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12화 (112/203)

112. 나름의 의미가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이미 3명 모두 다 데닐리 탄의 본가에 도착해 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민 온 화교 집안답게 미국의 전원주택 단지에 와 있는 것 같은 고급 주택단지에 집이 있었다.

다들 비슷하게 2~3층 맨션처럼 집이 지어져 있었는데, 옆으로는 호수까지 있다 보니 쿠알라룸푸르에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말레이 계열의 피부가 검은 사람들보다도 중국 화교들과 같은 밝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데닐리 탄의 부모님에게 방문 선물을 주고 저녁을 같이 먹은 후에는 4명이 마주 앉았다.

다들 한결같은 말이 나왔다.

데닐리 탄이 왜 말레이시아에서 콜택시 사업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말레이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동남아시아의 모두가 같아. 어떻게 보면 신대륙을 찾은 콜롬버스처럼 ‘그랩’의 나라를 만들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여기도 넘어야 할 산이 많더구만. 일단 업무분장을 다시 해보자고.”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에 있는 서말레이시아와 바다 건너 수마트라섬 북부의 동말레이시아로 2곳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가 공략해야 하는 곳은 말레이반도에 있는 서말레이시아였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80%가 서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었고, 제대로 된 인프라 또한 서말레이시아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일대만 잡으면 말레이시아 시장은 끝나는 것이었다.

“우선 말레이시아의 큰 택시 회사 4곳을 각각 방문해서 그랩 택시 어플에 대한 반응을 받아와 봐. 아마도 부정적이겠지?”

이 말에 스카이와 데닐리 탄은 고갤 끄덕였지만, 김신현은 왜 그런지를 몰랐다.

“IT 디지털 혁신 산업인데, 이걸 왜 부정적으로 보는 겁니까?”

“개인택시가 아닌 사업자 택시를 운영하는 택시 회사의 오너들은 이익이 없거든.”

말레이시아에는 등록 택시 수가 77,000대가 있는데, 그중 7만 대가 서말레이시아에 있고, 그 7만 대 중 5만 대가 택시 회사소속의 사업자 택시였다.

그러니 그 5만 대의 택시는 애초에 우리 서비스 타깃 자체가 될 수 없었다.

개인이 운행하는 개인택시 2만 대가 우리가 노리는 사업자들인 것이었다.

이 개인택시 2만 대에게 스마트 폰을 무상으로 뿌려서 그랩 택시 등록 차량으로 유치하는 것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했다.

“그럼, 왜 부정적으로 대할 거를 알면서도 가야 하는 겁니까? 가면 욕 들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기존의 택시 사업자들이 참여해 줄 수도 있기에 한번 찔러나 보는 거지. 그리고, 나중에 불만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이고.”

“크레임을 대비하는 건가요?”

“맞아. 그랩 택시가 확장되게 되면, 자연스레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 거야. 처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2만 대의 등록 차량을 가지게 된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알게 되겠지. 그때 그들의 분노가 정부 쪽이 아닌 우리에게 쏠리게 만들기 위해서 연락처를 알려주는 거야.”

“에에? 그 반대 아닙니까? 사업자들의 분노가 우리가 아니라 정부 쪽에 향해야 우리가 편한 거 아닙니까?”

김신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분노의 화살이 정부를 향해야 회사가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 분노의 화살이 정부에 향해 버리면 정부에서 우리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영업용 운행권으로 ‘대중교통서비스 운행권’과 ‘화물 운행권’이 있어. 그 택시 회사들의 분노가 정부로 향해 버리면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그 운행권들을 기사들에게 취득하라고 요구하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리가 큰일 나는 거야.”

그랩 택시는 당장 괜찮지만, 그랩 카는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돈을 버는 것이라 저런 영업권을 따야 한다고 하면 사업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었다.

“최대한 택시 회사들의 분노를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그랩 택시와 그랩 카가 없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가 될 때까지 버티는 게 우리의 목표야.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는 우리의 서비스에 태클을 걸려고 해도 사회적 혼란이 두려워 안 하게 될 테니까.”

당장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몇 년 후의 시장 장악 이후의 계획까지 만들어져 있는 것에 김신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말레이시아어나 중국어가 되지 않는 두 분을 위해 통역 대학생을 데리고 다니십시오. 그 이후 나가시면 될 겁니다.”

관광 특성화 대학인 버자야 대학교 학생으로 대학생 2명이 왔는데, 김신현에게 남자를 붙이고 여대생은 내가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이건 우리에게 손해를 보라는 말이나 같소. 택시 기사들은 이익이 생길지 몰라도, 택시 회사에는 이득이 없는 일인데 우리가 반길 것 같아서 온 거요?”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말레이시아에 근무하고 있는 200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더 엑스포트’ 잡지가 조사한 결과가 있습니다. 전 세계 30개 국을 다녀온 이들이었는데, 최악의 택시가 말레이시아 택시로 뽑혔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나 지났지만, 그대로 최악의 택시라고 하더군요. 그런 최악의 택시라고 연속으로 선정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역을 맡은 여대생 시푸우는 이걸 그대로 다 전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최대한 말레이시아의 택시 서비스를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을 전했다.

“흥. 그래서 공항 택시와 시에서 운영하는 행정 택시까지 만들어 늘렸지 않소. 그리고 그런 불친절한 것을 겪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 리무진 콜 택시도 운영을 하고 있소. 우리는 나름의 서비스 질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소.”

