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44화 (44/203)

044. 도장을 찍다.

“자 그럼! 여덟 번째 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셰프님입니다. 최도협 셰프입니다!”

MC의 힘찬 소개에 파스타와 토마토를 들고 최도협이 나왔다.

“손에 들고 있는 것만 봐도 바로 아시겠지만, 오늘 나오시는 셰프분들 중에서 유일한 이탈리아 요리 전공 셰프입니다.”

“오 그럼, 프렌치 셰프 4명에 한식, 일식, 중식, 이탈리아 해서 다국적 4명인가요?”

“그렇습니다! 최도협 셰프는 해운대 특급 호텔에 근무하시고 계시고, 무려 자기 이름을 건 라면도 있으신 분이에요.”

“오오오~.”

다른 셰프들이 놀랍다며 호응을 해주었지만, 다른 MC는 뭔가 이상하다며 멘트를 쳤다.

“아니 이탈리아 요리 전문인데 웬 라면이에요?”

“아, 그러게 말입니다. 이탈리아식 토마토 라면인가요?”

“아, 그건 아니구요. 해운대 라면이라고 부산 향토 라면입니다.”

“아! 그 라면 알아요! 향토 라면인데, 거의 전국에 다 팔고 있는 라면이에요!”

“이야! 저기 얼굴이 떡 하니 있습니다.”

스크린 화면에 모자이크가 되긴 했으나 파란색 패키지의 라면 봉지가 나왔고, 최도협의 얼굴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이야! 이분 부산 해운대에서 엄청 핫하신 분이네.”

“저도 먹어 먹어봤어요. 시원하게 잘 만들었드만. 해장에 좋은 라면이었어.”

MC는 물론이고 출연진들도 다 자신을 아는 척해주고, 요리 경력이 엄청난 셰프들도 잘 알고 있다며 해주자 최도협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도협은 여러 출연진과 관계자들에게 고맙다고 고개를 계속 숙였다.

그리고, 이런 유명세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건희와 건호 형님에게 정말 고마웠다.

건희를 만나고, 건호 형님을 만났기에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절이라고 하고 싶었다.

‘형님. 진짜 저를 유명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희야 사랑해!’

“자 그럼, 의뢰자의 부엌에서 식자재와 조리도구를 찾아 조리를 해주시면 됩니다!”

***

“그러니깐 저게 녹화는 보름 전이었다고?”

“네.”

가족들이 다 모여 방송을 보고 있는데, 연예인 집 부엌 곳곳에 숨겨지듯 있는 재료와 조리도구를 찾아 요리하는 게 재미가 있었다.

이제까지 있었던 요리 예능과는 괘가 달랐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물론, 방송 초에 해운대 라면이 모자이크해서 나왔기에 혹시나 혜택을 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 네인버 검색어를 보는데, 바로 ‘부엌을 부탁해!’ 방송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왔다.

“오빠! 시청률도 6%야!”

“종편에서 첫 방송 시청률 6%면 엄청 높은 거네.”

우리가 놀라고 있으니, 도협이 폰으로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본가의 부모님부터 호텔 조리실의 선후배들까지 다들 잘 봤다고 난리가 났다.

“이거 반응이 엄청난데.”

본래라면 방송이 끝나면 해운대 라면 상표권과 회사가 팔렸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할 새가 없었다.

그저 흘리듯이 해운대 라면의 상표권과 회사가 팔렸다고 이야길 했고, 동생의 위임장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

조수석에서 허허 참! 거리는 정진이 덕분에 졸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었는데, 만남의 광장에서 문성철 대표와 그쪽 변호사를 만났다.

“문 대표님 얼굴 좋아지신 게 바로 표가 납니다.”

“임 차장님이야말로 하하하.”

일주일 동안 법무 담당자들이 이야길 주고받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 전에 다시 검토해 보기 위해 하루 전에 미리 모인 것이었다.

“3개월을 무조건 기다리게 하고 버텨야 한다고 했을 때는 가슴이 답답했는데, 그 3개월 버텼다고 50억이 더 늘어났다고 하니 얼굴이 필 수밖에 없지요.”

