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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80화 (80/203)

080. 생각의 전환.

사실, 남자라면 누구든 호감이 갈 만한 김선희였지만, 뭘 잘해보고 하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전화가 먼저 왔다곤 하지만, 업무적인 일이었고 이미 부사수였던 김승재 대리가 여러 번 들이대었던 것도 있기에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기보다는 내가 먹고 싶은 서면 국밥 골목으로 온 거였다.

30년 전통의 경주 국밥집이었다.

“이모 여기 돼지 2개랑 순대 소자 하나요. 국수사리 2개 더 주시구요.”

손님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맛집답게 음식이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금방 나왔다.

“어허, 그냥 그렇게 국수사리부터 넣으면 안 되지.”

건호는 깍두기 그릇을 들어 국물을 김선희의 국에 넣어주었고, 바로 새우젓과 부추를 넣어줬다.

“안에 양념장 잘 풀어서 간 함 보세요.”

얼른 간을 보라는 건호의 말에 김선희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다 꾹 참고, 맛을 봤다.

먹을 사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걸쭉해 보이는 깍두기 국물을 들이 부어버리는 거에서부터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리고, 고기를 우린 뽀얀 국물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기에 맛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깍두기 국물이 들어간 국밥 국물은 뭔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났다.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이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었다.

“티비에서는 이렇게 먹는 사람에게 강제로 깍두기 국물 부어주는 걸 극혐한다고 하지만, 이 맛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렇게라도 알려줘야지 않겠습니까?. 울산에서는 이래 안 먹지요?”

“네. 그냥 양념장 국물 맛으로 먹죠.”

“이제 국수도 넣고, 국수 소면부터 드시고 밥을 말든지 하면 됩니다. 부산에서 국밥 묵을 때는 이렇게 묵으줘야 아! 이 울산 사람이 부산서 국밥 좀 묵어 봤구나 할 겁니다.”

“근데, 이 가게 이름은 경주 국밥이잖아요. 부산 국밥 아닌 거 같은데요.”

“아, 이건 사장님이 경주 출신이라는 거죠. 그리고 뭐 돼지국밥이 부산, 경남에서 거의 비슷하게 다 시작한 거라 고서 고아입니까.”

“치. 아까는 이게 부산 방식이라면서요.”

“뭐 경주 사람도 부산에서 30년 살면 부산 사람 아니겠습니까? 고마 물어보고 밥 드이소.”

꼬치꼬치 따지는 여자는 피곤한 법이다.

“근데, 부산진구청장님은 안 까탈스럽지요?”

“저처럼요?”

“에이. 예쁜 여자치고는 김선희 주사님 전혀 안 까탈스럽습니다. 그리고 미인이시라 그런 거 다 용서됩니다. 왜 까탈스러운지 물었느냐면은 수영구청장님은 윽시로 까탈스러웠거든요.”

밥을 국에 말아 먹으면서 수영구청장은 무조건 해운대보다 좋게, 수영구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라고 해서 피곤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결국 요리 쇼룸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진 구청도 그런 거 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그냥 ICT 관련이 다른 구보다 늦다는 말만 나오고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었어요.”

“그럼 다행이네요. 사실 KNM 뉴스가 교류하는 다른 지역 민방에도 나갔는지 뉴스 보고 연락이 몇 군데 왔었거든요.”

“진짜요?”

실제 여수와 춘천에서 해운대 구청을 통해 우리에게 연락이 왔었다.

“네. 여수도 엑스포를 진행하면서 해수욕장 인프라를 키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강릉에서도 경포대 해수욕장에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러면 거기도 가을에 하기로 했어요?”

“아니요. 거긴 아예 못 해준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왜요? 인구가 작더라도 용역비는 나올 텐데요.”

“사업 용역비를 받고 그냥 비슷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는데, 거기는 유지가 안 되는 구조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여름 한 철 장사라고는 하지만, 그 한철 때문에 거기에 인력을 넣어 버리면 지금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거든요.”

김선희에게 이 푸드 딜리버리가 돌아가는 것을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해줬다.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여러 가게들이 있어야 했고, 그걸 배달해주는 퀵서비스 기사가 있어야 사업이 돌아가는데, 거긴 인구가 작다 보니 그런 가게와 기사를 유지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나중에 광역시급을 다 먹고 나서 확장을 위해서라면 몰라도 지금은 인력이 없다 보니 그런 작은 곳은 어쩔 수가 없네요.”

“흠. 그런데, 임 대표님은 뭐든지 다 본인이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인가요?”

“뭐. 직장인으로 쭉 살아오다 보니 일일이 체크하고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안 믿으시는 거예요?”

“아, 그건 아닙니다. 지금도 이야기한 가맹 영업이나 퀵 사무실, 소규모 마트는 책임자에게 맡겨서 그냥 다 진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수나 강릉 경포대를 못 할 이유가 없잖아요.”

“네? 그게 잘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런 작은 중소 도시는 그냥 외주를 주면 된다는 거죠. 임 대표님이 구청의 ICT사업을 따오면 그 지역을 맡을 지점장이나 지사장을 임명하는 거예요. 물론, 처음 교육은 필요하겠지만, 지자체에서 주는 용역비에 수익금 얼마가 되면 인센티브를 주는 조건으로 지역 지사장을 모으면 사람들이 분명 나설걸요.”

“하지만, 그렇게 되어도 제대로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을 텐데요.”

“대표님. 생각을 잘못하시는 거 같네요. 용역사업(用役事業)이잖아요. 계약된 용역 날짜 동안만 유지를 해주면 되는 거예요.”

김선희의 말에 무릎을 쳤다.

용역 계약과 지자체의 사업은 그 확약 기간만 채우면 대부분이 끝나는 사업이었다.

