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미인은 어디서든. (2)
우제이는 급하게 왕징 LT마트에 도착해서 요리쇼를 하는 곳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 방송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이상형인 타미야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자신처럼 눈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덕후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말처럼 우제이는 이들을 알아보았고, 위기감에 스탭들이 움직이고 있는 행사장 입구로 가서 먼저 줄부터 섰다.
그런 우제이를 따라 한두 명씩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곤 황일환 팀장이 바로 LT 마트의 보안요원들을 호출했다.
보안요원들은 방청객들을 줄을 세우고 번호표를 배부했는데, 30명이 끝이라고 했음에도 사람들은 떠나지를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방청객으로 인한 난리를 겪었기에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었고, 바로 보안요원들이 증원되었다.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뒤에 서서 구경하는 게 전부라고 이야길 하고 줄을 세워 질서를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었지만, 마트 오픈 이벤트 이후 이렇게 수십 명이 줄을 서는 것은 다들 처음 본다고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99...100...101...189...190...220...221...311...312...313...”
김안일 부장은 방송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숫자를 계속 세어보았는데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급하게 움직여 직원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음료수 매대를 차리라고!”
핸드폰 페이류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니 바퀴가 달린 매대를 끌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파는 것이 짭짤했다.
그리고 아차 싶어 방송 스탭들에게 뛰어갔다.
“황 팀장님이라고 하셨지요? 오늘 무슨 요리를 하는지 미리 알 수 없습니까? 방청객 뒤로 그 음식 재료를 진열하려고 하는데 오늘 어떤 요리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아, 이게 요리는 원래 시청자들과 채팅을 하며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요리사들의 편의를 위해 중국은 미리 정해두고 있긴 합니다. 이건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당연하죠. 방송이 시작되고 무슨 요리를 한다고 할 때 그때 매대를 뒤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토마토와 달걀을 준비해 주시면 될 겁니다.”
“토마토와 달걀요? 그렇다면 혹시 토마토달걀볶음(西红柿炒鸡蛋)입니까?”
“네. 맞습니다.”
중국에서는 국민 반찬이라고 불리는 평범한 요리를 한다는 말에 김안일 부장은 괜찮은가 싶었지만, 오히려 국민 반찬이라고 불리는 만큼 토마토와 달걀은 늘 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더불어, 볶을 때 들어가는 굴 소스라던지 요리기구를 배치하기는 더 좋을 것 같았다.
김안일 부장은 직원들을 시켜 매대에 토마토와 달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엇! 왔다. 타미야다!”
“와 진짜 피부 봐!”
“역시 여자는 금발에 파란 눈이야. 어떻게 저런 미녀가 요리까지 잘하는 거지?”
“방송에서보다 더 예쁜데. 해상도가 다른 거 같잖아!”
“가까이 가보자!”
행사장 입구에 줄을 선 이들 중에서 번호표를 든 이들은 혹시라도 자기 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 움직이지 못했는데, 번호표가 없는 이들은 타미야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마트의 보안팀이 있었지만, 제대로 막아서지 못했고, 같은 요리사인 페리앙과 조반니가 경호원처럼 사람들을 막아가며 겨우 움직였다.
“쯧쯧쯧. 이런 데에서 국민성이 나오는 거야.”
박종일 지사장은 무질서한 중국인들을 보며 혀를 찼다.
한국은 연예인을 봐도 그냥 ‘아 연예인이구나.’ 하고 연예인의 시간을 지켜 주는 편인데, 중국은 일단 유명한 사람이라면 달려들고 보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호원들이나 직원들이 강압적으로 사람들과 팬을 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경호로 더 연예인을 가까이 보기 힘드니 팬들은 더 연예인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혼잡함을 박종일 지사장은 사진으로 남겼고, 꽌시로 돈독해져 있는 몇몇 경제 담당 기자들에게 보내며 중국 LT 마트에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기사를 부탁했다.
***
“니하오~니취팔러마! 저는 벨라루스에서 온 타미야입니다.”
방송이 시작되자 타미야는 늘 해오던 인사말을 했다.
“와아아!”
“하오하오!”
“오늘 방송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요리쇼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저도 어제 즈후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질문 글을 보고 오늘 답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맨 앞줄에 앉아있는 우제이는 자신이 올린 질문을 타미야도 보았다는 생각에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자신의 궁금함을 위해 타미야가 신경을 써줬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저는 올해 22살이고, 중국의 문화를 배우러 왔다가 기회가 되어 요리를 하게 된 타미야 키슬라크입니다. 키슬라크가 제 성이랍니다. 부모님과 오빠 언니 여동생이 있는 4형제 중 셋째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본인이 직접 답을 하자 그런 개인 정보 외에도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중국 남자를 어떻게 보는지. 북경의 어디를 가봤는지 같은 개인적인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요리쇼인지 여자 연예인 팬 미팅 행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인데요.”
스카이에게 보고를 받고 왕징에 있는 마트로 오니 이제까지 와는 다른 요리쇼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좋긴 좋은데, 이러면 방송이 엄청 길어지게 돼서 마이너스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리를 하며 채팅으로 소통을 하고 해야 하는데, 현장에 와 있는 몇백 명에게 질문만 받다가 끝이 날 판이었다.
황일환 팀장도 진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케치북에 글을 써서 타미야에게 보여주었다.
“아차!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요리를 하지 않았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 방송은 요리쇼입니다. 그럼, 오늘 할 요리는요. 음, 보통은 채팅방에 사람이 없어서 어떤 걸 먹고 싶은지 이야기하면서 결정했는데, 오늘은 현장에 오신 분들이 최대한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할게요.”
