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 Spicy Noodle Challenge.
“으, 시바 졸라 매워! 이거 뭐야!”
“와하하하.”
“와 엘리사 욕도 다 한글 패치된 거야? 대박이네. 하하하.”
이미 학생들은 엘리사가 먹기 전부터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며 엘리사가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 한 젓가락을 자신 있게 먹을 때만 해도 ‘오 진짜 한국 사람 입맛으로 패치가 다 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엘리사가 한 젓가락을 먹고 고뇌에 찬 얼굴이 되더니 찰지게 욕을 뱉어내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야! 이거 미친 음식이야. 이거 으아, 입이 이상해. 이거 사람 잡는 거야. 무물물! 물 달라고! 물! 이거 먹인 새끼 누구야! 어디 있어 진호 새끼!”
고급스럽게 웨이브 진 금발에 파란 벽안, 뽀얀 흰 피부를 가진 전형적인 백인 입에서 찰진 한국 욕이 흘러나오며 맵다고 물을 찾자 지켜보던 학생들은 다 배꼽을 잡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와 물 마시니 살 거 같다. 이거 진짜 미친 음식이야. 이거 먹는 한국 사람이 진짜 있는 거야?”
“그럼. 잘 먹지.”
“미친 그럼 그 한국 놈이 미친 거야. 진호 새끼 너도 먹어봐! 이거 진짜 미친 맛이야!”
혼자 고통받을 수 없다는 엘리사의 성화에 진호와 다른 학생들도 불떡 볶음면을 비벼서 한 번씩 먹었다.
그리고, 대두분이 엘리사와 같이 물을 찾았다.
“와! 진짜 매운 게 올라온다. 이거 한국 사람도 먹기 힘든데.”
“맞지? 이건 미친 음식이라니까.”
“나도 이거 공짜로 받았으니 먹어보는 거지 돈 주고는 진짜 못 사 먹겠다. 왜 이런 걸 만든 거지. 한국인인 나도 이해가 안 가네.”
매운맛을 좋아하는 몇몇 학생을 빼고는 다들 맵다며 우유나 쿨피스를 입으로 들이부었다.
진호는 불떡 볶음면을 먹고 이렇게 반응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자신이 활동하는 이종격투기 카페에 동영상을 올렸다.
[으 시바 졸라 매워! 이거 뭐야!]
예쁘게 생긴 백인 여자가 조신하게 젓가락질을 하다 한글 패치된 욕을 찰지게 하니 남자들만 득실한 이종 카페에서 금세 인기 게시물이 되었다.
사실 남자들이 절대다수인 카페에선 예쁜 여자가 그냥 라면만 먹어도 단박에 그날의 인기 게시물이 될 터였다.
헌데, 한국말을 못 할 것처럼 보이는 예쁜 백인 여자가 찰지게 욕을 하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와, 뭔가 백인 미녀가 찰지게 욕을 해주니깐 뭔가 꼴리는데.’
‘나도 저 앞에서 욕 듣고 싶다.’
‘암. 바로 앞에서 욕 들을 수 있다면 최고지. 포상급일 듯.’
‘욕하는 파리지앵! 이거 뜬다!’
‘프랑스 여자 맞나? 미국 여자 아냐?’
‘근데, 저게 뭔데 욕을 박는 거야? 무슨 라면이야?’
⌞뭔진 몰라도 졸라 매운 라면인 듯.
회원 수가 수십만 명이 되는 카페에서 인기 게시물이 되니 자연스레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어느새 글 제목도 ‘한글 패치된 백마’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커뮤니티에도 게시물이 올라왔고, 영국에서 온 올리버란 남자가 아주 흥미롭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올리버는 영국으로 돌아가며 지인들에게 한국 기념품으로 뭘 사갈지 고민했었는데, 영상을 보자마자 불떡 볶음면을 사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사간 불떡 볶음면은 올리버의 귀국을 환영하는 홈파티에서 영국인들을 울렸는데, 매워서 우유를 얼굴에 들이붓는 사람과 기침이 나서 코로 면발이 나오는 상황도 나오자 올리버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배꼽을 잡았다.
