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주문배달 어플. (3)
“배송의 민족? 살펴보니깐 음식을 배달해 주는 건가 보네요.”
“그래. 이런 어플 만드는 게 많이 어렵냐?”
“흠. 메뉴를 주문해서 그 결괏값이 가게에 가게 하는 거네요. 프로그램상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돈 결제 부분이 들어가는 건 제가 해본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야?”
“네. 로직은 쇼핑몰하고 비슷해서 이미 만들어진 소스들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문제는 상품을 결제할 때 카드, 현금 수수료 공제하고 하는 정산 부분이 복잡할 거예요.”
“그런 정산 회계 부분 전문으로 하는 개발자 아는 사람 있냐?”
“학교 동기나 선후배 찾아보면 있을 것 같은데 근데, 형은 라면 쪽 공장 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웬 어플이에요? 아버지한테 듣기로는 무슨 떡볶이 가게도 한다고 하던데.”
“새로운 사업을 한번 도전해 보는 거지. 예전 상가정보 책자처럼 쏠쏠하게 돈이 될 거 같거든.”
“근데 형. 이 어플 만드는 게 좀 웃긴 게, 어플 만들어 주는 개발 회사는 돈을 버는데, 그렇게 어플 만들어서 서비스하는 업체 중에서는 게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돈 버는 곳이 없어요.”
“그건 왜 그런 건데?”
“어플 앱이라는 게 사람들이 많이 설치를 해 주고 그 서비스를 이용해 줘야 돈이 되는 건데, 우선 어플을 설치하게 하는 게 힘들어요. 보급이 일단 어려워요.”
“이건 음식 배달이니깐 좀 쉽지 않겠냐?”
“뭔갈 시켜 먹을 때마다 필요하긴 할 것 같은데, 우리가 하루에 한 번 무조건 배달시켜 먹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전 형이 이 어플로 사업하는데 그렇게 찬성하지를 않아요. 제 주위에서 무슨 어플 프로그램 만들어서 대박낼 거라고 창업했던 사람들 중에서 성공한 사람이 없거든요.”
석건이의 이야길 듣고 보니, 가게를 할 거라고 몸이 달아 있던 매제와 내가 같아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짜식이 그럼 이 형이 그 성공한 첫빠따가 되어 주마. 너 SI업체에서 얼마 받냐? 지금 받는 거에 50% 더 주면 형 회사로 이직할래?”
“에? 저 4천 받는데, 6천 주실 거예요?”
“6천? 더 쓰마 8천 준다. 대신에 내가 이쪽을 전혀 모르다 보니깐 네가 실장으로 사람 뽑고 프로젝트 다 해야 해. 개발 쪽을 네가 다 책임 줘 주는 조건이야. 할 수 있겠어?”
“연봉 8천이면 콜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이직을 고민했거든요.”
“그럼, 언제 회사 그만두고 나올 수 있냐?”
“도로 공사 쪽에 파견 나가서 운영관리 하는 일이라 다른 사람 구하면 바로 그만둘 수 있죠. 근데, 회사는 어딘데요? 산청인가 거기라고 들었는데, 거기서 할 거예요?”
“거긴 너무 인프라가 없어서 부산으로 했으면 하는데, 무조건 서울이어야 하는 거냐?”
“무조건은 아닌데, 회사가 지방이면 서울 출신들이 잘 안 내려가려고 하는 게 있어요.”
“그럼, 뽑는 개발자들의 수준도 차이가 나는 거야?”
“뭐, 조금 차이가 있긴 하죠. 스카이 출신이 확실히 머리가 좋긴 하거든요.”
“그래? 우리 학교 후배들은 컴공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쪽으로 아는 애들이 없어서 찾아보지도 못했는데.”
사실 석건이에겐 미안하지만, 모교 후배들 중에 컴공이나 개발자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수소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외향적인 응원단에는 컴퓨터 관련 사람이 거의 없었고, 두 다리 건너 아는 사이가 있었지만, 학교 다닐 때 얼굴도 모르고 했던 사이들이라 이종사촌인 석건이에게 온 것이었다.
