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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97화 (97/203)

097. 가게를 부탁해! (1)

“리얼 스타 스튜디오? 이름이 너무 촌스러운 거 아냐?”

건희는 회의가 끝나자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고 구시렁거렸다.

“뭐래. 네가 지은 비치 엔터보다는 100배는 좋은 이름이거든. 솔직히 비치엔터라고 하면 다 쌍X 엔터라고 먼저 알지 누가 해변가 엔터라고 생각하겠냐?”

“아니거든. 진짜 성공해서 해변에서 일하는 그런 여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지향하는 고급 이름이거든.”

“됐고, 일단 제작 스튜디오이다 보니 정은채 실장님이 해주실 게 많습니다. 동생보다는 정 실장님을 더 믿고 있습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그런데, 배우 김가영 씨랑 사건이 있었다고요? 가영이 매니저에게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아, 그게 거기까지 연락이 오는 겁니까?”

“가영이랑 한솥밥을 먹었었거든요. 인터넷에 화제가 되었다고 해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많이 안 다쳤다고 하던가요? 요즘 아예 활동이 없던데.”

“가영이가 원래부터 1년에 한두 작품만 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라 사고난 김에 길게 쉬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김가영 씨는 예능에는 안 나오지요? 신비주의 그런 개념인가요?”

“데뷔 초에는 많이 나왔어요. 그때 영화에 드라마에 너무 애를 굴리다 보니깐 이제는 힘든 촬영을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요즘은 작품 활동도 1년에 한두 작품만 하려고 하고요. 전에 봤을 때는 이제 자기도 서른 살이라고 반 육십이라고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호호호.”

“그러면 혹시 김가영 씨에게 ‘가게를 부탁해’ 출연을 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요리는 쉐프들이 한다고 해도 서빙을 하거나 포장하는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흐음. 좋네요. 편성이 일단 잡히게 되면 한번 이야기해 볼게요.”

정은채 실장은 속으로 웃었다.

그러지 않아도 김가영의 매니저인 김여옥이 임건호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왔었다.

아직 돌싱이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쪽에서 먼저 관심이 있었으니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될 것도 같았다.

***

“여기 분식점 어떻습니까?”

“김밥 왕국? 부천에 있는 가게네?”

가게를 부탁해 방송을 위한 가게 선정을 위해 영업 파트 직원들과 영상 파트 직원, 비치 엔터 직원들을 모아서 회의를 했다.

방송의 컨셉은 가게를 하는 부모님을 위해 자식이나 이웃들이 신청해서 가게를 대신 운영해 주는 것인데, 첫 방송이다 보니 그런 가게를 직원들이 고르고 있는 것이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장소에서 10년 넘게 가게를 하고 있으니 이웃 가게들과도 트러블은 없을 겁니다.”

“매제가 보기에는 어때?”

“좋아 보입니다. 우선 간단한 분식 종류이니 괜찮을 것 같고요. 그런데, 방송 섭외가 되면 먼저 조리실이나 매장을 한번 청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괜히 방송에서 지저분한 게 보이면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최도협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얼마 전에 있던 다른 요리방송에서 식재료를 조리할 때 조리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했다고 지저분하다고 게시판이 난리가 났었다.

물론, 그런 인터넷의 불편하다는 글들을 기사로 만들어 크게 올리는 기레기들이 문제이기도 했지만, 그런 작은 부분에서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미리 조심해야 했다.

“그럼, 우선 김밥 왕국 이 가게로 선정을 하고, 방송 여부 관련해서 출연계약서는 영업팀이 좀 맡아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식으로 스튜디오가 되어 운영팀을 뽑기 전에는 가맹점 영업을 하는 영업팀 사람들을 운영팀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목은 이대로 가도 되겠어? JTCN에서 하고 있는 ‘부엌을 부탁해’랑 제목이 너무 겹치는 거 같은데. 괜찮겠어? 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JTCN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그 논란이 오히려 더 사람들을 끌어오지 않겠습니까? 어그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 그대로 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JTCN에는 어플 광고 좀 꽂아 주겠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 줄 겁니다. 저나 한근오가 나오고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매제 빽 믿고 그럼 제목은 그대로 가는 걸로 하자고. 그럼 남은 문제는 진행자인데, 매제나 한근오 쉐프가 요리쇼를 진행하면서 내공이 좀 쌓였다고는 하지만, 쉐프는 결국 조리를 계속해야 해. 그런 쉐프들과 손님들을 엮어주고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줄 수 메인 진행자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누구 괜찮은 사람 없어?”