“공두기 작전이 성공한 거 아니겠습니까.”

“거산이 식품 쪽에 하청업체가 있거나 인맥이 있었다면 씨알도 안 먹혔을 텐데. 이제 진출을 하는 처지다 보니 먹힌 겁니다.”

둘은 의미심장하게 마주 보며 웃었다.

평일에는 근무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 후배들을 부르기 위해 문 대표가 음으로 양으로 신경을 썼었다.

그 한 번의 작업으로 50억을 더 받게 되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둘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

“거산에서는 회사 넘기는 조건에 같은 라면 공장을 짓지 못하는 동종업계 창업과 이직에 대한 금지 조항을 넣고 싶어 하는데, 이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학교 동문 선배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거산이 요구하는 부분을 어떻게 협의할지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이 동종 금지 조항을 빼자고 하니깐 거산 측에서는 금액도 같이 빼려고 합니다.”

문성철 대표는 새로 라면 공장을 세울 생각이었기에 이 동종 금지 조항이 들어가게 되면 미래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저희 쪽에서는 20억 정도 금액을 줄이더라도, 이 조항을 빼자고 할 겁니다. 대신에 우리가 공장을 세우게 되면 거산에서 생산 하청을 준다는 계약을 추가할까 합니다.”

살을 주고 뼈를 받아 내겠다는 거였다.

공장을 크게 새로 세우더라도 생산 물량이 없으면 말짱 꽝이었다.

그러니 문성철 대표는 인수 금액을 낮추더라도 새 공장을 세우고, 거산의 생산 물량을 받아 내려는 것이었다.

“최종 계약에서 10억을 추가로 더 까더라도 이 생산 하청에 대한 부분을 계약서에 넣었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 처리를 일단 시도해 보고 플랜 B까지도 정했으니 공장 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모델 건 최종 조율합니다. 이 건은 2주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이 건은 좀 많이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종 조율을 맡은 이지란 변호사는 단시간에 이렇게 상황이 바뀔 줄 예상하지 못했었다.

“2주 전만 해도 최도협 셰프에 대한 가치가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변호사의 말처럼 인수가 결정이 나고 계약서가 오고 갔을 때 건호는 라면에 들어가 있는 매제의 사진과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부엌을 부탁해!’란 방송이 1화부터 대박이 나자, 그 처지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종편 기준으로 시청률 6%로 시작을 했고, 1화 방송 후 화제성도 전 채널 1위를 차지했었다.

그리고, 이틀 전 2화 방송에서는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출연한 8명의 셰프들이 모두 다 스타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부엌 셰프라고 부르며 유명세를 가졌기에 이름값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럼, 이 부분은 거산 쪽에 위임을 하거나 별건 계약으로 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분명 그쪽도 해운대 라면을 인수한 이후 광고 비용이나 홍보 비용을 잡을 겁니다. 거기에 맞춰 계약을 하는 것으로 별건으로 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전속계약은 성급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인수 계약에 넣어도 될 것 같았지만, 방송이 계속되고 인기를 얻어 유명세가 올라간다면 그에 따라 매제의 몸값도 더 올라갈 터였다.

그러니 억지로 인수 건에 넣어서 계약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었다.

“그럼, 최종 조율도 다 끝이 났습니다.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일찍 바로 쳐들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총괄을 맡은 이지란 변호사의 말에 다들 일어섰다.

시청 앞 더 프라자 호텔을 잡아 두었기에 거기서 뷔페를 먹는데, 한식 코너에 전국 특색 음식이 세팅되어 있었다.

문성철 대표와 음식을 접시에 담으면서도 서로 입에 지퍼를 잠그는 제스처를 했다.

본래 히든카드로 준비했던 인천 짜장, 여수바다라면, 강원도 비빔면을 비밀로 하자는 말이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시청광장을 내려다 보는데, 뭔가 성공한 삶이란 게 이런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와 여자의 성공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높은 건물에서 광장을 내려다 보며 멋진 정장과 비싼 시계를 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시고 있으니 성공한 인생이 된 건가 싶었다.

