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스튜디오?
“투데이 가게를 선정해서 첫 화면에 띄어주는 것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 3곳에 그 지역에만 있는 2곳 해서 형평성을 잡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역구 별로 다르게 뿌려주는 것에 개발 문제는 없나요?”
“완전 랜덤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임의로 지정해서 뿌려주게 할 것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일단 편하게 하려면 완전 랜덤으로 해서 돌리는 게 좋습니다.”
“안 됩니다. 완전 랜덤은 안 됩니다!”
개발팀 강민호 팀장의 말에 이종민 실장이 바로 랜덤은 안된다고 했다.
“이게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상단 3개 프랜차이즈는 물론, 하단 2개도 모두 다 미리 입력해서 노출되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매일 직원들이 입력을 해야 할 건데, 그게 더 불편할 것 같은데.”
“불편하더라도 각 지역 영업 담당들이 입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평불만 많거나, 밀어주고 싶은 가게를 밀어줄 수가 있습니다. 완전 랜덤으로 하게 되면 한 업장에서 여러 사업체를 등록해서 하는 가게에 계속 혜택이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영업 담당들이 접대를 받거나 해서 올려주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장의 영업 담당들이 ‘투데이 가게’를 핸들링 할 수 있어야 현장에서 힘을 쓸 수가 있습니다.”
“영업 현장에 힘이라.”
영업할 때 두 달 혹은 석 달에 한 번 투데이 가게로 선정해 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면 가맹점 영업에 확실히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랜덤으로 가게를 뽑았는데, 그날 그 가게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거나,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 내일이나 며칠 후 투데이 가게에 올라가니 그날 준비하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아, 그걸 생각 못 했군. 평일 주문 건 정도의 재료만 있는데, 주문이 몰려들면 장사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되겠지.”
“네. 그래서 랜덤으로 선정해서 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직원들의 장난질이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종민 실장의 말처럼 영업 현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개발하면 안 되나? 최우선 값으로 지역 담당 직원이 입력을 하고, 만에 하나 입력이 몇 시 이전까지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랜덤 추천으로 투데이 가게가 선정되게끔 하는 거로 그렇게 개발은 힘들까?”
“으음. 가능합니다. 각 담당들 아이디/비번 발급해서 담당 직원을 정해야 하는 게 있으니 바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개발이 된다면 그렇게 가자고. 그럼 또!?”
“저기 대표님. 직접적으로는 이게 어플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영상팀에서도 생각한 컨텐츠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요리쇼와 유튜브 채널을 맡고 있는 황일환 팀장이었다.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거 자체가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니 그냥 부담 없이 이야기하세요.”
“네. 요리쇼가 아직 까지는 나름 신선하기는 하지만, 원툴(One Tool)이다 보니 트랜드가 빠른 인터넷 특성상 금세 인기가 없어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종편에서 하고 있는 ‘부엌을 부탁해!’ 방송처럼 ‘가게를 부탁해!’라는 것을 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가게를 부탁한다고? 대신 영업을 해준다는 컨셉인 거야?”
“컨셉은 요식업이 본래 주 7일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배달 시장이 되면서 야식으로 주문 들어오는 것까지 쳐내다 보니 늘 늦게 마치고 정기 휴무 때도 내일 장사를 위해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야식이나 술안주를 판매하는 곳은 새벽 2~3시까지도 배달을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 가게 점주들을 2박 3일 제주도로 여행 보내주고, 여행 다녀오는 동안 쉐프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겁니다. 당연히 그 2박 3일 동안 나오는 매출은 가게 점주들이 가져가지만, 이야기를 잘해서 절반 정도는 사회공익재단 같은 곳에 기부를 하는 것으로 하고요.”
“오, 괜찮을 것 같네요. 대부분의 작은 가게 사장님들은 이틀 이상 쉬어본 적이 없으니 2박 3일 휴가를 보내주고, 그사이 가게 운영하는 것을 영상 콘텐츠로 담아내는 거 괜찮을 것 같네요. 마케팅팀하고 예산과 홍보 관련된 부분을 협의해서 한번 추진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콘텐츠가 아닌데, 마케팅팀 일로 촬영을 하면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푸드 딜리버리’ 이전에 스타 코퍼레이션 때부터 지자체 쪽과 일을 많이 해왔지 않습니까?”
라면부터 푸드 딜리버리까지 지자체의 사업으로 시작을 좀 쉽게 했었다.
“그래서, 요식업 업주들을 위한 위생이나 조리기술을 알려주는 역량강화 사업 같은 것을 추진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자체의 식품위생과와 같이 업종별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홍보나 그런 쪽으로 가게에 영상 찍으러 가서 지저분한 걸 많이 봤구만.”
“네. 음식의 맛을 떠나, 가장 기본이 되는 조리실의 청결이 심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걸 지자체와 함께 청결 관련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황일환 팀장의 말을 듣고 보니 나름 괜찮은 사업 같았다.
여전히 뉴스에 배달 음식 전문점의 위생문제가 보도되고 있었기에 이런 사업을 지자체와 함께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본인 청결 위생문제가 해결되면, 쉐프들과 함께 메뉴 개발을 도와주는 겁니다. 다들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니 가게를 차렸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 가게 점주들과 이야길 해보니 조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채 50%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맞아. 내가 좀 요리 좀 하지. 해서 가게를 차리지 조리 자격증을 따는 사람은 몇 없지. 이거 학원까지 연계해서 사업 추진하면 될 거 같긴 하네.”
실제 몇몇 지자체에서는 요식업 식당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요식업 사장들에게 시험비나 학원비를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곳도 있었다.
