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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54화 (54/203)

054. 지방의 위기.

“500억? 라면을 팔아서?”

“잠시만, 아까는 분명 5천만 개를 팔아서 250억 매출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500억이 나오는 거지?”

진짜 계산이 빠른 건지 눈치가 좋은 건지 바로 농협 이사장이 돈이 안 맞는다고 이야길 했다.

“이사장님. 예리하십니다. 500억 이상의 흑자는 해운대 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매각을 해서 얻은 흑자입니다.”

“브랜드를 팔았다고?”

“네. 해운대 라면이 히트를 치자 유통을 맡아 주셨던 거산 랜드에서 라면 사업 전체를 인수를 해 갔습니다. 그렇게 500억 흑자를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단한데. 500억이라니.”

“거산 랜드에서는 그럼 최소한 그 이상의 이득을 뽑아낼 수 있으니 회사를 사 간 거겠지?”

“그렇겠지. 이거 몇백 원짜리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었네. 그리고, 우리 산청군에서도 라면을 한다고?”

라면을 대기업에 팔아 500억의 이익을 봤다는 말에 어르신들의 눈에 총기만 들어온 게 아니라, 욕심도 눈에 들어간 듯싶었다.

“그럼, 저 삼계탕 맛 라면으로 사업을 해서 몇천만 개를 팔 수 있고, 그걸 또 매각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실제 해보지 않고 무조건 된다고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태양 식품 제조는 한번 해내었습니다. 한번 했으니 두 번 세 번 하기는 좀 더 쉽지 않겠습니까? 저희 공장을 다 무슨 돈으로 지었겠습니까?”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태양식품 제조공장의 개장식에 갔던 사람들이었기에 축구장 크기에 달하는 큰 공장을 직접 봤었다.

“저희 태양식품에서 산청군에 드리는 사업 제안서입니다. 저희와 함께 한방라면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사업비 29억 5천만 원으로 초도 생산 물량 300만 개 규모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비주얼적으로 좋게 만든 제안서를 살펴볼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PPT를 띄웠다.

“지방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인구가 줄어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가장 큽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야 하는 젊은 세대는 모두 다 직장을 찾아 서울이나 경기도로 다 나가 버리니 태어나는 아이가 없습니다. 그런 젊은 세대들을 붙잡아 둘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산청군의 한방 라면 제안을 이야기하다 말고, 갑작스레 지방의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자, 제안서를 보던 어르신들이 다시 스크린을 보았다.

“제가 있는 부산도 심각하다고 하지만, 이곳 산청으로 공장이 옮겨오고 보니 부산은 그래도 나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산청에 와서 본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질문을 했지만, 내가 그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인지 다들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버스정류장과 시장터 앞에 주루룩 앉아 계시는 노인분들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민욱이와 이서의 숙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며 시내와 여러 곳을 누볐기에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이들은 서울, 경기도로 떠나 버리고, 그러다 보니 애들이 없어 학교는 폐교되고. 학교가 없다 보니 있는 애들도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노인들만이 산청에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래, 그런 상황을 우리도 다 알고 있어. 그래서 라면 사업을 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도 사업을 하지만, 제대로 임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참 힘들어. 이 라면을 아무리 많이 판다고 해도 천명? 아니 백 명도 고용하기 힘들걸.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늘리겠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안 믿어.”

군의회 의장인 박둘석이었는데, 냉혹한 팩트를 이야기했다.

“맞습니다. 라면이 아무리 잘 팔리고 라인을 증설해도 50명 정도의 신규 고용만이 있을 뿐일 겁니다.”

사실 군의회 의장이든 군수든 지역 공단에 기업체들을 유치할 때마다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입에 발린 이야기를 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실제 고용은 별로 없었을 것이고, 특히나 질 좋은 일자리는 더더욱 몇 없었을 터였다.

그러다 보니 태양 식품 제조 회사에서 라면을 몇천만 개를 팔 수 있다고 해도 고용이나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것은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는 이 노인들만 남은 산청을 보고 오히려 한방 라면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한방 라면을 먹고 장수하고 있다는 장수고장으로 마케팅을 하면 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노인들만 있으니 장수고장?”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장수하고 있다고? 허허.”

“푸하하하. 이런 미친.”

