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 전국구로 가는 길.
-아니, 이거 왜 부산 밖에 안되는 건데? 갱기도는 이런 거 없어?
-최도협이 부산 해운대 호텔 출신임.
-근데, 저렇게 배달 주문하면 다 식어서 배달오는 거 아니냐? 서울에도 비슷한 배달하는 서비스 있는데, 그건 식어서 오던데.
-식은 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
-와 서울 존나 꾸지네. 부산은 뜨끈할 때 오는데. 국밥도 뜨끈하게 배달 온다.
-국밥도 배달이 된다고? 진짜? 부산 미쳤네.
-부산은 그냥 퀵 서비스 기사가 아니라, 저 어플 직영으로 하는 퀵 서비스 기사가 따로 있더라. 그 기사가 진짜 빨리 올 거야.
-부산 직이네.
-부산은 또 음식 보낼 때 음료수나 과자 같은 거도 같이 보낼 수 있음.
-와 시바 그러면 병문안 못 가면 그렇게 죽이랑 음료수를 보내줄 수도 있는 거네.
-와 진짜 부산 개 편하겠네.
동시접속자 3800명.
이 정도의 시청자면 충분했다.
그리고, 방송이나 요리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데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들어온 후원금도 200만 원이 넘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진행하고 있는 매제가 오늘따라 대단해 보였다.
“여러분 원래라면 요리쇼가 보름에 한 번이었습니다. 헌데, 여러분들의 반응이 너어-무 좋아서 매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박수!”
짝짝 와아아!
“그런데, 이 라이브 스트리밍이 생각보다는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다음 주 요리쇼에는 한식 전문 쉐프인 한근오 쉐프가 나올 예정입니다. 저랑 둘이서 돌아가면서 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다음 주 장소는 해운대 스타 마트일 거 같습니다. 그럼 우리 다음 주에 봐요~아! 부산 진구의 요리쇼 가게 주문은 내일부터입니다! 많이 주문해주세요~! 그럼 안녕~.”
그렇게 2시간 반이 넘는 생방송이 끝이 났다.
물론, 방송이 끝났다고 다른 것도 끝이 난 게 아니었다.
방청 온 20명에게 서비스할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도와주는 쉐프 2명에 보조도 있었기에 방송 뒤풀이를 위한 음식은 금방 준비가 되었다.
방청객은 물론, 촬영 스태프와 현장에 와 있던 퀵 서비스 기사, 마트에서 장을 보던 손님들에게도 컵밥 형태로 음식이 돌아갔다.
“이 뒤풀이까지 후기 잘 올릴게요.”
“저 다음 주에도 올 거예요!”
“마트에서 이렇게 음식 파는 거 좋네. 저거 핸드폰 어플? 그거 안 깔고 여기서 그냥 돈 내고 먹을 수 있는 거지? 자주 올게.”
마트에 시장을 보러와서는 얼떨결에 공짜 밥을 드신 어머니들은 외식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오프라인 후기도 좋았고, 죽을 배달시켜 먹은 사람들의 포토 리뷰도 어플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짜 직접 조리하는 걸 보고 해서 더 맛있는 거 같아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데, 부산 사시는 부모님께 죽 보내드렸는데 맛있게 드셨대요.]
[어머니도 ‘부엌을 부탁해’ 자주 보시는데, 최도협 쉐프가 직접 한 거라는 말에 진짜 좋아하셨습니다. 효도한 거 같아요.]
이런 리뷰에 댓글을 달 수 있게 바뀌었기에 ‘호텔 쉐프가 해주는 죽을 나도 만 원에 사 먹고 싶다’, ‘서울에는 언제 와요?’ ‘서울에 이렇게 직접 죽 만들어서 파는 집 아는 곳 있음?’ 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다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어플 가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댓글은 실명 인증을 해야 달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욕설이나 광고 같은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익명보다는 실명으로 글이 올라간다면 대 놓고 욕을 하거나 진상짓을 하더라도 조심할 것 같았다.
