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06화 (106/203)

106. 글로벌 마인드. (2)

데닐리 탄은 로스바노스에서 있었던 투자 브리핑에서 좋은 말을 듣지 못했을 때, 1년 넘게 준비한 마이텍시(MyTeksi)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자신이 만나봤던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사업성이 보이지만, 이미 늦었다는 말을 대부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버를 통해 합승한 한국인 임건호는 다르게 이야길 해주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콜택시 사업이 흔하고, 레드오션화되었지만, 동남아는 아직까지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니 충분하다는 말을 해준 것이었다.

물론, 우연히 합승을 해서 만나게 된 사람이 기분 좋아지라고 입맛에 맞는 말을 해줬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헤드헌터인 누테리안이 이미 거래금액이 5억 달러를 넘긴 한국 배송 대행 1위 업체의 CEO라는 말에 자신의 프로젝트인 마이텍시도 가능성이 있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먹었다.

결국, 인터뷰로 예정되었던 2시간이 넘고 식사 후 술도 한 잔씩 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길 하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미스터 임. 내일 1시간만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안됩니까?”

데닐리 탄은 헤어질 때 용기를 내어 임건호에게 시간을 달라고 이야길 했다.

“좋습니다. 대신에 내일 점심,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먹을 예정이라 밖에서 봐야 할 겁니다. 여긴 배달 음식을 객실에 못 들고 가게 하더군요.”

“그럼 제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혹시 거기에 저와 제 친구도 참석해도 됩니까?”

포스트 메이트의 클래이였다.

“우리 운영팀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배송 대행 시장에 대해서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전 괜찮군요. 그럼 아예 누테리안도 같이 하는 거 어떻겠습니까?”

“저도 끼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일 선약이 있네요. 늦게라도 시간이 된다면 연락을 하겠습니다.”

***

건호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 진출보다는 스마트 폰이 이제 보급되고 있는 동남아가 사업을 시작하기에 더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 비해 좁은 땅에 한 곳에 몰려 사는 인구 밀집도.

그리고, 물가가 낮기에 투자금도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작을 거라는 금전적 메리트까지 동남아는 가지고 있었다.

물론, 물가가 낮기에 그만큼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한번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캐시카우가 되어 장기간의 수익을 만들어 줄 터였다.

그런 동남아 진출을 맨땅에 헤딩으로 들어가도 되었지만, 행동대장으로 나서서 움직여줄 데닐리 탄이 있었으니 일이 수월하게 풀릴 것 같았다.

데닐리 탄이 묵고 있는 곳은 일반 가정집 같았는데, 학교 동창의 부모님이 사는 곳에 임시로 묵고 있다고 했다.

집주인에게 따로 선물을 챙기지 못했기에 배달 음식을 선물처럼 시켜주었고, 마당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니 데닐리 탄이 제안서를 건네었다.

유버 차 안에서도 보았던 투자 제안서였다.

“제대로 투자 제안을 해보고 싶어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을 했었습니다.”

데닐리 탄은 투자 제안서에는 없는 자신의 가족이야기부터 시작을 했다.

청나라 때 말레이시아로 내려오게 된 이야기나 할아버지가 운수회사를 하고, 아버지는 일본 차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가족 근황까지도 이야길 해주었는데, 그만큼 투자를 받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이를 따져봤을 때 나보다 2살 어렸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나름 잘사는 화교 집안에서 오냐오냐 컸을 것 같았고, 하버드의 사업경진대회에서 마이텍시가 2등을 차지하면서 벤처 창업 바람이 제대로 든 거 같았다.

“제안은 잘 들었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 마이텍시가 유버와 다른 차별성이 있습니까? 제가 제안서를 보고 데닐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버 서비스에 콜택시를 합친 것 말고는 그 차별점이 보이지 않거든요. 차별점이 없다면, 설령 말레이시아에서 성공하더라고 유버가 들어오게 되면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단순하게 차량 공유와 기존의 택시를 콜택시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유버가 이미 만들어 낸 서비스였다.

“유버와의 차별점이 없다면 확산, 보급에 뭔가 특별한 기법이나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저 서비스를 런칭하고 택시 기사나 차가 있는 사람들에게 앱을 보급하겠다는 기본적인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획, 제안이라면 솔직하게 대학교 학부생의 레벨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HBS를 나온 사람치고는 평범했다.

HBS의 사업경진대회에서 2등을 한 이유는 아마도 유버와는 달리 상용 택시와 일반인의 차를 같은 기준으로 쓰겠다는 점이 어필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관광을 갔을 때 보니, 아직까지 사람들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이 몇천만 대씩 팔리고 있다지만, 아직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스마트 폰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만약 택시 기사나 일반 차량 운행자가 스마트 폰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응이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 폰은 2~3년 후에 자연스레 보급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보급에 발맞추어 확장해 나간다면...”

“스마트 폰 보급률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유버가 진출을 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무조건 집니다. 그리고, 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아십니까?”

데닐리 탄은 스마트 폰 외에도 다른 큰 문제가 있다는 말에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제 지갑에도 있고, 당신의 지갑에도 있는 신용카드가 바로 문제입니다.”

“도어대시의 카드복제 범죄 사고는 아시아에서는 좀 덜합니다.”

