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감성 마케팅.
첫 방송이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총 시청자가 데프리카TV와 유튜브를 합쳐서 3천 명밖에 되지 않았기에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흔한 온라인 기반의 작은 방송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방송에서 후원금으로 들어온 금액을 보고 놀랐다.
“이게 실시간으로 후원을 받은 거야? 80만 원인데? 이렇게 돈을 보낸다고?”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보내는 도네이션 금액에 놀랐다.
“다들 부자인 거야? 이렇게 매일 방송하면 한 달에 2500만 원은 벌겠는데. 도협이 너는 왜 이거 안 했어?”
“형님. 실시간 요리 방송이라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한번 하고 나면 진짜 진이 다 빠져요. 2~3시간 긴장하면서 하고 나면 힘 빠져서 다른 거 못해요.”
“힘 빠져도 해야지! 아예 ‘최도협의 요리쇼’라고 채널 하나 만들자. 내가 운영 지원하고 할 테니깐 돈 나오는 거 반반 어떠냐?”
“아니, 형님. 저 출연료 안 주시잖아요. 반반은 너무하죠. 더구나 이거 스타 마트랑 푸드 딜리버리 홍보용이잖아요.”
“크흠. 그건 그렇지. 그럼 4:6으로 네가 6 먹어라. 내가 스태프들 다 맞춰주마. 어제 그 팀 괜찮았지?”
“네. 장비도 좋던데요. 일단 조명이 진짜 좋았어요. 업체였어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촬영하는 팀인데, 평일이라고 싸게 쓸 수 있더라고. 아예 전속으로 해서 찍는 계약을 해두마. 그런데, 이거 네 스케줄이 있으니 매일은 힘들 거고, 매주는 안 되겠냐?”
“매주도 힘들어요. 아, 매주 하려면 저랑 같이 ‘부엌을 부탁해’ 찍는 한근오 쉐프랑 격주로 하는 거 어때요?”
“그 사람은 한식 전문 아니었어?”
“퓨전도 잘해요. 그리고, 시청자들이 뭘 해달라고 하는 걸 만들어 주는 거라 사실 전공은 딱히 필요가 없을 거예요.”
“오케이. 그럼. 한근오 쉐프 연락이랑 섭외를 정은채 실장한테 해서 처리해주라.”
“아 형님. 그거도 매니지먼트 비용 받아야 하는 거예요.”
“나도 더 비치 엔터에 지분 있거든. 시끄럽고. 일단 다음 주 부산진구는 네가 해야 해. 보름 후는 한근오 쉐프가 하는 걸로 하자.”
“네. 다음 주는 아예 20명 정도 방청객을 미리 받던지 해서 미리 깔아두고 하자고요.”
“오케이.”
***
“네. 방금 오신 고객님까지 20명입니다. 마감되었습니다. 입장 번호표 받으시고요. 저쪽 의자에 앉아 계시면 10분 전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산진구 전포동에 있는 작은 마트를 인수해서 공사가 끝나고 어제 오픈을 했었다.
오늘 요리쇼에 대해서는 유튜브 ‘최도협의 요리쇼’에서만 공지를 했는데, 구독자가 2천 명이나 되어서 그런지 20명이나 요리쇼를 보러 온 것이었다.
“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조리대가 있네요.”
최도협은 제대로 된 주방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이로 만들어서 하기보다는 요리쇼가 상설 컨테츠가 되면 제대로 된 주방이 되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주방을 맡아주실 분하고 엄청 신경을 써서 주방을 만들었습니다.”
김민욱도 그날 직접 방송을 보았기에 요리사에게 최대한 조언을 듣고 주방을 만든 것이었다.
최도협이 미리 손발을 맞춰보고 준비를 하는 동안 비서인 김민지가 ‘부엌을 부탁해’ 방송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오늘 최도협 쉐프 요리쇼가 있다는 글을 남겨서 그런지 유튜브 채널 방송을 대기하는 사람도 200명이 넘게 있었다.
“이야 우리 도협이 인기가 많았구나.”
“하하하. 진짜 어디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예능도 하나 하자고 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캬 진짜 방송인 다되었네. 그럼 한 끼 떡볶이는?”
“건희가 일단 떡볶이랑 해서 다 맡아주고 있습니다. 저는 일단 붙어있지 말고, 어디를 틀던 요리 방송에는 다 나오게 무조건 출연하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그게 맞지. 방송국 돈이 짭짤하니깐.”
