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16화 (116/203)

116. 연결고리. (2)

“대표님이 저에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서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시는 건 저도 알겠습니다. 헌데, 제가 멍청한 건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모르겠습니다.”

김신현은 임건호가 자신이 알아서 깨우치길 원한다는 걸 알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다 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 네가 꼼수로 처리한 것들을 보고 바로 그랩 바이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었는데. 그 꼼수를 먼저 먼저 쓴 사람이 모른다면 말이 안 되지.”

“제 꼼수요?”

“그래. 사업자 소속 택시 기사들을 그냥 그랩 카로 가입시키라고 해서 다 등록해 버렸잖아.”

“아, 그건 워낙에 가입해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방법이 있다고요?”

김신현은 꼼수로 가입을 시킨 것에서 답이 있다는 생각에 더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임의로 택시회사 소속의 기사들을 그랩 카에 등록시키고, 운전 면허증과 차량만 있으면 그랩 택시에도 가입할 수 있다는 걸 둘러서 알려주었잖아?”

“네. 그렇지요. 덕분에 그랩 카와 택시에 사람이 많이 늘었으니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사업자 택시 소속의 드라이버들을 꼼수로 영입했기에 의외로 현장에서 사업자 택시와 그랩 택시들의 트러블이 덜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 이건, 꼼수가 좋은 방향으로 전개된 게 맞아.”

“그런데 그런 꼼수로 어떻게 그랩 바이크 가입을 늘리겠다는 겁니까?”

“그 꼼수를 반대로 한번 생각해봐.”

“반대로요?”

김신현은 조언을 들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추가로 힌트를 주지. 한국에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봐.”

“한국의 시스템요?”

김신현은 고민을 했지만,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떠 먹여 줘야 하는 것이었다.

“자. 네가 그랩 카에 택시회사 소속의 기사들을 등록시켜서 활성화된 걸 반대로 생각을 해봐. 그거처럼 그랩 바이크도 어딘가에 소속된 바이커들을 가입시키면 금방 활성화가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 소속된 시스템은 한국의 퀵서비스 사무실이고. 이제 알아듣겠어?”

“음. 그렇다면 한국처럼 퀵서비스 사무실을 차리고, 기사들을 고용해서 그랩 바이커로 등록시키라는 말입니까? 한국의 빠른 녀석들 퀵서비스 사무실처럼 말이죠?”

“그래. 맞아.”

“그럼 이걸 한국처럼 회사에서 하면 안 되는가요? 말레이시아 사람들 중에서 그런 관리할 사람을 뽑아서 사무실을 차리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아, 한국의 김이서 팀장 같은 사람 관리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 하는 건가요?”

“아니. 그 이유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그게 아니야. 한국에서도 빠른 녀석들을 회사에서 분리하려고 하는 건 알고 있어?”

“네. 인트라 넷에 보니 회의 자료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래. 그럼 회사에선 왜 빠른 녀석들을 분리하려고 할까?”

“으음.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휴우. 신현아 생각을 좀 해라고. 쿽 서비스 사무실은 투자를 했을 때 가장 빨리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는 사업 분야야. 그리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주문 콜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고.”

“아, 그렇겠네요. 오토바이랑 스마트 폰, 안전 장구만 구해두면 바로바로 배달로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바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겠네요. 그렇다면 저에게 퀵서비스 사무실을 열라는 겁니까?”

드디어 답을 알겠다며 김신현은 웃었다.

“퀵서비스 사무실을 차리고 말레이 사람들을 고용해서 사무실에서 그랩 바이크에 가입시켜서 돌리라는 말이지요?”

“그래. 그게 처음 답이긴 한데. 조금 더 추가된 내가 원하는 답이 또 있어.”

“추가된 답이요?”

“그래. 넌 데닐리 탄 집에 화교들이 모여서 사업 이야길 하고, 그들만의 서클을 만들어 가는 게 어떻게 보이디?”

