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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23화 (123/203)

123. 같이 좀 커갑시다.

유통사업으로 유명한 LT그룹은 중국에서도 마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벌써 북경과 상해, 선전에 5개의 대형 마트를 운영 중이었고, 중국 전역에 100개의 마트를 10년 내에 오픈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LT그룹에서는 이 목표에 대해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에 진출했다가 호되게 당하고 철수한 미국의 월마트와 메트로, 프랑스의 까르푸가 중국에서 선방을 하고 있었고, 테스코, 이케아도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보다 현지화에 강하다고 자신하는 LT마트 측에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그들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야 LT마트와 En마트 양강 체재에 중소규모의 마트 체인이 4~5곳 있는 것이 전부였지만, 중국은 30여 개의 마트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마트 춘추전국시대였다.

우선은 인구도 많았지만, 각 성(城)마다 대표하는 마트가 다 다를 정도로 지역색이 있었고, 선호하는 마트도 달랐다.

중국에서 가장 매장이 많은 화룬방가(华润万家) Vanguard 마트는 중국 전역에 매장이 있다고 하지만, 그 출발한 곳이 홍콩과 인접한 절강성, 강소성이었기에 중국 남부에 매장이 많았고, 북경이나 천진 쪽인 북부에는 매장이 별로 없었다.

이는 중국이란 1개의 나라 속에도 각 지역마다 지역색이 뚜렷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런 지역색에 맞추어야 그 지역에 마트가 정착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도시인 북경과 상해만 해도 이런 특징을 볼 수 있었는데, 북경 인근에는 월마트와 까르프가 많았고, 상해 근처에는 영휘마트(永辉超市 용후이차오스)와 RT-MART가 가장 매장이 많았다.

이런 지역색이 있다 보니 LT그룹의 LT마트도 지역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그게 쉽지만은 않았고, 매출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한국에서 꼬리 말고 야반도주한 까르푸가 저리 잘나가는데, 왜 우리 매출은 늘지를 않는 거냐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 어쩌겠다는 거야?”

LT유통의 중국 지사장인 박종일은 화가 나서 매출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까르푸뿐만 아니라 월마트도 저리 잘나가는데, 뭐 하는 거야? 우리가 월마트나 까르푸보다 못해? 어? 대답해봐!”

“못하는 건 없습니다.”

서류에 얼굴을 맞은 김안일 부장은 애써 덤덤하게 답을 했다.

“근데 왜 이꼬라진데? 지금 이렇게 해서 어떻게 10년 안에 100개를 개척할 수 있냐고! 뭐가 문젠데? 왜 매출이 안 느는 거냐고?”

잔소릴 듣고 있는 김안일 부장은 속으로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시발 월마트나 까르프는 중국이 개방화될 때 가장 먼저 들어온 마트다 보니깐 20년이 넘었다고. 그때부터 이용한 사람들은 자국 마트도 안 가고 월마트나 까르프를 계속 이용해 주고 있으니깐 잘나갈 수밖에 없지.’

김안일 부장은 중국 사업 초기에 이런 충성도 있는 고객을 만들어 가야 외국계 유통체인이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를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고한 이후 돌아온 말은 ‘한국에서도 그런 충성고객 다 빼앗아서 그놈들을 한국에서 쫓아낸 게 우리 LT마트다. 여기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김부장. 중국인들은 충성심이라는 게 없어요. 자국 마트에 안 가고 월마트에 가고 대만에서 넘어온 RT-MART에 가고 한다고. 그런 중국인들을 한국계 마트인 우리 LT마트에 오게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 안 그래? 대답해봐.”

“네. 맞습니다. 오게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면, 그게 언제냐고. 네가 이 매출서 들고 일본 가서 보고할래? 어?”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안일 부장은 녹음기처럼 이말 말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시달리다 지사장실을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아니 시발. 월마트처럼 잘나가려면 중국이 개방정책 할 때 들어왔어야지. 늦게 들어와 놓고는 왜 개지랄인데. 그 세월을 어떻게 따라잡으라고. 그리고, 공산당에서 마트 매출까지 잡아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김안일 부장은 자기 자리에 앉아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욕을 했다.

