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한중, 중한 우호 콘서트.
“선전과 홍콩도 진출을 하도록 해. 남부에도 지금 가야 해.”
“네? 남부 쪽까지 가기엔 여력이. 그리고 홍콩은 그랩쪽이랑 합의해서 들어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스카이는 중국으로 오기 전에 그랩의 데닐리 안과 협의했던 내용을 기억했다.
“지금 상승세일 때 남부 쪽으로 확장을 해야 해. 그랩의 데닐리 안과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 그냥 진행해.”
“네.”
스카이는 감에 의지해서 진행을 지시하는 임건호의 명령이 불만족스러웠지만, 뭔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홍콩과 선전에도 사무실을 열기로 했다.
스카이는 미국에서부터 데이터에 기반한 확장 전략을 세워왔기에 타미야의 요리쇼 이후로 변화되는 데이터를 보름 넘게 분석을 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한국 방식이 제대로 적중했다는 것이었다.
스카이는 한국에서 푸드 딜리버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최도협의 요리쇼를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중국 도입에도 부정적이었다.
이미 방송에서 인지도가 있는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보았기에 중국에서도 그만큼 유명한 요리사가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지도 있는 중국 요리사는 중국의 전통 요리만을 고집했기에 한국처럼 모든 요리를 하며 시청자와 교감하며 진행하는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임건호 대표가 요리쇼를 중국에서도 할 거라고 계획을 밝혔을 때 얼마 가지 않아 중단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요리쇼를 진행하는 진행자로 요리사가 아닌 모델이나 외모적으로 뛰어난 백인 모델들을 뽑아서 중국 음식을 하여 성과를 내자, 그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자신이 추종하는 데이터로 증명이 되니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따르되 중국에서의 특장점을 추가한 임건호 대표의 방식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미인을 앞세운 요리쇼 하나로 판다요원을 다른 도시로 확장 시켰고, 같이 협업을 한 LT마트의 지점을 추가로 4개나 더 오픈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으니 그의 사업 진행 방식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해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고, 흐름이나 감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옛날 기업가들의 방식을 싫어했지만,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실적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중한 우호 콘서트’를 위한 실무진이 온다는 소식에 이 콘서트로 얼마나 더 확장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아마도, 지금 남부로의 확장 타이밍을 잡은 것도 이 중한 우호 콘서트를 염두에 두고 흐름을 잡았을 것 같다고 스카이는 생각했다.
***
“뭐야? 건희 너 왜 이렇게 돼지가 되었냐? 요즘 벌크업 하는 거야?”
오랜만에 본 동생은 살이 불어 있었는데, 그런 동생의 살찐 모습에 오빠로서 팩트 폭행을 해주었다.
“아 진짜! 스트레스받아서 그렇다고. 진짜 이 한중 우호 콘서트 때문에 머리 터질 것 같아.”
“그래도 잡아 왔으니 된 거지. 콘서트 끝난 다음에는 진짜 필라테스를 하든 뭘 하든 살 좀 빼.”
“아, 몰라. 근데, 정은채 실장이랑 다른 매니저들도 다 데리고 오라고 한 이유가 뭐야?”
“그야 중국에서 이뤄지는 콘서트 유치 경험도 하고, 중국 매니지먼트 쪽으로 비치엔터가 확장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
중국 매니지먼트 사업에 확장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정은채 실장은 물론이고 동생도 부정적인 말을 꺼내었다.
“중국 매니지먼트는 한국과는 좀 많이 달라. 매니지먼트 사무실 소속이면서도 대부분은 자기 기획사를 또 차려서 이중 소속이 되는 게 기본이라 복잡해.”
동생은 중국 매니지먼트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은 수익과 수수료 문제, 세금 문제 때문에 한국처럼 연예인이 회사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개인 기획사를 차린 후 그 회사가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속이라는 개념도 없고, 몇 년 계약이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한국 엔터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미 중국 진출을 모색해 보고 내린 결론이라는 것처럼 정은채 실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계약 관계에 전속의 개념이 없다 보니 언제든 개인 사무실로 다른 매니지먼트 회사와 다중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영화를 찍는 와중에 다른 영화사와 중복으로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가수도 마찬가지이고요.”
