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넌 혼자 사니? (2)
굿모닝! 빠빠빠빠아~ 빠빠아~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일어난 최경민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나서는 대충 옷을 주워 입고 원룸을 나섰다.
“아니, 일어나서 세수도 안 하는 거예요? 저 머리 뜬 거 봐! 저러고 나간다고? 배우 맞아?”
“아하하, 잠이 덜 깨서 세수 안 했는지도 몰랐어요.”
관찰실에 둘러앉은 연예인들은 새로운 얼굴로 들어온 최경민의 아침 일상을 보며, 눈곱을 붙이고 나서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오래 입어 무릎이 나온 검은색 츄리닝에 흰색 티만 입고 집을 나섰으니 그저 흔한 동네 청년의 모습이었다.
다만, 작은 얼굴과 뽀얀 피부의 얼굴이 연예인이라는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그냥 다녀도 모르죠?”
“네. 아침에는 그냥 저렇게 입고 산에 가요.”
“오! 규칙적으로 등산도 가고 하는 건 좋네요.”
백련산 등산로 입구까지 간 최경민은 등산객들에게 파는 당근과 사과를 갈아 만든 생과일주스를 구매했다.
그러고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왜 안 올라가? 등산로 입구까지 가놓고는.”
“저기까지 갔으면 충분한 거 아닐까요? 건강을 생각해서 생과일 채소 주스도 하나 먹었으니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게 뭐야!”
“근데, 저기까지만 걸어갔다가 와도 6천 걸음이 넘어요. 현대인이면 하루에 6천 걸음만 걸어도 충분하다고 하거든요.”
“그래도 난 저기까지 갔길래 올라가는 줄 알았지.”
그렇게 관찰카메라 속 최경민은 집에서 혼자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며 운동을 했고, 보충제를 타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럼 야채 과일 주스랑 저 보충제가 아침인 거예요?”
“네. 체중 관리를 해야 해서 아침은 저게 전부입니다.”
“이야, 역시 배우는 힘드네.”
이후로는 영화 ‘우연은 없다.’에서 아쉬웠던 연기를 다시 복습하고, 새로 들어온 대본을 보며 연기 연습을 한참 동안 했다.
“그럼,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좀 해볼까.”
컴퓨터를 켜곤, 네인버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꼼꼼하게 봤다.
“회사에서 신문 좀 보라고 했죠?”
“네. 정극 연기자일수록 신문을 보고 해서 시사 관념을 키우라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신문을 받아 보는데, 그게 돈이 꽤 들어가길래 그냥 인터넷으로만 보고 있어요.”
“이야, 컴퓨터를 잘 활용하네.”
출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경민은 네인버 창을 끄고는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했다.
치지지직~
뭔가 전기가 통하는 소리가 나더니 어두운 화면이 떴다.
“스타?”
“네. 이제 게임도 좀 해야죠.”
베틀넷에 접속하는 동안 최경민은 부엌으로 가서 냄비를 올렸는데, 라면을 끓이는 것이었다.
“아니 운동하고, 보충제 먹고 해놓고는 라면 먹으면 다 헛빵 아니야?”
“근데, 게임하면서 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스타할 때는 라면입니다.”
최경민은 푸른색의 봉지를 뜯어 냄비에 라면과 스프를 넣었는데, 눈썰미 좋은 김한동 진행자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저거 파란색 포장지면 비빔면 아냐?”
“아, 봉지 색은 비슷한데, 비빔면이 아니라 그냥 라면입니다. 해운대 라면이라고, 파도치는 거랑 비슷한 봉지 색상이라 비빔면하고 좀 비슷하게 보이긴 합니다.”
“해운대 라면? 그런 라면도 있어? 그럼 저건 해운대에서만 파는 건가? 파란색 봉지라 난 비빔면인 줄 알았네.”
“제가 부산 출신이라 저걸 좋아한다고 친구가 사줬어요. 해운대에서만 파는 라면이라고 하더라구요. 스타 하면서 해운대 라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라면을 끓여 컴퓨터 앞으로 옮겨 왔지만, 스타를 하다 보니 라면이 퉁퉁 불어 버렸고, 그런 불어 버린 라면도 최경민은 맛있게 먹었다.
“어휴 다 불어 라면을 먹으면 어떻게 해? 라면을 다 먹고 스타를 해야지.”
“헤헤. 저게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불어도 맛있더라구요.”
티비 화면 속의 최경민은 게임 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정말 맛있게 라면을 먹어대었다.