비치 엔터 쪽에선 회당 출연료가 천만 원에 육박하는 이름 있는 MC들의 이름이 나왔지만, 동의할 수 없었다.

“돈도 문제지만, 그런 유명한 MC들은 이미 자기들만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그 메인 프로그램 두고 아직 편성도 미확정인 우리 방송에서 열과 성을 다해서 진행해 줄까? 그것도 촬영이 2박 3일이나 걸리는데, ‘가게를 부탁해’에 집중해 줄까?”

실제 방송 촬영해서 나가는 건 2박 3일이지만, 사전 회의와 가제 점주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하는 그런 부분까지 치면 3박 4일을 프로그램에 할애해야 했다.

이름 있는 MC나 연예인들은 솔직히 나오기 힘든 조건이었다.

“저기 대표님. 동대문역에 보면 개그맨 강대희 씨 부모님이 운영하는 국숫집이 있습니다.”

“개그맨 강대희? 그게 누구지?”

영업팀 과장이 이름을 이야기했지만, 머릿속으로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회의실에 있는 10여 명의 사람들 중에서 절반 정도는 누구인지 쉽게 떠올리지를 못했다.

“저기, 그 개그존 콘서트에서 ‘아는? 밥은 묵읏나?’ 하면서 부산 출신 진봉순이랑 같이 부부개그하는 개그맨 있지 않습니까?”

“아! 누군지 알겠다. 눈썹 찐하고 키 큰 그 개그맨!?”

“네 맞습니다. 그 개그맨 부모님이 국수 가게를 하시는데, 가게 장사를 돕는다고 자주 오고 했습니다.”

개그맨이 부모님의 가게를 돕는다고 자주 온다는 소리는 스케줄이 없다는 소리였다.

“지명도는 좀 떨어지지만, 부모님이 가게도 하고 있어서 요식업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잘 알 거고, 작은 가게들을 돕기 위해서 3박 4일 스케줄을 우리 쪽에 맞춰주지 않겠습니까?”

“스케줄 맞춰줄 수 있는 조건을 따지면 그런 개그맨이 딱 맞긴 하네. 진행하는 실력은 모르겠지만, 개그맨이니깐 중간에 드립이라도 치고 사운드 비지 않게 혼자서 뭐라도 떠들어 줄 테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정 실장님. 한번 섭외...아니다. 잠시만요...”

말을 하다 좋은 생각이 나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했다.

“솔직히 유행어가 하나 있는 개그맨이라고는 하지만, 인지도도 애매하고, 인기도 그렇게 있는 개그맨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섭외를 이렇게 합시다. 동대문구에 있는 그 국숫집 이름이 뭐라고요?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등대 국수입니다. 1호선 동대문역 출구 근처에 있습니다. 가게 규모는 30평 정도 되는 매장입니다.”

“우리 가맹점이니깐, 과장님이 가셔서 ‘가게를 부탁해’ 방송을 촬영하면 안 되냐고 물어봐 주세요. 섭외 없이 방송촬영을 하면서 가게 출연자로 나와 달라고 한번 해봅시다. 그러다 진행 잘하면 다음 편부터 MC 맡아 달라고 섭외하면 될 거 같은데. 정 실장님 어떻습니까? ”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인지도 없는 개그맨이라도 호봉이 있고 하다 보니 출연료가 그렇게 싸지는 않거든요. 첫 화를 찍어서 MBV에 편성 따내면 그때 정식으로 계약 맺고 진행자로 들여도 될 겁니다. 진행 실력을 검증도 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 같습니다.”

“좋네요. 그럼 그렇게 첫 화를 한번 만들어 봅시다.”