“화교들끼리 서로 도와주고 화합되는 게 부럽게 보였죠. 한국 사람들도 교민회를 만들고 하지만, 교민회는 그 성격이 좀 다르잖아요.”

“그래서. 내 생각은 그 퀵서비스 사무실을 이민 온 한국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거든. 그런 일을 네가 해줬으면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설마, 중국 화교들처럼 교민회 한국인들로 사업 써클을 만들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 그렇게 추진을 해보고 싶은 게 내 최종 정답이다.”

사실, 외국에 ‘교민회’라는 조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좀 특이한 문화였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에 나가서 자국민들의 교민회를 만들거나 유학생끼리도 유학생 학생회를 따로 만들고 하는 민족은 한국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나 민족들은 타운화되어 커뮤니티화가 되는 것이 전부였고,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의지하지 따로 교민회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교민회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위한 창구기능을 한 것이 쭉 내려온 것이기도 했지만, 그런 교민회 문화가 있고, 나름의 한국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어 정부와 함께 움직여주고 있으니 나름의 한국만의 문화였다.

그런 한국인 교민회가 말레이시아에도 있었고, 교민회에서 나눠준다고 해서 신성전자의 한성훈 부장을 통해 김치도 몇 통 얻어먹었었다.

그런 교민회 사람들을 보고 화교들의 파티를 보니 뭔가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신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지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요식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 두 업종은 경기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 휴폐업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적응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게 해 준다면 한국 교민들의 안정적인 이민 정착이 가능할 것 같았고, 그런 교민들이 많아질수록 화교들처럼 한국인들의 파워도 말레이시아에서 강해질 수 있을 터였다.

말레이시아 재벌의 80% 이상이 화교들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말레이시아에서 재벌이 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화교 재벌들은 대부분이 1950~70년대 팜유(Palm Oil) 농장 경영과 유통, 수출을 통해 자본을 모았고, 도시 개발 붐이 불자 금융과 부동산으로 그 자본을 뻥튀기시켜 대부분이 재벌이 되었다.

인도계 재벌들은 광산업과 금융업으로 돈을 벌어 재벌이 되었고, 이후로는 통신업과 티브이 산업으로 돈을 부풀렸다.

아직 말레이시아에서 IT 관련업으로 재벌이 된 사람은 없었고, 세계적으로 재벌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IT 업종으로 재벌이 되었으니,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말레이시아에서 IT 산업으로 한국인들이 재벌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애초에 이민 오는 한국인들이 많아야 했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을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어야 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고사하고 스마트 폰을 구매할 여력도 없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고용해서 운송 대행 사업으로 자본을 쌓아 간다면 한국인 IT 재벌도 꿈은 아니었다.

“흠. 오토바이 10대에 핸드폰 10대, 작은 사무실만 있으면 안정적으로 창업이 가능하겠네요. 사람 관리가 힘들겠지만, 괜찮은 비즈니스일 것 같습니다. 그런 바이크 사무실이 여러 개 생기면 그랩 바이크도 금방 안정화 될 수 있겠네요.”

“그래. 그걸 네가 한번 추진해봐. 교민회 쪽 사람들이랑 해서 만들면 될 거야.”

“네. 그렇게 한번 해 보겠습니다.”

***

쿠알라룸푸르에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퀵서비스 사무실이 늘어나고,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서 그랩 카로 운송 영업까지 하기 시작하자 그랩 바이크의 서비스가 안정화 되었다.

그렇게, 배달이 활발해지니 자연스레 그랩 푸드로 활성화가 되어 초기 진입 단계는 넘어선 것 같았다.

흑자는 아니라도 이제는 투자할 자본에 비해서 수입이 많아지자 말레이시아 이후를 생각할 차례였다.

“이제 중국으로 갈 시기가 왔군.”

