸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우리가 커감에 따라 오프라인으로 연계되는 LT마트도 같이 커갔는데, 중국내 5개 밖에 없던 LT마트가 14개로 늘어나며 초기 진입에 성공한 것이라고 LT그룹 본사는 판단했다.
***
“이 줄 서 있는 이들을 보십시오. 같은 시간대 월마트와 까르프는 물론이고 다른 중국계 마트에도 줄 선 이들은 없습니다. 오직 우리 LT마트에만 줄을 서서 마트에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사장인 박종일은 본사 임원들 앞에서 중국의 개척 사항을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LT마트 만의 힘이 아닙니다. 한국 푸드 딜리버리가 중국에 진출해서 만든 판다요원과의 협업이 만들어 낸 성황입니다.”
박종일은 매출 증감 그래프와 멤버쉽 카드 신청자의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며 10개년 계획을 좀더 빨리 당겨도 될 거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사장의 브리핑을 듣고 나니, 그 요리쇼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가는데, 그 가능성을 어디까지 보는 겁니까? 중국 전국에 1000개의 지점을 만들 때 까지 인기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모태가 된 한국의 경우에는 3년이 넘은 지금도 인기가 있습니다. 해서....”
“잠시만요. 그렇게 흥행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이 요리쇼라면 우리 LT에서 그 요리쇼 라는 걸 가지고 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박종일은 자기 말을 끊고 들어온 이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러곤, 고개를 숙였다.
“네. 맞습니다. 요리쇼를 가지고 오면 됩니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