허일도 군수는 노인밖에 없는 시골이 된 김에 한방 라면을 먹고 오래 산 것으로 마케팅하자는 건호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웃기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이 현실을 다 알고 있겠지만, 서울이나 경기도의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아마, 한방 라면을 먹고 오래 살았다는 100세 할머니의 영상을 홍보로 쓴다면 건강식품화되어 라면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겁니다. 물론, 차별성을 가지게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것입니다. 장수하는 고향 산청! 그런 산청에서 만들어진 산청 한방 라면!”

“시골의 현실을 비꼬아 광고하겠다는 거군. 뭐 나쁘지는 않겠어. 일본의 오키나와가 그랬지. 젊은 사람이 타지로 나가거나 빨리 죽고 해서 노인들만 있다 보니 장수하는 지역처럼 광고가 되었고, 사람들이 관광을 왔다고 하지. 좋아. 그걸로 마케팅해.”

군수의 컨펌이 떨어진 거였다.

“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식자재의 50% 이상을 산청군에서 조달하여 그 부가가치를 지역에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어르신들이 제안서 뒷장을 살펴보며 마음에 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을 5천만 개를 팔게 되면 거기에 들어가는 부자재와 식자재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식품제조 회사는 중공업이나 정밀공업 업체와는 다릅니다. 그들은 외국에서 재료를 들여와 임가공하거나 완제품을 만들어 그대로 다시 수출을 하는 형태입니다. 우리나라는 내수가 아닌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이니깐요.”

“그렇지. 우리 군내 공단에 들어와 있는 업체들도 다 가공 후 재수출이니깐. 어떻게 보면 임시 가공만 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밖에 못 해.”

“맞습니다. 하지만,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식품제조 업체는 다릅니다. 지역 내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와 함께 커나가는 지역밀착 업체인 것입니다.”

대 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큰 식품 공장이 생기면 거기에 납품하는 작은 식품 생산 공장이 생기게 되어,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어나게 될 터였다.

“저희 태양 식품과 산청군이 사업 파트너로서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앞을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이 힘든 시대를 함께 걸어갔으면 합니다. 이상 태양 식품 제조에서 산청 한방 라면에 대한 사업 제안이었습니다.”

짝! 짝! 짝! 짝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니 한 명이 박수를 쳤고, 10여 명이 박수를 같이 쳐주었다.

“저는 대 찬성입니다. 군수님 이거 사업 타당성 검사 빨리해서 군의회로 넘겨 주세요. 군의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사업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자본금이 많겠지만, 우리 농협도 발 벗고 나서서 대출이라던지 그런 금융 혜택적인 부분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모든 분들이 다들 도와주신다고 하니 이 허일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제까지 지역 공단에 입주시켜 시켰던 업체 중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준 업체는 없었었다.

규모가 좀 큰 업체들은 중공업 관련으로 임가공 후 대기업이나 외국에 수출을 하는 업체들이라 군청을 도와주거나 하는 일과는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지역 발전기금을 내놔라, 못 내놓겠다 하고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인 그런 업체들이었다.

간혹 김치 제조업체나 소시지를 만드는 식품업체가 오긴 했었으나 다들 크게 성공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기업체들을 유치해서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 되살릴 수 있다는 그런 일을 불가능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식품 제조업체라면 뭔가 다를 것 같았다.

이미, 몇백억의 이익을 만들어 낸 실적이 있다는 것에서 신뢰가 갔다.

그리고, 이 한방 라면이 해운대 라면 만큼 대박이 나서 인지도를 가지게 된다면 산청군을 넘어 경남 도지사도 넘볼 수 있는 지명도를 가지게 될 터였다.

허일도 군수는 이 사업을 무조건 추진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이 한방 라면으로 우리 산청군을 한번 살려 봅시다.”

***

“이사님 진짜 대단했어요. 전 군의회 분들처럼 라면을 생산해서 지방의 문제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노인이 많다는 걸 홍보에 쓰겠다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요.”

사업제안 설명회가 잘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김이서가 감탄했다며 난리였다.

“사실 저 회의실에서 브리핑하고 설명회하고 했을 기업이 몇 개겠어? 아마 수십, 수백 개가 될 거야. 그리고 다들 지방을 살리려면 기업 유치를 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지방이 산다고 외쳤을 거야. 하지만, 여전히 산청군 내 인구는 줄어들기만 하지 늘어날 기미는 안 보여. 이제는 그런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탕발림이 안 통하는 단계거든.”

