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74화 (74/203)

074.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입니다.

“무슨 카드? 너 회사 카드 들고 있잖아.”

“제가 서울 가서 진짜 배송의 민족이 건당 2천 원을 받는지 2천 원일 때 퀵 서비스 기사들 반응이 어떤지 알아보고 하려고요. 그러려면 새로운 사업자의 카드가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런 건 철저하네. 그럼, 내일 사업자 내고 계좌랑 카드 하나 만들어서 주마. 그런데 퀵 서비스 회사 이름은 뭐로 해줄까?”

“사장님 섬광의 녀석들 어떻습니까? 섬광처럼 촥! 치고 나가는 라이더! 엄청 빠르게 배달해 줄 것 같은 느낌 아닙니까?”

무영이 녀석의 말대로 빠르게 배달해 준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섬광이 빠른 느낌은 나는데, 섬광은 한번 번쩍하고 나면 사그라드는 거거든. 부정적인 느낌이 있어.”

“그럼 빠른 녀석들은요? 빠른 스피드 느낌이 팍 오는데.”

“나쁘지는 않은데, 녀석들 대신 친구들은 어떠냐? ‘빠른 친구들’ 어때?”

“오! 괜찮은 거 같은데요. 빠른 친구들. 좋은데요. 스피드 감과 친구라고 하니깐 친근한 느낌까지들고, 친구 없는 아싸들이 더 좋아할 거 같네요.”

“오케이. 그럼 이걸로 사업자 내도록 한다.”

***

이서는 자신이 맡은 일들을 밑에 직원에게 넘겨주고는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그러곤, 숙소로 잡은 비즈니스호텔에서 보이는 가게로 주문을 시켰다.

“..주문 후 18분 만에 기사가 도착. 흠. 역주행에 무단 횡단. 저거도 문제네.”

호텔에서 보이는 가게였기에 대로만 건넌다면 아주 가까운 거리였는데, 음식을 픽업한 퀵 서비스 기사는 신호도 무시하고 그대로 길을 가로질러 와버렸다.

“주문한 떡볶이입니다.”

“저기 기사님. 이거 배달하는 데 한 건에 얼마를 받으시는 거예요?”

“에? 왜요?”

“그냥 궁금해서요.”

“이건 거리가 가까워서 가게에서 천 원이고 손님이 2천 원 해서 3천 원 받네요.”

“아, 가게에서도 돈을 받는 거예요?”

“네. 그럼 갑니다.”

이서는 배달료가 영업맨이 이야기한 것과 다르자 3km 정도 떨어진 곳과 5km 떨어진 곳도 주문을 시켜봤다.

그리고, 배달온 기사들에게 물어보니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 비용 외에 3km는 1500원 5km는 2천 원을 가게에서 받는다고 이야길 들었다.

결국 양쪽에서 3천 원에서 4천 원을 받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서류 전달이 5000원부터 시작이니 3~4천 원이면 퀵 서비스 기사들이 다 일 받겠다고 하겠네.”

이서는 배달온 음식을 먹으며 어플의 가게 평점을 확인했다.

음식에 대한 평점은 가능해도 배달원에 대한 평점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음식점은 제때 음식을 만들어서 보냈는데, 기사가 퀵 서비스처럼 다른 일거리 받아서 늦게 오면 음식점만 욕을 들을 것 같은데. 뭔가 방지책이 없나?”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 후기를 남길 때 배송이 빨랐는지 배송에 대한 품평도 하는데, 음식 배달에는 배달기사에 대한 품평이 없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왜 배달기사에 대한 평가 항목이 없는지 알 것 같았다.

‘배송의 민족’이나 ‘저기요’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배달기사를 쓸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퀵 서비스 사무실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배송기사의 평점을 매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게 입장에서도 그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퀵 사무소를 계속 이용해야 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 사장님이 맞았네. 이 두 곳은 자본력이 없다 보니 어떻게든 퀵 서비스 기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우리가 더 나아.”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서도 당연히 서비스적인 측면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주문한 3개의 음식을 가져온 기사는 모두 다 헬멧을 쓰고, 검은색의 옷에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무릎 보호대나 헬멧은 안전 장구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며칠이나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옷에 때가 묻은 장갑을 끼고 먹는 음식을 가져다주는 건 거슬렸다.

“여자들은 이런 거 무조건 싫어한다구.”

