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주문배달 어플. (1)
“배송의 민족요? 처음 들어보는 거 같은데. 그게 어떤 겁니까? 뭘 배송해주는 건가요?”
“아, 네. 그게 핸드폰 어플로 배달 주문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보통 상가정보, 상가인포 같은 노란책으로 나오던 것을 핸드폰 어플에 집어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쿠폰 북 하는 업체랑 비슷한 거군요. 쿠폰 북은 이미 다녀갔습니다. 제안서를 주시면 보고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제안서는 여기 있습니다. 근데, 쿠폰을 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건 한번 보셔야 이해가 쉽니다. 여기 보시면 어플에 요리 종류별로 가게들이 등록되어 있고, 이 가게에서 올려둔 음식을 보고 어플로 주문을 하는 겁니다.”
“오. 그런데, 어플로 주문을 하면 이 가게에는 어떻게 연락이 가는 건가요?”
“네. 주문이 들어오면 저희가 가게에 연락을 해서 배송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 어플이라고 하길래 뭔가 혁신적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네요. 주문을 받아서 다시 전화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라니.”
“하하. 그렇지요. 지금은 이렇게 주문을 받으면 전화로 연결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에 점주 전용 어플도 나올 예정입니다. 주문이 오면 점주의 어플에 문자처럼 주문 내역이 가는 것이지요.”
“오, 그건 괜찮겠네요. 전화로 주문하는 거보다 좋을 것 같네요.”
영업을 위해 혼자 서있는 게 안쓰러워서 설명을 들어줬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이것도 나름 괜찮은 사업 같았다.
보통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는 전화번호부처럼 노란색의 상가정보, 상가인포 같은 책이 나오는데 이게 돈이 되는 건지 10여 종이나 있었다.
책 형태로 나오는 것도 있고,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이는 형태도 있어서 나름의 상업적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는 시장이었다.
그런 상가정보 책을 어플로 넣을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나름의 혁신을 추구한 것이었다.
문제는 저 어플을 상가정보 책처럼 사람들이 깔아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괜히 핸드폰도 해킹이 된다는 생각에 기본 어플 외에는 아예 설치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음식 주문을 위해 어플을 설치할까 싶었다.
물론, 지금 엄청나게 치킨이 먹고 싶은데, 상가정보 책이 없다면 저거라도 깔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먼저 저런 어플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했다.
그런 홍보와 어플 설치가 우선시 되지 않는다면 그저 어중간한 서비스가 될 뿐이었다.
뭔가 상가정보 같은 아날로그 책을 디지털 어플로 바꿔가야 하는 게 힘들 것 같았다. 물론, 되기만 하면 돈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궁금한 게 또 있는데, 고객이 주문을 하게 되면 누가 음식을 배송해주는 겁니까? 중국집 같은 경우에는 배달원이 있지만, 우리 같은 매장은 배달원이 없는데.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쪽에서 가져다 주는가요?”
“네. 서울의 경우에는 저희와 계약하신 퀵서비스 기사님들이 음식을 배송해줍니다.”
“오! 그릇 수거까지 하는가요?”
“그릇 수거는 왕복해야 하기에 일회용품으로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야 배달료가 한 번만 나오니깐요.”
“계약한 기사가 있다면서요?”
“주문을 하게 되면 주문하는 고객님이 그 배달료를 내게 되어 있는데, 천원에서 2천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배송을 할 수 있게 계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 그런 계약이군요.”
일회용품 그릇으로 퀵서비스 기사가 가져다주는 음식이라서 조금 애매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가게가 신촌인데, 관악구에서 주문이 오면 어떻게 됩니까?”
“아, 그건 핸드폰에 있는 GPS 기능을 이용해서 근처 10km 이내의 가게만 보이게 됩니다. 거리가 먼 곳은 애초에 어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10km 이내이기에 퀵서비스 기사님들이 싼 가격으로 배달을 해주시는 겁니다.”
“그렇군요.”
뭔가 상가정보 책을 그대로 어플화 시킨 게 아니라, 배송까지 융합한 서비스인 것 같았다.
“그럼, 가게 입장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건수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배송의 민족에 내면 되는 건가요? 얼마 정도입니까?”
“아닙니다. 수수료는 없습니다.”
“에? 수수료가 없다고요? 그럼 월정액으로 몇 건 이상이면 얼마씩 내는 겁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월정액도 없습니다. 무료입니다. 주문건수나 금액에 따른 수수료 같은 게 전혀 없습니다.”
