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89화 (89/203)

089. 차별점이 있는 겁니다.

“시발! 이러면 싸움이 되지 않는 거잖아.”

‘저기요’에서 받아 보았던 기업 정보를 입수하게 된 배송의 민족 송종하 대표는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자기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올 만큼 갑갑하고 화가 난 것이었다.

‘저기요’는 독일자본이 들어가 있고, ‘푸드 딜리버리’는 거산그룹의 자본이 들어가고 있으니 진짜 벤처인 자신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화가 터진 것이었다.

“투자캠프에서 제대로 투자만 받았다면 되었는데. 시발.”

유의미한 투자가 없다면 자본력을 가진 두 곳에 밀려 배송의 민족은 서서히 말라 죽어가게 될 터였다.

송종하 대표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다.

“LT그룹에서 제안 해준걸 논의해 보고 싶다고 연락해주세요.”

***

영호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고자 여의도와 영등포 인근의 맛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네인버에서 여의도 맛집을 치자, 세 곳의 가게에 대한 블로그가 10여 개 나왔다.

이 세 곳이 여의도에서 유명한 곳인가 하면서 글을 살펴보니 ‘본 게시물은 소정의 금품을 제공받아.’ 결국 돈을 받고 올리는 신문기사와 같은 게시물들이었다.

개인이 자기 돈으로 먹고 맛집 후기를 올린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올려준 것이라 신뢰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다른 키워드로 검색했지만, 나오는 결괏값은 비슷했다.

어쩔 수 없이 네인버는 포기하고, 자신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 요리 게시판에 질문 글을 올렸다.

<요즘 맛집은 다들 어떻게 검색을 하는 거임? 네인버는 다 광고 밖에 없는 거 같은데. 여의도에 데이트할만한 곳 추천 좀 해주셈.>

⌞메뉴 확인은 네인버에서 하고 후기나 맛 평가는 푸드 딜리버리 지역 게시판에서 보셈. 여의도니깐 영등포나 동작구 게시판에 올라와 있음.

⌞푸드 딜리버리? 그건 뭐임?

⌞음식 배달하는 어플인데, 홈페이지도 있음. 거기에 각 지역 맛집 게시판이 있어서 거기서 후기 보는 게 가능함. 음식 직접 사 먹어야 후기 남길 수 있고, 사람들이 평점을 줄 수 있어서 가게 음식이나 맛 파악이 가능함.

⌞오!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네. 땡큐 고마워.

영호는 푸드 딜리버리 사이트에 들어가 게시판을 보니 서울 각 구별로 게시판이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사이트에 무슨 음식 후기가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영등포구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오늘만 해도 50건이 넘는 후기 글이 올라와 있었다.

“뭐지? 처음 들어 보는 사이트 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후기 글 뿐만 아니라 후기를 클릭해서 보는 사람들의 조회수도 꽤 되었다.

“아, 음식 배달하고 후기를 남기면 게시판에도 자동으로 등록이 되는 거구나.”

실제가서 먹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배달 된 사진으로 음식에 대한 평가는 가능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배송 기사에 대한 평점도 기록이 되어 있었고, 이런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주문해서 먹기에 편할 것 같았다.

“금요일에 영등포에서 요리쇼가 열린다고?”

영등포 게시판이라 그런지 여의도에 위치한 스타 마트 푸드코트에서 열리는 ‘요리쇼’가 베너로 홍보되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요리쇼 영상을 확인해 보라는 문구에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니 관객들이 참여해서 같이 요리를 만들어 배달을 해주고 방청객들을 위해 쉐프들이 요리까지 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여자친구와 공연을 보듯이 요리쇼를 보고 뒤풀이 음식을 먹는 것으로 데이트 코스가 짜여졌다.

“흠. 괜찮을 것 같은데.”

문제는 요리쇼 방청권 받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술을 사주기로 하고 방청권 줄을 세웠고, 무사히 여자친구와 요리쇼를 보고 즐길 수 있었다.

