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10화 (110/203)

110. 선도해야 한다.

함께 하자는 말.

분명 김신현이 원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에 망설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얼마를 투자해야 되는지를 먼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시는 만큼 제가 투자를 할 수 있을지를 알 수가 없네요. 그리고, 그 돈도 제 돈이 아닌 아버지 돈이라 물어봐야지 됩니다.”

김신현이 파파보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건호는 오히려 이게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객기를 부리며 얼마를 투자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것보다 나았다.

자기 돈이 아니라고 아무 생각 없이 부모의 돈을 투자하겠다고 말을 했다면 오히려 신뢰하기 힘들었을 터였다.

“그럼, 아버님에게 허락을 얻어서 한번 같이 찾아주십시오. 투자는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실제 아버지를 데리고 와서 투자가 이루어져도 좋았고, 그게 아니라도 걸리적거리게 들러붙으려는 애를 떼어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기에 깔끔하게 식사 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

“데닐리 탄씨와 천친위씨는 이사대우의 직급으로 미국식으로는 C-level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사 담당 변호사가 된 정진이가 회사 설립에 대한 서류를 처리해 주었고, 동남아와 중국을 책임져줄 두 사람의 지위를 법적으로 정리해 주었다.

“지금은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업공개(IPO)가 되면 두 분은 그랩 택시와 판다요원의 지분 51%를 각각 보장받게 됩니다. 기업공개가 되어 상장이 되기 전까지는 지분에 대한 권리를 사용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상장시켜 과실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임건호가 이야기한 51%의 지분을 보장받긴 받았으나, 기업공개가 되어 상장이 되었을 경우에만 그 지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어떻게든 맡은 회사를 성공시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과 동시에 금전적 보상을 노려야 했다.

그전까지는 그냥 고용된 사장일 뿐이었다.

법무적인 협의가 끝이 나자, 두 사람은 통역을 데리고, 회의에 들어갔는데, 임건호가 미국에 다녀온 이후 처음 가지는 간부 회의였다.

“이미 들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에 미국에 가서 아주 많은 것을 깨닫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푸드 딜리버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향점을 확정했고, 그것을 팀장 이상의 간부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인쇄된 해외 출장 보고서를 한 부씩 돌렸다.

“먼저 미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도어대시와 그럽허브, 유버, 포스트 메이트를 사용해 봤고, 캐나다와의 국경 근처까지 가서 캐나다의 1위 업체인 스킵더디쉬즈까지 이용해보았습니다.”

북미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업체를 알지 못했던 이들도 보고서를 통해 북미 업계 전반의 장단점과 특장점을 확인했다.

“우리가 배우고 도입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반대로 욕을 할 만한 것도 많았습니다. 먼저 미국에서의 배달 어플의 한계점을 보았는데, 비서 실장도 알겠지만,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어디에서 복사되었는지도 모르게 신용카드 복제 범죄를 당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전화를 받았던 이석건이 진짜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어플과 매장에서 카드 사용이 쉬운 만큼 복제해서 쓰는 신용카드 관련 범죄가 많았고, 그에 따른 리스크 비용이 총 매출의 2~3%대에 이른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총기가 흔하다 보니 배달하는 드라이버들이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미국 시장의 문제였습니다.”

오늘도 총기사건이 일어났었다고 해외 뉴스토픽에 나왔었으니 다들 이것도 동감을 했다.

“결정적으로 북미는 밀집되어 있지 않고 너무 넓다는 겁니다. 대도시임에도 주변부 주거지는 1층 단독 주택으로 빌리지(Village)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게 너무 넓다는 겁니다. 서울 동대문에서 인천까지 빌리지만 쭉 늘어서 있다고 보면 됩니다.”

멋지게 잔디가 깔린 미국식 주택 빌리지가 배달 업체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인 것이었다.

“거리가 멀다 보니 배달 팁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면 주문 건수나 이용자에 한계가 있습니다. 음식 가격보다 배달비가 더 비싼 경우가 흔하게 발생합니다.”

