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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11화 (111/203)

111. 치안은 좋다며?

신성전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살펴보니 사장단 접견실에서 보았던 신성의 수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수준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클라스라고 하는 게 맞을 듯했다.

일단 나오는 밥이 자율배식에 흔한 느낌이었지만, 고급스러운 그릇과 정갈하게 데코레이션된 일품요리는 밥을 먹는 내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밥을 먹는 직원들이 다들 행복해 보였다.

“석건아, 직원들이 다들 행복해 보이지 않냐?”

“행복하게 보이는 게 당연하죠. 연봉 많이 받고 누구나 이름만 이야기하면 다 아는 회사에 다니니 기분이 좋고 행복할 수밖에 없죠. 일이 힘들어도 행복할 겁니다.”

“그건 그렇겠지?”

식당으로 오며 석건이랑 했던 말처럼 스타 코퍼레이션을 신성만큼 키우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전자회사처럼 이윤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몸으로 직접 움직여 이익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이런 수준으로 회사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신성 본사에서 밥을 먹고 돌아가면서 보니, 이제 택시나 차량 공유 사업을 한다는 생각에 도로를 다니는 택시들에 눈이 자연스레 쏠렸다.

그리고, 그런 택시들이 십여 대 주차되어 있는 장소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 역시 밥이 답이네.”

***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며 출국 날을 기다리는데, 김신현에게 연락이 왔다.

아버지와 함께 지금 찾아오겠다는 연락이었는데, 아버지를 설득시킨 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김신현의 아버지는 70대로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김신현은 늦둥이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젊게 보이기 위해 흰 셔츠에 붉은색의 머플러를 멋들어지게 하셨는데, 중절모까지 쓴 모습이 나름 품격있게 잘 늙으신 것 같았다.

“콘세도 홀딩스(holdings)의 김조일이라 합니다.”

“홀딩스요?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입니다.”

홀딩스라 하면, 지주회사(holding company)를 말하는 건데, 보통은 타 기업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대상 기업의 사업 활동에 관여하는 회사를 말했다.

주식 취득 수에 따라 지배회사나 모회사가 될 수도 있었고, 거산 그룹의 파트너스 파처럼 임원들을 회사에 넣어 경영에 참여하기도 하는 회사를 말했다.

홀딩스란 이름을 아무나 쓸 수 있기는 했지만, 진짜 알짜 주식들을 들고 배당금을 챙겨가는 돈 많은 이들이 많았기에 이름을 듣고는 이미지가 달라졌다.

단순한 졸부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규모가 크고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집안 같았다.

그래서 눈치껏 인사를 하며 회사 변호사인 정진이에게 콘세도 홀딩스에 대해서 알아보고 바로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넣었다.

“우리 애가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해서 제가 여러모로 여길 좀 알아봤습니다.”

“알아보니 어떠셨습니까? 이렇게 직접 찾아오실 정도면 커트라인은 통과한 것입니까?”

“하하하. 자수성가한 30대가 나도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확실히 배짱이 있는 친구구만.“

“다행입니다. 헌데, 제가 이틀 후 해외로 출국을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배려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동남아시아로 진출한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우리 애를 끼워주겠다는 거요? 투자에 대한 조건을 한번 들어봤으면 하는데.”

투자자가 왔으면 당연히 투자 제안서를 보여주며 브리핑을 해야 했지만, 준비된 것이 없었다.

정식으로 투자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고, 연락을 하고 바로 들이닥친 것이라 준비하질 못한 것이었다.

“사실, 투자 제안서나 투자 조건을 생각해 둔 것이 없습니다. 이번에 진출하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투자되는 자본은 모두 다 회사 자금으로 충당이 가능하기에 특별히 자금조달을 위한 투자 설명회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본조달 없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우리 애에게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는가?”

답을 하기 전에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신현을 힐끔 쳐다보고 이야길 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투자 회사를 운용 중인 집안의 자제인지를 몰랐으니깐요. 애초에 처음부터 콘세도 홀딩스가 아버지 회사라고 이야길 했다면 식사 중에 투자를 해주면 꽂아준다고 이야길 하지 않았을 겁니다.”

“흐음. 어떻게 보면, 그냥 쳐내기 위한 립 서비스로 투자 건을 걸은 것이었군.”

