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77화 (77/203)

077. 푸드 딜리버리. (2)

“진짜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시는 거예요?”

“아, 제가 직접 가져가는 건 아니라 저기 계시는 분들이 가져다주실 거예요.”

남자 모델은 붉은색 오토바이 슈트를 입고 붉은색의 헬멧을 든 무영이를 가리켰는데, 잘생기고 예쁜 모델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무영이도 평균은 되는 외모였다.

특히나, 껄렁거리는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무영이가 가지고 있었기에 여자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은 쿠폰을 챙겼다.

모델들은 아침 시간에는 센텀 출근길에 나와서 쿠폰을 나눠 주었고, 이후로는 해운대 지하철역과 장산 지하철역에서 쿠폰을 나눠주며 홍보를 했다.

그리고, 오후 시간에는 해운대 백사장 인근에서 쿠폰을 나눠 주었는데, 그렇게 쿠폰을 받아든 이들은 해운대 백사장에서도 주문이 되는지 궁금해했다.

“네 당연히 됩니다. 주문하실 때 저기 건물 앞에 붙어 있는 새 주소를 보고 주문하시면 됩니다.”

“오옷 부산 멋지네. 백사장에서 음식 배달이 되다니.”

“난 짜장면!”

“난 떡볶이 먹고 싶은데.”

“어? 오징어 안주도 파는데. 이거면 맥주 안주 최고지. 술은 안 파는 건가.”

사람이 몰리는 금, 토, 일 사흘 동안 모델들로 홍보를 돌려서 그런지 어플 다운로드 수도 부쩍 늘었고, 주문도 처음으로 하루 300건이 넘었다.

그리고 한 주 더 모델 홍보를 돌리자 일 주문 건수가 600건을 돌파했다.

일주일 만에 주문이 2배 늘어나고, ‘푸드 딜리버리’ 어플에 가게를 올리고 싶다는 업주들의 연락도 오기 시작했다.

“사장님. 예산이 허용한다면 금, 토, 일 사흘은 백사장 입구에 아르바이트를 세워서 쿠폰을 나눠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민욱이. 나도 그 생각했어. 해운대에 놀러 온 사람들이 해운대 숙박시설에 묵으니깐 거기서 주문이 폭증하는 거 같아.”

“네. 거기다 해운대구 사람 외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많으니까 자연스레 전국에 홍보가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거산의 오징어 안주와 라면도 제법 팔리고 있는데, 덩달아 우유도 팔리고 있습니다.”

민욱이는 거산 출신이다 보니 거산의 제품들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붉떡 볶음면을 파니 우유도 같이 나가는 거군. 의외네. 난 초반에 어플에 등록된 가게가 몇 없으니 구색 갖추기로 올렸는데, 이게 팔리다니.”

“숙소에서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구매 후기를 보면 탄산음료나 주류도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주류는 법 때문에 안 되겠지요?”

“술은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민욱아 음료수도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예 마트에서 파는 걸 다 파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 생수라던지 휴지, 과자 이런 거 전부다.”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되겠습니까? 이미 빠른 친구들 사무실은 야쿠르트 대리점 물건이랑 거산 물건들이 들어차서 공간이 없을 건데요.”

“흠. 아예 마트를 인수해서 그 마트 물품들을 파는 건 어떨 거 같냐?”

“오!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다 살 수 있다면 놀러 와서 마트에 가지 않고, 우리 어플로 고기, 상추, 쌈장 같은 걸 다 살 것 같습니다.”

“그렇지? 백사장 근처에는 큰 슈퍼가 없으니깐 마트 물건이 있으면 잘 팔릴 것 같지?”

“네. 그리고 마트의 경우 판매 마진이 20% 정도라고 하니 의외로 여기서 많은 이득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한번 알아보지. 이 시스템으로 마트와 함께 확장을 해 간다면 배송의 민족이나 저기요보다 더 빨리 클 수도 있을 것 같고. 해보자.”

건호는 다음날부터 해운대구에 있는 중소규모 마트를 알아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작정 마트에 찾아가 매매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기는 뭐 했다.