“자기야. 너무 좋아! 요리 방송에서만 보던 쉐프들 본 거도 재미있고, 뒤풀이로 다 같이 먹고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었어.”

“나도 재미있었어. 그런데, 요리쇼에서 했던 음식들을 다 못 먹어 본 게 좀 아쉽더라.”

“나도오. 명란 호박 파스타 먹고 싶었는데. 배달하면 되긴 된다고 하던데. 우리 집까지 배달은 안 되고. 아쉬워.”

“흠. 그럼, 우리 저기서 배달 음식 시켜 먹고 갈까?”

영호가 가리킨 곳은 모텔이었는데, 둘 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서로 눈치를 봤다.

“음. 그래. 저기서 요리쇼에서 했던 파스타 시켜서 먹자. 저기서 음식만 먹는 거다. 다른 거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당연하지. 음식만 먹어야지! 가자!”

[데이트로 요리쇼에 참석하고, 명란 호박 파스타도 먹고 싶어서 배달되는 곳에서 시켜 먹었는데, 진짜 존맛입니다. 여자친구가 맛있고, 파스타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영호는 음식 후기에 명란 호박 파스타 사진을 올렸고, 만족했다며 따봉 이모티콘을 수십 개를 남겼다.

⌞님? 뭐가 맛있다고요? ㅎㅎㅎ

⌞사장이 맛있고, 음식이 친절하다는 이후로 최고네.

⌞그러니깐 요리쇼를 보고 음식을 시키면 여자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죠? 메모. 메모!

영호의 글 이후로 데이트를 숙박업소에서 하며 시켜 먹은 음식 후기들이 올라오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후기 데이터들이 쌓이기 시작하자, 지역 맛집 알아내는 방법이라며 ‘푸드 딜리버리’의 게시판을 이용하라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의 작은 화면이 아닌 PC의 큰 화면에서 음식 사진과 후기를 볼 수 있고, 주문까지 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레 온라인 가입회원이 늘어났고, 사람이 모이니 ‘푸드 딜리버리’에 가게를 올리고 싶다는 가게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

‘저기요’의 회의실은 오늘 갱신된 정보서를 보고 푸드 딜리버리를 견제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푸드 딜리버리의 상승세가 빠릅니다. 우리 가맹점이 저쪽에도 같이 등록을 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계약을 독점 계약으로 전환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독점 벽을 세워 지키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숙된 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이라는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세 곳 모두 다 같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독점은 자충수가 됩니다.”

“맞아요. 최기영 사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독점에 묶이지 않기 위해 단체로 도망을 쳐버릴지도 모릅니다. 독점을 거부하고 나가면 손해가 나는 점유율 40% 이상이 되어야 독점을 강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대로 놔두게 되면 투자캠프에서 선전포고한 것처럼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가맹점 독점 벽을 세울 수 없으니 회원 유치를 위해 우리도 PC로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거기서 후기를 확인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편하도록 합시다.”

‘저기요’는 부랴부랴 웹페이지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전체적으로 ‘푸드 딜리버리’를 따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송의 민족도 PC로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PC로 이용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회원 유치와 이용 편의성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손해가 생긴다는 말입니까?”

통합 마케팅 팀장인 김항길의 말에 송종하 대표는 의문을 나타내었다.

“초기에 배송의 민족의 대표 서비스를 구상할 때,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도 같이 고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그때 도입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뭐였습니까?”

“광고와 등록비 때문이었습니다. PC 페이지를 도입하게 되면 광고 비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아, 기억납니다. 흠.”

송종하도 기억이 났다.

핸드폰이라는 한정된 화면공간에서 가맹점주의 가게가 상위에 나오기 위해서는 광고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 광고비가 배달 수수료와 더불어 이익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PC 홈페이지로 화면이 나누어지게 되면, 화면 노출량이 달라져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면서 광고 단가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푸드 딜리버리처럼 커뮤니티화하여 후기를 보고 품평할 수 있게 되면, 광고의 효과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되어 광고 수익이 낮아질 터였다.