“스카이 출신 개발자면 다 네인버, 칸칸오 같은 IT 대기업 쪽으로 다 가고 지방이나 스타트업에는 안 갈 거예요. 사무실이 부산이라면 부산대나 경북대 같은 지역 거점 대학 출신 개발자를 뽑는 게 맞을 거예요. 사실 스킬은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석건이의 말을 들으니 맞는 것 같았다.
스카이 출신이면 다들 대기업 IT 쪽으로 갔거나 미국의 글로벌 회사에 들어가려고 할 터였다.
아니면 다들 창업해서 벤처사를 차렸을 것 같았다.
“그럼, 네가 이 어플 살펴보고, 개발자들도 네가 한번 구해봐 봐. 이달 말까지는 세팅해서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해.”
“일정이 타이트하네요. 근데 형. 개발자 연봉은 얼마까지 줄 수 있는데요?”
“너랑 같은 8천까지는 가능한데, 막 8천 연봉 개발자 10명이 필요하고 한 건 아니지?”
“이게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PM하고 메인 개발자 1명에 정산 회계 쪽 개발 경력 있는 사람 1명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 둘도 8천 연봉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구요. 근데, 형 돈 많이 벌긴 벌었나 보네요. 8천 연봉도 막 그냥 준다고 하고.”
“직원만 벌써 17명이야. 아직은 중소지만, 충분히 여력 있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사람 뽑아봐.”
“그럼 그 둘 밑으로 서브로 2~3명 붙여주고, 디자이너도 있어야 하고 하니깐 일단 저 포함 7~8명 정도면 될 거예요.”
어플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인적 구성까지 계산해 내는 걸 보니 사촌 동생이지만, 나름 잘 찾아온 것 같았다.
“오케이. 그럼, 너만 믿는다. 일단 퇴사하고 부산으로 오면 연락해. 사무실은 해운대에 구해두마.”
***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서울에서 하는 것이 무조건 맞았다.
특히나 IT 관련업이라면 더 그랬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에서 살고 있으니깐.
하지만, 내가 부산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배송의 민족’을 만든 곳에 대해서 살펴보다 보니 ‘저기요’라는 비슷한 성격의 어플도 있다는 걸 알았다.
즉, 벌써 나 같은 후발주자들이 냄새를 맡고 들어왔다는 말이었다.
기존의 상가정보 같은 책자를 만드는 업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을 할 터였다.
그 두 곳과 같이 서울에서 싸우며 힘을 빼기보다는 연고지 홈그라운드에서 장점을 가지고 시작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예 없던 서비스가 생기는 것이기에 분명 초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 부분을 부산에서 수정해서 문제없이 만든 후 서울로 진출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더구나 두 곳 모두 신생기업이었으니 지방에는 신경도 쓰지 못할 것이고, 부산권에 먼저 서비스를 적용해 선점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해운대의 특성을 파악한 것도 있고, 이전 구호 물품 관련으로 해운대 구청과 접촉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었기에 부산 해운대부터 잡기로 했다.
우선 지자체 라면 쪽 영업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종민 실장과 김민욱 과장을 부산으로 불러 내렸다.
지자체 라면 쪽은 이제 3개 업체에서 다 나눠 먹었기에 신규 영업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해서 기존 관리를 해줄 대리급을 두고 이 사업의 선봉장이 돼줄 둘을 부른 것이었다.
“음식 배달 어플이라. 뭔가 새로운 장르네요. 그럼 민욱이랑 가맹가게들을 영업해야 하는 겁니까?”
“맞아. 그게 맞는데, 일단은 어떤 영업이 될지 알 수가 없어. 개발자들 회의에 참석해서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두 사람도 공부를 같이 했으면 해.”
“네. 그러지요. 근데, 어플 이름은 뭡니까?”
“일단 ‘푸드 딜리버리’로 정했는데, 그것도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더 좋은 이름이 있으면 바꿔야지.”
