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부산 석권. (1)
“알바를 해달라고?”
“네. 마트를 급하게 인수했지만, 아직 담당 직원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만 마트에서 계속 일해주십시오.”
“뭐, 그렇지 않아도 인수인계하려면 내가 있어야 하니 그렇게 하지. 헌데 야쿠르트 사장에게 이야기 듣기로는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그걸로 매출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던데, 그걸로 개선이 되겠어? 난 이미 팔았다 보니 마음은 편한데, 젊은 사장이 손해 볼 것 같아 괜히 미안하네.”
“뭐 배송 서비스만으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한번 해보려고요. 그리고, 다른 수익 방안도 하나 있습니다.”
건호도 적자를 넘어 납품받은 물건 대금까지 밀려있는 마트를 배달 수요만으로 정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둔 방법을 추가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책임지고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원프라자 마트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수할 작은 마트들 전체를 책임져줄 사람을 정해야 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를 책임자로 세워야 할지 고민하다 민욱이로 결정을 했다.
거산에 있었을 때 구내식당 관리를 했고, 나에게 와서는 영업을 배웠으니 중소규모 마트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마트 운영은 오창훈 사장에게 배우면 충분할 터였다.
영업 쪽 일은 이종민에게, 퀵서비스는 김이서에게 마트 쪽은 김민욱에게 나눠서 맡기는 게 최선일 듯싶었다.
나는 어플이 치고 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만 하면 저 셋이 튼튼하게 다져서 앞으로 전진할 터였다.
이서에 이어 내 잡무를 맡은 김민지에게 마트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뽑게 했고, 다음날 민욱이를 따로 불렀다.
“민욱아. 영업일 잘하고 있는 거 알지만, 다른 일을 맡아줘야겠다.”
“네? 어떤 일입니까?”
“우선, 여기 봐봐. 해운대, 광안리 그리고 서울 한강변. 여기 공통점이 뭐인 거 같아?”
“음. 도심지와 가까운 휴식 공간 아닐까요?”
“맞아. 그리고 하나 더 공통점이 있어 이 3곳 근처 300m 이내에는 편의점만 있지 마트가 없어. 그리고, 해운대와 광안리만 보면 바닷가 쪽으로 숙박시설이 잔뜩 몰려 있다는 거야. 외지에서 숙소를 잡고 놀러 온 사람들이 어디서 장을 볼까?”
“마트겠지요. 하지만, 큰 마트가 있긴 하지만, 멀리 있지요. 특히나 해운대와 광안리는 자기 차를 끌고 다니기 힘든 환경이구요.”
해운대와 광안리는 성수기는 물론이고 비수기에도 주차공간이 부족한 관광지였다.
“그래. 그래서 우리 어플에서 안주가 팔리고, 음료나 술도 팔아 줬으면 좋겠다고 고객들이 후기를 올리는 거지. 이런 수요를 따먹기 위해서 어제 작은 마트를 하나 인수했어. 난 네가 마트 쪽을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말을 하면서 어제 계약한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민욱이는 한참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장님이 까라면 까겠는데, 이 배달 수요만으로 마트 운영이 되겠습니까? 이미 대금이 밀릴 정도라면, 내방 손님이 줄어들어 운영이 안 되는 상황 같은데요.”
“맞아. 이 배달 수요로 어느 정도 만회는 가능하겠지만, 수익이 나게 만들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마트의 공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남는 공간에 요식업체를 입점시킬 거야.”
“마트 안에 요식업체면, 푸드코트(food court)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 120평의 작은 마트에 푸드코트를 절반 정도로 만들 거야. 물론, 푸드코트를 만든다고 해도 내방객은 늘지 않을 거야. 오히려 물건 가짓수가 줄어들었으니 더 내방객이 줄어들 수도 있어. 하지만, 요식업으로 치킨집, 중국집, 족발, 야식 안주 등등 업체를 입점시켜서 배달 전문 가게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배달 전문 가게요?”
김민욱은 생소한 개념의 배달 전문점이 장사가 될까 싶었다.
“여기서 오징어 안주가 팔리는 것을 보면 식사를 위한 주문도 있지만, 술안주 음식에 대한 수요도 큰 거 같아. 다들 해운대로 놀러 왔으니깐. 술을 마시기 위한 안주가 있어야 하겠지. 그래서 주문하기 위해 어플을 켰는데, 어플 상단에 우리 가게가 있다면 주문하지 않을까?”
