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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71화 (71/203)

071. 주문배달 어플. (2)

“운영이 주먹구구식인 그런 퀵 사무소가 대부분이냐?”

“네. 그런 데가 대부분이에요. 그 광고에도 많이 나오잖아요. 555-5XXX번 하면서 하는 거도 있고, 삼삼삼에 XXXX 하는 곳도 있고요.”

이야길 듣고 보니 라디오 광고에서 듣던 번호가 몇 개 떠오르긴 했다.

회사에서 주로 서류를 급하게 보내야 할 때 이용을 했었는데, 무영이의 이야길 듣고 보니 새삼스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렇게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사무실로 옮기면 되는 거 아니냐? 차별받으면서 꼭 있을 필요는 없잖아. 자영업자인데.”

“그게 다른 사무실로 옮기면 또 막내가 되어서 그래요. 이제는 좀 덜해졌지만, 군대식으로 돌아가는 곳이 많아요. 먼저 들어온 사람이 가장 쉬운 일을 받아 가는 그런 구조라.”

“이야, 거기도 구조적으로 어마어마하게 꼬여있네.”

“네. 또 이게 출근비라고 해서 사무실 나오는 돈도 있고, 콜비도 따로 수수료 받고, 다른 사무실이랑 두 개 공유받아 할 때는 또 공유비라는 걸 내는 곳도 있다 보니 그런 조건들이 다 맞는 사무실로 쉽게 옮겨가기가 어려워요.”

“출근비? 퀵 사무실에 출근해서 대기하는데 돈을 내고 또 일을 받는 거에 대한 수수료도 내는 거야?”

“네. 일을 주는 사람이 오야니깐요.”

“이야, 그거 수수료 장사 좀 짭짤하겠는데.”

“네. 결국 사람장사예요. 일거리 연결해주는 중간 사장이 돈을 버는 거죠.”

기술 없이 어중간하게 회사를 나온 50~60대들이 오토바이나 다마스로 배송일을 많이 한다고 듣자 뭔가 약자를 쥐어짜는 구조 같았다.

“흠. 좋지는 않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퀵서비스라고 통칭해서 부르는 일에도 나름의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었고,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져 있는 거였다.

어플로 주문 배달일을 하려면 이런 퀵서비스 업체와 연계를 해야 하는데, 왠지 노가다 인력사무소와 같다는 생각에 관리가 까다로울 것 같았다.

더불어,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는 라이딩 복장에 여러 보호구와 헬멧을 쓰고 일을 하는 퀵서비스 기사들을 떠올리자 음식 배달과 맞을까 하는 고민도 되었다.

땀에 절어있는 라이딩 복장으로 음식을 배송하게 되면 무던한 사람은 그냥 넘어갈 테지만, 예민한 사람은 이런 거로 태클을 걸 수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일반 사복을 입고 일을 하는 중국집 배달원들의 복장이 떠올랐고, 지금의 퀵서비스 기사들보다는 중국집 배달원과 같은 느낌의 외양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무영아, 중국집 배달원처럼 월급을 받으면서 4대 보험 가입이 되는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건 어떠냐?”

“보험이 다 되고 월급을 주는 거라면 좋죠. 교통사고 보험까지 된다면 한 달에 50 정도 덜 받아도 거기가 낫죠.”

“아, 교통사고도 고려해야 하구나.”

직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사고가 났을 때 개인 사업자로 일을 받아 간 것이라 원청이라 할 수 있는 본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고용을 해야 중국집 배달원처럼 옷이나 서비스 마인드를 컨트롤 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교통사고 같은 리스크를 피하고자 그냥 기존의 퀵서비스 업체를 이용해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했다.

분명 이득은 퀵서비스 사무실을 이용하는 것이 이득일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선발 업체인 ‘배송의 민족’과 차별성이 없을 터였다.

일의 연속성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직고용이 답인 걸 아는데, 책임지고 떠안아야 할 부분이 너무 컸다.

인사 노무 관련으로 해서 더 알아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지 전문 변호사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저희는 제대로 배달만 해준다면야 그 어플을 안 쓸 이유가 없죠. 수수료가 없다면 다 쓰죠.”