미리 정해준 상황에 맞추어 부드럽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요리는 바로 토마토 달걀 볶음입니다. 중국에 와서 제가 처음 먹어본 음식이기도 한데요. 나중에 이 토마토를 사서 해 먹으려고 할 때 곤란한 일이 있었어요. 바로 이 토마토가 중국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었어요.”
타미야가 개인 경험이 들어간 이야기를 하자 타미야에 대한 것들이 궁금한 이들은 더욱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어학원에서 토마토가 뻥시(番柿)라고 서양 감이라고 불린다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시장에서 뻥시를 달라고 하니 쓰흥시(西红柿)라는 걸 주겠대요. 그래서 뻥시와 쓰흥시가 다른 재료라고 생각해서 결국 시장에서 토마토를 못 사고 왔었어요.”
동양에서는 감(柿)도 익어가는 정도에 따라 단감, 홍시로 따로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한가지로 부르기에 생긴 에피소드였다.
결국, 나중에는 뻥시나 쓰흥시가 같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런 걸로 중국에 온 초기에 힘들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며 요리를 하자 사람들은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와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방송을 보는 이들도 타미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 방송을 몇 명이나 보고 있지?”
“3200명이 넘었습니다.”
50명이었던 첫 방송이 이제는 3천 명이나 보고 있으니 홍보 마케팅은 대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번 이렇게 이름이 알려지고, 타미야를 앞세운 미인 마케팅을 이어 간다면 지금의 시청자 숫자가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었다.
“판다요원 어플이 버벅입니다.”
타미야와 요리사들이 만든 토마토 달걀 볶음의 선착순 판매 때문인지 어플이 버벅거릴 정도였다.
“오늘 판다요원 다운로드 수치는?”
“총 6천 명이 내려받았습니다. 서비스 오픈 이후 최대 다운로드 숫자입니다.”
내려받은 이 6천 명 중 10%만 어플에 정착해도 대성공이었다.
채팅창에서는 타미야가 해주는 토마토 달걀 볶음이라면 매일 먹을 수 있다고, 매일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달라고 하는 애들이 엄청 많았다.
단순한 요리나 요리사에 대한 찬사라기보다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눈에 보였다.
매제인 도협이처럼 타미야와 요리사들을 케어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한중 우호 콘서트를 위해 동생과 엔터 쪽 사람들이 오니 그때 이야기를 해보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설립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시청자가 5천 명이 되었습니다. 바이두 영상 사이트에서 한계치입니다.”
중계를 위한 중계방도 만들어졌으니 5천 명의 이상이 타미야를 본 것 같았다.
스타마케팅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한 명의 스타로 인해 중국에서 판다요원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미인은 어디든 통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
“오늘 오신 모든 분들께 저희가 만든 것을 먹여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네요.”
타미야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선착순으로 먼저 입장한 30명에게 토마토 달걀 볶음을 건네었다.
요리를 다른 요리사가 한 것도 있지만, 타미야가 일일이 숟가락을 꽂아 건네주니 음식을 받아든 이들의 기분은 하늘을 이미 날고 있었다.
우제이는 늘 흔하게 먹던 토마토 달걀 볶음인데, 유난히 맛이 더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다음 요리쇼에도 무조건 30위 안에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순서에 들지 못하신 분들을 위한 토마토와 달걀이 여기 있습니다. 맛을 살려주는 파와 굴 소스까지 있습니다!”
방송이 끝났기에 LT마트 직원들이 매매에 쌓여있는 잘 익은 토마토와 달걀을 사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해 먹을까 하는 사람들이 반이었고, 집에 가서 어플로 토마토 달걀 볶음 요리를 주문을 하겠다는 사람이 반이었다.
“내일부터는 바로 여기 푸드코트에서 먹으실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판다요원 어플에서 언제든지 주문을 해주십시오!”
남들이 먹는 것을 보았고, 냄새까지 직접 맡았던 사람들이니 자연스레 장을 보거나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매출과 주문 건수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이두 영상 사이트에서도 요리쇼가 화제의 영상으로 선정이 되었다.
물론, 바이두 영상에서 근무하는 우제이의 편애가 어느 정도는 녹아 있었다.
바이두에서 화제가 되니 자연스레 타미야가 중국 커뮤니티에 퍼져나갔고, 어플 다운로드와 주문 건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LT마트의 푸드코트와 마트 내방객도 늘어났기에 박종일 지사장과 김안일 부장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다녔다.
***
“저기 줄 보십시오.”
며칠 후 상해 LT 마트에서 열리는 요리쇼를 보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박종일 지사장은 대박의 기운이 자신에게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줄 서 있는 모습을 일본 본사에 보내었고, 계획되어있던 LT마트 6, 7호점을 조기 오픈하겠다고 보고를 올렸다.
올해 연말까지 10호점을 오픈하기로 했던 계획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 본사에서 매출 증가한 것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요리쇼 전후의 매출 변화가 유의미하게 그래프로 움직였어?”
“네. 일간 체크로 요리쇼가 있는 날에는 2~3% 증가하고 있고 방송이 없는 날은 1% 미만이지만, 우 상향되고 있습니다.”
아직 미세한 수치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매출 변화 추이 서류를 준비해줘 내가 일본 본사로 직접 가야겠어.”
LT마트의 박종일 지사장이 무언가 결단을 내렸듯이 판다요원의 스카이도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천진과 청도에 판다요원 가입 사무실을 오픈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