“연예인의 스케줄을 여러 회사에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해서 돌린다는 그런 구조라는 건가요?”
“네. 그래서 인기 있는 중국 연예인을 매니지 한다면 아마 다른 회사들과 일정 협의하기에 바쁠 겁니다.”
“그런 중국식 매니지먼트에 따르지 말고, 한국식으로 전속의 개념으로 계약해서 활동하는 건 안 되는 겁니까?”
“그 방식은 아마 중국 연예인이 싫어할 겁니다. 한국식 전속을 하게 되면 돈을 적게 벌 수밖에 없으니깐요.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냥 여러 회사를 이용해서 일을 많이 받아 내는 게 이득입니다.”
“결국 돈 때문에 한국 방식의 매니지먼트는 안 된다는 거군요.”
“네. 그리고, 그런 중복 겹치기 활동을 하는 탓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중국인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게 나올 수가 없어요. 그러니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중국으로 진출할 이유가 없는 거죠.”
“다행히 매니지먼트를 할 사람은 중국인이 아닙니다. 벨라루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사람입니다. 매제처럼 발굴해낸 쇼 쉐프입니다.”
“오 쇼 쉐프예요? 그럼, 여기서도 요리쇼를 한 겁니까?”
“네. 해서 한국 매니지먼트 방식으로 케어를 하고 전속 계약을 해서 일을 시켰으면 해서요.”
“흠. 일단 한번 만나보고 서로의 지향점이 같다면 매니지먼트를 고려해보죠. 그럼 지금은 어떤 형태로 활동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냥 단순히 직장인 봉급쟁이로 입사를 시켜서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요리사를 직원처럼 써도 충분했지만, 타미야나 요리사들이 인기가 많아져서 중국 기획사에서 빼가려고 할지도 몰랐기에 아예 연예인 계약으로 전환하려는 것이었다.
“그럼 우호 콘서트 협의가 마무리되면 바로 일정을 잡아 보죠. 그리고, 외교부 사람과 중국 대사관 분도 오기로 했는데 아, 저기 저분인 거 같네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외무 영사직 사람이 나왔고, 한중 우호 콘서트의 진행을 도와주기로 했다고 했다.
“오빠가 그냥 홍보의 수단으로 콘서트를 하자고 했는데, 이게 의외로 한중 수교 관련으로 일정이 맞았나 봐 그래서 외교부에서 따로 직원이 나와서 현장 애로사항을 맡아주시기로 했어.”
개인의 영달을 위해 했던 일이 나름의 국가 행사화되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그리고, 대사관의 영사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중, 중한 우호 콘서트인 만큼 한국에선 SBC의 베스트 가요에서 방송되기로 했고, 중국에서는 북경 텔레비전에서 영상을 송출해주기로 했다.
***
“광고 나올 시간입니다!”
베이징 BTV-2 채널에서 콘서트 홍보 영상이 나온다고 했기에 판다요원 사무실에서는 첫 광고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영상을 송출해주기로 한 북경 텔레비전의 채널을 찾는 것만 해도 한참이나 걸렸다.
하지만, 나름 14개의 채널을 가진 북경 지역을 아우르는 방송국이었기에 어느 정도 효과는 기대하고 있었다.
“골든타임인데도 북경 텔레비전 시청률이 1%가 안 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정은채 실장도 중국의 평균 시청률을 보곤 혀를 내둘렀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거였다.
중국에는 1300개가 넘는 채널이 있었기에 전국 시청률이 1%만 되어도 천만 명이 보는 인기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방송 채널에서 시장 규모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중국과 한국의 수교 22주년 기념 중한 우호 콘서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992년 한중수교가 되었는데, 기가 막히게 2014년으로 22주년이 되는 것이었다.
둘이 하나 된다는 연인 간의 의미도 있는 ‘22’란 숫자였기에 중국과 한국 정부에서는 중요하게 보고 영사직 직원까지 파견해 준 것 같았다.
