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기준점을 만들어 보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와 다른 방송 BJ들 덕분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 건은 전적으로 마트 오픈을 담당했던 김민욱 실장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실수입니다. 인정합니까?”
“네. 현장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게 관리를 엄중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가 좋게 되었지만, 실수한 부분이 명확하니 오늘 점심은 김실장이 다 사는 걸로 합시다.”
“감사합니다.”
감봉이나 견책으로 시말서를 쓰는 게 원칙상 맞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것도 있기에 회의에 들어온 10여 명의 밥값을 계산하게 하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그리고, 이번에 느낀 게 입소문 마케팅 같은 커뮤니티 마케팅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매체를 통한 광고보다 더 이득이라고 느꼈습니다.”
주말 이틀 동안 늘어난 회원 수만 4천 명이었고, 주문 건수도 수치상으로 확연히 늘어나 있었다.
“이 연령별 회원 수치와 주문 건수를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20~40대까지 커뮤니티와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주문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플을 들여 다 보고 주문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결국 푸드 딜리버리를 이용하는 사람은 IT기기 사용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온라인 세대에게 기존의 매체를 통한 광고 마케팅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푸드 딜리버리의 광고 홍보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게 될 겁니다. 유튜브와 SNS의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상파 TV나 라디오의 이용 시간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전통적인 홍보 방법을 포기한다는 말입니다.”
파격적인 결정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 중에는 마케팅 관련 전공자가 없었기에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우선 첫 번째로 온라인 밑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네인버 블로그입니다.”
네인버의 검색 점유량이 60%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인버의 리뷰 후기를 검색해서 맛집을 찾거나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어떤 밑 작업이냐면 네이버 음식 리뷰 글에 ‘요리쇼 가게보다 맛있어요.’ 혹은 ‘요리쇼 가게보다 못해요.’ 하는 말을 사용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블로거들과의 금전 거래가 오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기, 대표님. 그렇게 리뷰를 쓰게 하는 이유가 ‘요리쇼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맛’을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인가요?”
쉐프인 한근오가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는지 물었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기준을 정하기 위한 밑 작업인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보통 음식의 양이 적으면 ‘창렬하다!’ 양이 푸짐하고 많으면 ‘혜자스럽다!’라는 말을 한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 두 분의 이름이 양의 많고 적음의 기준이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맛’에 대한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단어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까?”
“조, 존맛?”
퀵서비스 기사를 대표해서 회의에 들어온 무영이의 말에 다들 피식 웃었다.
“무영 씨가 이야기한 존맛이 맞긴 맞는데, 그렇게 쓰기엔 좀 그렇죠. 그래서, 밑 작업으로 맛의 기준이 되는 것을 ‘요리쇼만큼 맛있다.’로 만들자는 겁니다.”
요리쇼 000이라는 기준점을 만들자는 말에 다들 이해를 했다.
“사장님 그런 기준점이 되자는 것은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들이 쓰게 만들까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모여서 회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선은 이야기했듯이 블로그 맛집 리뷰어들의 글이 올라오면 그 지역을 확인해서 요리쇼에서도 판매하는 음식이라면 ‘이 집이 요리쇼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나요?’ 하는 댓글 작업을 할 겁니다.”
뭔가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은 방법의 광고 기법이었다.
“그렇게 댓글을 달면 요리쇼를 아는 사람들은 같은 음식으로 비교 가능하기에 답을 해줄 것이고, 요리쇼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게 뭔가요?’하고 물어볼 것입니다. 그러면 ‘그 동네에 요리쇼 가게에서도 팔아서 그 집이랑 비교해보고 주문하려고요.’ 하는 댓글을 달면 되는 겁니다. 이런 댓글 작업을 하루에 20건 한다면 한 달이면 600개 1년이면 7200개가 되는 겁니다.”
뭔가 직접적인 블로그 글이 아니라 맛집 리뷰 글에 다는 댓글로 하는 광고이기에 이게 잘 먹힐지 안 먹힐지 사람들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렇게 다른 가게인 ‘요리쇼’와 비교하는 질문을 받다 보면 전문적으로 맛집 리뷰를 적는 사람은 물론이고 취미로 맛집 리뷰를 적는 사람들도 요리쇼 가게와 비교를 하게 될 터였다.
그러면 자연스레 리뷰어도 신경을 쓰게 될 것이고, 요리쇼 가게의의 맛을 자신도 모르게 기준점으로 여기고 리뷰를 쓰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리뷰어들에게 바이럴 아닌 바이럴이 먹히게 되면, 자연스레 맛집 커뮤니티에서도 맛을 품평할 때 요리사가 직접 하는 요리쇼 가게의 음식과 비교를 하게 될 터였고, 자연스레 음식 맛의 기준이 ‘요리쇼’ 가게로 정착될 터였다.
“요식업 창업 카페에서도 쓸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습니다.”
영업 총괄인 이종민이었다.
