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05화 (105/203)

105. 글로벌 마인드. (1)

사실 실리콘밸리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지만, 진짜 지역명은 샌프란시스코만에 인접한 산호세(San Jose)란 도시였다.

날씨가 좋아 휴양지로 나름 유명했는데, 1970년대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리콘 칩 회사들이 한두 개씩 생기기 시작했고, 그런 반도체 관련 업체와 연관있는 첨단 IT관련 업체들이 차례차례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탄생이었다.

그러다 기업들이 점점 더 많아지자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지역 전체를 그냥 실리콘밸리라고 부르게 된 것이었다.

본래 산호세는 휴양지와 비슷한 지역이었기에 회사들이 들어오고 첨단 IT 기업들이 들어올 때도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는데, 덕분에 산호세 중심지에는 높게 만든 비즈니스 빌딩이나 호텔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10층 이내의 맨션 같은 숙박시설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조망은 좋았으나 높은 건물로 용적률 높은 아파트가 없었고, 실리콘밸리 인근의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멀쩡하게 연봉 1억 이상을 받는 직원들도 캠핑카를 사서 캠퍼들처럼 길에서 생활하거나 10여 명이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듯이 실리콘밸리의 광고판에는 셰어하우스나 부동산 관련 광고가 많았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관련 어플이 생기고 있었기에 실리콘밸리를 보면 몇 년 후 전 세계 IT 동향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묵고 있는 하얏트 리젠시 산타클라라의 외부테이블로 약속했던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은 헤드헌터인 누테리안이었다.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장기간 근속이 미덕인 문화권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IT 개발자 평균 근속은 3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인력회사나 헤드헌터들도 전문 기업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만난 헤드헌터인 누테리안도 맨쉬링이란 회사에 소속된 헤드헌터였는데, 그는 나와 연락을 하며 푸드 딜리버리나 내 회사들에 대해 조사도 한 것 같았다.

“미국 진출을 위한 직원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오늘과 같은 인터뷰가 아니었을 겁니다. 좀 더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해드렸을 겁니다.”

“아직 리서치 단계입니다. 미국에 진출을 하게 된다면 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우선은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말은 어떻게 보면 인종 차별 같은데, 기업가들을 이야기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미국인은 일단 차고에서부터 무턱대고 시작을 하고, 일본인과 한국인 사업가들은 먼저 조사하고 확인한 이후에 먼저 창업한 사람의 뒤를 따라간다고 하더군요.”

“그건, 인종 차별이 아니라 맞는 말입니다. 동양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확인하고 다시 확인해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그제야 시작을 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 뭐, 사고방식이 다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사실, 저와 같은 유대인들도 사업을 시작할 때는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과 먼저 상의를 하라는 말이 있으니깐요. 어떻게 보면 일본과 한국인들과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저도 그런 상의를 하기 위해 오늘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어서 포스트 메이트의 직원인 클래이와 데닐리 탄이 같이 도착을 했다.

저녁 식사시간이기도 했기에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을 클래이에게 물었다.

바로 도어대시에서 일어난 카드 결제 건이었다.

그리고, 미국에선 CS를 인도에 외주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도 궁금했다.

“카드로 잘못 결제된 것은 환불을 해줄 겁니다.”

포스트 메이트에서 운영파트에 있는 클래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 줄 거라고 했다.

“그게 당연하긴 한데, 그 조사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가요?”

“일주일이면 아마 될 겁니다. 흔한 사고니깐요.”

“그럼 포스트 메이트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겁니까?”

“네. 안타깝게도 미국에선 정상적으로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도 카드복제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용카드가 마그네틱에서 IC칩으로 바뀌어 가며 복제가 어려워지자 범죄가 많이 줄었지만, 이제는 그 IC 칩까지 복제를 해버리는 장비들이 나왔습니다.”

“흐음. 그런 문제에 대한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군요.”

“네. 이런 카드복제 사고는 물론이고, 오배송, 미배송의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손해 비용이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수수료의 3%대에 달합니다.”

한 달에 3%면 30일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하루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 전체가 사고 비용으로 날아간다는 소리였다.

우리 회사의 사고 비용이 얼마 정도였는지 기억해보니 채 1%가 되지 않았다.

사회와 국가의 범죄율이 기업의 운영에도 직접적인 손해와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군요.”

도어대시는 물론이고 포스트 메이트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았다.

“네. 그래서 비용적인 측면을 아끼고자,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CS를 인도 쪽에 넘기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가 분명히 된다고 하지만, 그게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구 반대편에 CS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런 CS팀을 미국인들은 신뢰하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이런 고정관념이 한국인들 만의 관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이걸 잘 이해 못 하더군요.”

헤드헌터인 누테리안이 자기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했다.

“언어문제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영어도 나라 지역에 따라 억양이 다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억양이 다른 영어도 쉽게 받아들입니다. 인도인의 영어든 러시아인의 영어든 영어라면 그리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은 다르더군요. 같은 한국말 일본말을 쓰는데도 억양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면 같은 한국어 일본어임에도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맞습니까?”

