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다양한 앱이 있습니다.
“왓? 노 붐붐.”
붐붐이라는 말은 성매매를 뜻하는 은어였는데, 호텔 직원도 아닌 이가 갑자기 붐붐할 거냐고 물어봐서 뭔가 했다.
아마도 호텔 앞에서 여행객들에게 영업하는 포주 같았다.
“아니, 내가 봤다. 너 붐붐하는 여자들을 찾으려고 드라이버랑 이야기하는 거 봤다. 좋은 여자 불러줄 수 있다.”
“그런 게 아니다. 난 한국에서 도어대시와 비슷한 앱을 만들어서 일을 하고 있다. 배달 대행 관련 일이라 도어대시 드라이버에게 물어볼 게 있었던 거지 그런 걸 원한 게 아니다.”
“오, 지자스! 인앤아웃 햄버거를 주문하듯이 여자들도 배달시키려고 하는 거야? 와우! 역시 아시아인들은 놀랍구만. 여자를 배달시켜 먹으려고 하다니. 그런데, 그런 앱이 있으면 꽤 좋을 것 같긴 한데. 굿 아이디어야!”
포주로 보이는 남자는 여자도 그렇게 앱으로 사 먹을 수 있게 되면 대단할 거라고 엄청나게 떠들어 대었다.
그리고, 말을 듣다 보니, 이게 사업성이 있다는 생각이 은근히 들었다.
수요와 공급이 엄연히 존재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었고, 그런 불법을 중계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되면 바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터였다.
실없는 소리라는 생각에 무시하고 호텔로 들어가려는데, 포주는 끈덕지게 나를 잡았다.
아마도, 중국, 일본, 한국인들이 LA에 와서 백인이나 남미 여자를 상대로 붐붐을 해대었기에 좋은 손님이라 보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 같았다.
“이봐. 동양인 친구 잠시만. 바로 옆 주(州)인 네바다주는 붐붐이 합법이라구. 한국에서 그런 앱을 만드는 일을 한다면 내게 그런 앱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네바다주? 거기면 라스베이거스 때문에 성매매 합법인 거야? 도박의 도시니깐?”
“맞아. 네바다는 아주 특별하거든. 어때? 그런 붐붐 중계 앱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불법적인 일이기에 애초에 생각을 끊었는데, 네바다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라는 말에 다시 머리가 굴러갔다.
내가 뭔가 생각을 하는 듯 보이자 아랍 사람인지 남미 사람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 50대의 포주는 뭔가 엄청난 프로젝트를 찾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분명 네바다주에서 성매매가 합법이라면 그런 성매매를 중계해주는 앱을 네바다주에서 만든다고 해도 합법일 터였다.
물론, 그 어플을 다른 주(州)에서 쓰게 되면 불법이 되겠지만.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잘 생각해 봐. 음식하고 같은 거라고. 주문을 하면 드라이버가 가져다주고, 빈 그릇을 찾아오듯이 시간 지나서 여자를 데리고 오면 되는 거라고. 어때?”
“아무리 네바다주에서 합법이라고 해도 한국인이란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불법이야. 네바다주에 있는 개발자를 찾아봐. 이미 유버나 도어대시 같은 모델이 있으니 개발자는 찾기 쉬울 거야. 그리고, 이미 페북에서 개인적으로 다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데, 장사가 되겠어?”
“노노. 동양인 친구 그거랑은 다르다니깐. 관리가 된다는 것과 지불한 금액을 중계 업체가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페북이나 트위터로 사 먹다 보면 사진과 다르거나 상태가 상했어도 뭐라고 말을 못 한다고. 하지만, 유버나 도어대시는 후기를 남길 수 있다고. 붐붐 앱을 만들면 그런 후기와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조건 대박 날 거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면 실리콘밸리도 가깝고 하니 직접 가서 개발자를 찾아봐. 난 안 되겠어.”
포주는 호텔로 들어가려는 나를 계속 잡으려고 했지만, 뿌리치고 호텔로 들어왔다.