수치상 업계 1위인 화룬그룹(뱅가드 마트)과 2위인 영휘마트(永辉超市 용후이차오스), 3위인 화연마트(华联超市 화리엔차오스)는 국유기업이거나 민영기업이라도 지역 지자체의 소유 지분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그 지역 지자체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것이 많았다.

물론, 그런 뒷배경이 없는 대만에서 건너온 RT-MART가 있었지만, 중국인들은 대만도 언젠가는 다시 가져올 영토로 생각하다 보니 타국의 마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뒷배경이 없어 순위에 들지 못한 RT-MART도 중국 남부 전체에 250개가 넘는 마트 지점을 가지고 있었고, 업계 1위라는 화룬그룹의 뱅가드 마트는 1600개의 매장과 20만 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곳들과 경쟁해야 하는 LT마트는 이제 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지점도 북경에 2곳, 상해에 2곳 선전에 1곳 있다 보니 구매단가는 물론이고 지점 간 물류비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는 월마트나 까르푸처럼 북경에 집중하거나 상해에 집중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일본 본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북경과 상해, 선전에 무조건 매장을 내라고 명을 내렸었다.

가장 중요한 1선 도시인 세 곳을 동시에 석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본사의 결정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지역색이 있는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았고, 현지 사정을 무시한 본사의 명령으로 인해 LT마트는 서서히 말라가는 중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장 큰 유통 체인에 대기업이었지만, 중국에서는 5곳밖에 없는 동네 슈퍼마켓 정도였기에 고객을 유치하는 것에서부터 LT마트는 난관을 봉착해 있었다.

아마도, 한국과 일본에서 가져오는 직수입 식료품들이 없었다면 매장 유지도 힘들었을 터였다.

“김 부장님 부재중이실 때 판다요원의 이종민 실장에게서 만났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판다요원? 거긴 뭐야?”

“한국의 푸드 딜리버리가 중국에서 런칭한 음식 배달 대행 어플이라고 합니다.”

“한국업체? 푸드 딜리버리? 아아, 알지. 알지. 한국 LT마트 푸드 코트에 요리쇼 가게도 있잖아. 그런데, 언제 중국에 왔데.”

“대충 알아보니깐 북경, 상해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협업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직원이 건넨 메모를 받아들고는 김안일 부장은 여러 곳에 알아보고 검색을 해 봤다.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 음식 배달을 전문으로 북경과 상해의 일본타운 가게들의 음식들도 배달 대행한다고 되어 있었다.

“나름의 강점을 잘 살려서 틈새를 노리고 있구만.”

LT마트의 내방객을 늘리기 위해서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 했는데, 이렇게 먼저 연락을 해주었으니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LT마트와 판다요원의 약속이 잡혔다.

***

“상해와 북경에 있는 LT마트를 살펴보니 푸드코트가 한국보다 못한 것 같던데, 이게 음식에서 오는 차이가 있는 겁니까?”

이종민은 대 놓고 마트 내 푸드 코트가 장사 안 되던데 괜찮냐고 묻지 않고 에둘러서 이야기를 건네었다.

“뭐, 그런 것도 있죠. 중국 음식이 워낙에 기름으로 볶고 삶고 하는 음식이 많아서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다 보니 마트 내 푸드코트가 좀 힘들기는 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이다 보니 서로 눈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협업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연락을 하셨던데, 어떤 일입니까? 혹시 한국처럼 라이브로 중계하는 ‘요리쇼’를 우리 푸드코트에서 했으면 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 건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임건호 대표가 말레이시아에서 와서 판다요원 어플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꺼낸 첫 번째 지시가 바로 요리쇼를 하자는 것이었다.

판다요원의 사장인 중국인 스카이(천친위)는 미국의 ‘유버’나 ‘도어대시’처럼 프로모션 이벤트로 배달료 무료나 음식값 할인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이게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인들보다 약은 중국인들이라 그런지 이벤트 할인이 있을 때만 주문을 했기에 매출이 들쭉날쭉했다.

배달 대행 어플도 여러 곳이 있다 보니 이런 프로모션 할인만 받아서 어플을 이리저리 갈아타서 주문을 하니 어플 업체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고객일 뿐이었다.