“여하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따로 보조하시는 분들 있지요?”
“그래 조리 맡아줄 2명이 준비되어 있어. 저번처럼 이벤트로 주문하는 사람 3건은 네가 직접 하고, 7건은 보조하러 온 쉐프 2명이 만들어 주기로 했어.”
“근데, 형님이 낸 이 아이디어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부엌을 부탁해’ 방송에서 쉐프가 해주는 요리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그걸 실제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게 된 거니깐 이거 엄청나게 반응이 좋을 거예요.”
“예전에도 요리사가 직접 조리한 걸 배달해 주는 서비스는 있었어. 그리고 그거 시도했던 업체는 망했어.”
“그게 2000년 초 아니었어요? 그땐 이런 어플이나 유튜브가 없었으니깐요. 요리사가 요리했다고 하는데, 진짜 어느 요리사가 만드는지도 모르고 비싸게 주문했으니깐 망했죠. 근데, 지금은 유튜브로 진짜 요리사가 요리하는 걸 볼 수 있잖아요. 거기다 가격도 비싸봤자 2만 원이구요.”
“그건 그렇지. 가성비도 좋고, 자기가 먹을 걸 직접 요리하는 걸 볼 수도 있으니깐.”
“그렇다면 아예 이걸 각 마트 푸드코트 마다 중계를 하는 건요? 요리쇼처럼 피드백을 주고받지는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바로 조리하는 걸 보여주는 거죠. 엄청 신뢰가 생길 걸요.”
“오오. 그래. 특히 중국 음식에 딱 맞겠네.”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배달 음식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중국 음식을 좀 아는 사람들은 중국 음식 만드는 환경 보면 못 시켜 먹는다고 흔히 이야기를 했다.
물론, 가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네 중국집은 비위생적이었고, 그런 걸 알면서도 다들 시켜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CCTV처럼 조리하는 주방을 보여주고,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본다면 청결 문제에 대한 것은 아무도 뭐라고 못할 터였다.
“이거 진짜 고민해봐야겠다. 방송시간 다 되어 간다 오늘 잘 부탁하마.”
마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방청객을 앉히니 도협이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줬다.
“밖에서 많이 심심했어요? 배 안 고파요? 엇? 김해 사는 신진서? 너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
“아빠랑 같이 왔어요. 그리고 밖에서 대기할 때 마트에서 음료수랑 과자도 주셨어요.”
“아빠는?”
“아빠는 방송 끝나면 오시겠데요.”
“그래 내가 놀이방 해줘야겠네. 이 친구가 나중에 요리사를 하고 싶다는 친구인데, 제가 하는 호텔 요리쇼에 자주 오는 친구예요.”
“방송 시작합니다!”
“방청객 여러분 박수!”
“와아아! 와와! 와와아!”
“이야아아!”
갑자기 푸드코트에서 이십여 명이 환호를 하니 마트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푸드코트 쪽으로 몰려들었다.
도협이는 인사를 하며 전포동 스타마트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소개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마트 내 푸드코트를 설명하면서 모든 음식을 다 할수 있는 주방이라고 소개를 했다.
“자, 그럼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해볼까요? 저번이랑 같은 매운 거요? 매운데, 안 매워 보이게 해서 헤어진 전 여자 친구나 전 남자친구 골탕 먹이는 거? 그건 저번에 했으니 패쓰! 다른 거 없어요? 사랑과 맛을 위한 음식을 요청해 주세요.”
도협이가 채팅창을 보며 어떤 음식을 할지 물었는데, 갑자기 5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고 저번 주가 재미있었다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였다.
“채팅이 너무 많아. 그럼 첫 요리는 오늘 방청객으로 온 가장 어린 중학생 친구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우리 김해에서 온 어린 친구는 어떤 음식을 만들어서 배달시켜 주고 싶어요?”
방청객의 얼굴은 나오지 않게 카메라는 최도협에게 고정이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방송을 보는 이들은 어린 여자아이의 말도 겨우겨우 들을 수 있었다.
“아빠가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같아서 아빠에게 음식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캬하! 효녀다! 어린 친구가 생각이 옳네. 박수 박수!”
앞에 앉은 방청객들은 중학생인 걸 알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아빠가 뭐 좋아해요? 내가 다 만들어 준다.”
“치킨을 좋아하시는데, 치킨을 먹으면 늘 맥주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안 되고요. 요즘 치과 치료를 받고 있으셔서 죽만 드실 수 있어요.”