주문에 따른 수수료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그 배송의 민족은 뭐로 수익을 냅니까? 나라에서 공공으로 만든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영업하고 전화 받아서 주문하는 사람이 있으려면 인건비가 나가지 않습니까?”
“아, 이게 영업기밀인데..”
영업사원이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며 어플을 살펴봤는데 왠지 알 것 같았다.
“혹시, 이 가게 나오는 순서에서 맨 위에 나오게 하거나 해서 광고비를 받는 겁니까? 상가정보 책도 전면 광고 페이지 들어가고 하면 돈을 받으니깐요. 맞습니까?”
상가정보 책에 자신의 가게를 홍보페이지로 넣으려면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어플에도 적용한 것 같았다.
“맞습니다. 하하하. 주문 들어오는 건수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는다면 더 많이 벌겠지만, 의욕 있으신 점주님들이 광고를 해주셔서 그걸로 저희 서비스가 돌아갑니다.”
영업하는 사람이 가맹 식당을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검색 결과에서 수많은 가게들이 나올 테고, 경쟁자가 많아지니 고객의 눈에 띄기 위해서 광고를 집행할 터였다.
수익구조까지 어느 정도는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시간과 돈을 들여 전국에 상가정보 책자처럼 퍼지기만 한다면 각 지역마다 홍보비가 쏠쏠하게 벌릴 터였다.
상가정보 책자들이 가지고 있는 파이를 그대로 다 뺏어간다면 쏠쏠한 게 아니라 큰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국에 아파트 단지만 몇 개이던가.
“일단 한번 검토해 볼게요. 우리 한 끼 가게는 조리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조리를 해 먹는 셀프 음식점이라 배달해 주는 것과는 좀 안 맞을 것 같네요.”
영업맨을 돌려보내고 그냥 돈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며 생각을 접었다.
***
“대표님 점심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보통은 어떻게 먹어?”
이제까지는 주로 산청 공장에서 주로 있었기에 부산 직원들이 평소 점심을 어떻게 먹는지를 몰랐다.
부산 직원이 벌써 17명이나 되었기에 어떻게 점심을 먹는지도 궁금했다.
“사무실을 비울 수 없다 보니 보통은 차 있는 직원들의 차로 해서 5명 6명씩 돌아가면서 밥 먹으러 나가요. 이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서요.”
“그럼, 다 같이 먹으려면?”
“그럴 때는 중국집에 배달해서 먹어요. 회의실이랑 해서 쭉 앉아서 같이 먹을수 있어요.”
“오케이 그럼 오늘은 중국집으로 시켜서 같이 먹지. 내 개인 돈으로 살 테니까 비싼 거 시켜. 난 짬뽕 한 그릇이면 돼.”
“에이. 또 이러신다. 사장님 카드로 결제할 거니깐 그냥 마음 놓고 시킬게요.”
이서가 법인카드를 들고 있다 보니 다들 쟁반짜장에 삼선짜장 같은 몇천 원이라도 더 비싼 단품을 시켰고, 탕수육도 소고기 탕수육으로 시켰다.
“응? 한집에 다 시킨 거 아냐?”
30~40분 후 배달기사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가게가 다 달랐다.
“한곳에 17명 먹을 거 다 시키면 시간 너무 오래 걸려요. 3곳으로 나눠 시켜야 해요. 가뜩이나 이 근방은 공장들이 많아서 중국집도 배달이 힘들어요.”
크게 만들어 둔 회의실에 다 같이 주르륵 앉아서 먹었는데, 불현듯 배송의 민족이 떠올랐다.
그때에는 단순히 대단지 아파트의 상가정보만 생각했는데, 이런 공단도 배달을 시켜 먹는 곳 천지였다.
“그런데, 이 근처에 이렇게 배달되는 음식점이 몇 개 정도 있어?”
“음 한 6개 될 거예요. 그중에 4개는 중국집이고, 2개는 정식집인데, 정식집은 그 전날에 미리 주문해둬야 배달을 해줄 거예요.”
배달 음식은 중국집이 다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랩을 씌워서 배달하기 편하기 때문인가 싶었다.
“그럼, 배달 안 되는 밥집은 좀 있어?”
“네. 오히려 배달 안 되는 밥집이 더 많죠. 요 앞에 칼국수 집도 맛있는데, 거긴 배달을 안 해주거든요. 그런데, 짬뽕이 맛이 없으세요?”
“아니, 아니. 음식 맛 때문이 아니야. 자자. 다들 먹으면서 내 말 좀 들어 봐.”