“배달 수수료가 아니라, 마트와 직영 배달 전문점으로 수익을 뽑으시겠다는 말이군요.”
“맞아. 그 일을 민욱이 네가 맡아줘야겠어.”
“단순한 마트 운영이 아니라 가게 관리까지 해야 하는 거군요.”
“그래. 지금은 하나지만, 광안리에도 죽어가는 작은 마트를 인수해서 같은 방식으로 만들 거야. 진구와 남구도 마찬가지고.”
관광지인 해운대와 광안리, 부산 최대번화가인 서면, 대학교 3곳이 몰려 있는 경성대 앞 이 4곳을 잡으면 부산 상권의 50%를 먹는 거였다.
“내가 관공서를 컨트롤해서 사업 시작을 하면 이종민 팀장이 영업을 하고, 이서가 퀵서비스 사무실을 차릴 거야. 그리고, 민욱이 네가 마트를 잡고 그 안의 직영점으로 배달을 돌리는 거지.”
어플 지역이 확장될수록 자연스레 퀵서비스 사무실과 마트 직영점이 생길 터였다.
그 한 축을 자신에게 맡기겠다는 말에 김민욱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이 되긴 했다.
“믿어주시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럼 마트 간판부터 스타 마트로 바꾸고 새 사업자를 하나 만들어주마. 우선은 어플 배달을 쳐내면서 마트 내 직영 가게 입점을 위해서 내부공사를 하자. 일단 거기 사장님께 인수·인계받고 해야 하니깐 같이 가자.”
그렇게 원프라자 마트의 오창훈 사장에게 새 사장이 될 김민욱을 소개해 줬고, 인수인계를 받게 시켰다.
민욱이가 마트 쪽을 맡고 아르바이트생이 투입되자 바로 어플에 음료수를 비롯한 휴지 등의 일회용품들이 추가되었다.
그러면서 푸드코트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상품 가짓수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런 움직임에 눈치 빠른 이서는 아예 빠른 친구들 퀵 기사들을 마트 주차장에 상주시키기 시작했다.
해운대 센텀에 있는 작은 사무실보다 마트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일을 하는 게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내년까지 계약되어 있는 정육점 사장님과도 협의해서 불고기 배달 전문점으로 바꿔나가기로 했습니다.”
스타 마트는 내부공사를 하면서도 물건 배송은 가능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어떤 직영 음식을 넣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음식에 대한 부분은 매제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단 불러 내렸다.
***
“형님. 푸드코트에 꼭 사람이 와서 안 먹어도 되는 거죠?”
마트를 둘러본 도협이는 마트가 생각보다 좁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래. 내방객보다는 배달이 우선일 거야.”
“그럼, 가게를 정하지 말고, 다 하는 거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 하는 걸로?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마트의 푸드코트처럼 가게를 분리하지 말고 큰 하나의 가게로 해서 모든 음식을 다 조리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분식 전부 다 하는 거지요.”
“오, 그러면 어플에 모든 카테고리에 다 등록할 수 있는 거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다 조리할 수가 있는 거냐?”
“김밥천국 메뉴 보셨지요? 50개가 넘는 메뉴가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다 하지 않습니까. 요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수학처럼 레시피 공식만 따른다면 음식은 만들어집니다.”
“그럼, 총괄하는 책임요리사 한 명 두고 각 분야별로 나눠서 레시피 그대로 만들게 하면 된다는 거네.”
“네. 그렇게 하는 것이 각 직영점으로 치킨 가게, 중국집, 피자집 넣는 거보다 훨씬 좋을 겁니다. 그리고, 맛도 제대로 레시피만 지키게 관리하면 평균 이상의 맛이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평균 이하의 집이 많다는 거네. 좋아 일단, 마트 담당인 민욱이랑도 이야기를 해보자.”
민욱이는 매제의 이야기를 듣고는 괜찮은 방법 같다고 찬성했다.
“그렇지 않아도 각 업장마다 가스를 넣고, 수도를 넣는 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하나로 다 연결된 가게로 한다면 중복으로 설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고 마트 운영 면에서도 더 이득일 겁니다. 물론, 세금 면에서도 이득일 수 있습니다.”
“세금? 아! 그렇네. 음식별로 사업자를 만들어서 각자 매출을 잡아 버리면 세금도 작게 낼 수 있겠네.”