[...공연 관람을 위한 티켓은 배고플 때 와주는 ‘판다요원’에서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러 한국 아이돌 가수가 소개되고 방송 하단에 무료 관람 안내와 티켓은 판다요원에서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 홍보 영상이 몇 번 나온다고?”
“콘서트 때까지 하루에 8번 나온다고 합니다. 14개 채널 중에서 7개 채널에서 하루 56번 송출됩니다. 광고 시간 이후 10분 내외로 다운로드 숫자와 가입인원을 체크해서 방송으로 인한 유입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런 수치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지 스카이가 데이터 분석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분석이 나왔다.
“북경 텔레비전 채널에서 콘서트 광고가 나온 이후 하루에 15,000명 이상이 판다요원에 가입을 하고 있습니다. 광고 송출 시간 이후 10분 내외에서 다운로드 숫자가 확연히 올라갑니다.”
스카이가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니 확실히 요리쇼와 콘서트 홍보로 인해 가입자가 늘고 있었다.
“티켓은 공연 보름 전에 선정된 59,000명에게 판다요원 어플로 알람이 갑니다. 거기에 있는 사이버 티켓을 찍고 입장을 하는 방식입니다.”
샘플 이미지를 보여주었는데, 종이 티켓을 일일이 찍지 않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59,000명 선정은 랜덤 뽑기인가 아니면 선착순인가? 회원 가입하고 난 이후 문의가 많을 것 같은데.”
“네. 이미 이렇게 공지를 했습니다. 매출 순위로 티켓이 증정됩니다.”
“매출 순위? 주문을 많이 해서 먹은 사람에게 티켓을 주자는 거야?”
“네. 우리 판다요원을 많이 이용해 주시는 고객에서 티켓을 주는 것이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일견하기에는 당연한 거 같지만, 만약 이런 방식을 한국에서 썼다면 언론사에서 질타가 쏟아졌을 터였다.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장삿속!’
‘괴물이 되어 버린 자본주의 상술!’
‘무료가 아닌 더 돈을 쓰게 만드는 우호 콘서트!’
이런 자극적인 헤드라인 기사가 나왔을 터지만, 스카이를 비롯한 중국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니, 중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을 우대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이라면 랜덤 뽑기 혹은 선착순으로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텐데, 중국은 돈을 많이 쓴 사람에게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사고방식 자체가 한국과 다른 것이었다.
중국은 분명 사회주의이지만 가장 자본주의적인 방식을 따른다는 경제학자들의 말이 맞았다.
“그렇게 하는 게 중국인들의 방식에 가장 맞겠지만, 그렇게 되면 매출은 올라도 확장은 어려울 수 있을 거야. 그러니 3만 장은 매출 순서대로, 2만5천 장은 랜덤으로 뽑는 게 맞아. 그래야 소액으로라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어 날것이고.”
“아, 주문 금액 순서로 하면 애초에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 그러니 티켓 배부는 매출 순서와 랜덤 뽑기를 같이 하자고 그리고 남은 4천 장은 가맹점에 나눠주도록 하고. 그러면 될 거야.”
***
“마마 전화기 주세요.”
“왜? 너 전화가 안 되는 거야?”
“아니. 엄마 전화기로 뭘 시켜 먹으려고.”
“뭐가 먹고 싶은 건데? 내가 시켜줄게.”
“아니, 그런 음식 문제가 아니라구. 전화기를 줘봐.”
딸인 닝닝의 말에 천다오는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전화기를 줄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배달 대행 음식 어플인 ‘판다요원’이 핸드폰에 설치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꼭 여기서 주문을 해야 하는 건데?”
“여기서 주문을 많이 해서 먹으면 한국 아이돌이 오는 콘서트 티켓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가난해서 주문 건수 순위에 못 드니 집안사람들 핸드폰으로 하나씩 다 주문해서 랜덤 뽑기로 뽑히는 걸 노려야 한다고.”
도박과 같은 랜덤 뽑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을 쓰겠다는 딸의 말에 화가 났지만, 천다오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어 귀중하게 얻은 딸이다 보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다오의 집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이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다른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