방으로 올라와 천천히 생각을 해 보니, 포주의 말처럼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에서 중계 어플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나 북유럽의 몇몇 국가는 개인이 성매매를 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그런 시장만 잡아낼 수만 있다면 사실 노가 나는 사업이긴 했다.
그리고, 이미 ‘하이데어’ 같은 미팅 앱을 통한 붐붐 시장이 알게 모르게 만들어져 있기도 했으니 시장성도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어야 어플에 사람이 모이듯이 성매매하는 여자를 가지고 있는 조직들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조직들은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부터 약쟁이들까지 다양할 터였다.
그런 애들을 생각하자 고개를 저었다.
핸들링이 불가능한 요소들이 있다면 발도 들이지 않아야 했다.
핸들링 가능한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다른 어플이 있을까 싶어 침대에 누워 앱 다운로드 순위를 보고 일일이 다운받아 설치했고, 한국과 다른 미국의 앱들을 살펴보며 밤을 보내었다.
***
“택시를 잡아 드릴까요?”
체크아웃을 하고 LA 중심지로 간다고 하자 프런트에서 택시를 잡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유버를 불러서 필요 없다고 이야길 했다.
대머리에 반질반질하게 광이 나는 덩치 큰 흑인이 토요타의 SUV인 포추너를 타고 픽업을 왔는데, 이름은 데빈슨이었다.
그는 유버 드라이버 일을 풀잡으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하루에 100불에서 200불을 번다고 했다.
유버 드라이버로 일하며 음식 배달을 해봤는지를 물어보자 음식 배달 픽업보다는 마트에서 짐을 받아 가져다주는 배송 대행이 오히려 더 많다고 했다.
“브로. 음식이든, 월마트의 물건이든 결국 일은 같아. 유버의 차량공유 서비스로 사람을 어딘가로 태워주는 일이나, 월마트에서 물건을 받아서 집으로 가져다주는 일이나 결국은 같다고.”
어제 이야기를 했던 멕시코 출신인 로꼬와 이야길 해보고, 데빈슨과도 이야길 해보니 뭔가 깨닫는 게 있었다.
유버 같은 차량공유 업체들은 언제든지 음식 배달 대행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정식으로 유버가 들어오게 된다면 자연스레 차량 공유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대행도 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막강한 자본금과 이름값으로 시장을 잠식해 갈 터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택시법이 있기에 개인이 이익을 목적으로 차량을 공유하여 영업한다면 불법이었다.
유버가 한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였고, 마찬가지로 택시 운수법이 있는 일본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배달 대행 사업을 해 보고, 실제 미국에 와서 미국식의 공유와 대행 사업을 살펴보니 법의 틈 사이로 살짝 끼어들 틈새가 보이긴 했다.
***
이번에 묵을 호텔은 코리아타운과 부유층이 사는 베벌리 힐스 사이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이었는데, 도심지에 있는 호텔이다 보니 배달 대행 어플에 뜨는 가게가 서울에 버금가게 많았다.
그리고, 배달 의뢰를 올리면 2~3불의 싼 가격으로도 의뢰를 수락하는 드라이버들이 많았다.
도심의 중심가이다 보니 저렴하고 쉽게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후 해변 관광지인 롱비치 인근과 헌팅턴비치에 있는 호텔에도 묵으며 여러 배달 음식들을 주문해서 먹었고, 드라이버들과 인터뷰도 했다.
도심지와 관광지에서의 음식 가격 차이를 느꼈고, 도심지에 있는 코리아타운의 음식이 50km나 떨어진 롱비치까지도 배달이 된다는 것도 확인을 했다.
LA에서의 배달 음식 앱에 대한 자료를 다 정리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헤드헌터와 포스트 메이트의 직원을 만나기 위해 가방을 꾸리고 있었다.
핸드폰 알람 소리에 30분 후 오기로 한 유버 차량이 벌써 온 건가 싶어 확인했는데, 이상한 문자가 와 있었다.
[DooLi Lobster has confirmed your order from DoorDash. Be ready to pick up your order….]
“뭐지. 랍스터?”