대형 마트가 해운대 여러 곳에 생기면서 매출이 줄어 힘든 중소규모의 마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매출 규모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납품업자들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들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다면 몇 년 동안 들어가던 물건이 줄거나 늘어난 것을 알고 있을 테니, 마트의 매출이나 사정도 잘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마트 납품업자 중에서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야쿠르트 사장님. 사장님이 여기 네 군데 마트에 야쿠르트랑 유제품 납품하시는 거지요?”

“여기 네 군데뿐만 아니라 해운대에 있는 마트에는 거의 다 물건 넣지.”

“그러면, 들어가는 물량이 많이 줄어들어서 사정이 힘든 마트가 있습니까?”

“사정이 힘든 마트?”

“네. 대형 매장 때문에 매출이 죽어서 힘든 그런 마트요.”

“그걸 왜 알아보는 건데?”

야쿠르트 사장님은 뭔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정 안 좋은 마트를 좀 저렴하게 인수해 보려고 그럽니다. 혹시 마트 자리 내놓거나 하는 마트가 있으면 좀 알려주십시오.”

“빚이 있어서 정리하고 싶어 하는 마트가 있긴 있는데, 일단 내가 한번 물어보고 연락할게. 명함 한 장 줘봐.”

야쿠르트 사장님께 명함을 줬고, 사흘 후에 전화가 왔다.

“벡스코 건너편에 있는 원프라자 마트 사장님이 한번 봤으면 하는데 올 수 있는가?”

벡스코 건너편이면 센텀과 해운대역의 중간 위치이기에 물류 위치상 좋은 자리였다.

두말 않고 바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마트 근처에서 네비게이션 지도를 보며 주위를 살펴봤다.

벡스코 건너편에 대형 마트인 집플러스 마트가 있었고, 이쪽 길 건너편에는 원프라자 마트 같은 중소규모의 마트가 3개 있었다.

집플러스 마트가 생긴 후 아마도 매출이 떨어졌을 거고, 다른 마트들과 출혈경쟁을 하며 서서히 말라가는 상황 같았다.

“120평 정도 규모에 앞뒤로 주차장 8면이면 나쁘지 않은데요.”

“허허. 젊은 사장이 성급하네. 아직 판다는 것도 확정 안 났고, 가격도 이야기 안 했는데, 벌써 보면 어째?”

야쿠르트 사장님은 혀를 찼다.

“뭐 파실 마음이 있으니깐 부르셨겠지요. 매대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외상으로 받아 넣으신 거지요?”

마트 사장님은 머리가 희끗희끗 벗겨지고 있는 50대의 사장님이셨는데,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부지는 임차하신 거지요? 정육점은 직영으로 하시는 겁니까? 아님 외부에 재임대를 준겁니까?”

빨리 인수해서 어플에 물건을 올리고 싶다 보니 궁금한 것부터 쏟아내었다.

“정육점은 재임대를 줬고, 내년까지 계약이오. 그쪽 말처럼 물건 대부분은 외상이니 가격 책정에는 별문제가 없소이다. 마트 임대 보증금은 3억이고, 월세는 400만 원인데, 정육점에서 40이 들어오니 360만 원이오.”

“정육점 보증금은요? 그건 얼마입니까?”

“정육점 보증금 5천에 물품 대금값이 밀려있는 게 2억이 좀 넘소.”

보증금이 3억 걸려있는데, 정육점 보증금 5천만 원에 대금 밀린 게 2억이면, 마트 사장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5천밖에 안 남은 것이었다.

말 그대로 억지로 버티고 있는 마트였다.

“보증금 걸린 거로 대금값과 정육점 보증금을 주면 5천이 남을 건데, 난 1억이 필요하오.”

걸린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으니 빼고 외상 대금 2억5천에 정육점 보증금 5천, 그리고 1억을 받고 싶다고 했으니 4억에 마트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실제 인수에 바로 필요한 돈은 1억이었기에 뭔가 싼 느낌 마저 들었다.

시세를 모르다 보니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확신을 못 했지만, 위치도 괜찮았기에 바로 계약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직원이 2명 있는데, 2명의 고용유지를 해줬으면 좋겠소.”

“2명요? 2명으로 이 정도 규모의 마트가 운영이 되던가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고 되어 있던데.”

“내가 카운터 비워두고 진열하고 하오.”

뭔가 인건비를 짜내가면서 버틴 것 같았다.