“그래서 더 대단한 거 같아요. 누가 노인이 많으니 그걸 장수마을로 이미지를 바꿔서 홍보하자고 하겠어요.”

“삼계탕 맛인 한방 라면이기에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야. 그건 그렇고, 이종민 실장을 빨리 불러야 하겠네.”

본래는 제약업체를 퇴사 후 좀 쉴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산청군의 일을 떠맡게 되어 이종민이 빨리 합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서가 조사 쪽을 잘하니깐 전국에 있는 군청 소재지에 대해서 조사해 줘. 내 기억으로는 82곳인가 그럴 거야.”

“아아! 그렇네요. 역시 이사님 대단하십니다. 지역 라면 때처럼 특산물이 어떻고, 하는 그런 조사 말이지요? 모든 군청에 다 사업제안을 넣으실 건가요?”

“그래. 지금은 선거가 얼마 안 남았지만, 다음 지방선거까지 우리가 절반 이상은 사업제안을 해서 지역 라면을 만들어야 해. 이번처럼 30억씩만 해도 얼마야? 2400억 규모의 시장이야.”

내 차를 타고 이동 중인 김민욱이나 이서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순이익이 2400억이 아니었지만, 20%만 순익으로 남겨도 몇백억을 먹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산청군의 라면을 준비하면서 이걸 확장 시킨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사님은 이미 다음 지방선거까지 80여 곳의 군청을 공략해서 사업을 따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생각의 스케일이 달랐다.

‘이건 블루오션(blue ocean) 급이 아니야. 전인미답(前人未踏)이나 마찬가지인 틈새시장이야.’

김민욱은 경쟁자가 없을 때 치고 나간다면 2400억대의 시장을 그냥 석권하게 되는 것이었고, 임건호 이사를 따라가기만 해도 쉽게 큰물에서 놀 것만 같았다.

“이사님 감사합니다.”

“뭘?”

“저희를 불러주셔서요.”

“야, 너희 둘이 예쁘고 잘나서 불렀겠냐? 일 잘하니깐 불렀지. 그러니깐. 놀 거 없는 산청에 와 있는 동안 진짜 빡시게 좀 해봐. 빡시게 한 만큼 보상이 있을 거니깐.”

“넵.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회의실에서 다들 동의했기 때문인지 군청에서 사흘 만에 사업성 검토가 끝이 났고, 이어서 군 의회에서도 바로 통과가 되었다.

문성철 대표의 사무실에서 계약 체결 사진을 찍은 이후로는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상표권도 ‘산청 한방라면’으로 군청이 소유하게 등록을 시켰다.

그리고, 첫 생산된 3만 개를 군청으로 납품을 한 다음 날 사업비가 입금되었다.

“생산단가는 개당 500원으로 300만 개 생산 후 납품했을 때 14억 정도가 순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쪽으로 5억을 토해내야 하니 8~9억 정도가 이득일 겁니다.”

“임이사님 저와의 약속은 잊지 않았지요?”

“네. 물론입니다. 4억을 산청 지역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할 것입니다. 일단 지선이 끝나고 나서 그렇게 언론 발표도 하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성철 대표는 아직도 다 죽어 가는 지방의 세금을 몇억씩 먹는 것이 불편한 것 같았다.

약간은 답답해 보이는 문성철 대표였지만, 어찌 보면 이런 문 대표가 옆에 있기에 쉽게 쉽게 편법으로 사업을 하는 것을 자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

“한 달 쉴 수 있게 약속을 했는데, 퇴사하고 10일 만에 불러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퇴사하고 집에 사나흘 있을 때는 좋았는데, 일주일이 넘어가니깐 왠지 불안해서 먼저 연락을 드릴까 했었습니다.”

이종민 실장은 여유 있게 웃었는데, 그래도 일주일 넘게 푹 쉬었다고 좋아 보였다.

“일단, 우리 영업방침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합시다. 아마도 개척 영업이기에 초반에는 실적을 올리기가 힘이 들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꼼수를 쓰게 될 거고요. 그런 거 다 이해합니다. 헌데, 6개월간은 그런 뒷영업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음. 다 이해를 하신다는데 6개월간 그런 영업을 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습니까?”

“바로 김민욱 대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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