개발팀이 판단을 잘한 것 같았다.
“강민호 팀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 어플을 열면 자동으로 GPS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지역이라고 정해지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GPS가 거의 정확하니깐 각 지역의 구를 기준으로 공개 게시판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습니까?”
“지역 공개 게시판요?”
“네. 여기 리뷰 댓글을 보면 서울에 이렇게 직접 해주는 죽집을 찾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물론, 죽 카테고리에서 죽집을 찾으면 여러 개가 있겠지만, 이런 ‘직접 하는 조건’이 맞는지 아닌지 구분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런 걸 알아볼 수 있고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는 그 지역 게시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흠. GPS로 동대문구로 위치가 잡힌다면 동대문구의 지역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그런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면 그 게시판에는 다 동대문구 사람들만 있으니깐 서로 어느 집이 좋니 안 좋니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장님이 원하시는 지역 한정 게시판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도 방송을 봤지만,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음식을 보내주는 게 의외로 많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른 지역이면 어플의 GPS로 인해 다른 지역 가게가 나오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나오는 거죠? 서울 사람이 부산의 부모님께 보내었는데.”
“그건, 서버에서 전국구로 요리쇼가 노출되게 했고, 배송 지역을 부산 진구로 한정을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흠. 개개인에게는 다른 지역의 가게를 보고 주문하는 게 힘들겠군요.”
“네. GPS 조작기로 위치를 변경해야 다른 지역으로 주문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PC 홈페이지에서 주문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 PC의 홈페이지로 주문을 하면 어플의 GPS를 변경하지 않고도 다른 지역으로 배송이 가능하겠군요.”
“네. PC 홈페이지로 다른 지역의 가게들이나 리뷰를 다 볼 수 있다면 다른 지역 사람에게 주문해주기 쉬울 겁니다.”
“단순하게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이거 일이 커지네요. 그런데, 어플이랑 같이 연동이 되긴 됩니까?”
“네. 가능합니다. PC 기반이면 IP주소로 일차적 지역 설정을 잡아줄 수 있고, 주문할 때 지역 확인을 다시 하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업체들이 PC 페이지가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진짜 다른 곳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맛집으로 주문이 몰리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입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네요. 아니면, 지역 게시판에서 홍보 글이나 추천 글로 숨겨진 가게를 찾게 하는 거보다는 유료 광고를 쓰게 해서 수익을 늘리려는 이유이겠지요. 그게 운영하는 회사로서는 이득일 테니깐요.”
경쟁사에서 이익을 위해 이런 부분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이것이 우리 ‘푸드 딜리버리’의 장점이 될 수 있었다.
“PC 홈페이지와 지역별 게시판을 추진해 봅시다. 인원이 얼마나 더 필요하게 될까요?”
“일단 주·부 담당해서 2명만 뽑겠습니다. 게시판이 활성화된 이후의 관리는 차후에 아르바이트생을 뽑거나 하면 될 겁니다.”
“오케이 그럼 한번 해봅시다.”
***
“여러분! 저는 한식 전문입니다! 한식! 그런데 팥빙수를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여? 얼음 가는 기계도 없어요. 최도협은 도대체 무슨 요리쇼를 한 거야!”
-그래도 해줘요!
-이빨로 얼음 갈아서라도 해줘요!
-근성이 없네. 최도협이었으면 뛰어가서 얼음 가는 기계 사 왔을 것임.
해운대 스타마트에서 이루어진 3번째 요리쇼에는 한근오 쉐프에게 팥빙수를 해달라는 억지 요청이 들어왔다.
급하게 홈 더하기 마트로 뛰어가 가정용 팥빙수 기계를 사 와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팥빙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옛날 팥빙수는 해운대로 놀러 왔다는 친구들에게 배달을 해줬다.
약간 녹기는 했지만, 쉐프가 만들어준 옛날 팥빙수를 잘 먹었다고 후기가 올라왔고, 가정용 팥빙수 기계로 쉐프가 얼음을 가는 것이 재미있는지 다들 주문하고 싶다고 난리였다.