퀵 서비스 기사들은 왜 다 저런 옷을 입을까 생각하다 사고가 났을 때 저런 검은색의 두꺼운 점퍼 같은 복장이 몸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도로교통을 무시하며 역주행과 무단 횡단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오토바이 선수들이 입는다는 라이더 안전 슈트에 빠른 녀석들이라는 이름을 새겨서 입히고, 오토바이도 랩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빠른 친구들 소속의 오토바이라는 게 바로 표가 나니 양심에 찔리든 단속에 쉽게 당하든지 해서 알아서 교통 법규를 지키게 만들 생각이었다.

음식을 먹고는 밖으로 나가 몇 곳의 퀵 서비스 사무실을 기웃거렸다.

“저기 퀵 서비스 기사 여자도 할 수 있는가요?”

“당연하죠. 여자 기사님도 계세요. 오토바이는 있어요?”

“네. 오토바이는 있는데, 여긴 사무실 출근 조건이 어떻게 되는가요?”

퀵 서비스 사무실 입장에서는 한 명의 라이더라도 더 있는 게 자산이었기에 이서를 앉혀두고는 사무실 조건을 설명했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오토바이 리스도 해주고, 건별로 번 월급에서 차감해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덕분에 이서는 퀵 사무소들의 조건들을 따져볼 수 있었고, 퀵 기사들과 이야기도 나눠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퀵 서비스 기사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일단 없었고, 다들 할 게 없어서 혹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잠시 이 일을 한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오토바이 자체를 좋아해서 타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심부름과 같은 퀵 서비스 일에 자부심이나 만족감을 느끼기는 힘들 터였다.

또 다들 주문 콜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자영업자이다 보니 소속감도 없었고, 기사들 간의 단합 같은 것도 없었다.

KTX를 타고 내려오며 이서가 생각한 것은 기사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키워줘서 프로답게 일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안전이나 본인들 직업의 이미지를 위해서 교통 법규를 지키게 만드는 인식 개선도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의 자부심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

“사장님. 이종민 실장님이 지금은 크게 할 일이 없지요?”

퀵 서비스 사무실 자리를 위해 이서를 만났는데, 갑자기 이종민 실장을 이야기하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종민 실장님이 김민욱 과장님이나 다른 영업 하시는 분들 게 영업에 대해서 가르치고 교육을 하셨잖아요.”

“그렇지. 가장 더러운 꼴 많이 본다는 제약 영업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밑바닥 영업부터 제대로 사람을 가르치고 있지. 그런데 왜?”

“그런 영업 철학 같은 것을 퀵 서비스 기사들에게 가르쳤으면 해서요. 지금 초기에는 무영이랑 친구들을 월급을 줘가면서 쓰고 있지만, 나중에 일이 많아지면 일반 기사님들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요.”

이서는 서울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사람과 사람이 대면해서 음식을 줘야 하는 것이라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길 했다.

“특히나, 나이 드신 기사님들은 다른 일을 하시다 어쩔 수 없이 오신 분들이 많다 보니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책임감이나 서비스 정신 같은 걸 교육으로 어떻게 개선 시킬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방법 같은데. 일단 우리 ‘푸드 딜리버리’의 장점이 될 수 있겠어. 난 방금 어떤 생각을 했냐면, 우리 소속 직원 기사님은 다른 기사님들보다 친절하고 깔끔한 서비스를 하기에 돈을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아, 그것도 생각했어요. 서류 전달의 경우에는 다른 건과 같이 가는 게 기본이에요. 1건만 바로 가져가는 특 송달은 돈을 더 받거든요. 음식 주문도 그렇게 프리미엄으로 돈을 더 받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 천 원 차이라면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겠지. 그런 프리미엄 서비스도 먹힐 거야. 그런데, 이서 대단하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이제 제가 책임자니깐요. 배가 고파서 급한 사람은 천원 더 부담하더라도 바로 배송을 시킬 것 같다고 서비스 이름도 ‘바로 배송’이라고 이름도 지었어요.”

이서는 이런 사항들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 개발팀 회의에 들어가서 전달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서비스 추가되었다고 개발자들 싫어하겠는데요.”

***

“서울과 부산의 퀵 서비스 사무실을 살폈는데, 전화로 일을 받는 실장과 기사들과 통화하는 전화 담당 직원이 고정으로 있고요. 그 앞으로는 소파를 두어 기사들이 대기하는 구조였어요. 인력 사무소와 비슷하더라구요.”