김조일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투자 건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김조일은 볼일을 다 봤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아버지 그러면 저는요?”

“인석아. 이렇게 답답하니, 일머리가 없다고 하는 것이야. 이틀 후에 출국을 하는 일정이라는 소리를 못 들었냐? 이미 저쪽은 스케줄이나 일정이 다 잡혀 있다고, 거기에 네가 끼어봤자 아무것도 못 한다고. 이해가 안 되는 거냐?”

“하지만 저는 이런 IT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요.”

“그럼 신입사원 이력서를 넣으면 될 거 아니냐?”

“신입은 재미있는 일은 안시켜 준다고요.”

재미있는 일을 시켜 주지 않는다는 말에 아버지인 김조일은 고개를 저으며 힘 빠지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철부지 놈 때문에 시간 쓰게 해서 미안하외다. 그저 겉멋만 들은 녀석이라 면목이 없소. 배달 기사들의 애로사항을 알아본다고 오토바이도 직접 타고 했던데, 이놈은 그런 거는 모르고 그저 있어 보이는 일만 찾고 있으니. 어휴.”

김조일은 두들겨 패서라도 아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으나, 마주 일어난 임건호를 보고 생각을 달리했다.

막내아들이 정신을 차리지는 못해도 열심히 일하는 임건호 옆에 있기만 해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제 형이 하는 부동산에 보내놔도 엄하게 대하질 않으니 일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고, 보름 넘게 놀다가 그냥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그럴듯해 보이는 회사에 꽂아줘도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돌아 제대로 일을 가르쳐 주긴커녕 은따를 당한다고 회사를 못 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임건호는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업가이자, 일용직이 하는 배달 기사 일의 애로사항을 확인한다고 직접 몸으로 뛰어드는 적극적인 남자였다.

이런 남자 옆에 막내아들을 놔두기만 해도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비서로라도 우리 애를 옆에 두기만 해주시오. 그러면….”

김조일은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푸드 딜리버리를 알아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 푸드 딜리버리 업무 공간이 여기저기로 다 분산되어 있던데, 그런 분산된 사무실을 한곳에 모아서 업무가 가능하게 건물을 빌려주겠소이다.”

“건물을요?”

그렇지 않아도, 푸드 딜리버리의 CS와 운영지원, 홍보팀만이 같은 사무실에 있었고, 영상팀은 동생의 비치 엔터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영업팀과 포스 개발팀도 따로 사무실을 썼고, 앱 개발팀도 따로 사무실을 빌려서 쓰고 있었다.

마트 사업의 경우에는 본부 사무실이라고 할만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었고, 퀵서비스 관련 업무는 가장 먼저 생겼던 기사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는 판국이었다.

거기다 이제는 해외 사업부도 생기게 되었는데,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사무실을 하나로 모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는 있었다.

한자리에 모여야 업무 효율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건물을 빌려주겠다고 하니 마음이 동했다.

“공짜로 빌려주시는 겁니까?”

“월세는 안내더라도 관리비는 그래도 내야지.”

“아버님. 그럼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지요. 김신현 씨는 일단 비서로 해서 저와 함께 동남아시아로 가는 것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잘 부탁하오. 지 밥벌이만 가능하게 잘 가르쳐 주시오.”

법무팀의 정진이를 불러서는 사무실의 통합이전 일을 맡겼는데, 그러면서 콘세도 홀딩스가 부동산 개발 회사 쪽으로 영향력이 있으며 알짜 회사라고 정진이가 알려주었다.

사무실 월세에서 세이브되는 비용만 1년에 1~2억이 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투자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겉멋만 있고, 눈치도 좀 없는 것 같은 김신현을 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남는 장사였다.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하니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꿉꿉한 습기와 더불어 코안을 가득 채웠다.

이런 냄새로 동남아에 도착했다는 것이 체감되었고, 여자들의 머리에 쓰여 있는 히잡을 보고 이슬람이 많은 나라에 왔다는 게 체감되었다.

“집에서 차를 보낸다고 했지만, 대표님의 말을 듣고는 돌려보내었습니다.”