**
“자, 지금 ‘배송의 민족’이나 ‘저기요’의 경우에는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 주문 건을 PC로 확인한 직원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주문 건을 바로 업주의 핸드폰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할까 합니다.”
콜센터 직원을 고용하지 않게 어떻게든 자동으로 주문을 업주에게 알려주는 게 필요했다.
“사장님. 그런데, 이게 문제가 있습니다. 가게 점주가 가게에 없거나, 통화 중이고 할 때는 그 정보를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주문이 늦어지거나 할 거 같은데요?”
메인 개발자로 합류한 강민호였다.
“강민호 씨 말이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전화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주문전용 폰을 하나 두지 않을까요?”
“주문이 많아진다면 그렇겠지만, 초창기에는 그렇게 하는 가게가 있을까요? 더구나 가게 중엔 영세한 분식점도 있을 겁니다. 그런 곳은 주문받는 전용으로 핸드폰을 따로 두기 힘들 겁니다.”
“맞습니다. 또, 50대 이상의 경우에는 핸드폰 어플을 자유자재로 쓰기도 힘듭니다. 일일이 주문 확인을 못 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정산/회계 전문 개발자인 채학인이었다.
이야길 듣고 보니 50대는 물론이고 핸드폰에 신경을 안 쓰는 40대도 어플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흠. 그럼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아예 우리 전용 핸드폰을 가맹하는 업주한테 주는 게 맞을까요?”
“사장님. 그러면 비용이 확 올라가게 되는데요. 보급형 핸드폰도 30만 원 이상 할 건데, 쓰기 위해서 데이터 요금도 매달 내어야 한다면 업주들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이걸 또 우리가 다 떠안게 되면 고정비용이 너무 많이 나갑니다.”
비용 부분이 나오자 이서가 나섰다.
“가게마다 있는 포스기(POS)에 프로그램을 깔아줘서 포스기로 확인하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영수증 프린트기로 주문 내용을 바로 출력도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니 학인 씨가 포스기 개발 회사 쪽에서 일했었죠? 영수증 프린터기로 주문사항이 나오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가게에 있는 포스기에 우리가 마음대로 뭘 설치하고 할 수 있는가요? 제가 알기로는 포스기는 임대해서 쓰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포스기 업체와 협의를 하면 설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어떻게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포스기를 가게마다 놓아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채학인이 포스기 개발 출신이라 그런지 포스기에 집착하는 거 같았다.
“그거 비싼 거 아닙니까? 한 끼 떡볶이집 오픈할 때 비용 부분에 봤을 때 100만 원 이상씩 하던데요.”
“네. 소비자가 구매할 때는 그렇게 비싼데, 실제 제조원가는 50만 원 이하입니다. 포스기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게 없습니다. 그냥 일체형 PC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포스기를 우리가 놓아준다면 자연스레 ‘푸드 딜리버리’ 어플에 가입을 시키게 되는 겁니다.”
“흠. 진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네요. 물론, 포스기를 놓아준다고 하면 가맹 영업은 쉬워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역시나 비용이 문제네요.”
“그 문제는 해결이 가능합니다. 사실 스타 코퍼레이션에 입사할 때 회사 쪽으로 좀 알아봤습니다.”
“우리 회사를요? 뭘 알아봤습니까?”
“회사에 충분한 자본력이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걸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채학인은 자신이 준비한 종이를 돌렸다.
“이 포스기를 놓아 주는 게 ‘푸드 딜리버리’만의 사업이 아닙니다. 전자결제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자결제요?”
“네. 포스기에는 각 매장의 계산 결제를 위한 프로그램이 깔리는데, 그 프로그램에는 카드 결제 모듈인 VAN(Value Added Network)이 들어갑니다. 자금력이 충분하다면 이 VAN사 사업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포스기를 설치하는 비용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고, 3년 이내로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어플을 만들어 음식 배달을 하며 수수료 뽑아 먹는장사를 생각했는데, 뭔가 야망 가가 회사에 들어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