“맞아요. 그건 좀 덜하지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 하는 건 다른 신용카드의 문제입니다. 신용카드는 신용이 있어야 은행에서 발급을 해줍니다. 동남아시아의 인구 대비 신용카드 보유자가 몇 명 있을까요?”

바로 구글로 검색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 66%군요. 싱가포르와 한국은 95% 태국이 70% 중국은 65% 의 인구만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나옵니다. 그럼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신용이 있는 인구는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도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30% 정도일 겁니다. 말레이시아 인구가 몇 명입니까?”

“약 3천만 명입니다.”

“그럼, 대충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1700만 명에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략 500만 명이 되겠군요.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이텍시 사업은 이 500만 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자기 차가 있는 사람이라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던지, 관광객으로 와서 타는 사람까지 이리저리 빼고 더해도 이 500만 명이 한계입니다. 본인이 벤처 캐피털의 관계자라면 이 500만 명을 보고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돈을 투자하겠습니까?”

“말레이시아는 시작일 뿐입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서비스 진출을 할 것입니다.”

“아세안 10개국의 스마트 폰 보급률을 보니 한 가구당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 보급률이 2013년 현재 25% 밖에 되지 않습니다. 4집당 1대의 스마트 폰이 있는 겁니다. 신용카드 보급 수치는 20%가 되지 않습니다. 대중적이지 못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데닐리의 말마따나 스마트 폰과 신용카드는 점점 더 보급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 세계를 잡고 있는 유버 같은 업체들도 같이 들어오게 될 겁니다. 유버를 이길수 있겠습니까?”

“그럼, 제 마이텍시 사업은 가망이 없는 것입니까?”

“가망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낮은 스마트 폰과 신용카드 보급률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노하우가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그게 키(Key)입니다.”

미리 시간을 달라고 투자 제안을 요청한 예비 창업자에게 이 정도의 조언을 해주었으니 컨설팅 비용을 받았어도 할 말이 없을 터였다.

“저, 그거 키(Key)에 대한 답을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포스트 메이트의 클래이와 함께 온 사람이었는데, 동양인으로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외양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이 안 갔는데, 키가 커서 일본인은 아닌 거 같았다.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인데, 우린 스카이 라고 부릅니다.”

“반갑습니다. 천친위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왔고, 그냥 스카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스카이 그 답이 뭔지 물어봐도 됩니까?”

데닐리 탄은 답을 듣고 싶어서 몸이 달아 있었다.

“네. 바로 이야기해 드리죠. 바로 현금을 받으면 됩니다. 유버가 신용카드로만 결제를 받는다고 자신이 만드는 서비스에도 신용카드만 받을 이유나 필요가 없습니다. 아, 물론, 의뢰 수수료는 어떻게 받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럼 결제를 현금으로도 받게 하고 수수료 차감은 신용카드 건에서 다 차감한다는 거군요.”

“네. 미국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면 드라이버가 현금을 떼먹거나, 아니면 카드 거래인데 현금으로 달라고 협박을 할 수 있다고 비추천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다르죠.”

천친위, 아니 스카이가 말한 답이 정답이었다.

데닐리 탄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맥을 짚을 줄 아는 이가 온 것이었다.

데닐리와 스카이가 이야기 할 때 클래이에게 물어보니, 스카이는 북경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로 왔다고 했는데, 중국에서 차량 공유 사업이나 그와 관계된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데리고 왔다고 했다.

“클래이도 중국에서 창업하는걸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전 반반입니다. 중국은 관리들의 기분에 따라 기준 없이 일이 진행되는걸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 관리들과의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국에서의 기업운영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인구와 빠르게 발전하는 IT 쪽을 보고 있으면 또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듭니다.”

클래이는 미국인 치고는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축에 들었다.

그리고, 스카이에게 현금 사용에 대해서 이야길 듣고 있는 데닐리 탄을 보니, 뭔가 데닐리 탄은 상류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에서 이민 와서 화교로 성공한 화교 3, 4세들은 동남아시아에서 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만의 학교를 다니고, 대학교는 대부분이 미국이나 호주, 영국의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는 가족 사업체를 물려받아 경영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유한 화교 3, 4세들은 동남아의 현지 사정을 오히려 잘 몰랐고, 그들만의 세상만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데닐리 탄이 바로 그런 경우 같았다.

그리고, 그런 데닐리 탄과 중국 본토에서 자라고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경험을 습득한 스카이는 의외로 잘 맞았다.

“하지만, 저도 스마트 폰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 하네요. 그저 동남아시아에 빠른 보급이 되는 것을 지켜 보는 것 말고는 힘들 것 같습니다.”

“중국은 스마트 폰이 어떻게 갑자기 보급이 되었지? 자료로 보면 지금 중국의 스마트 폰 보급률이 65%로 나오는데.”

“그건 화웨이, 샤오미 같은 스마트 폰 제조 업체들이 나오면서 1~2년 안에 빠르게 보급이 된 겁니다. 동남아시아도 그런 업체들이 있어야 스마트 폰으로의 전환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그럼 답이 없는 거네. 데닐리는 어떻게 생각해?”

“답이 없는 거처럼 보이지만, 미스터 임께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 그 해결 방법을 아시는 겁니까?”

데닐리 탄은 세상 물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눈치는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답이 있지. 그럼 일단, 밥부터 먹고 이야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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