“창업 카페를 영업팀에서 챙기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창업을 한다는 글을 보면 선제적으로 다가가서 포스기를 제공하고 바로 푸드 딜리버리에 가입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 창업자들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음식을 ‘요리쇼’에서 파는 거보다 잘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오오! 좋은 생각입니다. 기준이 되기에는 최적이네요. 요식업으로 창업하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요리쇼’만큼 못하면 아예 창업 생각을 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고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요리쇼 가게보다 더 맛있게 요리하고 음식을 내어놓을 수 있으면 창업하고, 그렇지 않다면 창업 꿈도 꾸지 말라는 식으로 한번 예비 창업 카페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금 운영 중인 요리쇼 가게는 수쉐프로 경력 2~3년 된 요리사 1명을 두고, 갓 요리 기능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나, 조리고등학교 등을 나온 사회 초년생 요리사를 고용해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도협이나 한근우 쉐프의 경우에는 더 맛있게 할 생각하지 말고, 만들어 둔 레시피만 정확히 지켜 달라고 교육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점마다 맛의 편차는 있을 지언정 레시피만 제대로 지켜서 만들었다면 평타 이상의 맛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니 예비 창업자들이 있는 창업 카페에서 요리쇼만큼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창업하고, 그게 아니라면 창업을 하지 못하게 기준선을 만들어 둔다면 내가 원하는 창렬, 혜자처럼 ‘요리쇼만큼’도 기준점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예비 창업자와 네인버 블로그 리뷰에서 기준점이 되게 된다면 커뮤니티라던지 게시판에서는 자연스레 ‘실패 없이 안정적으로 맛난 것을 시켜 먹고 싶다면 요리쇼 가게에서 시켜 먹어라.’ 하는 기준점으로 쓰게 될 터였다.
“네. 그럼 예비 창업 카페의 경우에는 우리 영업팀에서 컨텍되는 부분도 있다 보니 맡겠습니다. 다른 커뮤니티나 맛집의 경우에는 저희가 커버를 하기는 힘이 듭니다.”
“흠.”
이종민의 말을 듣고 보니 이런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해줄 부서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꼼꼼한 일이라면 사람을 잘 관리하는 이서가 딱 맞았지만, 지금은 퀵서비스 사무실을 늘리는 일만으로도 정신없이 바빴기에 맡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건희에게 맡길까.’
어떻게 보면 홍보 마케팅이 동생의 매니지먼트사와 연관도 되기에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LT마트와 En마트에 입점하는 요리쇼 가게 문제로 이미 벅차하는 게 보였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창업 카페를 제외하고 맡아 줄 마케팅팀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회사를 창업할 때는 판로 개척과 동시에 마케팅도 해야 하기에 영업팀과 마케팅팀을 먼저 만드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초반에 ICT 사업으로 관공서의 도움을 받았기에 그런 마케팅을 고민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홍보 마케팅팀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민지 씨. 구인 공고 좀 냅시다. 온라인 마케팅 팀장급 구인해야겠습니다.”
“저기 사장님. CS팀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CS팀?”
“네. 지금은 사무지원 사람들과 제가 어떻게든 전화를 받아서 처리하고 있는데, 이것도 이제 힘이 듭니다. 제대로 전화 업무를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지금도 가맹점의 애로사항은 영업팀에서 일단 처리를 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가맹점과 고객 CS를 전문적으로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영업 총괄 이종민도 CS팀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마케팅팀 팀장 1명 팀원 2명, CS팀 팀장 1명 팀원 2명으로 구인 공고 내어주세요.”
***
“앗! 난 CS팀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CS팀장님이 여자분으로 오실 줄 알았는데.”
“민지 씨도 몰랐어?”
“네. CS 팀장님 후보로 4명이 최종 면접을 했는데, 3분이 여자분이셔서 여자분이 팀장님이 되실 줄 알았어요. 엇? 팀장님뿐만 아니라 CS팀원분들도 다 남자예요.”
비서 김민지는 CS팀 다른 말로 콜센터에 남자 직원들만 있는 인적 구성에 갸우뚱했다.
콜센터라면 당연히 여자 상담원이 받는 것이라 여겼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적 구성도 임건호가 원한 것이었다.
콜센터 상담원이 여자인 경우에는 문의 사항을 위해 여자 고객이 전화를 걸었을 때 부담이 적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여자 상담원이기에 같은 여자 상담원이 마음 놓고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 놓고 서로 간에 존중을 하며 상담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20%의 상담 케이스가 문제였다.
그런 20%의 케이스 때문에 여자 상담원이 아닌 남자 상담원으로 다 뽑은 것이었다.
우선은 남자들은 아무리 전화상으로 욕을 듣고 해도 울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컸다.
스트레스는 남녀가 같이 받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다르기에 시원하게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는 남자들로 뽑은 것이었다.
그리고, 콜센터에서 힘이 들고 적응이 힘들다면 영업팀으로 보직을 변경해 줄 수도 있었기에 남자를 우선해서 뽑는 것이었다.
“홍보 마케팅 팀장님은 남자인데, 팀원들은 여자네.”
비서인 김민지나 운영지원의 여직원들은 그래도 여직원들이 2명 들어 온다고 좋아했다.
마케팅 팀원들은 여자로 뽑을 수밖에 없었는데, 맘카페와 여자들이 많은 커뮤니티 특성을 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홍보, 마케팅팀은 사무지원 부서 옆으로 팀을 꾸렸고, CS팀은 영업팀 옆으로 팀을 꾸려 서로 도와줄 수 있게 배치를 시켰다.
“우선 두 분 팀장님들의 첫 출근이니 CS팀과 마케팅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각오와 계획을 오늘 중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내일 회의에서 다 같이 보고 의논을 하겠습니다.”
CS팀의 김준환은 첫날부터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을 만들라는 말에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전에 있었던 쇼핑몰 CS팀에서는 직원들 관리만을 해주면 되는 것이었기에 뭘 하겠다는 목표도 없었고, 그저 직원들의 근태관리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마케팅팀의 한동욱은 입사 전에 미리 알아두었던 푸드 딜리버리의 마케팅 전략들을 분석했었고, 어떤 부분에서 마케팅을 진행해야 좋을지 생각을 했었기에 쭉쭉 자신의 의견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CS의 김준환은 고민 끝에 CS팀의 전화 응대에 대한 기본 문구부터 정리해서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