그런 미국식의 프로모션 이벤트 방식보다 회원을 끌어모아 충성도 높은 회원으로 만들어 주는 요리쇼를 판다요원에도 적용하자는 것이 임권호의 생각이었다.

“흠. 우리 마트내 푸드코트를 내어 드리는 것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내방객이 늘어날 수 있어 서로 이득이니깐요. 헌데, 한국에서는 스타쉐프인 최도협 쉐프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안일 부장의 걱정은 그런 요리쇼를 해줄 수 있는 요리사가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했다.

그가 아는 유명한 중국 요리사들은 턱도 없이 자부심만 높아서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요리를 해 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리사는 저희 대표님이 직접 구하러 가셨습니다. 상해와 북경에서 4명의 요리사를 구해온다고 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좋지요.”

“그리고, 한국의 푸드 딜리버리 어플을 사용해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어플 안에 마트 픽업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 서비스를 중국에서도 시행하기 위해 알아보는 중입니다. 북경과 상해의 LT마트에서 협조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 협조라면 해드려야지요. MOU서류를 아예 만들어서 계약하고, 어플 픽업을 위한 부스도 따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부스까지 만들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중국에서 같이 커갔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김안일 부장은 생각지도 않게, 매출이나 내방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물론, 이 판다요원이란 어플로 크게 매출 변화가 없을 수도 있었지만, 일단 뭐든 시도해서 위에 보고로 올릴 건수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기뻤다.

***

“저기 저 사람 어떻습니까?”

“백인에 금발이긴 한데, 키가 너무 큰데.”

“모델회사니깐 클 수밖에 없죠. 중국어 어학원에서는 대표님이 원하시는 비주얼이 없었으니깐 모델 이쪽 말고는 원하시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 거예요.”

“그래도 좀 그런데. 모델 쪽은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원들을 더 돌아보자고.”

그렇게 사흘 동안 중국어를 가르치는 어학원 14곳을 뒤져서 그럴듯한 백인을 섭외할 수 있었다.

나름 호감이 가는 파란 눈을 가진 백인 남자 3명을 섭외했고, 키가 작지만 예쁜 벨라루스 출신의 여자도 한 명 섭외했다.

“자 프랑스 사람인 페리앙은 프랑스 요리를 배워야 합니다. 일단 가정식은 어머니께 연락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고, 중국인들이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바로 떠올리는 에스카르고와 푸아그라는 무조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인 페리앙은 중국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와서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파트타임 요리사로 일하면 한 달에 30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바로 판다요원에 입사를 결정했다.

이태리 출신인 조반니와 스페인 출신인 페르시 또한 자국의 가정식 요리와 대표적인 자국 요리를 하는 조건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벨라루스 출신의 타미야란 여자에겐 반대로 중국 요리를 배우게 했는데, 왜 자신만 다른 건지 타미야가 되물었다.

“저도 벨라루스 음식을 할 수 있어요. 감자빵 드라니키나 밀가루 스프인 주르를 할 수 있어요.”

타미야는 자신도 자국의 음식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벨라루스의 음식은 러시아와 비슷한 음식이었기에 투박했고,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먹음직스레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타미야.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4명에게 요리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잘생기고 예쁜 외모로 화제가 되어주는 거야. 맛있는 요리를 원했다면 요리 자격증이 있는 진짜 요리사를 고용했을 거야.”

“그럼, 보여주기인가요?”

“맞아. 중국인들은 자국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반면에 재미있게도 백인 외국인에 대한 환상도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상품을 팔 때나 모임에 백인이 같이 하는 걸 자랑스러워해. 그런 중국인들의 환상을 자극해 주면 되는 거야.”

다들, 어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중국인들이 외국인인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환상을 줘야 한다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

임건호는 조리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온 요리사이자 여러분들에게 스테이크 고기를 굽는 것을 가르쳐줄 한근오 쉐프입니다. 기본적인 조리법과 라이브 요리쇼를 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쇼맨쉽을 알려줄 겁니다. 이제는 단순한 유학생이 아닌 쇼 쉐프가 되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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