확약기간이 끝이 난 이후 서비스를 접어도 되고, 그냥 대충이라도 돌아가게 방치를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말 그대로 사람을 쓰는 용역 계약이었으니깐.

이제까지는 이 ‘푸드 딜리버리’ 시스템을 나와 이종민, 김이서, 김민욱이 각 파트를 맡아 다져나갈 생각만 했었다.

부산을 다지고는 서울로 올라가 다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튼실하게 전국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확장보다는 받쳐줄 수 있는 내실을 우선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면서 외부 확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김선희가 깨우쳐 준 것이었다.

완벽하게 다지고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그 사업이 꼭 성공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관광지가 있는 지자체와 사업계약을 하고, 그 용역비를 바탕으로 지사장을 구해 ‘푸드 딜리버리’ 어플을 깔고 포스기만 깔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이후의 직영 퀵서비스 기사나 마트를 통한 물품 배송은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었다.

용역기간이 끝난 이후 그 지역의 어플 사용량이 없어지고 그냥 방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관광객이 없는 기간에도 가늘고 길게 유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한철 장사라도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약은 방법이었지만, 불법도 아니었고, 욕 들을 짓도 아니었다.

“오늘 국밥 같이 먹기 잘했네요. 새로운 길을 하나 발견한 거 같습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공부를 오래 해서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렇더라고요. 자기가 겪고 공부한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럴 때 그 정답 말고도 다른 정답이 있다고 알려줄 사람이 있어야 다른 길도 찾을 수 있는 거겠죠.”

국밥을 먹으면서도 또박또박 이야길 하는 김선희를 보니 욕심이 생겼다.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준 현명한 여자에 대한 욕심이었다.

위이이잉! 위윙!

밥을 먹고 김선희와 맥주라도 한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탁자 위의 전화가 진동했다.

집이었다.

“잠시만요. 전화 받았습니다.”

“그래. 건호야. 오늘 우리 집에 일이 있어서 내가 좀 일찍 가야 하는데, 언제쯤 올 수 있겠어?”

이모였다.

“네. 이모 30분 안에 갈게요.”

김선희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진 구청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 좀 합시다.”

국밥집을 나와 진 구청으로 걸어가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를 몰랐다.

“김선희 주사님이랑 맥주라도 한잔하고 싶었는데, 이모님이 오늘은 일찍 가셔야 한다시네요. 어머니가 치매 환자이시다 보니 이모님이 봐주고 계시거든요.”

“아아. 힘드시겠네요.”

김선희는 복지과에서도 일을 했었기에 집에서 치매 환자를 모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금전적인 부담 없이도 병원으로 모시는 그런 제도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름 잘살아 보이는 임건호가 집에서 직접 모신다고 하니 말 못 할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장남이신가 보네요.”

“네. 그리고 이혼남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김 주사님은 결혼하셨습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요.”

“왜요? 아,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실례인 거 알지만, 그 미모에 직업도 좋은데, 생각이 없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물어보게 되네요.”

“그게...언니가 두 명 있는데, 둘 다 이혼했거든요.”

말을 하면서도 살짝 뜸을 들이는 걸로 봐서는 김선희도 고민하다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언니들 보니 결혼이라는 게 행복하게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삶이란 게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언니들이 이혼을 하고 해서 전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고, 좀 부정적이에요.”

언니 둘이 이혼을 했다고 하니 결혼 생각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 말은 김선희와 나와의 사이에 벽을 쳐버렸다.

“어떻게 보면 결혼이랑 아까 이야기한 ‘푸드 딜리버리’ 사업 확장이 비슷한 거 같네요.”

“어떻게 그게 비슷한 건가요?”

“서로를 알아가고 착착 다져가면서 결혼을 하는 방법을 저는 추구했는데, 주사님 이야길 듣고는 서로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고 일단 급하게 결혼부터 하는 게 지자체로 확장하는 것 같아서요.”

내 말이 맞는 거 같은지 김선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은 없겠지요. 천천히 알아보고 결혼해도 잘살 수 있고, 급하게 눈이 맞아 결혼해도 잘살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지금은 일단 뒷생각 안 하고 확장하는 게 맞는 거 같네요.”

“결혼도 사업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좋겠네요. 큰언니는 연애 결혼했고, 둘째 언니는 이리저리 다 재어보며 중매 결혼했어도 다 실패했는데, 이거는 패자부활전도 없잖아요. 그래서 더 망설여지고 안 하게 될 거 같거든요.”

“그런데, 선희 씨. 애들이 클 때는 성장기라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때 애들은 자고 일어나면 키가 훌쩍훌쩍 커집니다. 그때 영양분과 수면시간 운동을 해줘야 크지. 성장기가 끝나고 나서는 영양, 수면, 운동을 해줘도 안 큽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결혼 적령기라는 게 있습니다. 그때가 지나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맞아요. 모든 게 때가 있겠죠. 일단, 제 결혼보다는 임 대표님의 푸드 딜리버리 확장을 위한 적기가 지금인 거 같은데요. 거기에 더 신경을 쓰시죠.”

“하하하. 맞습니다. 지금은 사업을 확장할 시기지요. 김 주사님한테는 못 이기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꿀 야근 하십쇼!”

***

건호는 어제 김선희의 말에 생각의 전환을 했기에 사업 분야를 맡은 세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부산과 서울, 경기를 제외한 다른 광역시는 지사 형태로 외주를 주는 것이 어떤지 의견을 물었다.

푸드 딜리버리가 내 소유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세 개의 축을 맡은 사람들이었기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는 일단 맞는 방향인 거 같습니다. 다른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내실보다는 확장해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니깐요.”

영업맨인 이종민은 찬성했다.

“전 반대합니다.”

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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