스카이는 그랩 바이크와 푸드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을 봤을 때부터 중국으로 가야 한다고 난리를 부리고 있었기에 시기가 되었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출발하겠다며 시늉을 했다.

‘판다요원’으로 진출하기로 한 중국의 경우에는 사실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는 문제였다.

초기에 서비스를 계획할 때도 말레이시아가 성공하게 되면 바로 인접한 다른 동남아로 진출하기로 계획을 잡았었다.

헌데, 이 타국 진출의 경우에도 말레이에서 끼어든 화교들이 숟가락을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게 문제이기도 하면서 장점이기도 해서 생각이 많았다.

잘되면 나눠 먹고, 압박이 오면 카바를 쳐주는 받쳐주는 세력이 있다는 게 확실히 이득이긴 했지만, 그걸 나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아까웠다.

김신현도 타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때 각 나라에 독립지사를 세워 말레이와는 다르게 가면 안 되냐고 했지만, 한 개의 사업체 서비스로 묶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무조건 머릿수, 쪽수가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플랫폼 기업은 사실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시장이었다.

우리 푸드 딜리버리가 기존에 있던 ‘저기요’, ‘배송의 민족’의 점유율을 빼앗은 것도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플랫폼 기업의 특징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랫폼 기업은 압도적인 숫자로 시장을 장악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여 대체 불가능하게 해야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 시장이었고, 글로벌 기업의 혁신이었다.

이런 힘의 논리가 기업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의 생태계와 그 숫자가 중요하고, 그런 숫자로 인해 자본과 인력을 떠안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확장을 해야 했고, 동남아의 대부분 나라에서 경제권을 잡고 있는 화교들과 연계하는 것이 손해인 것 같지만 이득이었다.

이미 100년 가까이 경제권을 잡고 있는 화교들을 배제하고 플랫폼 사업의 핵심인 머릿수 채우기는 힘든 것이었다.

그런 머릿수와 동남아를 잡고 있는 화교들의 힘이 있어야 유버나 다른 플랫폼 기업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이었다.

이기기 위해 더 큰 이득을 위해 데닐리 탄을 앞세워 화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사업의 지분 배정을 좀 달리했으면 하는데. 말레이시아와는 다르게 태국과 필리핀은 스타 코퍼레이션이 40%, 데닐리가 30% 투자를 위한 오픈 지분이 30%가 될 거야.”

데닐리 탄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말레이시아처럼 51%의 지분은 아니지만, 투자를 위한 지분을 30%로 잡았기에 그 지분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화교들의 자본으로 채운다면 언제든지 자신이 핸들링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이 되었다.

“태국과 필리핀만 그렇다는 것은 다른 나라는 다르게 간다는 것입니까?”

“그래. 속으로 계산을 해 봤겠지만, 네 지분이 줄어들었지만, 실제적으로는 너에게 유리한 거야. 이건 동의하지?”

데닐리 탄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자고, 동남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와 가장 시장이 작을 것 같은 캄보디아는 우리 스타 코퍼레이션이 70% 데닐리가 10% 투자 오픈 지분이 20%일 거야.”

얼추 계산이 맞는 것 같다고 데닐리 탄도 생각했다.

태국과 필리핀을 주고,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가장 파이가 작은 캄보디아를 나누는 것은 균형에 맞는 분배였다.

“그럼, 베트남과 미얀마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둘은 지금 4개 나라를 개척한 이후에 보자고. 4곳 모두 개척에 성공하면 다시 논의를 하자고. 만약, 4개 나라 중 한 곳에서 실패를 한다면, 베트남을 그쪽에 주고. 성공한 다른 쪽은 미얀마를 가져가는 거지. 어때?”

성공적으로 두 나라를 개척하지 못한 경우에도 미얀마를 가져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고, 서로 배려해 주는 조건이기도 했다.

“동의합니다. 그럼, 저는 바로 태국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임 대표님은 어디로 가실 겁니까?”

“난 일단 중국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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