눈물을 흘려가면서 우유를 찾는 모습이 너무 웃겼기에 다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보라고 했다.
올리버는 그런 모습을 ‘Spicy Noodle Challenge.’란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을 본 영국인이나 영어문화권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
‘님들 이거 봤음? 한국 볶음면인데 양놈들이 울면서 먹음.’
‘불떡 볶음면? 처음 보는데, 저게 뭐길래 저렇게 울면서까지 먹는 거지. 맛있나?’
‘엄청 맵다고 하던데, 나도 매운 거 잘 먹는데 한번 먹어볼까.’
외국에서 화제가 되자 역수입되듯이 한국 사람들이 불떡 볶음면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명한 먹방러들이 한두 명씩 매운맛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게 뭔데? 다들 먹는 거야?
-한국 사람도 힘들어하는 거면 도대체 얼마나 맵다는 거야?
-오늘 나도 한번 먹어본다.
-어제 저거 먹었는데, 시발 아침에 화장실에서 비명 질렀다. 너네 매운 거 못 먹으면 덤비지 마라 진짜 아침에 화장실에서 눈물 나온다.
⌞매워서 눈물이 나냐? 진짜 그렇게 매워? 궁금해서 먹고 싶어지잖아.
⌞이 개객끼야! 먹지 말라면 먹지 마! 응꼬 탄다!
⌞헤헤 그래서 먹어 볼 건데? ㅎㅎ
⌞미친!
온라인으로 컬트적인 인기가 생기기 시작하자 외국인을 친구로 둔 한국인들이 일부러 불떡 볶음면을 구해서 한국 문화 체험이라는 핑계로 친구들에게도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곤 매운맛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되어 버렸다.
“헐. 이게 다 뭐야.”
이서의 연락에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니 불떡 볶음면을 먹는 영상이 수십 개가 올라와 있었다.
그 수십 개가 다 조회 수도 좋았고, 댓글 수도 많았다.
“와! 다 어디서 구하냐고 물어보는 글이네. 이건 또 뭐야.”
매제의 가게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뜯어서는 한 끼 가게에서 만들어 먹는 영상이었는데, 비치되어 있는 캡사이신을 더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떡애사 사람이네. 오만 걸 다 넣어 먹네.”
떡애사 회원인 사람은 불떡 볶음면으로 할 수 있는 개성있는 조리법을 올리고 있었는데, 이것도 나름 조회수가 괜찮았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떡상이었다.
그것도 그냥 떡상이 아니라, 인싸라면 반드시 친구랑 먹어봐야 하는 그런 라면으로 떡상을 해버린 것이었다.
“외국 중계상들에게서 1만, 2만 개씩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은근슬쩍 코리아 라면도 같이 끼워서 팔았어요.”
역시 이서가 센스가 있었다.
“여윽시, 이서네. 이참에 같이 좀 팔아 보자.”
“그리고, 추가 생산하는 것부터는 불떡 볶음면 패키지 디자인에 아예 ‘Spicy Noodle Challenge’ 문구를 넣어 달라고 디자인 업체에 이야길 했어요.”
“좋아. 수출 역군이 한번 되어보자!”
***
“거봐 나는 임 대표가 잘 될 줄 알았다니깐. 프론티어 정신! 서부 개척 시대에 강조되었던 프론티어 정신이 임 대표에게 있으니깐 되는 거야.”
쏟아지는 김한철 부장의 칭찬에 ‘이래서 부장님과 맥주 한잔하는가 봅니다.’ 해주며 서로 올려줬다.
“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이게 한국에서도 심상치 않아, 막 치즈 넣어 먹고, 참치캔이랑 베이컨도 집어넣고 레시피가 엄청나게 있더라고. 우리 애들도 이거 해 먹고 나를 욕하더라.”
“아니 왜요? 욕을 왜 해요?”