그래서 배송의 민족을 구상하던 초창기 PC와의 호환이나 PC에서 주문을 할수 있는 것을 배제했었다.

헌데, 그런 광고 단가에 타격이 있는 PC 페이지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으니,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힘이 들었다.

커뮤니티화되는 후기 게시판으로 인해 고객이 몰려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으면 도태될 것이 뻔했고, 따라서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면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우리는 후기 게시판을 바로 볼 수 있지만, 품평 점수는 남기지 못하는 것으로 갑시다. 눈을 가리고 아웅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 개발팀은 그렇게 진행을 해주십시오.”

게시판에서 구매 후기 많은 순서로 가게를 정렬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나 주문 많은 순으로 정렬하게 하는 그런 기능을 모두 다 빼버리고, 그냥 후기를 누적되게 하여 볼 수만 있는 보여주기식 게시판이었다.

다른 수익 창출 구멍이 있기에 광고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저기요’나 ‘푸드 딜리버리’가 부러웠다.

“시발 돈질에 방법이 없잖아!”

직원들은 히스테릭하게 욕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송종하 대표의 상태 때문에 푸드 딜리버리의 다른 장점인 직영 배송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 보지도 못했다.

욕까지 하며 화가 난 송종하 대표에게 더 이상 이야길 할 수가 없었고, 흐지부지되며 회의가 끝이 났다.

홀로 회의실에 남은 송종하는 LT그룹과의 일을 빨리 결정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 거기 새치기하지 마요!”

“언제 대기표 주는 거예요? 1인당 2장이니깐 15번까지만 번호 나가는 거 맞지요?”

“네. 맞습니다. 여기 대기 순서표 받으세요.”

서울에 세 번째로 문을 여는 관악구 스타 마트 앞에는 사람들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의 줄이 무슨 줄인가 궁금해서 사람들이 기웃거렸다.

“여기 스타 마트가 며칠 전에 개업했는데, 오픈 이벤트로 뭘 주는 거야?”

사람들이 줄 선 모습이 궁금해서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뭘 주는 줄인지 물었다.

“주는 건 아니구요. 오늘 푸드 코트가 오픈하는데, 최도협 쉐프가 와서 요리쇼를 해주기로 해서 그거 보려고 줄을 선 거예요.”

“아, 그 라면 잘 끓이는 요리사? 근데, 그 요리사가 여기 와서 라면을 왜 끓이는 거야?”

“요리쇼를 한데요. 요리쇼.”

“요리쇼? 텔레비전에서 하는 그 요리하는 걸 볼 수 있는 거야? 시간에 쫓겨서 정신없이 요리하는 게 재미있기는 있던데.”

“네. 저도 그게 재미있어서 줄 서 있는 거예요.”

“그럼 나도 줄 서 있어야겠네.”

아주머니도 줄의 맨 뒤에 섰는데,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난 일이었다.

관악구에서 오래 사신 분이다 보니 마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주머니 특유의 오지랖이 펼쳐지며 여기 줄 서 있으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요리사를 볼수 있다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보니, 한두 명씩 뒤로 줄을 더 서기 시작했고, 어느새 7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서게 된 것이었다.

“아니! 우리도 줄을 서 있는데, 우리도 보게는 해줘야지!”

“방송이라 너무 무시하네!”

“애초에 다 못 들어간다고 이야길 해주던지.”

“마트 공간 넓은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마트 안으로 입장하지 못한 동네 아주머니들이 난리를 치자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마트 직원들은 혼란할 수밖에 없었고, 다들 김민욱을 쳐다볼 뿐이었다.

“안 되겠다. 사무실 의자까지 해서 최대한 앉아서 보실 수 있게 하고, 그래도 입장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빔프로젝터 가져와서 주차장에서 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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