***
[전화 받으세요~ 전화 받으세요~]
금요일 늦은 밤에 울리는 전화에 무슨 일이 터진 건가 싶어 급히 전화를 받으니 김이서였다.
“차장님! 지금 혹시 티비 보실 수 있으세요?”
“아니, 왜? 회사에 무슨 일 터졌어?”
“얼른 MVC 채널 틀어보세요.”
막 어머니가 잠드신 걸 확인하고 누우려고 했던 건호는 급하게 리모컨을 찾아 거실 티비를 틀었다.
하지만, 연예인들 몇몇이 앉아서는 다음 주에 만나요 하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서야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하는데, 뭘 보란 말이야? 넌 혼자 사니 이거 맞아?”
“네 그거, 맞는데, 아아! 방금 끝났네요.”
전화로 이서에게 되묻는데, 갑자기 통화중 부재 전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자 음이 연속해서 나기 시작했다.
“차장님. 방금 티비에 해운대 라면이 나왔어요.”
“에?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광고도 없어. 갑자기 왜 티비에 나오는 건데?”
“아까 배우가 집에서 해운대 라면을 먹었어요.”
“진짜야? 그래서 갑자기 전화가 막 오는 거구나. 알았어. 지금 바로 확인해 볼게. 전화 줘서 고마워!”
이서에게는 뭐라고 말을 더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동생이었다.
“오빠 봤어!?”
“티비에 해운대 라면 나왔다는 거? 전화는 받았는데, 티비는 못 봤어. 부정적으로 나왔어? 맛없다고?”
“무슨 소리야! 엄청 맛있다고 나왔어. 나랑 도협이랑 같이 방송 보고 있는데, 우리 라면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 이거 우리가 광고를 의뢰한 거야?”
“아니, 전혀 그런 거 없어. 광고 마케팅비는 아예 책정도 하지 않았다니깐.”
“와! 그럼 이거 그냥 그 배우가 진짜 맛있어서 먹어 준 거란 말이야? 미쳤다! 아, 오빠 지금 도협이가 네인버 보는데, 실시간 검색어 10위에도 우리 라면이 올라갔데! 미쳤어 이거 진짜!”
“뭐어? 실시간 검색어?”
급하게 컴퓨터도 켜보았는데, 진짜 실시간 인기 검색어 10위에 해운대 라면이 있었다.
그리고, 넌 혼자 사니? 라는 프로그램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였다.
“건희야 저 1위 찍은 방송에 우리 라면이 나온 거 확실하지? 그것도 좋은 쪽으로?”
“그래 맞다니깐. 나도 지금 전화 들어온다. 나중에 통화해. 오빠도 한번 확인해봐!”
건희랑 통화를 끊고 보니, 통화 중 부재 문자가 19개가 와 있었다.
라면 출시 겸 상견례에 함께 갔던 이모는 물론이고, 이창모 부장과 김한철 차장, 김승재 대리까지 다 전화가 왔었다.
햇살식품의 문성철 대표도 통화가 안 되니 문자를 보내왔고, 4과의 민욱이나 식품 사업부의 허문도 팀장까지도 연락이 들어와 있었다.
원래부터 티비로는 뉴스나 드라마 혹은 야구 중계나 좀 봤지, 금요일 늦은 밤에 하는 예능 같은 것은 아예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을 봐서는 꽤 인기 있는 프로그램 같았고, 네이버 실시간 1위를 찍을 정도였으니 시청률도 잘 나오는 방송인 것 같았다.
그런, 방송에서 해운대 라면을 먹어 주었으니 처음 들어보는 라면이라고 검색해 봤을 테고, 자연스레 실시간 검색어 10위에 오른 것 같았다.
잠시만, 지금 검색해 보면 뭐가 나오지?
혹시라도 맛없다는 후기 글이 맨 위에 있을까 싶어 조심스레 검색 결과를 살펴보자 다행히 쇼핑 부분이 먼저 떠 있었다.
“뉴 클라우드 호텔 라면 이벤트 숙박권? 이게 1순위로 뜨는 상품이야?”
연이어 옥샨이나 진마켓에 등록되어 팔리고 있는 라면 상품이 나왔는데, 판매자 정보와 출고지 주소를 보니 우리 본사 물류 창고 주소였다.
몇 개가 팔렸다는 표시는 나지 않았지만, 실시간 검색어를 검색했을 때 제대로 팔 수 있는 상품이 나왔으니 다행이었다.
그 이외로 나오는 결과는 매제가 부산 지역지와 인터뷰를 한 기사 2개가 나왔다.