“잘했어. 그럼, 4명 모두 재주껏 택시를 잡아타고 데닐리 탄의 부모님 집으로 가자고. 그러면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 될지도 생각해 보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동남아의 택시 상황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 우리가 생각한 계획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다시 방향성을 수정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김신현은 각자 택시를 타고 길을 찾아 떠나는 놀이 같은 것이 일이라는 생각에 아주 재미있어하며 먼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연히 가장 앞에 가는 사람에게 택시 기사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체라스 레이크 밸리? 90링깃!”

“체라스 레이크 밸리에는 호텔이 없어. 어디 호텔이야?”

가장 앞장서던 김신현은 그렇게 택시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졌고, 스카이도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알아보다 공항 밖으로 나갔다.

“저는 공항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나간 이후 택시를 타는 방법을 체크해 보겠습니다.”

데닐리 탄은 현지인답게 바로 택시를 타지 않는 방법을 택해서 사라졌다.

나도 바로 택시를 타러 가려다 단체여행객이 아니라 개인일 때 과연 외국인들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고민했다.

일단 공항 내에 마련되어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목적지인 체라스 레이크 밸리에 가는 택시를 어디서 탈 수 있는지 물으니 두 종류의 택시가 있는데 어떤 택시를 탈 거냐고 오히려 되물어 왔다.

일단 택시가 종류별로 있는지를 몰랐기에 어리둥절했다.

그러고 보니 승강장을 알려주는 표지판에도 두 종류의 택시가 명시되어 있는 게 보였다.

시티 택시(City Teksi)와 공항 택시(Airport Teksi)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저 두 종류의 택시는 차이가 뭡니까?”

“시티 택시는 미터기를 켜고 가는 택시이고, 공항택시는 미리 가격을 정하고 가는 택시예요. 체라스 레이크 밸리까지는 70링깃에서 90링깃을 달라고 할 거예요.”

대충 10링깃이 2800~2900원을 왔다 갔다 하기에 21,000원에서 27,000원 정도의 요금이었다.

아무리 공항이 도시와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럼 미터기로 가는 시티택시를 타면 얼마 정도 나오나요?”

“40링깃에서 100링깃요. 기사들과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방금 미터기로 가는 게 시티택시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것도 협상이 필요한 겁니까?”

“그게, 어쩔 수가 없어요.”

미터기로 가는 게 시티택시이지만, 결국 가격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건 인포메이션의 안내원에게 더 물어봐도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미터기로 간다는 시티 택시를 타도 협상을 해야 했고, 미리 협상해서 타야 하는 공항 택시도 20링깃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으니, 왜 택시를 두 종류를 만들어 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시티 택시들이 가격으로 협잡질을 하니 공항에서 자체적으로 그런 택시 협잡질을 없애겠다고 공항 택시를 만든 것 같은데, 결국 같아져 버린 것 같았다.

데닐리 탄이 왜 말레이시아에서 콜택시 사업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김신현이나 스카이는 공항 밖에서 시티 택시를 탔을 것이 확실하니 나는 일부러 공항 택시가 있다는 승강장으로 움직였다.

공항택시 기사들 3~4명과 협의를 해서 80링깃으로 협상을 했는데, 그러자 승강장 옆에 있는 티켓 창구에서 80링깃짜리 표를 구매해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공항을 중간 대행자로 끼고 표를 발권받아 타는 것이 시티택시와의 차이점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게 장점이 있었다.

표를 구매해서 택시를 탔으니 가는 중간에 길이 막히더라도 요금이 널뛰기 되고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하며 택시 쪽 상황을 알아보고 했는데, 말레이시아 택시 기사는 내게 충고를 해주었다.

“미스터. 택시를 타더라도 짙은 선팅이 되어 있는 택시는 타지 마세요. 그런 택시의 경우에는 택시 안에서 범죄를 당해도 바깥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에 택시 범죄가 많습니까?”

“태국이나 캄보디아에서 택시 운전을 하기 위해 넘어오는 노동자가 많은데 그런 이들은 범죄를 일으킵니다. 꼭, 말레이시아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차량 범퍼가 개조되거나 한 차량은 타지 마세요.”

“개조 택시는 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범퍼가 개조되거나 한 택시들은 재판매가 된 택시 들이기에 범죄에 주로 쓰입니다. 그러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아니 시발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에서도 치안이 좋은 나라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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