대형 주방을 공유해서 판매하는 사업자로 등록한다면 회사 쪼개기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럼, 매제가 주방을 맡아 줄 책임자를 구해줘. 밑으로 오는 사람들도 각자 할 수 있는 요리를 정하고, 한번 이 방법으로 돌려보자.”
아직 카테고리별로 부족한 업장의 수를 이 방법으로 늘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매출 또한 제대로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네 전화 받았습니다. 네? 민원이 들어왔다고요? 알겠습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해운대구가 어느 정도 구조가 갖춰지고 자동으로 굴러갈 정도가 되자 광안리가 있는 수영구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헌데, 해운대 구청에서 민원이 들어왔다고 나를 불렀다.
“임 사장님 큰일입니다. ‘푸드 딜리버리’ 때문에 민원이 들어옵니다.”
지역경제과 김길원 과장이 서류를 내밀었는데, 인터넷에 들어온 민원을 뽑아온 종이였다.
『...배달 기사들이 주문한 사람 찾는다고 돌아다니면서 막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짜증이 납니다! 해운대 해변에 여유를 즐기러 왔는데, 치킨 주문하신 분! 하면서 큰소리를 쳐대니 제대로 바다를 즐길 수가 없습니다. 주말에는 해변으로 배달기사들을 아예 못 들어오게 해주세요...』
『...백사장에서 배달시켜 먹고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버리고 하는데, 아예 백사장에 음식물을 못 들고 들어오게 하는 건 안 되나요? 백사장에서 닭 뼈 밟히는 거 극혐입니다...』
두 번째 민원의 무단 쓰레기 투척의 경우에는 우리 어플이 생기기 전에도 있던 일이었지만, 배달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우리 민원으로 친 것 같았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좀 더 빨리 민원이 들어온 것 같았다.
“여름 성수기가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민원이 들어오면 나중에 성수기가 되면 몇 배는 더 들어오게 됩니다. 이거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가장 귀찮아하는 것이 민원이었다.
반드시 민원 처리에 대한 결과를 민원인에게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통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작은 민원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흠. 과장님.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선 저희가 주말에 아르바이트생을 오전 11시부터 밤 8시까지 해운대 백사장 입구에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오, 현장 계도원을 세우겠다는 겁니까?”
“네. 대신에 이 첫 번째 민원의 경우에는 관광객의 편의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저희가 백사장 입구에 저희 어플을 통한 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포인트 깃발’을 세울 수 있게 허락을 해주십시오.”
“포인트 깃발요?”
“네. 백사장을 삼등분해서 조선 비치 쪽에 있는 사람이라면 1번 포인트로 주문을 해서 받고, 백사장 중간쯤이면 2번 포인트 깃발을 보고 주문을 해서 2번 포인트에서 주문을 수령하는 겁니다. 미포 쪽은 3번 포인트로 주문을 받는 거고요. 그러면 배달 기사가 일일이 고객을 찾기 위해 소리를 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흠. 괜찮을 것 같군요. 고객을 못 찾으면 계도원에게 주면 되는 것이고. 좋네요.”
“저희 계도원이 그 포인트 지점에 한 명씩 있으면서 배달기사와 주문자를 연결해주고, 두 번째 민원의 쓰레기 처리 관련으로도 가이드를 해준다고 하면 이 민원 두 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길원 과장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은데, 깃발을 세우는 기수대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백사장에는 구조물을 만들 수 없습니다.”
“구조물 대신 임시로 끌고 다닐 수 있는 깃대를 세우겠습니다. 계도원이 근무할 때 깃발을 세우고, 근무가 끝나면 치우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흠. 그러면 한번 일주일 해보고 판단을 해봅시다. 민원이 줄어들고 제대로 이 포인트에서 음식을 받는 것이 된다면 그대로 진행을 해보죠.”
“네. 감사합니다.”
들어온 민원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자 김길원 과장의 굳었던 얼굴이 펴졌다.
그리고, 내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써서 홍보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예 구청에서 임시로나마 홍보를 위한 깃발도 세울 수 있게 해준 것이니 이번에 들어온 민원은 우리에겐 꿀 민원이었다.
그리고, 해운대에서 이렇게 한다면 바로 광안리 백사장에서도 베너 깃발을 세우고 홍보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