***

“그렇지 않아도, 배달로 주문 들어오는 건수가 많아서 매출이 좀 는 것 같은데, 이런 이벤트도 준비해 준다니 너무 좋네요. 방송촬영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개그맨 강대희를 실제로 보게 된 이종민 실장이나 황일환 팀장은 그의 신사다운 말투에 갭을 느껴서 진짜 개그맨 강대희가 맞는지 의아했다.

“하하하. 개그맨이라고 매사에 웃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개그맨은 직업일 뿐이니깐요.”

“아, 우리는 개그맨이라고 하면 늘 밝고 떠들어대며 사람들을 웃기려고 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천상 개그맨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개그맨 중에서는 매일 사람들을 웃기려고 생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분을 만나보시게 되면 티브이 화면에서 보이는 개그맨과 별 차이 없을 겁니다. 제가 그냥 개그맨치고는 재미없는 겁니다. 하하하.”

자학하며 웃어대는 강대희의 모습이 블랙코미디였다.

“그런데, 인터넷 방송이라고요?”

“네. 요리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려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파일럿이지만 잘돼서 여러 가게들이 계속 나오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네요.”

“해서, 부모님의 제주도 특급호텔 관광은 저희가 부담하고, 가게 운영 수익도 모두 드립니다. 다만, 별도의 출연료는 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 가게 홍보가 되어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출연료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 제가 나와줘야 한다는 겁니까?”

“네. 일단 쉐프 두 분에 서빙과 포장을 맡는 출연자 한 분이 오시는데, 세 명으로는 재미있는 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제가 카운터 맡고, 주방이랑 해서 사운드 채워 드리겠습니다. 그게 개그맨 역할 아니겠습니까?”

***

“아휴, 방송국에서 제주도 관광을 보내주니깐 가긴 가는데, 저놈에게 가게를 맡기고 가는 건 미덥지가 못한데요.”

“저놈이 분명 매출 삥땅 칠 것 같다니깐.”

“아니 두 분께서는 아드님을 안 믿으시는 겁니까?”

등대 국수의 오너이자 강대희의 부모님은 사전 촬영 인터뷰에서 아들 욕을 신나게 했다.

“아니 그놈이 예전에도 가게 일 돕는다고 우리더러 집에 가라고 해 놓고는 샤따 내리고는 친구들이랑 술판을 벌였다니깐.”

“그런데, 이거 진짜 방송 맞아요? 저놈 새끼가 이제는 우리 등치려고 스케일 크게 사기 치는 거 아닌가 몰라.”

황일환 팀장은 부모님의 적나라한 아들 까기 인터뷰를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머릿속으론 자연스레 ‘강대희 씨 미안해요!’ 하는 자막을 하단에 넣어야겠다는 편집 포인트도 떠올랐다.

“아니, 친구들이랑 샤따 내리고 술 먹은 게 벌써 10년이 넘은 건데, 아직도 뭐라고 하시네. 그 이후로는 없었는데.”

“뭐가 없어. 이놈아! 몇 년 전에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는 삐삐삐~삐삐~ 했잖아 이놈아!”

“아니 아버지. 그건 남자끼리 비밀을 지켜 주셔야죠! 안 그럼 제가 어떻게 장가를 가요?”

“이놈아 그럼 안 들켜야지!”

“아니 매의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 데리고 왔다고 CCTV로 보셨잖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피해요?”

“흠흠. 그건 내가 잘못했다. 이건 편집!”

황일환 팀장은 가족들 간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니 가족 예능으로 바꿀까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어중간한 인기의 개그맨이었지만, 가족들 간의 자유로운 이야기에서는 인기 개그맨에 못지않았다.

“여튼 공짜로 제주도 여행도 보내주고, 가게도 운영해서 매출 다 준다고 하니깐 가게 걱정말고, 찐하게 놀다가 오세요.”

“햐. 너만 보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엇?”

아들을 못 믿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움직이던 아버님은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이야! 그 부엌을 부탁해 방송에 나오는 그 요리사네! 이야 두 명이나 이래 오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아들보다 든든하다!”

가게 점검을 위해 최도협과 쉐프들이 오자 강대희의 부모님들은 믿을 수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엇! 저 처자는 그 사극에 나왔던 그 처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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