아파트 1동에 살 수 있는 인구가 한 동네에 퍼져서 살고 있으니 배달료 상승이 시장의 확장을 막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환경적 문제로 미국의 배송 대행 업체들의 흑자 전환은 힘들 것 같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뭐, 자연재해로 인한 기름값 상승이나 혹은 돌림병이 생겨서 집에서 못 나오게 된다면 시장의 확장이 엄청나게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일이 없다면 미국의 배달 시장은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대표님.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진출을 하지 않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흑자 전환이 거의 불가능한 북미 시장에 우리는 진출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의 배송 대행업체들의 차량 공유 서비스나 꽃 배달, 식자재 배송 등등 여러 항목을 우리도 도입을 하긴 할 것입니다.“

차량공유 업체인 유버가 음식 배달 수량이 많아지자 따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듯이 다른 대행 서비스들로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게 준비를 하긴 해야 했다.

“우리 푸드 딜리버리의 장점은 오프라인 마트를 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미의 인스타 카트 같은 경우에는 마트 주문 물품을 배송해 주긴 하지만, 우리처럼 직접 운영하는 마트를 통한 배송은 없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특장점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장점이라고 했지만, 그걸 수정해야 한다고 하니 다들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LT 그룹에서 유통사업부에서 배송의 민족을 인수했다는 기사를 봤을 겁니다. 아직까지 발표는 나지 않았으나 배송의 민족 앱에서 LT 마트의 물품들을 주문 배송하는 서비스를 오픈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특장점이 희석이 되어 버릴 겁니다. 해서, 스타마트만을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스타마트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En마트와 연계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다들 스타마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욱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플에 다른 대형 마트를 넣는다는 말이었으니 스타마트로서는 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민욱은 의외로 담담했다.

미리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었다.

LT마트가 배송의 민족과 함께 하게 된다면, 다른 경쟁자인 ‘저기요’가 다른 유통 공룡인 En마트와 협업할 수도 있다는 걸 김민욱도 아는 것이었다.

En 마트가 ‘저기요’와 연계되지 않게 먼저 끌어서 연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어법이자 공격법이라는 데에 동의를 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의 특장점을 다른 어플들도 가지게 되는 것이었으니 먼저 연계해서 저기요를 막기로 한 것이었다.

대신에 자체적인 PB상품과 LT 마트나 En 마트가 하지 않는 전문 식자재 도매 마트로의 성격 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요식업 업체만 10만 곳이 넘어가니 그런 요식업에 식자재 납품시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 전략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진출을 하게 될 것입니다.”

건호는 데닐리 탄과 스카이를 소개해 주었고,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따로 지원을 하라고도 공지했다.

***

“그런데 동남아에서 무료로 보급하는 스마트 폰을 꼭 신성 것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엘진의 스마트 폰도 있고, 중국업체들의 저렴한 스마트 폰도 있습니다. 그런 걸로 해서 택시 기사들에게 주면 될 것 같은데요.”

비서 실장이자 사촌 동생인 석건이는 신성전자의 본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왜 꼭 신성의 스마트 폰이어야 하는지를 물었다.

“엘진이나 중국업체 스마트 폰으로 하면 들어가야 할 돈의 절반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비슷한 스탯인데 왜 신성 거를 고집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보급형 스마트 폰인 갠럭시 A33을 10만 대 구매하게 되면 대당 25만 원씩 해서 250억이나 들어갔다.

타사의 스마트 폰으로 하면 100억 가까이 아낄 수도 있기에 석건이의 말도 일견하기에는 타당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100억 이상을 더 쓰며 신성의 갠럭시 스마트폰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아이폰 다음으로 세계 판매 2위라는 후광이 있었다.

공짜로 뿌리는 스마트 폰이 나름 명품으로 통하는 신성의 핸드폰이라고 하면 택시 기사들이 좋아할 터였다.

그리고, 전 세계 판매 2위라는 판매량에 어울리게 동남아시아의 여러 곳에 신성의 대리점이나 AS센터가 있었다.

아무리 별도의 교육을 한다고 해도 스마트 폰과 친하지 않은 택시 기사들이 고장을 내거나 액정을 깨트릴 수 있기에 AS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만큼 동남아시아의 각 통신업체와의 연결 끈을 신성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동남아시아 국가별 통신사와 가지고 있는 연결 끈을 소개받기 위해서라도 신성의 스마트 폰을 고집하는 것이었다.

100억이 더 들어가지만, 그 금액 이상의 인맥 소개로 혜택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신성을 싫어하는 거냐?”

“그거야, 모바일 사업부의 김정학 사장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넣었는데, 고깝게 대하더라고요. 그게 기분 나빠서요. 250억 치나 폰을 구매해 주겠다고 해서 미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일정이 없다고 계속 빠꾸를 해서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투덜거리며 신성 본사에 위치한 모바일 사업부 사장실로 올라갔는데, 미팅 일자를 잡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 외에도 8팀이나 대기를 하고 있었다.