“그럼 그 두 분 고용계약 하겠습니다. 내일 바로 계약하죠.”

“그럼 대금은 언제 줄 수 있소?”

“당연히 계약서 쓰고 나서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극히 당연한 걸 이야기했는데, 야쿠르트 사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가 희끗희끗 벗겨진 50대 사장은 일어나서 내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이 새끼야! 우리가 바보 멍청이로 보이냐? 썩 꺼져라!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해!”

“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사기라니요?”

사기라며 몰아세우는 욕설에 어이가 없어서 황당했다.

“이 새끼야! 내가 이 수법 모를 것 같아? 거래처 대금 밀린 거랑 해서 인수하겠다고 해서는 명의 바꾼 후에 물건 팔아 치우고 뜨는 거 모를 것 같아? 김씨 경찰 신고해 이 사기꾼 새끼 여죄가 분명히 더 있을 거야!”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빨리 마트를 인수해서 물건들을 올리겠다는 생각에 서둘렀는데, 그러한 서두름이 이들 눈에는 사기를 치기 위해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 것 같았다.

나야 거리낄 것이 없었기에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고, 경찰이 와서 신원 조회를 했음에도 아무런 전과도 없고, 하자 그제야 원프라자 마트 사장님도 흥분이 가셨는지 입을 열었다.

“크흠. 미안하네. 계약하면서 명의부터 옮기게 해놓고는 받아둔 매대 물건들을 헐값에 팔아 치우고 도망치는 사기꾼들이 많다고 해서 오해를 한 것 같네. 미안하구만.”

“그런 사기가 많습니까?”

“많아. 전국적으로 대형 마트에 치여서 작은 마트들이 죽어가고 있다 보니 그렇게 힘든 마트들을 털어먹는 놈들이 있거든. 그리고, 비싸게 불렀는데도 무조건 산다고 하니깐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어.”

“맞아. 젊은 사장이 깎으려고도 않고, 그러게 바로 사자고 하니 호구를 잡은 거 같다는 생각보다는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요구르트 사장님이 옆에서 거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웃음이 나왔다.

“그럼 5천만 원 깎으면 됩니까?”

“아니, 그건 또...”

“내일 바로 5천 수표로 드리겠습니다.”

원프라자 마트의 오창훈 사장은 그제야 후회를 했다.

괜한 의심으로 5천을 손해 본 것이었다.

“하하하. 5천 더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뭐 좀 알아봐 주십시오.”

“뭘 알아봐 주면 되는 건가?”

“죽어가는 중소 마트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수영구랑 부산진구, 남구, 연제구에 있는 작은 마트 중에 문 닫을 거 같은 마트들을 좀 알아봐 주십시오.”

“햐아. 이거 말만 들으면 진짜 그 사기꾼 놈들 하는 방식인데. 죽어가는 마트 털어먹기 위해 리스트 뽑는 거 같잖아.”

“하하하. 아닙니다. 진짜 내일 거래할 때 경찰 입회하에 하고, 바로 수표로 드리겠습니다. 각 구마다 이런 소규모 마트를 둬서 이 어플로 주문받아 파는 걸 하려고 인수하는 겁니다. 무조건 계약과 동시에 돈을 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짜 경찰 입회하에 하는 거 맞지?”

“네. 내일 계약하고 수표 5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각 구마다 장사 접을 거 같은 마트 알아 와 주시면 5천 더 드리겠습니다.”

“햐, 이거 진짜 내가 사기꾼들 앞잡이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원프라마 마트의 오창훈 사장은 경찰이 왔다 갔음에도 사기꾼들의 수법을 쓰는 것 같다고 계속 긴가민가 의심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계약할 때 오창훈 사장은 경찰을 불러서 옆에 앉혔다.

경찰은 이런 일에 출동 못 한다고 했지만, 오창훈 사장이 중소 마트 털어먹는 놈들 같다고 꼭 와야 된다고 해서 경찰도 입회했다.

그리고, 은행에서 오늘자로 발행한 수표를 건네주자, 그제야 믿기 시작했다.

“진짜구만. 그럼 내가 각 구에서 힘들어하는 마트들을 한번 알아보고 알려주겠네. 그때는 5천을 꼭 더 줘야 하네.”

“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한 일주일만 마트에서 알바 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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