매제의 소개로 해운대에서 돈가스&메밀국수를 하는 점주를 소개받았는데, 그는 배달비도 손님이 부담하고 수수료도 없다면 무조건 쓰겠다고 했다.

“일회용품 문제나 배송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많이들 주문하실 것 같네요. 예전에 병원에 입원하신 분이 우리 집 돈가스가 먹고 싶어서 퀵서비스로 해서 가져다 드셨는데, 그때 물어 보니 배달료로 5천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2천 원으로 배달이 된다면 충분히 활성화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업체들은 다 대 찬성이었다.

직접 배달원을 쓰는 치킨집 사장에게도 물어봤는데, 당연히 찬성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고개를 저었다.

“퀵서비스 기사가 그렇게 한 건에 2천 원씩 받고 일을 한다고 하던가요?”

“서울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10km 이내이다 보니 그렇게 2천 원으로 된다고 하더군요.”

“저어-얼대 아닐 겁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2천 원으로는 아닐 겁니다. 치킨 배달이 밀리면 제가 다 배달을 못 해줘서 어쩔 수 없이 외부기사들을 쓰는데, 그 배는 받습니다.”

“치킨집 말고 중국집도 그런가요?”

“그럴 겁니다. 퀵서비스도 야간에는 택시처럼 할증이 붙습니다. 해만 지면 할증이 붙습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시간에 2천 원으로 배송을 해 준다? 절대 안 그럴 겁니다. 2배는 되어야 해줄 겁니다.”

치킨집 사장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배송의 민족 영업맨의 말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 같았다.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배달료를 고객이 내는 2천 원으로 된다고 혀를 굴렸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하나를 속였다면 수수료가 없다는 것도 영업을 위한 거짓말일 수 있었다.

아니면 배달료가 고객에게 2천 원, 가게 업주에게 2천 원 해서 4천 원일 수도 있었고, 수수료 대신 다른 항목으로 돈을 받아 내는 것일 수도 있었다.

혹시 몰라 다른 중국집 사장과도 이야기를 해 봐도 2천 원 대로 배송해 주는 퀵서비스 기사가 있다면 바쁠 때 당장 쓰고 싶다고 했다.

“퀵서비스 기사들이 다 자영업자인데, 당연히 더 편한 일 하고 싶어 하고 천 원이라도 더 주는 일 맡고 싶어 한다고. 무조건 2천 원으로 한다면 기사 구하기가 어려울 거라. 특히나 제일 바쁜 저녁 시간에 그렇게 되면 천 원이라도 더 주는 가게에서만 배달하려고 할걸.”

“어플에서는 그렇게 돈을 올리고 하는 게 없을 겁니다.”

“허허. 이 사람아 무조건 다 컴퓨터니 핸드폰이니 다 되는 거 같지만, 안 되는 것도 많아. 그 어플이라고 하는 데서 무조건 2천 원이라고 하더라도 가게 사장이 그냥 배달할 때마다 천 원씩 더 줘봐. 그럼 그 집으로 기사들이 다 몰릴걸.”

중국집 사장님 이야길 듣고 보니 너무 시스템만 생각한 것 같았다.

“더구나 중간에 잘못 배송되고 한 거로 화를 내면 기사들이 그 집 안 오지. 아마 그 사무실에서 우리 중국집 배달 전화 오는 걸 안 받아버릴걸.”

중국집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무영이에게 퀵서비스 사무소의 악·폐습을 들었기에 전화가 와도 안 받고 배송을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리스크라던지 고용비용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간접고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맞았지만, 이런 서비스 측면을 생각한다면 직접 고용이 무조건 맞을 것 같았다.

어느 쪽이 더 이득일지 판단할 수 없어 인사 노무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다.

***

“흐으음. 배송 대행 일인데, 서비스 품질 때문에 직접 고용을 하겠다라. 비용이 확실히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네. 그래서 왔습니다. 직고용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손해를 정확하게 산출해내고 싶어서요. 퀵서비스 사무소를 컨트롤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직고용이 답인 거 같은데, 그럴 경우 비용 차이가 어느 정도 일지 궁금합니다.”