신성의 모바일 사업부를 이끄는 수장이다 보니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바쁘게 사람을 만나고 하는 사장의 스케줄에서 신성의 파워가 느껴졌다.

그리고, 모바일 사업부가 아닌 신성 그룹을 이끄는 대표이사인 이자룡은 과연 어떨지 상상이 되었다.

50분을 기다려 집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명함을 주고받고 보니 모바일 사업부의 김정학 사장과 아시아 지역 사업부 담당인 최현준 이사도 같이 있었다.

“푸드 딜리버리에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남아시아 5개국에 진출을 생각하고 있기에 저희 A33 모델 10만 대를 구매하신다고 하셨지요?”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미팅을 하는데도 미리 메모지를 받아서 확인했는지 우리가 어떤 일을 위해 스마트 폰을 구매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렇게 바쁜 사람과의 미팅에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네 맞습니다. 사실 그냥 핸드폰을 구매했어도 되었지만, 동남아시아 5개국의 통신사 인맥들과 협력사를 소개해 주십사 하는 부탁들 드리기 위해 바쁘신 것을 알지만, 미팅 자리를 계속 요청했습니다.”

“하하하 10만 대나 구매해 주시는데, 당연히 제가 고맙다고 인사를 드려야지요. 헌데, 10만 대나 구매해서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를 동남아에서 하시겠다는 생각이십니까?”

“음식 배달은 3단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동남아시아의 콜택시와 공유차량 서비스 시장을 공략해 보고자 합니다.”

“유버와 같은 서비스를 해보겠다는 거군요. 그런 앱을 통한 콜택시와 차량 공유를 위해 스마트 폰을 무료로 뿌리겠다고 판단하신 것이 대단합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았으나, 모바일 사업부의 사장 자리를 거저 딴 게 아니라는 듯이 우리의 전략을 바로 알아차렸다.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게 패기가 있으십니다. 동남아 각국의 통신사 쪽으로 우리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정학 사장이 아시아 지역 사업부 이사인 최현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최현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인맥을 소개해 주고 통신사와의 연계는 최현준 이사 선에서 처리해 줄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게 김정학 사장 단계의 일이 아니긴 했다.

250억 치의 구매 계약 건으로 20여 분의 미팅을 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그래도 말을 들어주고 콜택시 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봐주며 도와주라고 허락을 해줬으니 애초에 생각했던 목적은 다 이룬 것이었다.

최현준 이사와 이야기를 해서 스마트 폰을 한국에서 받는 게 아니라, 아예 말레이시아 삼성 지사에서 분출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주문하는 10만 대의 출고 매출을 동남아시아 지사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것 같았다.

“저도 직함은 아시아 지역 사업부인데, 사실 거의 한국에 있습니다. 아시아가 넓다 보니 각 지사에 본부장들이 실제 현지 업체들과 인맥이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먼저 본부장들이 연락처를 드릴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받아 가십시오.”

동남아 각국에 있는 지사 본부장들의 사진과 연락처가 다 담긴 책자를 받았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는 파티를 많이 가야 할 겁니다. 중국어를 따로 공부하셔야 커뮤니케이션이 될 겁니다. 중국어도 될 수 있으면 북경 표준어보다는 광동어를 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나이 있는 화교들이 중요하다는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동남아의 경제권은 화교들이 다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북경어보다는 광동어를 더 많이 씁니다.”

“그래서 아예 화교를 끼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 그렇다면 현지 시장 진입이나 적응은 빠르겠군요. 건승을 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석건이가 양손 가득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건 뭔데?”

“방문 기념품을 잔뜩 받았습니다. 화장지도 신성 로고가 찍혀 있던데요.”

“새끼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욕해놓고는.”

“역시 신성은 뭐가 좀 다르더라고요. 내어주는 직원들의 서비스도 그렇고 세계 1위라고 할만합니다.”

“인마, 부러워만 하지 말고 스타 코퍼레이션도 이만큼 키울 생각을 해.”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 아닐까요. 형님 너무 꿈을 크게 가지시는 거 아닙니까?”

“인마 그래야 반이라도 가지. 일단 온 김에 구내식당에서 밥이나 먹고 가자. 내가 거산에서 단체 급식 쪽 일할 때 신성 그룹 본사 밥이 진짜 맛있다고 들었었거든. 온 김에 한 번 먹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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