나흘 동안 여러 종류의 배달 음식을 먹었지만, 랍스터를 먹었던 적이 없었는데, 내가 랍스터를 주문했었고, 방금 픽업해갔으니 그 경험을 남겨 달라는 문자였다.
한마디로 음식을 주문했고, 평점을 남겨 달라는 거였다.
일단, 이 랍스터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내가 픽업을 해간 적도 없으니 주문했던 사람이 핸드폰 번호 끝자리를 잘못 써서 내게 알림 문자가 온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괜히 쎄한 느낌에 도어대시를 주문할 때 사용했던 카드 계좌를 확인했다.
“시바 뭐야 250불이 결제되었다고? 뭐지?”
내가 카드를 분실한 건가 싶어서 지갑을 확인했지만, 결제가 이루어진 카드는 지갑 안에 잘 있었다.
핸드폰 번호로 뭔가 잘못 보내온 게 아니라, 신용카드를 복사한 범죄인가 싶었다.
“아니지. 신용카드 복사 범죄라면 이렇게 도어대시에서 결제했다고 알림 문자가 오지 않을 건데. 뭐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도어대시의 가게에서 주문했던 신용카드 자료를 가지고, 누군가가 다시 도어대시를 통해 픽업 주문을 해서 음식을 들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이었다.
물론, 추정이었지 정확하진 않았다.
“흠. 이런 케이스를 도어대시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네.”
한국에서는 일단 카드를 줍더라도 뭔가를 하지 않았다.
설령 나쁜 마음으로 카드를 쓰게 되면 거의 99% 잡히는 것이라 정말 인생 막장인 사람이 아니라면 주운 카드를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카드 복사 범죄가 은근히 자주 일어난다는 미국이었기에 이런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했다.
일단 도어대시 앱에서 신고 기능이 있는지 들어서 가 봤지만, 앱은 뜨는데, 계속 오류가 난다며 넘어가지를 않았다.
다른 아이폰으로는 앱이 제대로 구동되었기에 주로 쓰는 안드로이드 폰이 해킹된 건가 싶었다.
검색을 통해 도어대시 고객 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이게 뭔가 더 이상했다.
“할로, 캔아잇 헬푸 유?”
상담을 받는 CS 직원의 영어 억양을 듣자 이거 왠지 내가 함정에 빠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원의 영어 억양이 미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억양이었다.
마치, 조선족이 어설프게 ‘고객님의 계좌가 해킹으로 의심되어 서울 검찰청에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는 그런 보이스 피싱용 한국말 같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이미 내 핸드폰이 다 해킹이 되었고, 내 신용카드 정보는 물론이고, 전화연결도 어떤 번호를 누르든 자신들의 조직원에게 전화가 가게끔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도어대시에서 내가 먹지 않은 것이 결제되었다고 이야길 하자, 내 도어대시 아이디를 확인하더니 내 이름 결제에 사용된 신용카드의 결제 계좌도 그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해줬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우리가 확인한 이후 결제 금액은 환불이 될 것이다. 더 궁금한 게 있나?”
“지금 상담원 사무실이 혹시 인도에 있는 거냐?”
“맞다. 인도에서 CS를 하고 있지만, 걱정하지 마라 환불 건은 정상적으로 처리가 될 것이다.”
“오케이 믿어보겠다.”
20여 분의 통화 끝에 전화를 끊었는데, 이게 정상적으로 문의를 했고, 접수가 되었는지 아리송했다.
글로벌, 세계화를 신봉하는 확장성이 기업운영과 생명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와서 어플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자 인도사람과 통화를 하고, 그 처리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웃겼다.
미국놈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서비스에 그저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CS팀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계화 글로벌화가 무조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CS를 처리하고 있는 도어대시란 어플을 보니 괜히 신뢰가 가지 않게 되어 버렸다.
미국인들은 이런 CS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구글을 검색해 보고 하니 나처럼 카드 복제 사고를 당한 미국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니, 엄청 많았다.
“시바, 미국 놈들은 이렇게 카드 사고가 많은데 어떻게 카드를 쓰고 다니는 거야? 이런 것도 미국 스타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