“흠. 이게 규모에 따라 다른데, 배송기사 100명을 기준으로 하고, 월급은 200만 원으로 잡겠습니다. 중국집 배달원의 평균 사고율과 배상금액, 중증 장애 후유증일 때의 특별사례까지 넣고 하면. 대충 러프하게 계산해도 간접고용에 비해 10배 이상 더 비용이 증가합니다.”

계산을 위한 표를 보니 간접고용일 때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월급과 4대 보험이 컸다.

100명이면 월급만 한 달에 2억이었다.

2억을 배송 2천 원으로 메꾼다면 한 달에 5만 건을 쳐내야 했다.

하루로 따지면 1700건의 배송을 처리해야 했고, 1명당 17건이었다.

여기에 기름값이나 오토바이 등에 들어가는 다른 비용이 추가된다면 비용은 더 올라갈 터였다.

“이쪽 업계가 간접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네요.”

“그럼, 직접과 간접의 중간 정도는 어떻습니까?”

“중간 정도요? 그건 어떤 형태인가요?”

“업계에서 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사장님이 인력사무소를 하나 차리는 겁니다. 한마디로 그냥 사장님이 하시는 일만 받아서 하는 퀵서비스 하청 업체를 차리는 거죠.”

건호는 그게 기존 퀵서비스 사무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바로 알지 못했다.

“배송을 전담하는 자회사인 거죠. 그렇게 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원하시는 서비스 품질의 향상도 가능합니다. 그저 다른 비슷한 퀵서비스 사무실에 비해서 수수료를 안 받으면 되는 겁니다.”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수수료를 아예 안 받는 사무실이라고 하면 기사들이 알아서 몰려올 겁니다. 그러면 원하시는 유니폼을 입어주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다들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을 겁니다.”

무조건 직고용만이 서비스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인력사무소에 나오는 건설 인부나 퀵서비스 사무실에 나오는 기사들도 다들 정보를 공유합니다. 어디 사무실이 좋단다. 어디는 며칠 일해주면 보너스를 준단다. 하는 이야기를 서로 합니다. 중간에 수수료만 안 떼도 그 사무실에 알아서 줄을 설 겁니다.”

“기사들이 몰리면 우리 사무실 일 받으려면 씻고 와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을 걸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게만 하셔도 사장님이 원하시는 서비스는 뽑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거기다, 사람은 교육의 동물입니다. 서비스 마인드라던지 행동에 대해 수당을 주고 교육을 받게 한다면 서비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서비스직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될 겁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요.”

인사 노무 전문 변호사라 면담에만 50만 원이 들어갔지만, 그 돈은 충분히 다 뽑은 거 같았다.

***

내 딴에는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소비자의 입장과 업주의 입장을 확인했고, 그걸 이어주는 배달기사까지 어떻게 운영할지 구상되자 이제 실제 어플을 만들고 영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배송의 민족이라는 업체에 대해서 좀 조사를 했다.

올해 초에 만들어진 벤처기업이라고 했는데, 아직 큰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벤쳐일 때 인수를 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 가격을 알 수가 없었고, 특허나 그런 것이 묶여있는 게 아니었기에 인수할 돈으로 내가 만드는 게 더 저렴할 터였다.

투자를 받지 못해 지지부진하다고 했으니 후발 주자라도 빨리 뛰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어플을 만드는 개발일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모를 때는 법의 전문가인 변호사를 찾는 것처럼 전문가를 찾으면 되었는데, 문제는 그런 어플 개발의 전문가도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이종사촌 이석건을 찾았다.

큰 외삼촌의 아들이었는데, 이제 서른 살로 서울에서 SI업체에 다니고 있다고 했었다.

“그래 석건아 SI업계 쪽은 좀 괜찮아? 넌 뭘 개발하는데?”

“계측제어 쪽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터널에 들어갈 때 위에 보면 환풍을 위해 날개 돌아가는 거 있죠?”

“어, 그래 봤어.”

“그거 제어하는 프로그램 쪽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음. 그럼 이런 어플 같은 건 못 만드는 거냐?”

“어떤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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