물론, 아직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이었고, 입금도 안되었지만, 벌써부터 성공했다는 뽕이 차서 기분이 좋았다.

“그럼, 임 차장은 계속 회사에 다닐 겁니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제 딴에는 월급 루팡짓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는데, 이창모 부장과 김한철 차장이 인수 건을 알게 되면서 사내에 소문이 다 나버렸습니다.”

“저런, 그렇게 되면 계속 다니기 힘들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문 대표님이 짓는 공장에 투자도 받아줍니까?”

“음. 투자 조건으로 아까 입단속 했던 것들 생산하게 해준다면 투자를 받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해운대처럼 똑같이 거산에 납품해서 연금처럼 월급만 주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월급 드리려고 하다 부도 날 수도 있겠는데요. 하하하.”

해운대 라면을 만들어 유통했을 때, 해운대 구청이 접촉을 했듯이 몇몇 지자체에서 향토 라면에 대한 문의를 해 온 것이 몇 곳 있었다.

아직 거산이 모를 때, 먼저 제품을 출시해서 납품 유통을 하자고 계약만 맺는다면, 말 그대로 연금이 될 수 있었다.

생산은 문성철 대표와 공장에서 할 것이고, 유통과 판매는 거산에서 해줄 것이니 그 사이에서 뽑아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공장에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직함까지 받아 둔다면 짭짤한 월급까지 일거양득이었다.

푹신한 호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해 잠이 오지 않았다.

커컹컥걱 큐우우으~

커걱컥컥 크르르르~

물론, 같은 방에서 자는 정진이 놈의 코 고는 소리가 치명적이긴 했다.

“아 이 새끼 코 고는 거 진짜 시끄럽네.”

발로 차도 그때뿐이었고 결국, 수임료 주는 조건으로 코골이 병원에 꼭 가게 해야 할 것 같았다.

***

근 1년 만에 거산랜드의 본사에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출근 시간이다 보니 급하게 로비로 들어가는 이들 중에 얼핏 아는 얼굴도 있었지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대회의실에 들어가니 이미 회사 법무팀과 김독수 전무, 이재영 상무가 도착해 있었다.

“잠을 설치셨나 보군.”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그냥 김독수 전무에게 맞다고 해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PC질할 때만 해도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난놈이었네.”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사표는?”

“아, 월급날이 다음 주인데, 한 번 더 받고 그만 두면 안 됩니까?”

“미친, 쓸데없이 알뜰하네.”

김독수 전무와 농담 따먹기를 하는 동안 변호사들은 다시 서류를 꺼내 이야기를 했고, 이재영 상무와 김독수 상무도 끼어서 이리저리 이야기를 했다.

본래라면, 바로 서로 도장을 찍고 끝이 날 일이었지만, 문성철 대표의 동일 업종 금지 계약 부분과 매제의 초상권 계약 건으로 최종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문성철 대표는 30억을 깎는 조건으로 새 공장을 지어 하청 생산을 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고, 매제의 초상권에 대한 것은 매니지먼트 측과 별도 계약을 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도장을 찍고 서로 계약서를 교환한 이후 대회의실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띠링!]

“입금되었습니다!”

문성철 대표가 뿌듯한 표정으로 웃었고, 연이어 동생 건희의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변호사인 이지란 선배가 국민은행에서 동생 명의로 만들어 온 통장이었는데, 입금 확인 후 통화를 몇 분 하자 다시 그 돈이 내 명의 통장으로 이체되었다.

“최소 3년간 주거래 통장으로 쓰는 것을 조건으로 특혜를 받은 것이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러지요.”

핸드폰의 은행 어플에 찍혀있는 349억 몇천만 원을 보니 이제야 진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 되었다.

근데, 왜 뒷자리 어중간하게 때는 건데. 깔끔하게 350 딱 맞춰주면 기분 더 좋을 것 같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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