“인력 사무소와 다른 건 사무소 앞으로 오토바이를 쭉 세워두는 거겠지. 사무실을 구할 때 오토바이를 세워두는 것도 고려해야 해.”

“그럼 딱 1년만 상징적인 의미로 저기 어떨까요?”

이서가 가리킨 곳은 해운대 센텀에 들어선 대학교 분교가 보이는 번화가였다.

편의점이 입점해 있다가 폐점한 곳인데, 1억에 300만 원짜리로 15평밖에 안 되는 작은 점포였다.

“라디오 광고를 하지 않고 명함 돌리는 영업만 한다면 저기에 간판을 설치하고 랩핑한 오토바이를 세워두기만 해도 광고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이서의 말을 듣고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근처가 번화가이다 보니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가 시작될 때 픽업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좋네. 일단 인도도 넓고, 편의점 밖의 테이블을 치우고 오토바이를 세워두면 되니깐. 저기로 하자.”

바로 가게를 계약했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나오자, 명함 형식의 홍보물을 대량으로 찍어내었다.

회사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로고와 기사들이 입을 슈트에 넣을 디자인과 헬멧, 오토바이 랩핑까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간판을 올리고 창원에서 오토바이 대리점을 하는 외삼촌에게 10대를 사서 가게 앞에 쭉 세워두자 겉모습이나마 퀵 서비스 사무실이 완료되었다.

소파 대신에 긴 테이블을 놔두어서 엎드려 잘 수 있게 만든 것을 빼면 다른 퀵 서비스 사무실과는 다른 것이 없었다.

거산에서 운영하는 해운대 센텀 시티 내의 구내식당에 ‘빠른 친구들’의 명함 쿠폰이 비치되었고, 비즈니스 빌딩 특성상 400곳이 넘는 업체들이 있다 보니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네. 첫 건은 무조건 5천 원이고, 2번째 건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십니다. 이후 6번, 9번째에도 부산 시내에서는 무료입니다.”

“연제구로 가는 거, 운동화 상자 크기라는데 더 클 수도 있어요.”

무영이는 오토바이와 함께 받은 핸드폰 카톡의 주소를 클릭했다.

네이버 지도가 바로 뜨며 주문 건이 바로 확인되었다.

보통 퀵 서비스는 3~4건이 모여야 출발을 하지만, 일이 없다 보니 바로 출발했다.

“빠른 친구들? 거기 사무실은 어때? 젊은 사람들이 한다고 하던데. 오토바이랑 다 받은 거야? 랩핑 멋지네.”

신호대기를 하는 무영에게, 다른 사무실 기사들이 궁금하다며 물어왔다.

“네. 저는 월급 계약해서 옷, 헬멧, 핸드폰, 오토바이까지 다 지급 받았어요. 일반 출근 기사들도 컵라면 무상 제공이고 콜 수수료 제외하면 출근비나 다른 수수료도 다 없어요.”

“뭐? 그게 말이 되냐? 출근비가 없다니?”

출근비나 다른 수수료가 없다는 말에 로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빨빨거리며 옆으로 왔다.

“그런 거기랑 다른 사무실 공유 뛰어도 상관없는 거야?”

“네. 사무실 여러 개 뛰어도 상관은 없는데, 지금은 일이 아직은 몇 없어요.”

“아, 일이 아직 없다면 빠이네.”

퀵 기사들은 수수료가 없다는 게 마음에 든다며 이야길 하다 신호를 받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빠른 친구들’ 퀵 서비스 사무실이 수수료가 없다는 게 알려졌고, 사무실 여러 개를 뛰는 기사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서는 그런 기사들 중에서 인성이 괜찮아 보이는 이들에게 교육을 받으면 2만 원 교육비를 준다고 서비스 교육을 시켰고, 따로 한두 명씩 포섭해 나가기 시작했다.

***

무영이의 말마따나 이서가 사람 관리를 하면 퀵 서비스 사무실을 무리 없이 돌리자 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해운대 구청에 가볼까.”

해운대 구청에 볼일은 지역경제과였지만, 사회복지과로 먼저 움직였다.

일전에 긴급구호 물품 건으로 해서 사회복지과 6급 공무원인 김선희와 안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주사님.”

재작년 라면 납품 건으로 왔을 때도 예뻤는데, 지금 봐도 예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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