맛이 있다거나 맛이 없다거나 하는 블로그 후기가 없었다.
없으면 만들어 올리면 되었다.
바로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렸고, 라면을 넣고는 금방 끓여 내었다.
나름 사진이 잘 나오게 책상 스탠드도 가져와서 밝게 사진을 찍었고, 계란 지단과 파, 붉은 고추, 파란 고추까지 예쁘게 데코레이션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맛이 얼큰하고 술 먹은 다음 날 먹기 좋다고 무한 긍정이 가득한 내용을 내 블로그에 올렸다.
3분 아니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해운대 라면의 검색 결과에 라면 먹은 후기로 내 블로그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F5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50명 100명씩 블로그 방문자가 늘어났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에서 오래된 계정이라 노출이 잘된다고 팔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진짜 노출이 잘되는 것 같았다.
“아차차 구매 링크도 달아야지.”
부산에서 우리 물건이 들어가는 마트와 편의점, 옥샨과 진마켓의 링크까지 친절하게 달았고, 수익을 받고 한 게 아니라고 글도 명확하게 남겼다.
가끔 맛집 리뷰나 하던 때와는 달리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뿌듯함으로 가슴이 다 벅차올랐다.
늦은 시간임에도 계속 새로 고침을 눌러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확인했고, 2시간이 지나니 판매량 반영이 되었는지 옥샨과 진마켓의 베스트100에도 해운대 라면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면을 맛있게 먹는 넌 혼자 사니 방송을 캡처해서 기사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최경민이란 배우를 보게 되었고, 팅팅 불은 라면도 맛있게 먹었다는 기사글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새벽 3시가 넘어가니 그제야 주위를 좀 생각할 수 있었다.
나도 기분이 좋지만, 매제는 더 난리가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판매자일 뿐이고 라면 수익에 관심이 컸지만, 매제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걸었던 라면인데, 그게 네인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되었으니 나보다 더 가슴이 벅차오를 터였다.
전화를 해서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잠을 잤고, 아침 6시 반에 걸려온 동생 전화에 눈이 떠졌다.
“오빠! 우리 잠 한숨 못 잤어!”
“야, 나도 3시에 잠들었다가 지금 일어났어.”
“히히히. 근데, 진짜 하나도 안 피곤하다. 지금 오빠 집으로 갈게.”
채 10분도 안 걸리게 온 건희와 도협이는 입이 귀에 걸릴 것처럼 웃고 있었다.
물론, 잠을 자지 않았기에 둘 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형님. 진짜 어젯밤에 난리가 났어요. 일본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도 연락이 오고, 호텔 선배들 후배들 연락 온다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아침 먹고 난 바로 출근해 봐야 해.”
“그래서, 제가 왔다 아입니까. 하하하. 잠시만 계세요.”
도협이는 부엌으로 들어가서는 아침부터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야야, 아무리 좋다지만 오늘은 안 먹으면 안 되냐? 나 일주일 내내 먹었어.”
“그럴수록 더 야멸차게 먹어줘야지요. 하하하”
사실, 도협이는 마누라의 오빠이자 보호자인 내 눈치를 살짝씩 보고 약간의 거리감을 뒀었다.
헌데, 라면을 만들며 이야기를 많이 했고, 어제 방송 이후 오픈마인드가 되었는지, 약간씩 두던 거리감이 사라진 것 같았다.
마치 제집에 온 듯이 온갖 재료들을 꺼내 라면을 끓였고, 어머니를 위한 죽도 끓여 아침 준비를 했다.
“근데, 오빠 이 블로그 오빠 꺼 맞지? 도협이가 분명 우리 집 부엌 같다고 했는데.”
“맞아. 어제 검색해 봤는데, 리뷰 후기가 없더라고 바로 끓이고 사진 찍어 올렸지.”
“어쩐지. 우린 그런 후기 신경쓸 겨를이 없었는데, 엄청 센스 있네.”
“기본이지. 그래서, 내가 아침은 라면 먹기 싫다고 한 거잖아. 어제 새벽에도 먹었다고.”
“형님 몰랐습니다. 그래도 싫진 않으시죠?”
“그야 당연히 싫진 않지. 흐흐흐”
“그런데, 옥샨이나 여기서 판매된 라면은 언제 판매량 집계가 가능한 거야?”
“안 그래도 그 판매량 보려고 지금 회사 가려는 거야. 사이트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게 내 권한이 아니다 보니 회사에 가야 해.”
“그럼, 빨리 가! 가서 바로 확인해서 톡해 줘!”