“내가 스프 두 개 넣어서 하면 더 맛있다고 넣어줬거든. 그랬더니 애들이 맵다고 울면서 뒹구는데 그게 난 재미있더라고 하하하.”
“부장님 딸만 둘이었지요?”
“그래. 이제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바로 우유 먹여주고 하니깐 나름 옛날 생각이 나더라. 아니지 옛날도 아니다. 애들이 중학교 가면서부터는 점점 대화가 줄어들었었거든. 근데, 이 볶음면으로 애들이랑 대화를 많이 했어.”
“여자애들이니깐 사춘기가 와서 그랬겠네요.”
“그렇지. 이건 우리 회사에서 파는 거기도 하고 라면이 내 담당이니 내가 끓여주고 설명해줄 수 있으니깐 할 말이 많았지. 그러면서 애들이랑 진짜 많이 어울렸어. 우리네 아빠들이 애들이 커가면서 점점 소 닭 보듯이 되는데, 이거 덕분에 애들이랑 가까워 진 거 같아. 다 임대표 덕분이야.”
“그냥 매운맛에 꽂혀서 만든 건데 그렇게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아예 매운맛 2배 증량으로 새로 내어 볼까요?”
“그래 그거도 한번 만들어 봐봐. 사람들이 대단한 게 매운맛에 또 적응을 한다는 말이지. 2배 혹은 3배짜리도 한정판으로 팔면 인기 있을 거야.”
“오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부장님처럼 애들이랑 같이 먹고 추억을 만들 수 있게 이벤트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눈물 흘릴 정도로 강렬한 맛을 가족들과 함께 느끼게 되면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을 테니깐요.”
“난 대찬성. 바로 이벤트 자리도 잡아줘. 아 애들 카톡 왔다. 호프집에 있다고 했더니 또 치킨 사 오래.”
“하하하. 치킨 셔틀 하는 게 아빠의 중요한 임무이긴 하지요. 불떡 볶음면 만든 아저씨랑 같이 한잔했다고 하십시오.”
치킨 두 마리를 포장해서 가는 김한철 부장의 뒷모습을 보니 오늘은 행복해 보였다.
카톡을 주고받고 뭘 사달라고 매달리는 애들이 나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 때 아직 젊기에 아이는 나중에 가지자고 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때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처럼 이혼을 했을까. 아이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잡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이사를 하며 로또에 당첨됐기에 삶이 바뀔 수 있었는데, 아이로 인해 이혼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만약에 그랬다면.’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래도 지금은 김한철 부장 때문인지 나도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둘 셋! 커팅해 주십시오!”
이벤트 진행자의 외침에 오픈을 축하는 리본을 잘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떡볶이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한끼’의 신촌점이 오픈되었습니다!”
벌써 6호점이었다.
매운맛 떡볶이인 불떡 볶음면이 대외적으로 히트를 하자 3달 사이에 6호점을 낸 것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알바생들이 문을 열자 손님들이 줄줄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이었는데, 뭔가 학생들의 교복에서는 떡볶이와 튀김냄새가 향수처럼 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가맹하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이었고, 앞으로 두 달 동안 거의 매주 서울과 인천, 부산에서 새로운 점포가 오픈될 예정이었다.
매제는 방송 출연이나 행사를 줄여가면서 매장을 일일이 관리했고, 동생도 방송 엔터 쪽보다는 매장 관리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대표님이 어느 분이신가요?”
영업하러 왔다는 게 바로 느껴지는 정장을 입은 30대 남자가 가게의 대표를 찾았는데, 주방에 있다고 하자 문 입구에 서서 대기를 했다.
신촌점의 사장도 매제와 같은 일본 요리학교를 나온 사람이었기에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무작정 기다리는 그 모습이 괜히 안쓰러웠다.
가족을 위해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음에도 꿋꿋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제가 프랜차이즈 대표인데, 무슨 일 때문인지 물어도 될까요?”
“아, 프랜차이즈 대표님이셨군요.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배송의 민족이라는 서비스를 들어보셨는지요?”
“배송의 민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