직원들이 다 있으니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자, 지금 중국집은 무료로 배달이 되잖아. 근데, 배달 안 되는 가게에서 포장을 해주고 퀵서비스로 받아먹는다면 너희는 배달료 내고 시켜 먹을 거야? 배달료는 2~3천 원 정도?”
“네. 당연하죠. 솔직하게 배달되는 게 중국집밖에 없다 보니 엄청 질리거든요.”
“맞아요. 중국집 말고 다른 곳이 배달료 2천 원만 받고 가져다준다면 다른 곳 시킬 거 같아요.”
“사장님 그거 좋은 생각 같은데요. 햄버거를 먹고 싶을 때는 직원이 차 끌고 가서 사 와서 먹었거든요. 근데, 배달료 2천 원 내고 가져다준다면 직원이 안 가고 배달시켜 먹을 거 같아요.”
직원들은 대체로, 아니 전부 다 긍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는 대기업이다 보니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회사 근처의 식당에 걸어가서 밥을 먹고 했었기에 회사에서 배달시켜 먹는다는 것을 아예 몰랐다.
헌데, 직원 수가 어중간해서 구내식당이 없는 곳이나, 사무실을 비울 수 없는 회사에서는 무조건 시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특히나, 배달 가능한 음식점이 중국집밖에 없는 공단지역이라면 배달료 2천 원을 내고서라도 다른 음식을 시켜 먹을 것 같았다.
대단지 아파트와 공단지역의 배달 음식 건수를 생각하자 서울에서 본 배송의 민족이 왠지 대박날 것 같았다.
머리가 파파팍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서야 전에 해운대 스타빌딩에서 카운팅 알바 했을 때 기억나지?”
“네. 기억나죠.”
“그때 같이 알바 했던 무영이랑 애들 아직도 연락해? 그 애들이 오토바이 타는 거 좋아했잖아.”
“네. 무영이는 지금도 스타빌딩 구내식당에서 일해요. 오토바이도 계속 타고 있고요.”
“오케이 그럼 연락처 좀 다오. 내가 연락을 해볼게.”
배달을 시켜 먹는 주문자의 입장에서 배달 어플의 유용성을 확인했으니 그걸 배달해 주는 배달기사의 입장도 들어봐야 했다.
그리고, 음식을 포장해서 판매해야 하는 업주의 입장도 확인을 하고 싶었다.
***
“음식 배달요? 짱깨 말고요?”
“그래. 무영아. 그런데, 중국집 배달을 짱깨라고 부르면 그 사람들이 싫어하잖냐. 중국집 배달원이라고 언어 교정하자.”
“아네. 근데, 짱깨가 짱깨인데. 바꾸라고 하시니.일단 바꿀게요.”
“그래. 보통 중국집에서 배달일하면 얼마 정도 받냐?”
“그게 면허증이나 자기 오토바이 가졌는지에 따라 다른데, 150에서 300만 원까지 받아요. 300 받는 짱깨.아니 배달원은 자기 오토바이에 진짜 일 잘하고 하는 사람이고요.”
“퀵서비스는 월급 얼마 받는지 아냐?”
“퀵아재들은 봉급쟁이가 아니에요. 자기 사업이라서 자기 하기 나름일 거예요. 많이 버는 아재들은 한 달에 300 넘게도 가져갈걸요. 김해나 창원까지 퀵 뛰는 아재들은 더 벌 거고요.”
이야길 듣고 보니 왜, 배송의 민족에서 퀵 서비스 기사들과 계약을 맺고 한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개인 사업자이기에 월급이나 보험 같은 것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뭔가 케바케로구만.”
“그리고, 퀵서비스는 전화연결을 통해 일을 받는 거라 사무실 사장에게 떼이는 거도 있어요. 거기다 쉬운 일을 몰아주고 하는 것도 가능해서 좀 개 같은 경우도 있고요. 일부러 돈 안 되고 힘든 일 몰아주는 것도 있거든요.”
“아니 자기 사무실 소속인데, 왜 그런데?”
“그냥 미운털 박힌 거죠. 쉬운 일 주는데, 왜 술 안 사냐 하는 걸로도 일 안 주고 하는 거도 있어요. 그게 더러워서 저는 퀵은 안 하고요.”
무영이에게 이야길 듣고 보니 배달 어플에 가게를 등록시키고 하는 것도 힘들 것 같지만, 배달해 주는 사람 관리가 왠지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