“이 위생과 조리기술, 자격증까지 연계되는 건 서울과 경기권에 한번 해 보자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우리가 가게 점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가맹점 확산에 더 쉽겠지. 좋은 의견이었어. 황팀장.”
“감사합니다.”
***
“대표님. 광고비 1억만 집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동생분을 한번 만나게 해주십시오.”
한동욱 팀장의 광고비 1억은 전에도 이야기를 했었기에 괜찮았으나, 갑자기 동생 건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니 무슨 말인가 싶었다.
“황일환 팀장이 이야기한 ‘가게를 부탁해!’ 이걸 아예 우리가 찍어서 방송국에 콘텐츠 납품을 하는 겁니다.”
“촬영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아예 만들자는 거야?”
“네. 맞습니다. 아예 일반 기업이고 엔터 쪽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면 얼토당토않은 일이지만, 이미 자회사나 마찬가지인 비치 엔터가 있고, 실제 배우도 전속으로 있고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방송 프로그램을 우리가 제작하기에는 케파가 안될 것 같은데.”
“이미 요리쇼를 몇 개월간 진행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촬영이나 편집을 몇 개월 동안 계속하고 있고, 최도협 쉐프나 한근오 쉐프 등등 해서 출연진도 우리 쪽에서 다 메꿀 수 있습니다. 기획력이 좀 문제이긴 하지만, 황일환 팀장도 계속하다 보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실제 요리쇼 프로그램을 3시간 정도 진행한 것을 편집해서 30분 분량으로 만들어 올리기에 촬영이나 편집 쪽의 기술은 다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영화감독들도 영화판에서 몇 년씩 도제처럼 일을 배워서 연출을 하는 것이었으니 지금부터 황일환 팀장과 직원들을 투입하게 되면 노하우가 쌓여서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지도 몰랐다.
“만드는 것까진 가능하겠지만, 이걸 방송국에 팔 수는 있겠습니까? 촬영만 열나게 하고, 납품이 안 된다면 말짱 황일 것 같은데. 아니네. 납품이 안 되면 우리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 되는 거네.”
“네. 대표님.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납품이 안 되면 자체적으로 소비하면 되는 것이기에 폐기되는 리스크는 없습니다. 그리고, 종편이나 케이블의 경우에는 요즘 콘텐츠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광고비까지 쏘아주고 납품하겠다고 한다면 편성 따내기 쉬울 겁니다.”
“흠. 좋아 그럼 일단 한번 엔터 쪽 사람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자고.”
***
“종편 예능의 경우에는 본 방송과 재방송의 시청률을 따로 따집니다.”
회의에 참여한 정은채 실장은 우리에게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예능 본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평균 1.5% 정도이며, 종편 기준으로 5%의 시청률이면 종편 방송 대상 급의 시청률입니다.”
“5% 시청률이 대상 급이라고요?”
“네. 대표님. 본방송 기준 2% 시청률만 넘어도 다음 정규편성에 99%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예능 재방송의 경우에는 평균 0.7%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편은 본방송과 재방송을 따로 시청률을 매기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게 좀 웃기는 건데, 보통 시청률 집계를 1위부터 20위까지 데이터를 뽑습니다. 지상파 기준이지요. 그래서 종편도 당연히 1위부터 20위까지 예능의 시청률을 뽑으면 되는데, 종편 4사가 일주일간 만들어 내는 예능의 숫자가 20개가 되지 않습니다.”
“아, 그래서 본방송과 재방송을 따로 집계하는 겁니까?”
“네. 1위부터 20위까지 뽑게 되면 그 20위 안에는 같은 방송이 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재방송이 들어가게 되면 재방송이라고 표기를 하게 되고, 아예 본방송, 재방송 시청률을 따로 보여주게 된 겁니다.”
“하긴 종편 틀어 보면 뉴스 나올 때가 아니면 낮에는 다 재방송이긴 했어. 그럼, 매제가 출연하고 있는 ‘부엌을 부탁해!’는 시청률이 어떻게 되는데?”
“평균 2%대 시청률입니다.”
“2%? 이상하잖아. 2%의 시청률인데, 부엌을 부탁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그건, 시청률을 조사하는 집계 방식 문제도 있고, 젊은 층일수록 본 방송을 보지 않고, 다운로드받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토렌트인가 하는 그거? 그거 때문에 중국에서도 방송하고 한 시간 만에 받아 볼 수 있다고 하드만.”
“네. 그래서 시청률은 2%라고 하지만,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이 가지는 파급력은 2% 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정은채 실장이 보기에는 이 ‘가게를 부탁해!’가 평균 시청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직 제작 전이라 알 수는 없으나, 기획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뜩이나 요즘 방송계에서는 요리 관련 예능을 엄청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엌을 부탁해가 가성비가 꽤 좋은 예능이었기에 방송국들이 먼저 나서고 있습니다.”
“흠. 그럼 외주 제작사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콘텐츠를 제작해서 납품하는 것도 사업성이 좋다고 보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더구나 소속 배우도 있고, 서포터를 해줄 모기업도 있으니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한 영상팀의 황 팀장님을 지지합니다.”
“그래 오빠. 우리 소속 배우들 출연도 시키고, 다른 회사들 애들도 출연 좀 시켜주면 서로 당겨주고 밀어줄 수 있는 카드가 된단 말이야.”
“그리고,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화려하게 돈을 쓰며 사는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에 지쳐있습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편성 잡기도 좋을 겁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엔터 쪽 경력이 긴 정은채 실장이 된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 볼 만했다.
“좋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대신에 스튜디오 이름은 ‘비치’ 말고, ‘리얼 스타 스튜디오’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