나름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항 택시나 시에서 만든 행정 택시도 결국 일반 택시들처럼 가격협상을 하고 택시를 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오? 중국계가 말레이시아의 부를 다 가로채고 있는데, 이제는 한국이 들어오는 거요? 말레이시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왜 여기까지 오는 것이오? 가난한 이들의 가난마저 가져갈 생각이라면 우리와 싸워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오.”

결국, 같이 무언갈 할 수 있는 혐의점은 없었고, 다시 데닐리 탄의 본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택시 회사에 갔던 이들도 다들 마찬가지로 언쟁만 하고 온 것 같았다.

“결국, 사업 방향의 수정은 없습니다. 계획대로 진행을 하도록 합시다.”

나와 김신현은 신성전자와 통신회사와의 계약을 맡기로 했고, 테닐리 탄과 스카이에게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가장 많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와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을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공항 입국장에서 임대할 수 있는 매장과 공항 밖 외벽 광고를 알아보게 했다.

***

“한국 본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성의 말레이시아 지사에서는 한성훈 부장이 맞아주었는데, 검은 뿔테를 쓰고 있는 인상이 공부 잘하는 수재의 느낌이었다.

먼저 한성훈에게 우리 사업을 설명하고, 어느 통신사에 가입을 몰아주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한국은 SK, KT, LG 3개의 통신사인데, 이곳엔 4곳의 통신사가 있고, 근래에 한 곳이 더 생긴다고 합니다.”

“통신사가 다섯 곳이나 됩니까?”

“네 인구는 한국보다 적은데 티비와 인터넷 통신을 맡은 업체는 더 많은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업체 수는 많은데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서 각 업체들도 이 이동통신사가 그룹의 주력이 아닙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한국도 기업들이 이통사를 주력으로 하기보다는 다른 물품을 팔기 위한 서브 산업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만 대를 가입하는 조건을 알아보면서 조건을 따져보니 ‘U Mobile’이 가장 조건이 좋았습니다.”

한성훈 부장이 4개 통신사의 조건을 명시한 표를 보여주었는데, 요금 가격이 일단 유 모바일이 가장 저렴했다.

그리고 가입자에 따른 빽마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입 유치지원금 비용도 가장 컸다.

“말씀하신 것처럼 유 모바일이 가장 혜택이 많은 거 같은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가입자 수가 많은 maxis나 그 뒤를 잇는 digi, celcom 통신사보다 가입자 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규 유치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생기는 Tune 통신에 경각심을 가진 것입니다.”

“그럼, 새로 생기는 Tune이 신규 가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도 볼 수 있으나 아직까지 Tune 통신사는 혜택이나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Tune 통신사가 런칭을 하더라도 크게 혜택을 주지 못할 겁니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먼저 이 유 모바일의 모 기업은 ‘버자야 그룹’입니다. 말레이시아 재계 4위의 기업으로 호텔이나 레져 관련 산업을 맡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말레이시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호텔이나 레저산업은 몰라도 말레이시아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업체라는 말에 자본금이나 그룹의 규모에 신뢰가 갔다.

“그럼, Tune은 중소기업이기에 혜택이 없다는 거군요.”

“하하하. 근데, 그건 또 아닙니다. Tune 로고를 보면 뭔가가 안 떠오르십니까?”

한성훈 부장의 말에 Tune 로고를 봤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한국의 T 통신사 브랜드 그거와 관계가 있는 겁니까?”

“하하하. 그쪽이 아닙니다. 축구선수 박지성 좋아하십니까?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 안 좋아하는 한국 사람도 있습니까? 그럼 이 Tune가 박지성 선수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네. 박지성 선수가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뛰었지 않습니까? 그 축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바로 이 Tune 통신사의 주인입니다.”

“아, 에어 아시아의 그분. 이름이 뭐드라.”

“토니 페르난데스입니다.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없지만, Tune 그룹이라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부릅니다. 재계 순위나 재산으로 따지면 말레이시아 19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제성이 있는 사람이고 나름의 재벌이지만, 일단 유모바일의 버자야 그룹에는 못 미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더구나 Tune 그룹은 요즘 호텔과 F1 자동차 경주에도 투자를 하면서 엄청나게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Tune 통신사가 런칭을 한다고 해도 쏟아부을 돈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Tune 때문에 괜히 몸이 달아 있는 유 모바일에 가입자를 몰아주고 가입 유치금을 받아 내는 것이 가장 이득일 겁니다.”

“역시 현지에서 체류하고 계신 분이 도와주시니 이득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지사 매출을 그만큼 올려주시는 것이니 이 정도는 해 드려야지요. 그리고, 같은 한국 업체가 말레이시아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로가 이익입니다. 두 분 다 한국인이라 하는 말인데, 말레이시아는 사실 화교들의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화교 3세를 전면에 내세워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충 살펴보니,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미리 그쪽으로 로비를 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뭐, 이것도 화교 3세라는 그 친구나 가족들이 먼저 나서 줄 겁니다.”

“정부의 입김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는 거군요.”

“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가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민주주의적이고 깨끗하다고 하지만, 그런 고정 관념 때문에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법이 있지만, 그 법이 언제나 무조건적이지는 않습니다. 나름의 질서가 있지만, 그게 또 불변하는 질서가 아닙니다.”

“중국 정도입니까?”

“하하하. 거긴 어나 더 레벨이죠. 중국 정도는 아니라도, 비슷한 일은 많습니다. 여기도 인맥이면 다 되는 나라입니다. 화교 3세 그 친구와 가족들을 최대한 활용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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