“죽? 죽이면 되는 거야? 아, 말이 그렇네. 죽 요리면 되는 거야?”
“네. 아빠 회사가 이 옆이라 이거 끝나면 같이 갈 때 드리고 싶어요.”
“방송 이거 2시간이야. 아버지 회사로 내가 바로 보내드릴게. 그럼 일단 몸보신에 좋은 전복죽 갑니다. 전복죽! 카메라 선생님 저 따라오세요!”
최도협은 전복죽을 하기 위해 매장을 이리저리 다니며 파와 양파 당근을 챙겼고, 가장 중요한 전복도 해산물 코너에서 챙겼다.
“먼저 전복죽을 하려면 손질부터 해야 해요...”
최도협이 요리를 하는 동안 원활한 채팅을 위해서 따로 중계 채널을 만들어서 방을 팠다.
인원을 100명으로 만들고는 그 방을 소통할 수 있는 방으로 만들었다.
너무 인원이 몰리면 소통이 안 되기에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이었다.
“죽 만드는데 햇반을 4개나 쓰고 있다고요?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요? 사실, 제 처가가 이 근처라서 죽 만드는 김에 넉넉하게 해서 처갓집에도 보내드리려고요. 장모님도 몸이 좀 안 좋으신데, 사위가 이렇게 잘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사실, 저기 제 형님도 계십니다. 마누라의 오빠분이 사장님입니다. 잘 보여야 됩니다. 하하하.”
요리를 하면서도 채팅으로 소통을 했는데, 이런 개그까지 치니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다.
“아, 본가에서 슬퍼할 거라고요? 본가가 경주라서 경주까지는 배달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독자들의 함정에도 잘 빠지지 않고, 도협이는 전복죽 4인분을 뚝딱 만들어 냈다.
“일단 2인분은 방청객의 아버님께 보내고, 2인분은 처가로 보내겠습니다. 퀵 서비스 선생님들! 도와주세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붉은색 오토바이 슈트를 입은 무영이와 친구가 들어가서 주소를 받았다.
“이렇게 마트 안의 푸드코트에서 만든 것이 바로 배달이 됩니다. 사연 있는 방청객분에게 일반 맛보기로 보냈으니 이제 주문을 받겠습니다. 다들 ‘푸드 딜리버리’ 어플 설치하고 준비되셨죠? 딱 7분만 죽 주문을 받겠습니다.”
최도협이 포스기를 설정해서 7명을 설정했다.
“이제 뜨죠? 배송 가능 지역은 부산 진구만 가능합니다. 그 외 지역은 주문이 안 되십니다. 빨리 서울 되게 해달라고요? 사장님 언제 서울 가십니까?”
“조만간에 갈 거예요.”
“조만간에 간답니다. 기다려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7건의 주문이 들어 왔다고 포스기에서 소리가 울렸다.
최도협은 오늘 헬퍼로 온 다른 2명의 요리사와 주문을 확인하고는 바로 조리에 들어갔다.
“푸드 딜리버리의 요리쇼 주방은 이렇게 바로 조리를 해서 퀵으로 보내드리는 시스템입니다. 평상시에는 제가 없지만, 여기 계시는 요리사분들도 훌륭하신 분들이세요. 진짜 요리사가 요리한 음식을 먹고 싶으시다면 푸드 딜리버리의 ‘요리쇼 가게’를 즐겨찾기 등록해 주세요!”
***
“네? 이게 딸이 보낸 전복죽이라고요?”
전포동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신호용은 딸이 요리사가 하는 요리쇼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헌데, 갑자기 거기서 전복죽이 왔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걸 딸이 만든 건가요?”
“딸이 요리사분에게 직접 아버지가 치과 치료 하신다고 죽밖에 못 드신다고 죽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방송 중이니깐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호용은 치과 치료를 다닌다고 죽만 먹고 있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딸 때문에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보는 데서 전복죽을 먹었는데, 아직도 뜨끈뜨끈한 것이 진짜 방금 막 만든 것 같았다.
죽이 뜨거워서 눈물이 나올뻔한 것도 있지만, 딸이 보내준 죽이라는 생각에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이 죽을 마누라에게도 보내고 싶어 방송에서 홍보하는 푸드 딜리버리를 설치했지만, 김해는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김해는 언제 되는 겁니까? 어서 서비스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