“여러분, 이런 팥빙수를 드시고 싶다면 집 근처에서 얼마든지 드실 수 있습니다. 요리쇼 가게에는 팥빙수를 팔지 않을 겁니다!”
한근오 쉐프가 이렇게 선언을 했음에도 유튜브 채팅방은 물론, 오늘부터 운영이 시작된 지역 게시판은 팥빙수로 도배가 되었다.
이런 재미와 소통 때문이라도 유튜브 시청자들이 어플을 설치했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자 회원 가입을 했다.
***
“경성대학교 앞 상권을 위해 남구의 탑힐스 마트와 매각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정 문제만 남았기에 다음 달 초에는 남구에서 마트와 요리쇼 가게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김민욱은 거의 한 달에 한곳씩 작은 마트를 인수해서 오픈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유지하는 운영 정책을 폈기에 이런 속도가 가능했다.
“그리고 요리쇼 덕분인지, 요리쇼 푸드코트에서 나오는 매출과 마트 판매 매출이 거의 같아졌습니다. 저희만 본다면 1년 이내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부산 진구에선 평일에도 1천 건이 넘게 주문이 들어오네요.”
“네. 그 덕분입니다.”
부산 진구가 해운대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요식업체와 사무실이 몰려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부산 도심지의 중심이다 보니 유동 인구만 봐도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었으니 이런 주문건수가 어쩌면 당연했다.
부산진구까지 3곳이 동시에 돌아가니 밑 빠진 독에 쏟아붓는 거 같던 돈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고 있었다.
VAN 사 수수료와 마트에서 들어오는 돈 덕분이었다.
이런 매출표를 보고 있으면 서울의 두 업체는 과연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회계쪽 개발자인 채학인을 통해 금융여신위원회 쪽으로 알아보니 두 업체는 VAN 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오로지 가게들의 노출 광고와 주문 건당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따로 투자를 받았을지 궁금했다.
“영업 쪽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남구 쪽은 물론이고, 사상구와 북구, 중구, 금정구까지 한 번에 다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종민의 영업팀은 엄청나게 빨라졌는데, 본래의 영업팀 20명에 지사장으로 일하겠다는 30명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인구 100만 명이 되지 않는 중소 도시에는 VAN 사 수수료의 일정 부분과 총 주문 금액에 따른 수수료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지사장을 모았는데, 나름 돈이 되겠다고 싶었는지 많은 이들이 지원을 한 것이었다.
덕분에 지사장 교육을 겸해서 기존의 영업팀과 같이 어플과 포스기를 깔다 보니 동시에 4개 구에 영업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음 달에 김해와 울산, 창원의 번화가 위주로 영업을 한 이후에는 지사장들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 지소 영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개발팀과 하드웨어 팀은 지사장들 지역의 시스템 안정화에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초반 6개월은 지사장들 임금을 보장해 주기로 했지요?”
“네. 맞습니다.”
영업사원을 포함해서 어느새 직원이 40명이 넘었고, 30명의 지사장들 월급까지 6개월간 보장해 줘야 하니 매달 돈이 나가는 게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거기에 직영 퀵 서비스인 빠른 친구들 40명에 마트 4곳의 근무자들까지 한 달 인건비만 4억이 넘었다.
본래 지사장들의 봉급이나 영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자체에서 받아 메꾸려고 했는데, 그런 지자체에 영업을 하고 사업을 하나 따내는 데는 빨라도 3개월이 걸렸다.
그런 사업비를 따낼 시간도 없이 쭉쭉 영업이 치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 멈추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물론, 요리쇼 가게와 마트에서 매출이 올라오고 퀵 서비스에서도 수익이 오르고는 있었지만, 흑자 전환은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어디 정부의 눈먼 돈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는데, 김독수 전무의 전화가 왔다.
“그래. 내게도 비빌 언덕이 하나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