누테리안의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단 보이스 피싱 같은 쌍놈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분명 한국어와 일본어를 외국인이 하게 되면 뭔가 신뢰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언어의 개방성 다양성의 문제인 것 같았는데, 나만 해도 말을 어눌하게 하고 억양이 다르면 신뢰성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어는 서양 사대주의라는 관념 때문인지 아니면 글로벌 언어라는 인식 때문인지 몰라도 억양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영어는 어느 정도 신뢰를 했다.

전 세계로 퍼져있는 글로벌 언어이기에 영어는 좀 달라도 된다는 그런 생각을 다들 하는 것이었다.

누테리안의 설명을 듣고서야 CS팀을 인도에 외주 주더라도 미국인들의 반감이 작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도인이 쓰는 영어를 듣고 CS팀을 나는 신뢰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미 남미출신, 유럽출신, 아프리카출신, 아시아 출신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영어 억양을 들으며 생활하기에 그런 억양의 영어라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었다.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힘이었다.

세계 어디의 억양을 쓰든 통하고 신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고 한다면 아마 다들 인도의 CS팀을 다시 미국으로 전환할 겁니다. 아무리 인도에 관리자를 보내둔다고 해도, 만족도가 낮긴 하거든요.”

“그럼 지금 미국의 배송 대행업체 중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곳이 있습니까?”

“초창기의 그럽허브(GrubHub)는 흑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도 적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럽허브는 10년이 다 되어 가는 업체인데, 아마도 시카고를 벗어난 이후 신규 투자를 해서 그렇겠지요?”

“네. 배달 대행 시장은 승자독식 시장입니다. 그래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다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럽허브에서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스 노스아메리카(Seamless North America)를 인수할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 심리스도 뉴욕에서 그럽허브와 경쟁을 해오다 자금이 다 떨어진 것으로 압니다.”

결국, 적자임에도 살아남아 승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유버나 아마존이 음식 배달 대행을 따로 만든다고 하던데, 거기에 다 파묻히는 거 아닙니까? 자본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다들 생각하는 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처럼 요건 상장을 노리는 겁니다.”

“상장해서 자본을 유입 받는 것이 가장 맞는 방법이겠군요.”

본래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려면 흑자 전환을 해야 상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요건 상장이라는 것을 하며 창업 후 흑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증시에 상장을 했었다.

바로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이었다.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창업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해보지 못했음에도 IPO에 성공을 했고, 당시 10억 달러가 넘는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혁신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런, 테슬라 이후로는 이익 미실현 상태. 즉 적자이더라도 특례 상장할 수 있다는 트랙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금 도어대시나 그럽허브 등등 다들 이 특례상장 트랙을 따라 상장하고, 거기서 모이는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배달 대행 시장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환상만은 아닌데, 배달대행 업체들은 IPO를 통과해 상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우선 거래금액 자체가 이미 그럽허브나 도어대시는 5억 달러를 넘었으니 그 미래가치가 충분했다.

가맹점 몇만 곳과 회원 몇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무형의 자산도 증권가에서는 인정을 해주기에 지금 당장 적자를 기록 중이라도 어떻게든 상장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모이는 투자금으로 확장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푸드 딜리버리도 미국으로 오려는 것 아닌가요? 제가 알아보니 연간 거래금액이 이미 5억 달러를 넘었던데요.”

헤드헌터 누테리안의 말에 클래이나 데닐리 탄은 깜짝 놀랐다.

“사실 미스터 임의 연락을 받고 기대했습니다. 한국 1위 배달 대행업체라고 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한몫 잡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도 잘하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헤드헌터 수수료가 그렇게나 많은 겁니까?”

“보통 연봉의 몇 %에 달하는 보수금을 받으니 푸드 딜리버리에 30~50여 명을 소개해주면 바로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헌데,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한 인재를 구해달라는 게 아니라 단순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약간 실망을 했습니다.”

“이야기했듯이 한국인은 두드려 보고 확인하고 길을 건넙니다. 아직은 진출을 위한 준비 단계입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돈이 되는 일을 할수 있겠지요. 하하하. 그런데, 이쪽 분야 이야길 해보고 생각해보니 아직은 뛰어들 수 있는 시장 같습니다. 다만, 대도시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알겠군요. 집중해서 배달 대행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 같습니다.”

“그 정도 알면 이미 누테리안도 준전문가가 된 겁니다.”

“하하하. 그럼, 컨설팅도 해야겠는데요.”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클래이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헤드헌터 누테리안도 넓은 미국 땅을 다 먹는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었다.

결국 최소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서는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을 선택해서 시작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복작복작하게 몰려서 사는 사람들에게 맞는 서비스라는 것을 미국에 와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옆에 앉아서 이야길 듣고 있는 데닐리 탄이 동남아 진출의 선봉장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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